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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송 ‘문해력(文解力)’ 16부작(2회)의 意義와 ‘한글전용’의 치명적 오류
EBS(교육방송)는 2020년 1월, 교육대기획 <다시, 학교> 10부작을 방영하였다. 중·고등학교의 심각한 학력저하 현상을 다루었다.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가르치지 않는 학교’(1부), ‘잠자는 교실’(8부), ‘교과서를 읽지 못하는 아이들’(10부)이다. 그리고는 2021년 3월, 특별기획 으로 『당신의 문해력』 주제하에 저학년(유치원,초·중학생)의 국어(언어·문자) 능력의 문제점을 다룬 6부작을 방영했다. 핵심은 “요즘 학생들이 글은 읽을 줄 알지만 그 안의 생각을 이해하고 소통은 못 하는 ‘문맹’이 됐다‘(동아일보 2018.12.06.)이다.
두 프로에서 다룬 대상이 모두 공교육 영역에 속한 학생들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사회의 공교육은 더 이상 역할과 기능을 못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그런데 과거 공교육이 별 문제가 없던 시절에 학교를 다닌 성인들도 국어(文解力)실력이 형편없는 것을 보면 무조건 공교육의 책임만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일반인의 경우, OECD의 ‘成人경쟁력에 대한 국제조사(PIAAC)’에서 한국인 대졸자의 文解力이 조사대상국 22국 중 꼴찌(주간경향 2016.1200호)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成人文解교육 현황(2017년)'에 따르면 복잡한 내용의 정보를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은 960만명(22.4%)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뉴시스 2019.10.09.).
결국 국어실력 또는 문해력 문제는 전 국민적 현상이란 뜻이다. 즉 한국어(언어·문자)의 문제인 것이다. 한국어 단어의 70~80%가 한자어(漢字語)인 현실을 무시하고는 ‘(한)국어’의 범주를 한글에만 국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읽을 줄은 알지만 뜻은 몰라"와 '모르는 국어'가 돼버린 모국어(동아일보 2018.12.06.)“라는 자조(自嘲)와 한탄(恨歎)이다.
위 EBS 프로에서 방영된 사례 중 고등학생이 ‘가제(임시로 붙인 제목 : 假 : 빌릴 가, 임시 가, 題 : 제목 제)’란 단어에 대해 가재(물 속에 사는 게 종류)로 혼동하여 ‘랍스터’ 라고 답변하는 경우가 그렇다.
또한 우리말(한국어)에는 다른 나라 언어의 소리글자와 달리 뜻글자로서 의미가 내포된 동음(同音)이의어(異議語)가 25% 정도나 된다. 한글 발음만 듣거나 읽고서는 문맥을 (금방) 이해하지 못하거나 혼동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이 모두 한자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인 한글을 쓰는 나라의 국어실력(文解力)이 (프로 기획자인 PD의 말대로) ‘충격적일 정도’라면 ‘왜 그런지’를 밝혀야 하는데 위 EBS 프로는 실태만 밝히고는 본질적인 핵심은 전혀 거론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漢字語 大觀』(2019,경연서원)에서 상세히 밝혔듯이 漢字語(한자어)없는 한글전용으로 인해 위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EBS 프로가 밝힌 충격적인 ‘문해력’ 실태와 실상
다만 EBS 두 프로에서 다룬 학생들의 문해력 실태는 참고할 만하기에 그 실상을 소개한다.
“전국 중학교 3학년 학생 2,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해력 진단평가’ 결과 10명 중 3명은 또래인 중학교 3학년 수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초등학교 수준에 해당하는 아이들의 비율도 11퍼센트나 된다는 점이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휘력 진단평가’에서는 10명 중 9명의 아이들이 어휘력 부족으로 인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교과서의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해력 격차는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1학년 9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기 문해력’ 진단평가에서 10명 중 2명 이상의 아이들이 ‘기초 미달’ 수준에 머물렀다. 아이들의 문해력 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학습 동기를 잃어버리면서 아예 자포자기하는 경우이다.”
“중학교 아이들을 만나보았다. 사회, 역사, 영어 시간인데 선생님들이 교과서에 나오는 단어들 의미를 설명하느라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교과서 내용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어휘인 ‘학습도구어’를 몰라서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중학교 아이들에게는 어휘력이 학업성취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의 제5장에는 하루 24시간 컴퓨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와 함께하느라 책을 읽지 않는 ‘책맹’이 된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전전두엽 활성화 실험을 통해서 ‘책 읽기’가 인지 능력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밝혀냄으로써 디지털 시대에도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프로그램을 공동기획한 담당 PD는 ‘문해력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음을 체감’한다면서 ‘2년 넘게 문해력에 대해 취재하면서 제작 PD로서 느낀 공포는 사실 생각보다 크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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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문해력』 책 또한 한글전용의 문제점 거론 않해
EBS 방영후 세간의 폭발적인 주목과 관심을 토대로 똑같은 제목인 『당신의 문해력』이란 책 역시 마찬가지다. 문해력의 ‘본질적 속성‘은 漢字를 사용하지 않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음은 출판사의 책 홍보에 나온 내용이다.
“EBS에서 방영된 『당신의 문해력』은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논의된 적 없었던 문해력의 본질적 속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 대한민국 문해력의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주면서 학생, 직장인, 학부모 등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많은 화제가 되었다. 방영 이후에도 후속 프로그램과 책 출간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면서 높은 관심이 이어졌다.”
“《EBS 당신의 문해력》은 유아부터 성인까지의 문해력을 아우른다. 문해력이 학교 공부와 대학 진학뿐 아니라 직장에서의 업무 능력을 비롯한 우리 인생 전반에 걸쳐서 왜 중요하고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영유아기, 학령기, 청소년기의 연령대별 문해력 격차의 실태를 점검하고 문제점을 분석했으며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해법도 제시한다.
그림책 소리 내어 읽어주기, 초등 읽기 따라잡기 수업, 중등 어휘력 향상 수업, 책맹 탈출 프로젝트 등을 통해서 아이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교사와 부모가 어떻게 도와주었을 때 실질적으로 문해력이 향상되는지 그 과정들을 있는 그대로의 생생한 기록으로 전하고 있다. 가정에서 아이들의 문해력 발달을 도우려는 부모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림책 읽어주며 말놀이’ 내용도 추가했다. ‘성인 문해력 테스트’를 해설과 함께 실었고, ‘중학교 3학년 학습도구어 목록’도 실어 유용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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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의 위기는 한자어 배척과 한자교육 봉쇄에서 왔다”
...오늘날 국어과목 교육과정에서 한자교육은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국어과목에 한자교육이 사라지면서 한자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한문과목도 선택교과로 전락하게 됐다. 결국 국어과에서 한자어 교육은 더욱 부실해지고 국민의 국어능력도 더욱 떨어지게 되었다. <좌측 사진 : 서울대 국어교육과 민현식 교수>
국어과가 이런 상황이니 국어과보다 더욱 어려운 한자 전문어(漢字專門語)가 나오는 사회, 국사, 도덕, 과학 과목에서의 어휘 학습은 암호 해독(暗號解讀) 작업이 됐다. 허다한 전문어들을 한글로만 적어 놓으니 학생들에게는 암호에 불과해 학습 자체에 흥미를 갖지 못한다. 그러니 어휘력 저하가 학력 저하로도 이어진다.
교과서에 한자 괄호 병기라도 해 학습자들의 이해를 도모해야 하는데 당국은 한글전용 정책이라면서 한자 괄호 병기조차 하지 않는 잘못된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 ... 대학 도서관의 수많은 장서(藏書)는 아직 대부분이 국한혼용체 전문서인데 한글세대가 한자 문맹률이 높다 보니, 이를 읽어 내지 못해 도서관의 혼용체 장서들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이는 고전(古典)과 한국사 및 한·중·일(韓中日) 동아시아사에 대한 이해를 낮추어 인문 교양과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림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사고력 저하로 이어져 학생들은 인터넷의 선동적, 단편적 지식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뿐이다.
교육용 한자 1800자만 알아도 동양 고전 이해는 물론 부수적으로 인접국의 한자문화 이해의 수단을 가지게 된다. 더 나아가 중국어, 일본어 학습의 토대가 되므로 우리는 한글전용을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초등한자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월간조선 2011년 08월호 : 민현식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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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음이의어를 한글로만 쓰면서 생기는 문해력의 혼란과 혼동
(편집자 주 : 아래는 2012년 제기된 공문서 한글전용(漢字 불사용) 위헌소송에 나오는 내용이다. 『漢字語 大觀』에 수록되어 있다.)
우리말 한자어에는 약 25%가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이다. 한글 전용론자들은 동음이의어를 앞뒤 문맥으로 알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이미 한자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실상은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이 동음이의어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설령 한자를 아는 사람이라도 동음이의어를 한글로만 표기하면 언어생활에 꽤 혼란과 혼동을 초래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데, ‘다문화 가정’, ‘다문화 센터’라는 표현이 그것이다. 그런데 어떤 유명 인사는 ‘다문화 센터’를 ‘우리의 전통 차(茶)를 마시는 곳’, 즉 ‘茶文化’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노조 전임자의 ‘전임자’라는 말이 ‘전에 노조에 근무한 적이 있는 전임자(前任者)’인지, ‘지금 노조 업무만 전담하는 전임자(專任者)’인지 몹시 혼동된다. 또한 ‘대표팀 5연패’라는 말에서는 ‘연달아 이긴 5연패(連覇)’인지, ‘연달아 진 5연패(連敗)’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 회사에 대한 감사’는 ‘고맙다는 감사(感謝)’인지, ‘조사한다는 감사(監査)’인지 혼란스럽다.
한자를 몰라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를 구분하지 못한 결과, 우리의 문화가 담긴 어휘를 영어나 외국어로 번역할 때 웃지도 못할 오역(誤譯)이 벌어지는 사례가 허다하다. 어느 지방의 ‘김치축제’를 알리는 유인물에서는 ‘忠壯祠(Shrine)’라고 해야 할 사당(祠堂)의 영문표기를 ‘충장사(忠壯寺)’라는 절로 알고 ‘Temple’로 표기했으며, ‘향교(鄕校)’는 교량(橋梁)의 뜻인 ‘Bridge’로 표기했다고 한다.
또 어느 대학에서는 ‘○○○ 絞首 정년퇴임’이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린 적도 있다. 다른 곳도 아닌 대 학의 영자신문(英字新聞)에서는 ‘주간교수(主幹敎授)’를 ‘Weekly Professor(週刊敎授)’로 표기한 적도 있다. 또 어느 대학의 신학선언문에서는 ‘세계선교사(世界宣敎史)에 유례(類例)가 없는’이라는 뜻의 영문을 ‘유래(由來)가 없는’으로 이해하여 ‘unprecedented; unexampled’라고 표기해야 할 것을 ‘without origin’으로 표기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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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한자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한 원천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도외시하니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이나 헛발질만 하는 식의 문제인식과 문제진단만 중구난방으로 나오는 실정이다. 이는 『한자·한문 인문학으로 본 한국사회 大觀』에서도 밝혔다시피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이다.
그런 측면에서 유학경전 공부를 단순히 고전(古典)이라는 차원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우리말이자 한국어인 한자어를 부활시키고 이를 우리 언어의 제자리로 돌려 놓자는 뜻도 있다.
위 EBS 프로에서 밝힌 실태는 ‘한글전용’이라는 언어·문자 정책이 빚은 일종의 ‘초고층의 저주’나 ‘이카루스의 추락’(조순 前 서울대 교수, 부총리, 서울시장은 이를 ‘3류 국가로의 전락’이라고 표현하였다.)의 징조이다. 그럼에도 초등학생 학부모 89.1%와 교사 70%의 ‘漢字교육 도입’에 대한 찬성 여론과 각계각층의 호응을 토대로 실시하기로 한 초등학교 한자 교육 정책에 대해서 문재인 집권세력은 2018년에 폐기하였다. 그 후과(後果)는 한국사회의 (···) 추락과 전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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