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암벽장비를 다 챙겨 배낭을 꾸려놓고 산에서
먹을 점심을 사서 들어오던 어젯밤, 갑자기 걸려온
리딩 대장님의 전화에 충격을 받아 잠도 이루지못하고
휴일인 오늘 하루는 혼자 조용히 보냈다.
지방으로 원정을 떠났던 같은 산악회의 암벽팀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번해 기수로 교육을 받고
졸업한 한 분이 한창 등반의 재미를 더해가며
많은 곳을 다니고 있었다는데 한순간 10미터 아래로
추락사를 했다는 비보에 애도하는 마음으로 다음날
있을 모든 암벽공지를 취소했던 것이다.
작년 기수 교육에는 정기교육에 빠짐없이 참여해서
안전등반을 위해 나도 도우미로 나서서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올해는 컨디션이 별로라 이번해 기수 교육에는
전혀 참여를 못해서 사고를 당한 그분을 알지는 못해
조문을 가진 않았지만 심란한 마음에 집에만 있었다.
종종 지인들이 나에게도 위험한 암벽은 그만하라고
했었다. 하지만 늘 안전을 염두해두고 기본에 충실하며
안전확보와 함께 장비를 잘 사용하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주곤 했다. 컨디션이 안좋아서
암벽은 내려놓은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오래도록
방치된 장비였는데 오랜만에 장비릿지 산행이라도
가고싶어 나서려던 걸음이 한순간의 사고로 멈추게
되었으니 또 오래도록 나서지 못할 것 같았다.
암벽은 내려놓고 있었지만 종종 생활릿지 수준의
산행을 즐기는 곳으로 가곤하는데 간단한 장비정도는
꼭 챙기고 다니기에 별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다녔다.
하지만 사실 2주 전에 나도 한순간 크게 다칠뻔한 일이
있었다.
주말 릿지산행에 함께하는 산우들이 많았는데 내가
암벽을 배우고 난후로는 바위를 타고 다니는 산행에
참여할 때마다 도움을 주곤했다. 그날은 마지막에서
자일을 회수하면 자일을 다 사려서 주고는 천천히
뒤따라갔었다. 근데 문제는 그날 내가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먹은 약이었다. 먹지않으면 자꾸 재채기를
해서 신경이 쓰이기에 한동안은 빼먹지않고 약을
계속 먹은 것이다. 어느 지점에선 짧은 구간을 앞에서
뛰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뛰었는데 뛰는 순간에
어지러움이 느껴지고 바로 주저앉아버렸고 그 순간
앞에 산우가 나를 잡고서 바닥에 털썩 앉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약 그때 나를 놓치기라도 했다면 그
사람은 두고두고 안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정말 사고는 한순간에 찾아오는 것이기에 사소한
실수도 용납이 되지않는다. 그날 하산하는 길에도
순간 미끄러진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자고난 다음날 아침부터 3일이 지났어도
허벅지까지 긴장된 근육이 풀리지않아서 결국 병원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이제는 환절기에 매번 겪는 알레르기 비염약을 몸이
적응이 되었는지 재채기가 거의 나오지않아 안먹고
있지만, 다음엔 절대 약을 먹고는 산행을 나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날 나를 잡아주었던 은인은
나에게 밥을 사고싶다고 했는데 밥을 사야할 사람은
나였다.
산행후 매번 뒤풀이를 가지않고 집으로 향하는 나에게
세번이나 함께 가자고 말했던 사람인데 그날은 밥 사고
싶다고 하면서 연락처까지 물었던 것을 살짜기 둘러서
거절을 했었지만, 밥을 사야할 사람은 나이기에
오늘 등반에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러려고 했다가
모든 암벽공지가 취소되는 바람에 다음 기회를
엿보려한다. 아직도 그날의 일이 떠나지않고 계속
떠올라 얼마전 설악산을 다녀올 때도 스틱을 집고서
내려오는 경사진 길에 그 생각이 떠나지않아 더 조심히
다녔었다.
사고는 정말 한순간에 오는 것이다. 나를 늘 생각해
주는 벗도 오늘 산행은 잘 다녀왔는지 묻는데 처음엔
아무런 말도 안하려했지만, 결국 얘기했더니 앞으로
위험한 바위에서 멀어지라는 걱정스러운 말을 또
듣고말았다. 암벽까지는 아니어도 적당히 바위를 타고
즐기는 산행을 즐겨왔는데 아예 안하겠다는 약속은
못하겠고 앞으로 가더라도 안전을 늘 염두해두고
더 조심히 다니려한다.
©️비꽃(이은숙)
첫댓글 "내가 지킨것이 나를 지켜줍니다"
비단 산행만을 이야기 하는게 아니지요.
세월이 가면 몸도 마음도 녹 슬고
장비며 지닌것도 헐어서 삭아지게 되어 있거든요.
늘 안전에 신경을 쓰며 살아야 합니다.
큰 건강을 기원합니다.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아직 안 주무셨군요.
가끔은 일에서 제 안전을 못 챙길 때가 있어서
조금 다치는 일이 있는데
오늘도 좀 그럴 일이 있었네요.
안전이 보장되지않은 건 안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딜가든 안전을 염두해두고
늘 조심하겠습니다.
우리님께서도 늘 건안다복 평안하소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