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2024년 2월 1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저위험, 저강도의 비필수적인 의료 행위가 필수적인 의료 행위에 비해 높은 보상을 받는다는 ‘불공정 의료생태계’를 개선한다는 취지의 정책 패키지다.
이에 의사 및 의대생들이 반대 집단 행동에 나섰다. 패키지의 핵심이 되는 4대 정책 중 집단행동측이 가장 문제시 하고 있는 정책은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한 의료인력 확충’이다. 2035년까지 만명의 의사 부족을 주장하며 5년 한정 2천명 의대 정원 증원을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에 반발하는 의료진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대란이 가시화됐다. 정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과 의대생들의 동맹휴학 등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공백이 발생했다.
정부측과 의료계의 입장은 이렇다. 정부측은 필수의료 붕괴에 대비해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피부과나 성형외과는 넘쳐나는데 응급실이나 수술실, 지방에는 의사가 없다. 필수의료과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명백하다. 일은 고되고 진료 난도는 높은데, 보수는 적고 지원은 미미하다. 이에 정부는 의대 정원을 매년 2천 명씩 늘려서 이를 해결하겠다고 말한다. 여기에 수가 조정, 보상 확대, 정부 지원을 통해 필수의료에 생긴 공백을 메우겠다고 밝혔다.
의료계가 이에 반발하는 이유는 정부가 수가 조정, 필수의료 인력·인프라 확충 및 역량 강화 지원 등을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정 논의가 필요한 사안은 정책 방향만 제시됐을 뿐 사회적 합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의사들은 필수의료 공백의 본질적인 문제가 ‘숫자’가 아닌 ‘구조’에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많이 지적되는 문제는 건강보험 수가다. OECD 자료에 따르면 ‘GDP 대비 건강보험 수가’는 미국을 100으로 했을 때 OECD 평균이 72, 한국은 48이다. 한국은 의료행위별로 수가를 매긴 뒤 이에 맞춰 급여를 지급한다. 수술이나 진료 난도는 높은데, 보상은 적은 과가 발생하는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의료집단반대운동에 대해 거세게 비판하는 시민 단체도 나타났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본부)는 지난 2월 19일 성명서를 내고 “의대 증원 반대를 위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면서 진료거부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오히려 환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는 데 대해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의•정 충돌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교환했다.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윤 대통령은 “논의 시 전공의 입장 존중” 방침을, 전공의단체는 ‘2000명 증원 백지화‘ 주장을 거듭 밝혔다. 대화 물꼬를 텄지만 의・정 충돌 해소 국면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핵심 쟁점에서 분명한 간극을 확인해 돌파구 모색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첫댓글 정부, 의료계, 시민 단체의 입장을 나눠서 명확히 정리한 점이 글의 핵심을 분명하게 해주어 좋은 거 같습니다. 덕분에 의정갈등의 진행상황을 한눈에 파악하기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