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왔어요. 사실, 보면 화가 치밀어오를 것 같아 개봉 초에는 보지 않으려고 마음 먹었어요. 역사가 이미 스포라는 말처럼 내용을 알고 있으니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영화를 본 사람들이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고 쓴 글을 여기저기서 읽으며 결심을 바꾸었어요. 생각해보니 <택시 운전사>도 봤는데 <서울의 봄>은 화가 날 지언정 그만큼 마음 아픈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구나 언론을 보니 '좌빨' 영화라고 매도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많이 있음을 깨달았기에 한 명이라도 더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썩 내켜하지 않는 남편에게 혼자라도 보겠다고 했더니 냉큼 따라나서더군요.^^
영화 마지막 쯤 이태신이 부하와 방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눈물을 잠시 흘렸을 뿐 영화를 보는 내내 저는 울지 않았어요. 권력에 의해 사람이 얼마나 변심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준 영화를 보며 현재 우리 사회 모습이 떠올라 심란할 따름이었지요.
오히려 저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눈물이 터져버렸어요. 엔딩 크레딧과 함께 들리는 비장한 노래가 참았던 제 감정을 건드렸나봐요. 군가를 듣고 그렇게 많이 울어본 적이 있었나 싶어요.
영화 보는 내내 괴로울까봐 보지 않겠다고 저처럼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영화를 보시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네요. 12.12 쿠데타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그 자체에 집중하며 볼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못해 따라나선 남편도 지금 제 옆에서 <서울의 봄> 관련 여러 글을 신나게 검색해서 읽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