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근처에 있는 조그만 야산은 공원으로 조성되어있다. 구리시에서 각 종 꽃 나무들로 정원을 꾸며 놓았다.
그 중 특히 매화와 산수유가 내 마음을 끈다. 가을에 맺은 꽃눈이 겨울 추위를 이기고 봄이면 꽃망울로 변하기 시작한다. 봄 눈과 매서운 바람에도 꽃 망울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조금씩 크간다. 매화와 산수유 꽃을 빨리 보고픈 맘에 매일 밤 공원을 둘러 보았다. 한 겨울용 파카와 장갑 그리고 모자로 중무장한 나를 보고 꽃눈은 빙그레 웃으며 기다리라고 한다.
’날씨가 좀 더 풀리면 예전 처럼 저녁 식사 후 아내와 함께 공원을 함께 산책해야지‘ 아내는 문화재보수 관련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삼 사월 즈음 충청도로 파견 근무를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불현듯 설 연휴가 끝나자 곧바로 충북 청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3명인데 모두 홀로 생활하게 되었다. 아내는 청주시 아들은 미국 앨리바머주 나는 구리시에서…..
퇴근길에 장미나 후레지아 꽃 다발을 아내에게 가끔 선물하면 참 좋아했다. 꽃 다발도 좋지만 올 봄엔 집 옆 공원에 피는 매화와 산수유 꽃을 함께 보고 싶었는데…., 어쩌지?
청주로 내려가기 전에 매화와 산수유꽃을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에 기다리라는 꽃눈의 말을 잊고 까만 비닐봉지 한 개를 챙겨 어둑해지는 공원으로 향했다. 꽃눈은 작은 꽃망울로 변해있었다. 꽃병에 꽂을 요량으로 가지의 모양새를 요래조래 살폈다. 주변을 둘러 보니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작은 곁가지가 비명 지를 새도 없이 확 꺾어 비닐 봉지 속으로 집어 넣었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집으로 가져와 먼지를 씻어내고 진한 코발트 색의 크리스탈 꽃병에 꽃았다.
따뜻한 집안에 두고 매일 매일 신선한 물로 갈아주니 하루 하루 꽃망울이 커져갔다. 먼저 산수유의 꽃망울이 터지니 20여개의 꽃차례가 보이고 꽃차례 끝에 네 개의 작은 노란 꽃잎을 달고 있는 산수유꽃이 활짝 피어났다. 뒤이어 연분홍과 자색으로 채색된 매화 꽃망울이 터지며 향기를 진하게 뿜어 냈다.
다음 날 아내는 매화와 산수유 꽃을 뒤로하고 청주로 내려갔다. 몇 일간 더 피어 있던 꽃은 금방 시들어갔다. 시든 꽃과 마른 가지를 바라보면서 기다리지 못하고 꺾어버린 나의 이기심을 또 한 번 뒤돌아 본다.
첫댓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매화는 두 세개 만 피었어요^^
그 마음 사모님이 아시겠지요.
세식구가 떨어져 살게 되셨네요.
섭섭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