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문제를 알고 있다.
몸이 느낀 하나의 기운
나는 당신이 감각 느낌을 확실히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감각 느낌(felt sense)은 정신적 경험이 아니라 '신체적인 경험'이다. 상황이나 개인, 사건에 대한 몸의 자각이며, 특정 시간에 특정 주제와 관련하여 당신이 느끼고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내면적 기운'이다. 모든 것을 품고 있다가 하나하나가 아니라 갑자기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당신에게 알려준다. 하나의 취향이라고 생각하자 면, 강력한 충격을 느끼게 만드는 거대한 음악적 화음이 거나 모호한 느낌의 대규모 돌림 노래이다.
감각 느낌은 생각이나 단어 또는 다른 분리된 단위의 유형이 아니라 단일한 몸의 느낌으로(종종 매우 당혹스럽고 복잡한 형태로) 다가온다. 감각 느낌 자체가 단어로 표현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말로 설명하기도 쉽지 않다. 심리 치료사들(대부분의 다른 모든 사람들과 함께)도 대부분 발견하지 못하는 깊은 내면에 존재하는 낯선 자각이다.
당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편의상 존과 헬렌이라고 부르고, 이들이 당신의 지인을 대신하는 역할을 한다고 치자.
당신의 마음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가게 만들라. 당신의 관심이 존에게 쏠려 있을 때 나타나는 내면적 기운인 '존의 모든 것’이라는 느낌에 주목한다. 그와는 완전히 다른 '헬렌의 기운'에도 주목하라.
각각의 사람을 생각할 때의 내면적 기운은 개별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헬렌을 생각한다고 해서 그녀의 모든 신체적이고 개인적인 특성을 하나씩 공들여서 목록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가령 ‘오, 그렇지. 그녀는 키가 170센티미터 정도 되고, 금발에 갈색 눈을 가지고 있으며, 귀 옆에 작은 점도 하나 있어. 높은 톤으로 말하고, 쉽게 화를 내고, 극작가를 꿈꾸고, 중국 음식을 좋아하고, 체중을 줄일 필요가 있고··'처럼 말이다. 그녀와 당신과 관련된 세부 내용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헬렌을 설명해 주는 수백만 가지의 확실한 자료가 있더라도 생각처럼 하나씩 전달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몸의 느낌으로 당신에게 한꺼번에 전달된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당신이 보고 느끼고 함께 살면서 축적된 수천 가지의 자료를 포함하는, '헬렌의 모든 것’이라는 인식은 몸이 느낀 하나의 커다란 기운으로 모두 한꺼번에 다가온다.
'존의 모든 것'이라는 인식도 같은 방식으로 전달된다. 존의 생김새, 말투, 그와 처음 만난 장소, 그에게서 원 하는 것, 그가 어제 말한 내용, 그에 대한 대답으로 당신이 말한 것 등을 포함하는 아주 커다란 용량의 자료이다. 정보의 양은 믿기 어려울 정도지만 당신이 존을 생각하는 순간, 관련된 모든 사실과 느낌들은 모두 한꺼번에 다가온다.
몸이 해답을 알고 있다
수천 가지 항목의 정보들은 어디에 저장되어 있을까? 바로 당신의 마음이 아니라 몸이다. 몸은 생물학적 컴퓨터이며, 막대한 양의 자료들은 당신이나 어떠한 외부적 사건으로 인해 호출될 때 즉각 당신에게 모두 전달된다. 생각은 많은 지식의 항목들을 수용하거나 그와 같은 속도로 전달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헬렌과 그녀와의 관계에 있어서 당신이 아는 모든 정보의 목록을 만든다면, 아마 인생에 남아 있는 시간을 모두 소요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몸은 '헬렌의 모든 것'을 하나의 크고 풍부하며 복잡한 경험으로 구성된 전체적인 감각 느낌으로 전달해준다.
핵심을 좀 더 확실히 이해해 보자. 헬렌과 대화할 때의 반응을 생각해보고, 존과 대화할 때도 생각해 보자. 당신은 존과 헬렌과 대화할 때 자신의 내면을 바꾸는가? 그렇다면 내면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사적으로 헬렌과 대화하는데 뜻밖에 존이 방으로 걸어 들어온다면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때는 헬렌뿐만 아니라 존에 대한 당신의 감각 느낌도 함께 공존한다.
내면의 변화는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니다. 당신은 ‘맞아, 이 사람은 헬렌이고 그녀와 있을 때 나는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사고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 '왜 나는 헬렌과는 이런 방식으로, 존과는 저런 방식으로 행동하지? 라고 자신에게 한 번 물어보라. 해답은 당신 마음속에 없다. 오로지 당신의 몸이 알고 있을 뿐이다.
헬렌에 대한 당신의 감각 느낌에는 헬렌과 함께한 여러 상황에서 느꼈던 많은 감정들이 포함되어 있다. 아마도 그 감정 중 일부는 지금 이 시간에도 관계에서 우세함을 드러낼 것이다. 만약 현재의 우세한 감정이 ’분노'라고 하자. 당신과 헬렌은 지난밤에 격렬하게 다퉜고, 지금 그녀를 생각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분노’다. 그 감정은 아직 감각 느낌이 아니다. 헬렌에 대한 모든 것이 아니다.
감정은 종종 예리하고 명확한 느낌이며 '분노' '두려움' ‘사랑' 등 당신이 잘 설명할 수 있는 쉬운 꼬리표를 가지고 나타난다. 더 크고 더 복잡한 감각 느낌은 항상 모호한 의미를 가지며 (적어도 당신이 감각 느낌에 포커싱을 할 때까지), 대부분 간편한 꼬리표를 가지고 나타나지 않는다.
마음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만약 당신이 존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가 정해보자. 어려움을 설명하기 위해 당신은 "존과 있으면 불편하고 긴장이 됩니다. 헬렌과 함께 있으면 생기 넘치고 자유롭게 느껴져요"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런 긴장감은 '존의 모든 것'이라는 감각 느낌의 어딘가에서 비롯된다.
포커싱을 모르는 사람들은 오로지 그 긴장감만 반복해서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존의 모든 것'이라는 자신들의 감각 느낌을 고려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보다는 적겠지만 ‘내가 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상한 느낌의 모든 것’조차도 고려하지 않는다. ‘긴장’은 느낌을 가장 잘 설명한 단어일지 몰라도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긴장'이 특정 순간에는 우세한 감정일 수 있지만, 근저와 배후에는 크고 모호한 무언가가 놓여 있다.
당신은 크고 모호한 무언가를 몸으로는 느낄 수 있지만, 마음으로는 접할 수 없다. 당신의 마음은 '나는 존과 있을 때마다 놀라서 말문이 막히는 상황이 정말 싫어. 나도 편안하게 긴장을 풀고 명랑하고 자연스럽게 지내고 싶어. 왜 나는 그렇게 될 수 없지? 도대체 왜?’라고 항의 한다. 하지만 당신의 마음속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당신의 마음이 해답을 알고 있거나 상황을 제어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당신은 이성적인 과정과 노력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문제 해결을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완전히 불가능하다. 마음이 아무리 항의하고 당신이 열심히 궁리한다 하더라도 존과 함께 있을 때마다 똑같은 긴장감을 내면에서 느낀다. 긴장감은 몸에 의해 발생하며 존의 존재감에 반응한다. 이 반응은 당신의 사고 의지를 거의 전적으로 우회한다. 하지만 당신이 감각 느낌을 형성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것 이상의 효과를 얻는다.
과거 우리가 감정적 지침과 심리 치료로 간주했던 많은 부분들은 소용이 없었다. 상담자들은 우리의 느낌을 이성적으로 분석하도록 하거나 '직시'해야 한다는 점만 반복해서 강조했다.
존과 당신의 관계에서 생기는 가상의 어려움을 한 번 더 살펴보고, 우리가 그 문제에 접근하는 가장 흔한 방법 중 몇 가지를 알아보자.
1) 문제 축소하기
당신은 당신 문제가 존재하지 않거나 걱정하기에는 너무나 사소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런 어리석고 사소한 일로 내가 괴로워해야 한다니, 말도 안 돼"라고 말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변화를 가져 올 수 있을까? 아니다. 다음에 당신이 존을 만나면 '사소한‘ 문제가 큰 문제로 나타날 것이다.
2) 분석하기
‘존은 확실히 아버지를 떠올리게 해. 나는 항상 아버지 에게서 위협을 느꼈고, 아버지는 늘 자기 확신에 차 있었지. 존도 마찬가지야. 분명해. 바로 그거야·····.’
분석은 정확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것도 느낌을 바꾸지는 못한다. 당신은 존과 함께 있는 시간 전체를 미친 듯이 분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느낌이 납득할 수 없는 불편함과 긴장과 더불어 당신의 내면에 존재한다면 지난번보다 관계가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3) 느낌 제압하기
당신은 자신에게 희망적으로 말한다.
"이를 악물고 저항하며 지나가겠어. 그냥 무시할 거고 나를 괴롭히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어.”
그러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언가가 당신을 괴롭히면 어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괴롭힐 것이다.
4) 자신에게 설교하기
당신은 자신에게 엄격하게 말한다.
"지금 여기를 봐. 온 힘을 모아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멈추게 해야 해. 너는 성인이잖아, 그렇지? 그럼 어른답게 행동해! 존이 너를 불편하게 만들 아무런 이유가 없어.“
역시 효과는 없다.
5) 느낌에 휘말리기
당신은 감정에 빠져들어 이번에 다시 느끼면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다.
"그래, 존이 내 성생활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곤혹스러웠어. 난 그저 마네킹처럼 그곳에 앉아 있었을 뿐이야.
난 정말 어리석었어. 와! 정말 끔찍하다! 마치 으깨진 벌레가 된 듯한 기분이야…"
오히려 변하지 않은 느낌에 빠져들 때마다 당신은 지난번만큼 기분이 나빠진다.
이러한 접근들은 불쾌감을 유발하는 곳을 건드리거나 변화시키지 않기 때문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 그곳은 몸안에 존재하며 신체적인 것이다. 따라서 변화를 원한다면 당신은 신체적인 변화 과정을 도입해야만 한다. 그 과정이 바로 포커싱이다.
- 유진 젠들린, <힘들 때, 지칠 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