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인생
최의상
나는 혼자 음식점에 들어가기를 두려워 했다. 커피숍에 혼자 들어가는 것도 꺼려 했다. 집 밥이 좋고, 집에서 마시는 커피가 좋다. 그러고 보면 나는 사회성이 부족한 모양이다.
나는 지금도 카세트녹음기로 옛날 노래를 듣는다. 아날로그로 촬영한 테이프나 영화를 삼성재생기에 넣어 구경한다. 음악카세트가 수백개 있고 기록영화등 테이프가 300여개 이상되고 이들 테이프를 재생하기 위한 전자제품이 여러개 준비 되어 있어 언제든지 넣으면 화면이 나타나게 준비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변환되어 좋은 사진기가 구석에 보관되게 되었으나 가끔 열어 보며 아날로그시대 사진촬영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디지틸 시대가 된 후 음악과 영화는 CD. 와 USB로 보게 되어 CD 플래이를 사게 되고 CD와USB로 음악을 듣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CD를 구입한 적이 없는데 CD가 300여장 이상이 존재하고 영화 CD가 400여장 이상을 소유하게 되고 영화테이프를 200여개 소유하게 되었다. 내가 재수가 좋은 것인지 아니면 그 쪽 방향에 관심을 가져서 그런지 버리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발견하여 불로소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고로 내 방에는 아나로그와 디지탈시대를 동시에 맛볼 수가 있게 되었다.
아내는 인공신장실에서 투석을 해야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월, 수, 금요일에 3시간 씩 투석을 하는 동안 나는 기다려야 한다. 처음에는 병원 휴게실을 이용하였으나 병원확장으로 쉴만한 장소가 없어 지하실 주차장 차내에서 시간을 보내자니 더워서 있을 수가 없다. 사방을 둘러보았다. 투썸커피점이 보였다. 평소 이 건물을 지나치며 젊은이나 학생들이 커피 마시며 공부하는 곳으로만 생각하였다. 아날로그 방식의 사고방식이였다.
오늘은 이 투썸커피점이 어떻한 곳인지 탐방하기 위하여 들어가 보기로 하였다. 나는 문을 열기 전에 좌우를 살펴 보았다. 늙은이가 저런 곳에 왜 들어가려고 하나 하고 욕하는 것 같았다. 용기를 내어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섰다. 텅 빈 넓은 홀에 의자들만 가즈런히 놓여있다. 멋쩍은 심정이 되어 커피 주문 판 앞에 서서 어떻게 주문하는 것인지 궁금하여 우물쭈물하자 점원이 "제가 도와드릴까요"하여 도움을 받아 커피를 주문하는데 이름도 모르는 커피 이름을 더듬다 커피라떼라는 것을 지목하였다. 점원에게 나는 물어 보았다. "시간 제한이 있나요"하고 물었다. 오래 계셔도 좋다고 하였다. 완전히 촌스러웠다. 아나로그인생이었다.
인생으로 탄생하여 처음으로 들어온 투썸커피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두시간 이상을 인터넷하며 커피 마시며 시원한 시간을 보냈다. 아내가 투석이 끝나는 날은 기약이 없다. 하늘나라로 가는 날이 투석이 끝나는 날이다. 나는 그 날 까지 이 투썸커피점의 신세를 져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한 편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였다.
첫댓글
아날로그 인생~!
공감이 갑니다. 선생님.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세대의 적응.
부끄러운 일이 아님에도 젊은이들 눈치를 보고
쭈빗거리는 자화상이 바로 저의 모습이랍니다. ㅎ
선생님, 커피숍에서 편안하게 기다리면서 좋은 글 쓰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