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동행하는 바람]
해리의 일기
내가 보는 것이 무엇인지 사모님은 모릅니다
빛 중의 짧은 빛,어둠 중의 독한 어둠, 영혼 중의 쇠한 영혼
진종일 하늘에 줄을 긋는 저 작은 불꽃의 행진을 압니까?
오늘 날씨는 화창합니다
4월, 목련이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롭게 목을 빼어 사모님은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나는 햇볕 핥아요. 유리알 같은, 도로프스 같은 햇볕 핥아요. 팔방에 흩어진 내 살을 모아요.
눈 감고 실려 이댁에 온 후 아궁이마다 불구멍을 터놓았습니다. 불과 불이 반란했습니다. 막힌 둑 허물어 그들을 해후하게 했습니다. 꽃밭을 달리며 이 천지를 찬송하였습니다.
아, 따스한 열기, 나는 내 엄마의 애처러운 만류의 부르짖음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아니 되어 구속되었습니다.
나는 꿈을 꾸지 않습니다.
사모님이 화내는 소리, 밥그릇에 생선뼈 쏟아지는 소리, 혀꼬부라진 불평 소리, 저 골목을 짓이기는 바퀴소리, 서러운 휘파람 소리, 먹칠하는 귓속, 떠나가는 귓속, 꿈꾸지 않고 나는 듣습니다.
글짓기 제목은 무엇으로 할까요?
"해리로 해라." 사모님의 대답은 단호했습니다.
"해리는 바보, 해리는 먹보, 해리는 심술쟁이, 불쌍한 해리, 해리를 사랑하겠어요."
작은아씨의 글짓기는 끝났습니다. 나는 나팔을 크게 불어 여섯살 주인 도련님의 귀가를 울부짖었습니다.
도련님의 뺨이 내 뺨을 부빕니다. 해리야, 해리야. 네, 도련님, 아, 도련님. 나는 정성을 다하여 그 뺨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에이 더럽다. 손 씻어라."
사모님의 목소리는 젖내같이 뽀얗고, 사모님의 눈은 가을 물가에 부는 바람 같이 싸늘하고 맑았습니다.
사모님,
무심한 사모님.
나보다 장미를 장미보다 편지를 편지보다 노래를 더 사랑하는 사모님.
사모님은 도련님을 부러워하고 있었습니다.
...............
*해리-집에서 기르던 강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