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가 박찬호 크림을 부산에 있는 고객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수고비는 이따 퇴근해서 준다고 한다.)
나는 늘 그랬듯이 오토바이를 타고 고양 덕양 우체국에 갔다.

근래에 세 건을 부탁받아하면서 6만 원을 받았다.

한 건당 우송료가 4천 원이니 세 건이면 12,000원이다.
그러면 차액이 48,000원이 발생한다.
(이것이 나의 수고비가 되는 셈이다.)

백수 남편을 보필하면서 수고비까지 챙겨주는 아내가 오늘도 부탁을 한 것이다.

나는 즉시 달려가서 보내 주었다.

그다음 프린터를 고치기 위해 용산에 갔다.
( 노즐이 막혀서 색상 하나가 아예 나오질 않는 증상이다.)
업무상 아내가 가끔씩 프린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쳐둘 필요성을 느꼈다.
(남은 수고비 48,000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 수고비를 어디에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돈만 생기면 불안해진다.)
그 돈으로 프린터를 고쳐 주는 것이 아내를 돕고 나도 돕는 길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그동안 프린터를 구입한 집이 사라지고 주인이 바뀌었다.
(새로 바뀐 주인은 오래된 제품이라 AS가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돌아오려던 참에 옆 가게에 들려 보았다.
젊은 친구가 있었는데 일단 되긴 된단다.

화학약품에 노즐을 담가서 막힌 부분을 뚫어야 하는데,
4~5일가량 소요되며 성공 확률은 90%
수고비는 실패하더라도 만원이고 성공하면 수리비 3~5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한다.

오늘 당장 가져가기 위해서는 강한 약품으로 녹여야 하는데,
실패 확률이 90%라고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얘기만 골라서 한다.
그래서 오래 듣지 않고 수고비 만원을 선불로 주고 전화번호를 남겼다.
(뚫리는 즉시 전화를 준다고 한다.)

아까 이곳 선인상가로 진입하던 중에 "경의선 숲길"이라는 곳을 보았다.
나는 온 김에 이곳에 들려 촬영을 좀 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집에 가서 검색해 보니...
마포구 연남동에서 용산구 효창동까지 이어지는 6.3Km 되는 공원으로
서울시가 마련한 새로운 정책(도시 재생 프로젝트)이라고 한다.
경의선이 지하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 부지를 임대해서 이런 공원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나는 가져온 오즈모(osmo)를 꺼내서 작동시켰다.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오랜만에 찍으려니 손이 떨렸다.
가방을 들어줄 사람도 없어서 등에 메었다.

요즘 손떨림을 혁신한 소니사의 새로운 액션캠 fdr-x3000이라는 모델이 나왔다.
이것은 boss라고 하는 장치를 탑재하여 손떨림을 잡아 준다고 한다.

그러나 내 눈에는 osmo도 fdr-x3000도 모두 떨렸다.
(80~90%를 잡아준다 해도 10~20%의 떨림이 있기 마련이다.)
아직 100% 짜리는 없다.
정지 영상만 100%다.

다리 밑을 지나면서 하늘을 향해 보기도 하고
랜즈가 좌측을 바라보게 하고 나는 직선으로 걷기도 하고
랜즈가 우측을 바라보게 하고 걷기도 했다.

랜즈를 상하로 굴려보기도 하고
랜즈를 좌우로 굴려보기도 했다.

걸음을 뒤로 빼면서 찍기도 하고 내가 회전하면서 찍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끝이다.
(공덕동 로터리가 내려다보인다.)

이제는 반대 방향을 찍으며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 갔다.

하늘을 보니 심상치가 않았다.
비가 올 것 같다.
요즘 비가 너무 안 와서 탈인데 많은 비가 와서 해갈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일단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갈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공원 밖의 거리에서 의외로 운치 있는 장면들이 잡혔다.
나는 잠시 서서 선물과도 같은 장면들을 담아나갔다.

비가 오려는 하늘과 비가 그친 후의 하늘은 심상치 않은 회화적인 여운을 준다.

오늘 그 타이밍이 잘 맞았다.

다행히 나에겐 이것들을 남길 수 있는 카페가 있다.

그리고 봐주는 방문객들이 있다.

돌아가는 행로를 옛집이 있는 홍대로 잡았다.
가던 길에 단골 오토바이 샾에 들려 너무 오래된 기어오일을 갈았다.

이곳은 홍대 살 적에 늘 애용하던 곳이다.

직진하면 우측에 서강대학이 있고 더 내려가면 신촌 로터리가 나온다.

수리가 좀 오래 걸릴 때는 인근 식당에서 곰탕을 먹기도 했다.

먹구름이 밀려온다.

기어오일을 갈고 타이어 바람도 체크 했다.

언제 또 올까?
프린터 고치면 찾으러 지나가다가 다시 들릴까?
나는 홍대 쪽 옛집 골목으로 갔다.

옛집은 이제 상가 건물이 되어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임대가 잘 안되어 걱정하였던 앞 집도 이제는 모두 찾다.

마을 슈퍼가 있던 곳으로 올라가 보았다.

그리고 다시 추억의 골목을 바라본다.

그리고 내려가면서 좌우를 살펴본다.

정다움이 가득 하다.
내가 있는 곳 어디나 정다움으로 가득 차게 할 자신이 있다.

젊은 사람들이 거니는 거리엔 활력이 솟는다.

더 나가고 싶지만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이때부터 비가 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오토바이에 액션캠 "가민"을 달고 집까지 가는 장면을 고스란히 녹화했다.

심하게 흔들려 동영상으로는 쓸 수가 없었지만
정지영상으로는 쓸만한 작품들이 나왔다.

수색 쪽으로 하여 집으로 향했다.

눈 앞에 집이 보인다.

이제 코 앞에 집이 보인다.

이제는 집과 내가 하나가 되었다.

아내가 진정 그 자신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아내도 날 도와줄 것이다.
▼경의선 숲길 (osmo 영상)
http://cafe.daum.net/OSHO/ZWjT/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