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만의 가뭄이라고 한다. 소양강댐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텔레비전에서 볼 때면 가슴이 타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찌 소양강만 그렇겠는가. 전국의 4대강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강과 하천이 말라 바닥을 들어내며 물고기가 굴비가 되고, 논과 밭에는 애써 심어놓은 농작물들이 고사하는 가운데 이대로 가면 곧 식수마저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하는 전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흐린 날씨 속에 비가 내린 흔적이 있어 그래도 다행이라며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그러나 먼지만 살짝 적시고 갔을 뿐 애타게 기다리는 비는 하루 종일 구름만 낀 가운데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메르스 탓에 외출을 삼가 한 채 텔레비전 앞에 매달려도 보지만 방송국들 역시도 메르스의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에라! 바람이나 쐬자며 인근 산업단지공원을 찾은 것이다. 마침 토요일 오후였고,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 운동을 나온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을 잇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운동기구 위에 올라가 팔과 다리를 굴리며 그네를 뛰듯 운동에 열심인 사람도 보인다.
가뭄에 말라죽은 나무들 너무 많아 속상해 _1
그런데 앞에 보이는 것이 예사롭지가 않다. 가까이 가서보니 가뭄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 분명해보였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 주목이 아닌가. 사람으로 말하면 생때같은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한 것이었다. 올 봄에 거시적인 식목행사를 치르며 시청 공무원들과 시민, 학생들이 정성을 모아 심은 나무였는데 이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어디 주목나무 뿐이겠는가. 관심을 갖고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주위에는 연산홍을 비롯하여 상수리나무와 느티나무 등 수많은 나무들이 타들어가거나 이미 말라깽이가 되어버린 지도 오래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곳 공원에 있는 나무들이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무 뿌리부분의 구덩이에 물은 준 흔적도 있는가 하면, 호스를 연결하여 스프링클러를 돌리며 가뭄 극복에 애쓰는 직원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가뭄에 말라죽은 나무들 너무 많아 속상해 _2
그러나 공원을 찾는 사람들도 메르스의 영향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전에처럼 많지 않았으며, 나무들이 이렇듯 많이 말라죽어가고 있었지만 누구도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보기에는 그냥 쉽게 이곳에 나무가 심어져 있어 보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곳 식목일 행사에 직접 참여하여 나무를 심어 보았거나, 나무가 심어지는 과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참하 모른 척 지나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농장에서 몇 년 동안 자란 묘목을 운송하여 옮겨심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그 비용 또한 이루 말할 수가 없이 큰 것이다. 고사된 주목나무의 크기로 보아 그 정도라면 농장에서의 가격만 하여도 10만 원 이상은 족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저기 곳곳마다 돌아보았다. 봄이면 그토록 눈길을 사로잡던 붉은 연산홍 꽃나무들이 진달래와는 다르게 가뭄에 약한 것으로 보였다. 군데군데 무리지어 심어놓은 곳마다 벌겋게 물들어 있었고, 손으로 만져보았더니 바스락 으깨지는 이파리들과 함께 이미 떨어져버리고 앙상한 대만 남은 곳도 많았다. 그리고 활엽수로 느티나무와 상수리나무도 이렇듯 처참하게 말라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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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말라죽은 나무들 너무 많아 속상해 _4
올 봄 나는 이곳에서 나무 심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하였고, 푸르게 잘 자라주기를 바라며 우거진 나무숲속의 그늘을 상상해보며 더없이 좋아했었다. 땅에서 자라는 나무라고 하여 그냥 심어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누구를 원망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이곳을 산책하고, 또 운동을 나온 사람들이 자신의 집 정원수가 이 지경이 되어 죽어가고 있었다면 모른 척 할 수 있었겠는가 싶었다.
시민들 모두가 다 같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의 공원이라고 하여도 내가 찾아와서 즐기고 이용한다면 그것은 내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가 주인 된 마음으로 관심을 갖고 미리 신고 전화라도 한통 해주었더라면 이렇게 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공원을 찾아와 보지 않았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수원시에서 시민기자제도를 만들어놓은 것도 이런 일과 무관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우리 생활주변에서 작은 일 하나라도 속속 찾아내어 사전에 막을 것은 막고, 큰일 당할 것은 작게 원만히 해결함으로서 행정의 원활을 기하고자 함이 그 목적이 아니었겠는가. 발바리처럼 눈 코 귀 크게 벌리고 싸다녀야겠다며 마음을 굳게 다져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