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이 담긴 새재묵조밥
소문난식당의 노부부는 자연에 기대어 사는 자연인이다. 문경새재 안에서 살 때 귀한 손님 대접했듯이 지금도 변함없이 도토리묵과 청포묵을 직접 만든다. 도토리는 문경새재 주변에서 채취한 것을 쓰고, 녹두는 계약 재배를 통해 가은 지역에서 공급받는다. 도토리와 녹두의 껍질을 벗기고, 물에 불리고, 맷돌에 갈고, 물을 넣어 치댄 뒤 끓여서 묵을 만드는 과정이 노부부가 일주일에 한두 번씩 하는 작업치고는 꽤나 고돼 보인다. 젊었을 적에는 도토리 껍질도 직접 비벼서 깠고, 불린 도토리와 녹두를 맷돌에 직접 갈아낸 것은 물론, 녹두를 비벼 치댄 뒤 고운 자루에 담아 열두 번이나 걸러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도토리와 녹두의 껍질을 벗기고 갈아내는 작업을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갈아낸 도토리와 녹두를 자루에 담아 비벼 치대고, 커다란 솥단지에 넣어 주걱으로 연신 저으며 끓이고 뜸을 들이는 일은 여전히 노부부의 몫이다. 부부의 모습에서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노련한 솜씨와 정성이 엿보인다.
[왼쪽/오른쪽]녹두가 담긴 자루를 치대고 있는 모습 / 치댄 녹두를 끓이기 위해 솥에 붓는다.
녹둣물이 솥에 눌어붙지 않도록 저어준다. 솥에 넣고 끓인뒤 찰기를 확인하는 모습. 청포묵을 틀에 담고 있다.
청포묵 쑤는 모습을 지켜보니 묵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고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지를 알겠다. 문득 녹두 한 말이면 몇 인분 정도 나올까 궁금해졌다. “할아버지, 녹두 한 말로 청포묵을 쑤면 몇 명 정도 먹을 수 있나요?” 하고 묻자 곰곰이 생각하더니 “여태껏 묵을 쑤면서 생각해본 적이 없네” 하시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40년 넘게 장사하면서 헤아려본 적이 없다니 사업 수완은 영 꽝이다. 하지만 탱글탱글한 묵을 만들기 위해 하염없이 주걱을 젓고 있는 모습은 진정한 장인의 모습, ‘느림의 미학’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각종 장류와 장아찌, 나물 등 토속적인 반찬은 할머니가 정성스런 손길로 만들어낸다. 밑반찬 역시 예전에 먹던 반찬 그대로다. 도시 사람들은 새재묵조밥 상차림을 보며 무슨 반찬인지 물어보곤 한다. 산촌의 평범한 삶 속에 숨어 있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모른다면 사람들에게 도토리묵과 청포묵은 그저 의미 없는 별미일 뿐이다.
문경의 자연과 신재생에너지 체험, 문경새재 자연생태관
문경새재 주변으로는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으로 이어지는 문경새재 탐방로뿐 아니라 문경새재 입구의 문경도자기전시관, 유교문화관, 옛길박물관, 문경오미자체험관,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등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볼거리가 넘친다. 소문난식당과 가장 가까운 문경새재 자연생태관을 둘러보자.
[문경새재 자연생태관 주변 산책로 / 문경새재 자연생태관 주변의 전통 정원
문경새재 자연생태관은 2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은 문경의 자연을 영상으로 만나보는 영상관, 신재생에너지를 체험해볼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전시관으로 꾸며졌다. 2층은 생명의 탄생에서부터 문경의 다양한 생물자원을 둘러볼 수 있는 전시 공간이다.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은 에너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느끼고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체험해보는 공간이다. 문경새재 자연생태공원 곳곳에서 풍력, 태양광, 태양열, 지열 등을 활용해 생산하고 있는 에너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체험관 내에서는 자연채광, 풍력, 태양광자동차와 가로등, 지열체험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체험해볼 수 있다. 전기가 없다는 가정 하에 어둠의 터널을 지나면서 에너지의 소중함을 마지막으로 느껴본다. 자연생태관 주변에는 화계원, 암석원, 망댕이요원, 전통 연못 등이 조성되어 있다. 곳곳에 정자와 벤치, 나무 데크 등이 있어 쉬엄쉬엄 산책하기 좋다.
문경새재 자연생태관의 신재생에너지전시관 입구 /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의 풍력체험
문경새재 자연생태공원은 문경새재 매표소에서 다리를 건너면서 시작돼 문경새재 제1관문인 주흘관으로 이어진다. 문경새재 꽃동산, 생태습지와 생태연못, 야생화원 등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데크 산책로가 인상적이다. 문경새재 탐방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주흘관을 나와 오른편 다리를 건너면 문경새재 자연생태공원을 차분히 둘러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