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1번가 생뚱맞은 문화재에 이런 속사정이[경기 별곡] 안양 3편, 안양중앙시장과 삼덕공원
안양1번가 생뚱맞은 문화재에 이런 속사정이
[경기 별곡] 안양 3편, 안양중앙시장과 삼덕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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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예술공원에서 기대하지도 않았던 수확을 거둔 이후, 과연 안양의 시가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흔히 안양의 번화가라 불릴 만한 장소들이 여러 군데 있다고들 한다.
우선 1기 신도시였던 평촌, 범계역 부근은 안양시청과 백화점 등 상업시설이 집중적으로 밀집해 있고, 과천에서 가까운 인덕원역도 안양시의 주요 상권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안양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거꾸로 돌이켜 본다면 그 중심에는 바로 안양 1번가로 대표되는 안양동이 있었다.
과거보다 위상이 많이 떨어졌지만 현재도 안양을 대표하는 중심 상권인 안양 1번가는 안양역의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그 역사는 1905년 1월 1일 경부선 개통과 함께 안양역이 생기던 시절로 거슬러 간다. 안양역이 점차 발전하면서 주변에 크고 작은 식당과 옷가게 술집 등이 들어오면서 번화가의 기틀이 마련되었다.
사람들이 자주 드나드는 역은 자연스레 규모가 커지게 되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1990년대에 안양 최고의 번화가이자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모임 장소로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아마 수도권 서남부에 살았던 사람들은 안양 1번가에 한 번쯤 가봤을지도 모르겠다. 평촌신도시가 점차 규모를 확장해가고, 안양역에 있던 백화점도 자리를 옮겼지만 현재도 그 명성은 식지 않았다.
예전에는 안양일번가 앞 벽산사거리에서 조폭들이 공기총으로 총격전을 벌였던 사건도 있었고, 구석지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도 심상치 않게 보였지만 현재는 CCTV가 골목마다 설치되어 있어 현재는 안심하고 어디든 다닐 수 있다. 번화한 안양 1번가에서 남부시장 쪽으로 가다 보면 도회지 속에서 갑자기 한옥양식의 건물이 눈길을 반기고 있다. 요즘 들어 뜨거운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는 옛 서이면 사무소가 바로 그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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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안양의 행정을 담당했던 구 서이면 사무소 안양1번가에서 남부시장으로 내려가다보면 한옥건물이 보이는데 1917년 지금의 자리에서 한동안 안양행정을 담당했었던 면 사무소로 쓰인 건물이다. 문화재로 지정되어있지만 건물의 친일 논란과 상권을 방해하는 저해요소로 꼽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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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안양이 시흥군 서이면 이었을 때 1917년 지금의 자리에 면사무소로 지어졌고, 1949년 시흥군 안양읍으로 승격되면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안양의 행정관청 역할을 했었다. 현재 내부에는 일제강점기 유물과 사료 및 안양의 애국 인물에 대해 전시되어 있으며, 당시 면사무소의 모습을 실제로 쓰던 필기구는 물론 소품들도 가지런히 배치했다.
하지만 대들보에서 발견된 상량문에 "대정 6년(1917년) 조선을 합해 일본의 병풍으로 삼는다"고 적혀 있고, 또 상량식을 일본 천황 생일에 치르고, 초대 면장이었던 조한구 주임이 조선총독부로부터 두 차례 훈장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친일 문화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주변 상권이 문화재 보호구역이라는 개발제한까지 휘말리면서 안양 1번가 상권의 쇠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게 되었다. 그야말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필자도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무어라고 단정 짓긴 힘들다.
물론 상인들과 주민들의 생계가 걸린 일이라서 더욱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기에 무조건적인 보존만 고집할 순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100년이 넘은 문화재이고, 일각에선 안양 예술공원으로 이전하란 이야기도 더러 있지만 문화재는 제 자리에 있을 때 그 가치가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 역사이기 때문에 내부를 친일 행적을 알리는 전시관으로 좀 더 꾸며놓으면 어떨까 하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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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인 안양중앙시장 안양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자리잡은 안양중앙시장은 그 크기 만큼이나 품목도 다양하고, 특히 먹을 거리가 많아 젊은 사람들도 꽤 많이 찾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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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상념에 잠기며 1번가를 지나 안양중앙시장으로 향한다. 안양 1번가가 젊은 사람들의 성지라면 안양중앙시장은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안양 최대의 전통시장이다.
어르신들이 잡화와 반찬거리를 사러 시장을 찾는다면 젊은 사람들이 시장에서 주로 찾는 장소는 일명 먹자골목이다. 곱창골목, 김밥골목, 떡볶이 골목 등 시장의 골목길마다 비슷한 먹거리 가게가 몰려있기에 먹고 싶은 것을 마음속으로 생각한 후 마음에 드는 가게에 앉아 싸고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면 된다.
시장마다 명물이 있지만 안양중앙시장은 특히 곱창골목이 유명하다. 35년 넘게 시장의 한 골목을 지켜온 곱창골목은 30여 개의 순대 곱창집이 모여 있어서 순대곱창의 매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골목을 타고 시장을 찾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나도 그 유혹을 못 이겨서 사람이 적당히 붐비는 집을 찾아 순대곱창을 한번 주문해 보았다. 다른 순대곱창집처럼 순대와, 돼지곱창, 당면, 양배추, 깻잎을 매콤한 양념에 볶아낸 평범한 순대곱창이지만 이 시장의 순대곱창은 안양중앙시장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았다.
한 입 두 입 정신없이 흡입하다가 어느새 순대곱창은 바닥이 났다. 뭔가 허전하다 싶을 땐 볶음밥이다. 철판에 노릇노릇하게 볶아진 볶음밥은 순대곱창과 다른 매력이 있다. 시장을 나오며 소소한 행복을 한 아름 얻고 나온다.
배도 부르니까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바람이나 쐬며 다음 일정을 하기 위한 충전을 하려 했다. 하지만 중앙시장의 맞은편에 위치한 삼덕공원은 일반 공원이라 하기엔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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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덕공원에 축소 복원되어 있는 구 삼덕제지의 굴뚝 안양시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삼덕공원은 삼덕제지의 공장부지였다가 땅을 기부하면서 새롭게 공원으로 태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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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바로 공원 한가운데 공장 굴뚝이 외로이 서 있었다. 굴뚝 한편엔 삼덕공원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글과 사진자료가 패널에 세겨져 있어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알고 보니 원래 공원은 1961년부터 인쇄용지를 생산하는 공장의 부지였는데 2003년까지 40년 넘게 굳건히 사업을 이어간 삼덕제지가 공장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이 공간이 비게 된 것이다.
이 자리가 안양역에서 멀지 않고, 나름 안양의 중심가였던 만큼 상업용도나 주거용 도로 재개발했으면 회사 차원에서도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모른다. 허나 삼덕제지의 전재준 회장은 이 땅을 안양시에 기부해 시민공원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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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덕공원을 기부한 전재준회장 삼덕제지의 공장부지를 기부하기 까지 큰 공헌을 한 삼덕제지의 전재준 회장의 흉상이 공원에 남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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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를 기리기 위해 공장에 있던 굴뚝을 33프로로 축소한 모형 타워를 공원 한가운데 세운 것이다. 도심지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은 안양시민의 축복이라 할 만하다. 한때 서울 남부의 공업도시로만 여겨졌던 안양이 뜻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도시의 정체성을 새로이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제 안양 도심의 여행길은 안양천으로 이어진다. 안양시를 관통해서 광명, 금천구, 영등포를 거쳐 한강으로 합류하는 안양천은 한강의 중요한 지류 중 하나다. 자전거 도로도 잘 구비되어 있고, 산책길을 따라 서울까지 이어지므로 출, 퇴근하기 위해 안양천을 이용하는 사람도 심상치 않게 볼 수 있다.
지금의 깨끗한 생태하천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에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었다. 그 전에는 급격한 산업화와 안양에 산재해 있는 공장들 때문에 오염되어 접근 자체가 힘들었다고 한다. 안양천에 가까이 가면 그런 노력들을 엿볼 수 있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 안양천 생태이야기관으로 가면 그 노력의 과정과 지금 안양천의 생태를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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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천 생태 이야기관 안양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안양천은 안양시민의 사랑을 특히 많이 받는 공간이다. 예전에는 죽음의 강으로 유명했으나 점차 생태계를 회복해 가고 있다. 안양천에 위치한 생태 이야기관에서 그 과정을 엿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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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안양천에 서식하는 식물과 조류 등의 생활방식을 다양한 기법의 전시를 통하여 흥미를 돋우게 만들어주니 한 번쯤 방문하는 것도 어떨까 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안양 여행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안양의 문화적 유산이 풍부함을 새삼스레 느낀다. 이제 안양의 현재와 미래라 할 수 있는 평촌 신도시로 넘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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