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오리 아버지
왕태삼
참나무 마루 끝에서
당신이 품는 세상 연기를 간접흡연하며 난 컸지요
난초 입술에서 품어주신 ㄱ ㄴ ㄷ 받아먹고
뭉툭한 엄지 검지로 1 2 3 수판알도 튕겨주시고
때론 대뿌리 회초리에 호롱불도 바르르 떨던 밤
섬진강 노을이 부르면
산 그림자 걸치고 들길 따라 꼬마 낚싯대도 따르고
겨울 하늘엔 한 마리 참연을 빙빙 풀어 주셨지요
봄은 멀어도
한 마리 강아지와 한 그루 매화로 입춘대길을 모시던 당신
내 사춘기 땐
포도나무 아래 막걸리 한 잔 따라주셨지
냉큼 일어나 왕포도 안주 푹 따 주셨지
지금도 알알이 당신을
한참 오물거리다 깨물 수밖에
당돌히 무른 씨앗을 붉게 맺힌 무명시인의 새콤한 피를
첫댓글 눈물이 납니다.
가슴이 먹먹하고 뭔지 모를 아버지의 찐 사랑이 글 안에서 내 안으로 옮겨옵니다.
사춘기 때 따라 주시던 막걸리 한 잔 속에 담긴 아버지의 큰 밑그림으로 훌륭한 인품과 성품을 품고 사셨을 교수님의 온화함은 정녕 아버지의 회초리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