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좋은 느즈막한 토요일 오후 고흥 마복산을 찿았다.
말이 엎드려 있는 형상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듯 마복산은 해창벌에서 바라보면 그저 동서로 길 게 뻗은 동네 뒷산처럼 평범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파고들면 생각치도 못했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산등성이에는 수많은 지릉이 흘러내리고 그 지릉마다 바위꽃이 활짝 피어 있어 마치 금강산이나 설악산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이러한 경관 때문에 마복산은 소개골산(少皆骨山)이라 불리기도 한다고...
마복산 정상에서의 볼거리는 다도해의 빼어난 전경이다.
고흥의 산중에 떠오르는 곳이 단연코 팔영산 이다.
그러나 고흥을 쪼끔 알고 있다 싶은 사람들이 꼽는 산은 딸각산을 포함한 천등산과 마복산 이라고들 한다.
이 3개의 산이 해창만의 너른벌판을 병풍처럼 둘르고 삼각점을 이루고 있는 산,산,산...
이들을 가르켜 고흥의 3대 명산이라 불리기도 한다고..
그리고 병풍산과 두방산의 아기자기한 암군들도 생각나게 하는 고흥의 산들...
이곳을 고흥의 산이라 불리우면 벌교사람들이 서운해 할라나..?
산 남쪽 바다는 나로도를 비롯한 섬군들이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산 등성이에 올라 푸른 바다 위를 떠다니는 듯한 올망졸망한 섬들이 부드러운 선으로 이어지는 해안선과
그 사이사이 들어앉은 포구를 바라 보노라면 보는이로 하여금 바다에 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고 만다.
마복산은 여느때 보다 가을날에 더 욕심나는 산이다.
바쁠것 없이 벌교장을 들르고,해산물 몇가지를 골라 구불구불 고흥의 누석을 누비다 마곡산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서너대의 승용차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뿐 사방이 조용하다.
장바구니를 털어 베낭을 채우고,들머리를 잡는다.
찿는이에 비해 시원스레 정비가 잘되어 있는 등로는 산객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준다.
향로봉정상 너럭바위에서 조망한 마복산,
울긋불긋 곱게 물들인 숲을 뚫고 귀암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간척지 틈사이를 헤집고 내수만의 물길이 회랑을 이루며 방조제와 맞다아 있다.
작물거둔 벌판엔 가축먹이로 쓰일 볃단이 간간히 보일뿐 황량감 마져 든다.
해창만 넘어로 멀리 팔영산이 보이고,
향로봉 너럭바위 가장자리에 낙엽떨군 땡감 한쌍이 애처롭게 매달려 있다.
향로봉 북쪽으로 보이는 해창만 간척지.
건너편 좌측 저수지가 세동제, 세동제 뒷산은 비봉산,
세동제 옆 도로 끝점 하늘금에 보이는 산은 딸각산과 천등산이 아닐런지...
향로봉을 내려와 임도를 한참 걷다가,
마복산 능선길을 탈요량으로 임도 좌측으로 나있는 마복산 둘레길을 따라 걷는다.
마복산 정상오름길에서 보이는 팔영산,
앞 도로는 나로도 가는길이고 왼쪽섬은 오도, 오른쪽 섬은 취도 ,
취도 뒷쪽은 와도, 오도 뒷쪽은 중구섬 등,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복산목재문화체험장 갈림길을 지나 본격적으로 능선을 타고 오른다.
크지않은 산임에도 애써 산길을 정비해 놓은 노고가 감사하다.
자빠져져있는 풀 나무들을 보아서는 오늘이거나 어제였을듯 싶은데...
고흥군에서 수고를 한 것인지 주변 마을 청년회에서 정리를 한 것인지는 모를 일이나
더운 한여름에 진땀 흘렸을 정성에 고마운 마음 가득하다.
국립공원이나 유명산들이 아니면 왠만해서는 이런 길 트임없이 방치수준을 밟는게 일반적일텐데...
능선길 첫번째 전망바위 위에서...
너른 해창만간척지와 두어걸음 뒤로 병풍을 펼쳐 놓은듯 산군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저 산은 운암산 쯤 되지 않을까??
전망바위에서 숨을 고르고,
제법 경사가 급한 수직암벽을 로프에 의지하여 힘겨운 오름짓을 한다.
마복산 첫봉우리 삼거리,
한옥목재체험장에서 올라와 이쪽으로 오르다 정상을 찍고 내림하면 해재에서 이어지는 둘레길과 만난다.
마복산 둘레길을 걷는 사람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코스도 난해하고 흔적만 희미하다.
둘레길을 돌아 마복산을 오르려 했으나 좀처럼 발자취들이 잡히질 않는다.
마복산의 남쪽방향인 외산마을이나 내산마을쪽으로 하산하는 길이 있으나 별 매력이 없을듯...
무거운 박짐이 무리일듯 하여 차량으로 마복사 주차장에 내려놓은 베낭을 가지려 마복사쪽으로 하산을 한다.
마복사까지는 500여m,
들쭉날쭉한 바위 틈틈이를 헤집고 급경사의 내리막을 조심스레 내듸딘다.
오던길을 다시 오르며...
마복사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세월의 무게만큼 골이 패여있을뿐 좌우로 적당한 크기의 바위들이 수목과 조화를 잘이루어 마치 거대한 정원을 이룬듯 하다.
급경사의 힘든 오름과 어깨의 무게를 느낄즈음 등짐을 내려놓고 전망바위에 오른다.
멀리서 봐왔던 첫번째 암군이 눈앞에 들어온다.
수명을 다하여 빛바랜 수목사이로 올망졸망,아기자기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암군들...
마치 경주나 하듯이 정상을 향해 앞다투어 오르는 듯 하다.
마치 퍼즐을 마추듯 한쌍의 바위가 맞다어 있다.
소나무를 앉고 멋찐암벽이 하늘을 오르고,
솔가지 넘어로는 저수지인 세동제, 세동제 뒷쪽은 비봉산이 보인다.
스핑크스바위...
거북바위...
누가 명명 했는지 좀처럼 납득하기가 어려운 형상,
물론 보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도무지...
차라리 강아지나 꽃게의 형상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만을 남기고 바위위쪽에 올라 입간판을 본다.
거북바위 입간판에는 " 힘겹게 기어올라가는 거북형상" 이라는 설명이...
차라리 거북이가 강아지를 등에 업고 힘겹게 기어올라가는 형상이라 했으면 가장 납득하기 쉬웠을 것을..
거북바위 넘어로는 해제에서 순탄하게 이어지는 마복산 능선, 사람 발길이 없는 모양으로 등로가 선명치 않다고 한다. 첨탑처럼 뾰족이 보이는 곳은 항공기상관측소...
마복사에서 부터 오래되지 않은 시간에 내려왔던 능선삼거리에 도착했다.
힘들었지만 발품덕에 한코스를 더한샘이다.
삼거리 전망좋은 벤치에 몸을 부리고 흐르는 땀을 흠친다.
이제 정상까지는 0.6키로...
쉼터에서 땀을 식히고,
막걸리 한잔으로 기운을 돋우고 정상을 향해 길을 재촉한다.
울긋불긋 단풍사이로 각양각지에서 몰렸을 동호회 표식지들이 솔바람에 나부낀다.
마복산정상 전망대,
누군가 쌓아올린 돌탑이 자리를 하고 있을뿐 주위는 척박하다.
마복산 정상인 봉수대와 정상표지석,
정상표지석이 세워져 있을뿐 예전과 별반 다를게 없다.
예전엔 너른 판석에 페인트로 조잡하게 쓰여있었던 기억이...
마복산 정상에서 헬기장을 지나 해제로 하산하면서 만나는 넓은 너럭바위에 박지를 잡았다.
그늘이 필요한 여름이 아닌 다른 철에는 이곳이 무한정 쉬어가는 가장 좋은 쉼터가 아닐런지...
동서로 트여있어 일출과 일몰 모두를 감상할수 있는 아름다운 조망바위다.
적당한 곳에 설영을 하고,주변을 한바뀌 돌고나니 일몰시간이 다와 가는듯 했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희뿌연 구름사이로 마지막 빛을 발하고 있다.
손바닦에 올려 놓은 옥구슬 같은...
하루의 태양을 보내고 나니 반가운 님이 교대를 한다.
오전근무를 마치고 백섬님이 늦은 합류를 한다.
헤벌레 웃고 나타난 모습이 지도 반갑던 모양이다.
벌교장에 들러 구입한 낙지,석화,꼬막 등을 대치고,
육고기를 좋아하는 백섬님을 위하여 삼겹살,목살 약간을 구워냈다.
3마리에 2만원 주고 사온 산낙지,
봉지에 물을 넣어 왔는데도 상태가 좋지 않다.
그래서 숙회로 먹기로 한다.
온갇 산해진미로 밤이 깊어가는줄 모르고 먹방을 즐겼다.
물론 반주를 곁들여가며...
거나하게 취기가 올라 왔는지 백섬님이 알아듣지도 못할 음절을 읊어댄다.
"테스형"에게 무슨 할말이 그리도 많은지...
한참을 그렇게 읖조리더니 동조하는 이가 없자 조용히 잠자리를 찿는다.
일행들이 비워진 술자리엔 먹다남은 밑반찬과 용기들만이 널부러져 있고,
누군가의 천막에선 코고는 소리가 조용한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간단히 주변을 정리하고,
물을 덮혀 커피한잔을 손에 쥐고 목좋은 바위에 걸터 앉는다.
달빛은 없지만 총총한 별들이 하늘을 수놓았다.
산아래로는 은은한 불빛이 해안선을 따라 흐르고,
일직선으로 불을 밝힌 다리는 나로도를 연결한다.
일순 바람이 휘몰아 친다.
냉기를 피해 침낭으로 파고든다...
남해의 바다를 뚫고 하루가 시작되었다.
외나로도를 밝히고,내나로도 다리를 건너 산아래 남성리까지...
해가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서야 모두들 잠에서 깬듯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뱃고동소리,아랫마을 이장님의 방송소리,등등,
깨어있어야할 모든것들의 숨소리가 소음과 섞이어 들려 온다.
늘 그러했듯 오늘도 댓바람부터 고기냄새를 풍긴다.
백섬님은 삼겹살을 굽고,
여우비는 해장국을 끓이고...
지난밤 먹다남은 재료로 석화를 넣은 계란부침과 콩나물해장국으로 간단히 해장을 한다.
아침상을 물리고,
볕을 받아 뽀송해진 장비을 챙겨 짐을 꾸리고 주변을 정리한다.
박터로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곳 이다.
잠자리에 들기전 경사로 인해 등이 불편할듯 싶었지만 하룻밤 감래하기엔 무리가 없었고,
아침 저녁으로 보여지는 풍광은 몽환의 선경같은 느낌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박터인 너럭바위를 내려서니 들짐승들이 드나들었을 정도의 희미한 흔적으로 등로가 눈에 띈다.
당초엔 정코스인 해재로 내려설 계획이었으나,
옥강까지 온김에 지죽도 죽봉을 둘러볼 욕심으로 하산시간을 단축하기로 한다.
흔적이 지워진 지능선길은 띄엄띄엄 색바랜 표식지가 붙어 있을뿐 등로라 하기엔 지나는 길손마져 민망함이...
잠깐 한눈판 사이에 백섬님이 계곡을 치고 내려간다.
부를까 하다가 님의 고집을 알기에 관두기로 하고
둘은 바위를 우회하여 능선으로 오른다.
바위를 우회하고,쓰러진 고목을 넘나들다 가끔씩 비춰진 단풍과 귀암들에 매료되 잠시 숨을 고르기도 한다.
낙엽을 떨군 가지사이로 마복산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남근석 같기도 하고...?
ET바위?
두팔을 다소곳이 모우고..?
하여튼 기이하게 생긴 바위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능선을 내려서다 해창만 들판을 감싸고 있는 시원스런 산군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복산 능선을 흘러 내리다 향로봉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우측으로 떨어져 해창벌판을 이룬다.
건너편 좌측 저수지가 세동제, 세동제 뒷산은 비봉산,
세동제 옆 도로 끝점 하늘금에 보이는 산은 딸각산과 천등산이 아닐런지...
내리막 경사에 쉴 겨를도 없이 해재와 연결된 임도에 도착했다.
여기서 해재까지는 2키로,정상까지는 1.5키로...
대략 3키로는 꾀를 부린듯 하다... ㅋㅋ
꾀를 부려가며 임도를 따라 내산마을 주차장으로 가는 이길,
마을이 가까워질수록 축사에서 나오는 냄새로 인해 지금까지의 감흥이 반감되는 그런 느낌...!
설상가상 먼길을 돌아 지죽도 까지 갔건만 통제로 인하여 죽봉에도 오르지 못했다.
왜,통제를 했는지 이유를 모르는체...
어쨌든,
토요일 오후부터 번개처럼 이루어진 고흥 나들이...
함께해준 친구가 고맙고,가끔은 투정도 부렸지만 늦은시간 임에도 찿아주신 백섬님...감사해요!
해가 바뀌어 해창만 벌판에 나락이 누렇게 익어갈 즈음,
황금들녘과 다도의 풍경을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