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시가 넘어서야 버드라칼리 학교 인근에 있는 차프라머리(Chapramari) 마을에 도착했다. 차프라머리 마을 동네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보리수나무가 서 있고 그 보리수나무를 중심으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니샤 퍼삭(가운데)와 그녀의 어머니(우)와 할머니.
우리가 묵을 숙소는 버드러칼리 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프라사드 퍼삭(Hari Prasad Parhak) 선생님 집이다. 오래된 2층 목조 건물인데 1층은 창고 등 다용도로 사용하고 2층을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몇 년 전 한국자비공덕회 회원들과 두 차례 방문을 했을 때에는 더먹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다. 그 당시에도 당초 계획은 학부형들 집에서 민박을 하기로 했으나, 현지를 답사하던 회원들이 재래식 화장실 벽에 붙어 있는 도마뱀을 보고 모두 기겁을 하며 이런 곳에서는 죽어도 잘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더먹에 있는 호텔을 급히 수배하여 묵게 되었다. 이곳 호텔은 이름만 호텔이지 게스트하우스 수준만큼도 못한 낙후된 시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토울라와 단둘이 왔기 때문에 학교 근처의 마을에서 묵기로 했다. 일정이 바쁘기도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현지에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머물러야 후원학생들의 실상을 좀더 제대로 파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2층 목조건물로 지어진 아니샤네 집에서 민박을 했다. 이곳 더운 지방에서는 뱀, 벌레 등을 피하기 위해 1층은 창고 등 다용도실로 사용을 하고 2층을 거실과 침실로 사용한다.
이곳 더운 열대 지방의 집들은 대부분 2층으로 되어 있다. 뱀이나 벌레들을 피하기 위해 2층을 주거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개굴~ 개굴~ 집 바로 뒤에 있는 논에서 개구리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담벼락과 천장에는 도마뱀들이 기어 다니고, 불나방들이 어른거린다. 모기들이 윙윙거리며 저공비행을 한다.
2층으로 올라가려면 가파른 목조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2층에는 방 2개, 거실, 그리고 부엌이 있다. 그래도 이 마을에 있는 집들 중에서 괜찮은 집을 골라서 우리들의 숙소를 마련해 준 것이다.
테라스에는 나무의자가 몇 개 놓여 있다. 우리가 묵을 방에는 카펫 위에 두 개의 작은 침대가 놓여 있고, 침대 옆에는 각각 작은 소파가 놓여있다. 조화로 장식해놓은 장식장에는 오래된 텔레비전과 오디오도 놓여 있다. 퍼삭 선생님 부부가 침실로 쓰고 있는 방인 것 같았다. 침대 위에 모기장이 둘둘 말아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모기들이 극성을 부리는 모양이다. 시토울라와 나는 같은 방에 여장을 풀었다.
▲ 2층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목조 사다리. 밤에 화장실을 가려면 이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야 한다.
퍼삭 선생님 가족은 아내와 딸, 그리고 늙은 노모. 큰 딸인 아니샤(Anisha)는 대학을 졸업하고 이 지역에서 환경 관련 공무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들은 영국 런던에 유학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낡고 오래된 집에서 생활을 하며 아들을 영국으로 유학을 보낼 정도면 학구열이 대단하다. 퍼삭 선생님의 사모님은 온화한 인상답게 무척 싹싹하고 친절했다. 그의 딸 아니샤도 아름다운 미모만큼이나 명랑하고 싹싹했다.
첫댓글 세 모녀 표정이 아주 밝네요. 아니샤는 어려보이는데 대학졸업까지 했다고요?
네, 지방공무원 일을 하고 있어요~ 우리네 집에 비하면 엄청 불편한 시설이지만
사름들은 항상 얼굴에 웃음이 있어요~
아니샤 집에 머무는 동안 덩달아 행복했어요
행복이란 편리함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행복의 조건이 우리완 달라서일까요? 그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늘 머무는 것은? 불편한 삶이지만 그속에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남아있어 그런가... 하고 짐작해 봅니다.
정말 그래요. 물론 그들도 물질적인 욕구를 추구하지만 충족이 되지 않더라도 큰 불만이 없어요. 늘 웃는 얼굴이 마음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더위에 건강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