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호남정맥 성수지맥의 임실 성수산(聖壽山 875.9m)
고려와 조선의 건국설화가 서린 천자봉조지상
새만금일보 ㅣ 기사입력 2015/05/22 [00:19]
▲ 한의산사모 © 새만금일보
<한의산사모 소개> 전북한의사회 소속 한의사와 가족들로 2010년 10월 창립된 산악회다. 고문 홍근표, 회장 이희명, 등반대장 안철호 원장이 맡고 있다. 사회적 배려대상자인 독거노인, 청소년, 장애인을 위한 의료봉사와 자연사랑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 성수산 © 새만금일보
◈개요와 자연경관
이번에는 전북한의산사모(회장 이희명) 등반대장 안철호 원장의 안내를 받아 고려 왕건과 조선 이성계의 건국설화가 서린 임실 성수산 1.2코스를 답사했다. 임금에게나 붙일 법한 성수산과 하늘에서 신이 내려와 성수만세를 부르는 소리가 이태조의 귀에 들렸다는 상이암(上耳庵)의 이름만 들어도 신성함을 느낄 수 있다. 우선 <임실군지>, <임실읍지>, <상이암사지>, <한국지명총람>에 기록된 내용을 고찰해보면 이렇다. 풍수지리에 통달한 도선국사가 성수산이 임금을 맞이할 천자봉조지상(天子奉朝地像)의 성지임을 알고 송도로 올라가 초야에 묻혀 있던 왕건에게 백일기도할 것을 권했다. 왕건이 이산에서 기도 후 목욕을 하다가 고려건국의 대망을 이룰 것이라는 영험을 받고 기쁜 나머지 그곳을 환희담(歡喜潭)으로 명명하고 바위에 새겼다. 도선국사도 이를 기념하기위해 암자를 세우고 도선암이라 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도 무학대사의 권고로 남원 운봉에서 왜구를 섬멸하고 개선 길에 성수산에서 들러 기도했다. 용이 나타나 세 번이나 몸을 씻어 준 발용대몽(發龍大夢)의 꿈을 꾸고, 산과 물 그리고 하늘 등 세 가지가 맑다는 뜻으로 삼청동(三淸洞)이라고 일필휘지했다. 왕으로 등극한 후에 사찰 이름을 도선암을 상이암으로 고쳤다.
▲ 상이암에서 본 성수산 © 새만금일보
이태조와 관련된 성스러운 지명은 임실 성수면과 진안 성수면 뿐만 아니라 백일기도를 가면서 이태조가 머물렀다는 왕방(枉訪)리, 아침 일찍 넘었다는 조치(朝峙), 수천리를 걸어서 수철리를 지나갔다는 수철리, 기도할 때 물과 산과 공기가 맑다 한 삼청동(三淸洞), 대왕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한말에는 이석용 의병장이 의병을 모아 왜군과 싸운 전적지로 역사적 의의가 큰 명산이다. 한국전쟁 때는 지리산과 회문산 다음으로 격전지였다.
산줄기는 백두대간 장수 영취산에서 분기된 금남호남정맥이 팔공산에서 서쪽으로 지맥하나를 나뉘어 놓는다. 이 지맥이 서북쪽으로 뻗어가며 마령치에서 만행산줄기를 남쪽으로 갈라놓고, 구름재 부근에서 또 다시 서쪽으로 영태산줄기를 나누고 서쪽으로 뻗어가다 성수산을 솟구쳤다. 물줄기는 남쪽은 성남제를 통하여 오수천, 북쪽은 백운천이 섬진강에 살을 섞고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행정구역은 임실군 성수면과 진안군 백운면에 위치해 있다.
◈산행안내
o 1코스 : 백운면 두원마을-장군봉-성수산-남산-905봉-861봉-마령치-임도-신암리(11.4km, 5시간)
o 2코스: 성수산휴양림-상이암-성수산-남산-905봉-성수산휴양림(6.9km, 2시간30분)
o3코스:서구리치-팔공산-마령치-861봉-구름재-905봉-성수산-장군봉-두원마을, (13,4km, 6시간)
▲ 상이암에서 정상가는길 © 새만금일보
<2코스> 산행은 성수산휴양림에 주차하고 임도를 따라 1.5km쯤 걸으면 상이암 입구에 부도가 있다. 오른쪽 임도를 따라 오르면 구름재를 지나 산 전체를 한 바퀴 종주할 수 있다. 부도 앞을 출발하여 왼쪽의 등산로를 10분쯤 오르면 너덜길을 지나 능선에 닿는다. 철조망을 우회하여 정상으로 가는 코스도 있으나, 동쪽으로 곧바로 오르는 것이 빠르다. 삼각점이 있는 정상(875.9m)은 상이암 좌측 1.5km 지점이다. 급경사 길을 지나면 멋진 암봉에 이른다. 남쪽 능선을 7분쯤 가면 삼각점이 있는 정상이다.
<2코스> 개척 산행은 백운면 반송리 두원마을이 들머리다. 마을의 수호신 느티나무 뒤 실개천의 시멘트다리를 건너 남쪽의 고즈넉한 농로를 걸으면 외딴집에 팔도명산 백운암이란 간판이 걸려있다. 묘소와 휴경지를 지나면 작은 소나무 숲으로 든다.
울창한 숲을 50분쯤 오르면 비로소 시야가 트이며 동쪽으로 대전마을과 선각산, 그 너머로 덕태산 줄기가 춤춘다. 20분쯤 지나면 밋밋하던 육산이 갑자기 칼날바위와 장군봉이 나타나 스릴을 느끼게 한다. 장군봉에서 30분쯤이면 남쪽으로 성수산이 고개를 내민다. 오름길을 가면 병풍바위가 마중 나온다. 북쪽 유등, 서쪽 주암동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면 키를 넘는 조릿대가 성가시다. 성수산에 닿으면 삼각점(임실 807)과 이정표가 있다.
정상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면 서쪽은 상이암하산길, 동쪽은 통시골의 갈림길이고 오름길에 떡바위가 서 있다. 완만한 철쭉 능선을 걸으면 남산이다. 동쪽은 신암제길 서쪽은 상이암하산길이다. 산죽 길을 헤치고 숲길을 오르면 성수산줄기에서 가장 높으면서도 특징이 없는 밋밋한 905봉이다. 서쪽은 상이암과 사근마을로 가는 임도를 만난다. 두 번째 봉우리부터 풀들이 온산을 뒤덮고 있다. 구름재에서 서쪽임도 아래로 눈길을 돌리면 대판이마을 가는 임도가 보인다. 동쪽은 백운산장과 을림마을의 하산로인데 길이 희미하다. 싸리나무 군락을 지나면 오름길이고 시멘트 구조물이 있는 861봉(깃대봉)에 닿는다.
▲ 성수산에서 본 팔공산 © 새만금일보
예전에 덕소목장이었던 드넓은 초지를 내려오면 우측은 전답을 개간하거나 관상수를 재배하고 있다. 임도를 따라가며 팔공산의 웅장한 모습과 야생화를 감상하노라면 어느덧 마령치(馬靈峙)다. 백제 때 장군의 말이 죽자 이곳에 묻은 뒤 3년 동안 밤마다 말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고개다. 동쪽은 금남호남정맥 팔공산(2.3km) 코스고, 남쪽 대성목장, 북쪽은 백운산장과 신암리를 잇는 임도다. 북쪽으로 계곡물소리 시원한 임도를 35분쯤 내려오면 을림마을 백운산장 앞 포장도로를 지나 섬진강 발원지와 데미샘휴양림으로 가는 원신암마을이다.
◈ 문화유적과 명소
<상이암> 신라 헌강왕 원년 875년 도선국사가 도선암으로 명명하여 창건하였다. 이태조가 상이암으로 고쳤다. 동학혁명 때 병화로 소실되어 1909년 김대원선사가 재건하였고 한국전쟁 때도 소실되어 1958년에 재건했다. 이태조의 친필인 삼청동(三淸洞) 비문을 안치한 어필각이 있으며, 1992년 태조고황제어필(太祖高皇帝御筆)이라는 기념비문을 세웠다. 사찰 입구에 혜월당(慧月堂)과 두곡당(杜谷堂) 고승의 부도 2기가 있다.
▲ 상이암 상청동비각 ©새만금일보
◈교통안내
o 순천완주고속도로 임실IC-월평교차로-(30번 도로)성수면 소재지-성수산 휴양림 입구 삼거리-성남저수지-성수산 휴양림 주차장
o 익산포항고속도로-진안IC-30번도로-백운면-742번도로-원신암 또는 반송리 두원마을
o 전주-임실(17번국도)-월평교차로-(30번 도로)성수면 소재지-성수산 휴양림 입구 삼거리 -성남저수지-성수산 휴양림 주차장
<김정길/ 객원기자, 전북산악연맹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