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고 싶다며, 명예퇴직을 한 후 말레이시아로 떠난 후배 교사를 만나기 위해 떠난 여행....
뜨거운 열대지방에서 차가워진 몸과 마음을 녹이기 위해 떠난 여행....
낯설음 속으로 풍덩 빠져보고 싶다는 유혹에 빠져 떠난 여행...
어쨌든 그러저러 여러 가지 이유로 떠났습니다.
비행기 왕복표와 호텔 예약권만 갖고 떠났기에 좀더 몸과 마음이 힘든 여행일 거라 예상하면서...
그리고 그 예상은 딱 들어맞았습니다.
오후 4시에 출발, 쿠알라 룸푸르 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9시 50분!
그런데 도대체 어디로 나가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 함참 헤맸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출국장과 입국장이 함께 있어서 떠나는 사람, 도착한 사람이 뒤섞여 어수선해서였고요.
또 외국항공기 입국자들은 기차를 타고, 또다른 장소(입국수속과 짐 찾는 곳)로 가야했기 때문이었지요.
도착한 날부터 땀 꽤나 흘렸습니다.
겨우겨우 재숙 샘 내외를 만나 호텔로 향했죠.
그런데 이게 또 웬일?
호텔 이름을 네비에 찍어도 안 나오는 거예요.
알고 보니 호텔 이름은 'The Royal KL(쿠알라 룸프르의 약자)'이라는데 이름이 바뀌어서 '코로나데 호텔'이 되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사람들, 이름이 바뀌었다면서 호텔 간판은 그대로 '호텔 로얄'인 거있죠? 참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이름이 바뀌었다면서 왜 간판은 바꾸지 않는건지...
뺑뺑 돌다, 겨우겨우 11시도 훨씬 넘어 호텔을 찾고...재숙 샘 내외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자, 이제부터 이틀 동안은 공부하고 연구하며 여행을 하는 겁니다.
하루 동안 쿠알라 룸푸르를 자세히 알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것은 시티 투어입니다.
쿠알라 룸푸르 시내를 돌면서 원하는 곳에 내려 구경하다, 그곳에서 또 다시 탈 수 있는 관광 시스팀이죠.
말하자면, 'Hop on, Hop off City Tour'
하루 24시간 티켓은 38링깃, 48시간 티켓은 65링깃입니다.
하루만 돌아도 중요한 곳은 거의 다 돌 수 있지요. 물론 '수박 겉핥기일 수는 있어요.
원하는 곳에 내려서 구경하고, 다시 그 정류장으로 와 30분 정도 기다리면 다음 버스가 오지요.
몇 군데 시간을 들여 볼 곳을 정하고,
호텔에서 가까운 부켓 빈탕으로 갔습니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명동 또는 압구정동 쯤이라고나 할까요? 지금은 아침이어서 한가한 편....저녁에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라고 합니다.
가장 큰(?) 쇼핑센터라고 할 수 있는 파빌리온.....
좌우로 엄청나게 큰, 우리나라에서는 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쇼핑 센터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경제계를 주름잡고 있는 중국계 사람들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요?
어떤 건물이든지 거대하게 짓는 것....
구경을 하면서도....표 파는 곳이 어디일까? 기웃기웃....
나이 많은 말레이시아 할아버지에게 물었더니 너무나 친절하게 가르쳐 주셨어요.
파빌리온 광장 앞에는 이렇게 거대한 곰 인형들이 나라별로 늘어 서 있습니다.
드디어....한국 곰을 찾았어요.
우리 나라 국가가 적혀있어요.
이곳 말레이시아에서도 한류 열풍이 불어, 한국말을 조금 아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고
뜻도 알 수 없는 한글 상품들이 있다더군요.
드디어......버스를 타고, 시티 투어를 나섰어요.
우리가 시작한 곳은 6번- 파빌리온 광장에서부터...
이곳은 8번 차이나 타운입니다.
차이나 타운의 거대함과 융성함, 화려함은 짐작하실 테니까...
뒷골목 사진을 올려봅니다.
허름한 골목, 삐그덕 대는 의자에 앉아 이발을 하고 있는 풍경....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에 자리 잡고, 깜장 비닐 봉지를 깔고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
이게 바로 쿠알라 룸푸르의 모습입니다.
초현대와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도시....
이곳은 10번 National Palace....
현재의 왕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물론 들어갈 수는 없었고, 밖에서만 부러운 듯 구경했지요.
말레이시아 라는 나라는 좀 독특한 정치체제를 갖고 있더군요.
말레이 반도에 11개 주, 보르네오 섬 북쪽에 두 개의 주(사라왁과 사바)- 총 13개의 주와
3개의 연방 지구로 구성되어 있어요.
연방 지구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특별시, 광역시 같은 개념에요.
(3개의 연방주- 쿠알라 룸푸르, 푸트라자야, 라부안)
9개 주의 술탄 중에서 교대로 왕을 선출합니다. 임기는 5년이고요. 하지만 실제 정치는 총리가 합니다.
왕궁 근처에서 놀고 있는 사이,
그 다음 버스가 도착했어요.
이번에는 색깔이 조금 다르지요? 하지만 이층 버스여서, 도시를 꿰뚫어불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그 다음에 간 곳은 Little India...
그런데 아쉽게, 인디언 거리는 오늘 문을 닫아서 구경할 수가 없었어요. 아마 일요일이라서 그런가 봐요.
그 대신, 쇼핑센터에서 책 잔치를 하고 있더군요. 70-80% 싸게 파는데,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어요.
이건 작가 싸인회 하는 풍경이에요.
말 시키면 방해할 까봐 조용히 사진만 찍었습니다.
저 남자 작가는 연신 쑥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더군요. 아마 우리나라 작가도 그렇겠지요?
이번에는 14번 Bird Park 입니다. 이 근처에는 이것 말고도 오키드 가든과 나비 공원도 있었어요.
입장료는 48링깃- 우리나라 돈으로 약 2만원 정도입니다.
200여 종 3,000여 마리의 새가 살고 있습니다.
입구에서 맞이하고 있는 새는 각양각색의 앵무새...
이 녀석들은 사과와 옥수수를 좋아하나 봅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코코넛 하나를 시키고 앉았더니.....
각종 새들이 기웃기웃합니다.
여기 있는 새들은 모두 말레이시아인을 닮아서 순박하고 착하네요.
말레이시아 사람들 얼굴을 보면 어찌나 착해보이는지요.
잘 웃고, 친절한 사람들....
공작은 저렇게 이쁜데, 목소리는 영~
눈 꼭 감고....모르는 척하고 있는 올빼미...
이렇게 빨간 새는 처음 보았어요.
열대 나라에 오면, 색깔의 잔치가 벌어지는 것 같아요.
과일도 울긋불긋
동물도 울긋불긋
건물 색깔도 울긋불긋(건물 색깔은 약간 파스텔 톤에 가깝지만 어쨌든 회색 건물들만 있는 게 아니어서 참 좋아요~)
날이 더워 그런지
두 다리로 서 있는 놈, 한 다리로 서 있는 놈, 엎어져 있는 놈, 자빠져 있는 놈, 각양각색의 폼을 잡고 있는 홍학들....
새들과 얘기하다보니, 어느 덧 점심 때가 지났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무조건 말레이시아 음식만 먹자...했지요.
그래서 먹은 음식은....
후라이드 미 막 스타일- 김성숙 선생님
여기서 미(Mee)는 국수를 말하는 겁니다.
이건, 나시 꼬렝(볶음밥 종류)
제가 먹은 음식이에요. 나시(Nasi)는 쌀을 말하는 겁니다.
흠....가격도 비싸고 좀 짜긴 했지만 맛은 괜찮았어요.
새 공원 바로 앞에 있는 Orchid Garden(난 정원)
온갖 종류의 양란이 화알짝 핀 모습...
그런데...
꽃이 너무 화려하고, 크니까 왠지 정이 가지는 않아요.
우리 나라 들꽃처럼 작은 꽃이 더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버스를 기다리며....
여기서 버스를 타면 15번 National Mosgue...
말레이시아는 인구 2,500만 명
인구의 60% 이상이 말레이 반도에 살고 있어요.
이 중 말레이인이 50%
중국계가 25%(어떤 책에는 29%로 나와 있어요.)
인디아계가 8%(이들은 대부분 가장 낮은 일을 하고 있으며, 영어를 못 합니다.)
기타 10%(그 옛날 이곳을 지배했던 영국, 포르투칼, 덴마크 후손들)
이것 국립 모스코에서는 만 명이 기도할 수 있는 기도실이 있답니다.
기도 시간을 약간 넘겨 가는 바람에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어요.
이런 면에서 이슬람은 엄격합니다.
말레이시아가 자랑하는 건물- 페트로나스 투윈 빌딩
정유회사 페트로나스 사의 사옥이지요.
88층, 452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이에요.
쿠알라 룸푸르를 대표하는 건물로서 각종 영화에도 등장합니다.
한 쪽은 한국이, 한 쪽은 일본이 지었다 해서
더욱더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요.
일본사람들이 더 먼저 지었는데, 한국 사람들이 짓는 건물이 빨리 완공했다는 소문- 믿거나말거나...
빨리 지은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것 같아, 저는 별로 듣기 싫었답니다.
두 건물 사이에 있는 쇼핑센터 수리야 KLCC
쇼핑센터를 몇 개 보았는데
다 이렇게 거대하고, 이렇게 둥근 스타일입니다.
빨간 등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은, 곧 다가올 설 준비 때문이지요.
어쨌든 중국인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돈의 힘!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그런데 그늘로 가면 그래도 제법 시원합니다.
열대 지방이어도, 이파리도 떨어지고, 바람 부는 느낌도 다르고...
계절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듯하네요.
요 며칠, 말레이시아의 날씨는 최고!
이곳은 KL Tower!
남산 타워와 비슷하지요? 느낌이...
이곳에는 올라가 볼 수가 없었어요. 너무 시간이 걸려서 그냥 눈으로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했지요.
다시 뺑 돌아
처음 버스를 탔던 6번, 부켓 빈탕으로 왔습니다.
파빌리온 지하로 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지요.
말레이시아에 오면 꼭 먹어보아야 한다는 락사...
락사는 쌀국수에 칠리 가루를 넣은 육수에 갖은 양념을 한 페라나칸식 국수 요리...
아! 여기서 또 하나 알아낸 것!
페라나칸은 말레이인과 중국인의 혼혈을 말하는 것이에요.
우리가 고른 것은 사라왁 락사...
사라왁은 보르네오 섬에 있는 주 이름이에요.
그냥 선택했는데, 맛이 참 좋았어요.
보기는 이렇게 걸죽하니 이상해 보여도....
칼칼하면서 아닥아닥 씹히는 맛(숙주)에 Very Good!
사람들로 꽉 찬 거리....
무슨 날인가....
그 비싸다는 불꽃놀이도 벌어집니다.
오랫동안, 멋지게...
쿠알라 룸푸르는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팔딱팔딱 살아 있는 생선 같은 도시입니다.
온갖 종류의 인종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운 나라, 말레이시아...
첫 날의 모험을 이렇게 마칩니다....(2편으로)
첫댓글 지의가 5월 수학여행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간대요.
어머나! 미국으로 안 가고? 하지만 한번 또는 두번쯤은 가볼만한 곳이에요.
아우...부러워라..흑..따뜻한 남쪽 나라로의 여행,..
밖에서는 더워서 땀을 뻘뻘 흘리고, 안에서는 에어컨시설이 잘 되어 오슬오슬 떨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