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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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25 13:03
28집 작품 올립니다
정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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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겁다
산다는 것이 싱거울 때가 있다
맛 없는 것을 먹고 있다
맛은 손끝에 달려 있고
손끝은 생각의 줄기에 달려 있다
어긋한 날들이 많아
알맹이 없는 껍데기를 씹는다
살아 간다는 건
거친 음식으로
배고픔을 달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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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무엇을 찾고 있나요
가방 안에도
장롱 속에도 안 보이는데
어디쯤에서 다
놓아 버렸나요
허전하신가요
집 안 에도
집 밖에도 없는데
아직도 찾고 있나요
새털 구름처럼 흩어져 버린
스무 살의 꿈
그 꿈속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찾고 있나요
열쇠를 잃어버린 집
지나 가세요
그냥 지나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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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
저 혼자 붉어져 있다
통증, 있었겠지만
푸른 본색을 훌훌 벗어 버리고
저리 물들 때까지
신부전증 환자의 혈액 투석처럼
피를 바꾼 것이다
무성한 여름
후미진 덤불 속
누구도 모르는 겹겹의 사연
똬리를 틀고 있었는지
푸석 푸석 부어 오른 몸뚱이로
돌아 눕는 소리
장마 끝 불은 물소리 같은
울음 들렸다
그렇게 사는 것이 길이었기에
평생을 걸려 색깔을 바꾼 것이다
활활 타오르는 가슴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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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
내 마음의 驛舍에는
작은 매표소 하나 있다
사람을 만나
그 내면의 구간으로 들어 갈 때
마음 한조각 떼어내어
얇게 밀어 꽃잎처럼 내미는
차표 한 장
文字가 들어있는 미소
종착역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 역에 도착하는
아주 저렴하게 멀리 가는
완행의 표를 판다
차창 밖 그 사람의 골짜기가 보이는
조용한 산길을 지나는
기차를 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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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다
평생 하던 일을 접었다
손끝에 만져 지는 것이
없다
뒤돌아 보니
절제 없이 울퉁 불퉁
많이도 그렸다
산을 찾아
구름처럼 떠 다니던
몇 년은
살아온 그림의 윗부분
푸른 하늘
바람 부는 날
잠시, 어지러운 풍경들이
올려다 보고
눈시울 붉히는
텅빈 하늘을 그리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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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집 작품 올립니다/ 정해영
꽃나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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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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