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코스 : 장릉산 쉼터 - > 솔내 공원(새솔학교)
경기 둘레길은 총 60코스, 860km이다. 그런데 지금 58코스를 걷는다면 완주까지 불과 2코스밖에 남지 않은 것이 될 것이지만 산불 예방 기간에 따른 출입금지, 겨울철 산행의 위험 등으로 차례대로 걸을 수 없어 자택과 가까운 거리의 김포 구간을 걷고 있으므로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손쉬운 구간을 먼저 걷는다면 어려운 구간만이 남기에 결코 바람직한 선택은 아닐지라도 함께 종주하였던 박찬일 사장은 투병 중이고 김헌영 총무는 시간을 내기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완주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오늘도 강선마을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일산대교를 건너가는 버스 노선이 새로이 추가되어 불과 10여 분을 기다려 2000번 버스를 타고 김포 한옥 마을 장기 사거리에서 하차하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김포시청을 가는 버스를 확인하고 있는데 마을버스 한 대가 도착한다. 김포시청 방면이었다. 10분도 기다리지 않고 버스에 승차하였으나 운전기사는 자동차 기름을 보충하여야 한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마침 버스 안에는 나 홀로 승차하였기에 운전 기사에게 염려하지 마시고 기름을 보충하시고 갈 것을 제시하니 매우 고맙게 여기며 감사합니다를 연발한다. 도보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무엇이 바빠 10여 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지 못할까 ? 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기사의 사정을 헤아렸는데 과분한 인사를 받았다.
서로가 기쁜 마음으로 김포시청에 하차하여 네이버 지도의 길 찾기를 이용하여 경기 둘레길 58코스 시작점인 장릉산 쉼터를 손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시계를 보니 09시 40분이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장릉을 품고 있는 장릉산을 왼쪽에 두고 걸어간다. 장릉산 기슭의 포장된 도로를 따라 걸어간다. 새솔 학교까지 9.3km로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이기에 59코스 7.5km까지 걸어갈 것이다. 산기슭에 설치된 사방댐을 지나며 포장도로는 흙길로 바뀌었고 육각 정자를 지나며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도 조성하여 놓았다.
김포시민들의 쉼터답게 체육시설이 설치되어있고 오고 가는 사람들이 화기 있게 걸어간다. 고려 공원에 이르는 길과 합류하면서 가는 길은 포장도로가 되었지만, 여전히 산기슭을 걸어간다.
산길의 큰길을 걸을 때면 왼쪽이나 오른쪽의 오솔길로 방향을 진입할 수가 있어 항시 신경을 쓰고 걷는데 이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길 같지 않은 작은 길(왼쪽)로 진행을 알리는 리본이 펄럭이고 있었다.
길을 걸으면서 다소 지쳐있을 때는 리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과외공부를 한 적이 종종 있었지만 걷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갈찾가 주의 지역에서 리본을 선뜻 발견할 수가 있었다.
산새들 지저귀는 소리는 정답게 들리는데 창공을 나는 비행기 날아가는 소리는 시끄러웠다. 산기슭을 내려서니 지하철 5호선 연장 및 김포 한강 2 콤팩트 시티 조성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김포의 외곽지역인 봉황로를 걸어간다. 서초고를 지나 김포가 낳은 임진왜란의 명장 중봉 조헌 선생의 아호를 딴 중봉로를 걸어갈 것을 기대하였지만 둘레길은 들판 길로 진입한다.
새 솔 학교 5.4km를 알려주며 들판 길이 시작되었다. 푸른색으로 출렁이는 물결을 기대하였지만 밭은 높고 길은 낮아 드넓게 펼쳐진 평원을 만끽할 수 없음이 다소 아쉬웠다.
인천광역시 서구 마전동에서 발원하여 김포시 감정동에서 계양천으로 합류하는 나진포천에 이르니 구두물교가 있다. 다리를 건너 굴다리를 지나 김포 대수로에 이르러 잠시 천변을 걸어간다. 천에는 물이 가득하여 보기만 하여도 배가 부르다.
천변을 잠시 걷고 싶은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둘레길은 금빛 근린공원으로 인도하였다. 산책로를 걸어가니 들판 길에서 걸었던 뙤약빛의 열기가 사라지며 시원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허산 숲길이 시작되었다. “허산은 김포시 장기동과 대곡동의 경계에 위치에 김포한강신도시와 장기지구를 남서쪽에서 감싸고 있는 해발고도 약 80m의 나지막한 산으로 금빛 근린공원과 솔터힐링숲체험원, 무궁화동산을 만날 수 있는 3.5km의 편안한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안내판에서 퍼옴>고 하였다>
100m도 되지 않은 야트마한 동산에 펼쳐진 능선이지만 오르고 내리며 새소리도 듣고 바람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야생화가 만개한 생태통로를 지나니 원생을 이끌고 자연관찰학습을 나온 듯 유치원 선생님은 어린아이들에게 숲에 대해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다.
유아들은 자연 생태계에 대해 관찰을 하고 마을 주민들은 음악을 틀어놓고 장단에 발맞추며 생기 도는 모습으로 오가고 있고 경기 둘레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힘차게 새 솔 학교를 향하여 걸어간다.
산책로에는 ‘군사 훈련장이 있습니다. 사격 훈련할 때 안내관의 통제에 협조 바랍니다’라는 격에 맞지 않는 그러나 시민의 안전을 생각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숲길을 내려서 포장도로에 이르러 숲길이 끝남을 아쉬워하기도 전에 곧바로 산길로 다시 진입하였다.
계속되는 숲길에서 발걸음도 가볍게 걸어가니 나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온다. ”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나의 마음 푸르러 청산에 살으리라, 이 봄도 산허리엔 초록빛 물들었네, 세상 번뇌 시름 잊고 청산에서 살리라, 길고 긴 세월 동안 온갖 세상 변하였어도, 청산은 의구하니 청산에 살으리라“ <김연준 작사. 김연준 작곡>
야트마한 동산의 숲, 그러나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니 어느덧 산사람이 되었는지 노래가 끝이지 않을 때 숲을 내려서니 종착지인 솔내 공원이었다. 잘 정비된 공원에는 체육시설이 놓여있고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 단위별로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