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리트Martin Ritt(1914~1990) 감독의 1979년 영화 <노마 레이Norma Rae>는 전통적인 여자의 삶과는 거리가 먼 인물을 다룬다. 노마 레이는 사별한 전 남편과의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또다시 사생아 남자 아이를 갖게 되는 그녀는 작은 청교도 마을에서 자유분방한 연애쟁이로 소문나 있다. 말 같은 성격에 말투가 투쟁적이고 독립심이 매우 강한 여자다. 이렇게 여성의 전형을 벗어났다는 사실이 바로 노마 레이의 삶이 얼마나 도전적인가를 말해준다. 매사에 당당한 그녀의 태도 역시 이런 도전의 힘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물 설정은 마치 이런 여자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여자가 하지 못하는 남성의 일을 감히 해낼 수 있다는 편견을 암암리에 내포하고 있다. 또 여성에게서 사회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사생활에서 이미 터부를 깬 경우에 보다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녀는 부모와 함께 저임금과 소음, 먼지가 많은 열악한 노동환경의 방직공장에서 일한다. 어느날 엄마는 귀가 먹을 뻔한 위기를 겪고 아버지는 직업병으로 작업 도중에 즉사하고 만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부당한 노동현실에 대항해야 한다는 투철한 의식을 갖게 된다. 그 방법으로 노동조합의 결성을 끈질기게 주장해 온 한 남성 노조운동가와 함께 투쟁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교회에서 집회를 거부당하고 동네 사람들에 의해 ‘포르노 여자’라는 모함을 받아 노조 본부로부터 불신을 당한다. 특히 흑인과 여성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이유로 그녀의 노조활동은 ‘흑인이 백인을 몰아내기 위한 음모’라는 누명을 쓴다. 마침내 그녀는 공장에서 해고당해 반항하다가 경찰에 끌려가는 등 온갖 역경을 겪는다. 그러다 결국에는 공장 동료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고 이들의 압도적인 지지의 찬성으로 노동조합의 결성을 성사시킨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영화 속에서도 여전히 노마는 노조 본부에서 나온 남자 간부의 계획과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 남성의 일에 보조를 맞추는 역할을 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감독 마틴 리트, 출연 샐리 필드‧론 라이브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