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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8. 12.
한국 시각으로 어제(11일) 밤 11시 온라인으로 공개된 ‘갤럭시 신제품 출시행사(Galaxy Unpacked August 2021)는 여러모로 관심을 끌었습니다.
삼성 스마트폰이 ‘트리플 펀치’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세계 스마트폰 판매 1등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높여갈 수 있을지를 증명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트리플 펀치란, 애플·샤오미·구글이 주는 3중고(重苦)를 뜻합니다. 이번 행사의 의미와 직결되기 때문에 행사 소개에 앞서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 삼성전자의 신형 폴더블폰인 '갤럭시Z 폴드3'. /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 애플·구글·샤오미에 ‘트리플 펀치’ 맞은 삼성, 신형 폴더블폰과 새 OS의 스마트워치로 반격
첫번째, 애플이 날리는 펀치란 프리미엄 시장에서 애플이 삼성에 추격을 허용키는 커녕 격차를 넓히고 있다는 겁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출시된 갤럭시S21 시리즈는 6개월간 1350만대를 팔았습니다. 같은 기간 1700만대가 팔린 전 모델 갤럭시S20 시리즈보다 20%가 적었습니다. 2019년 출시된 갤럭시S10과 비교하면 47% 급감했습니다.
한편 작년 10월 출시된 아이폰12 시리즈는 올 4월까지 7개월간 누적 판매 1억대를 돌파했습니다. 역대 최다를 기록한 아이폰6 시리즈에 버금가고, 이전 모델인 아이폰11의 누적판매 1억대 돌파보다 2개월 빨랐습니다. 전 제품이 프리미엄인 애플은 과거보다도 더 잘 팔리는 반면, 삼성의 브랜드가치·수익성 유지에 매우 중요한 갤럭시 시리즈는 과거보다 덜 팔리고 있다는 얘깁니다.
두번째, 샤오미가 날리는 펀치는 더 무섭습니다. 지난 6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에서 샤오미(점유율 17.1%)는 삼성전자(15.7%)를 제치고 처음 선두에 올랐습니다. 지난 5월엔 삼성전자가 선두, 애플이 2위, 샤오미가 3위였는데요. 단숨에 따라잡은 것입니다. 샤오미는 올해 2분기 전체로도 삼성에 이어 2위였습니다. 최근 샤오미의 레이쥔 창업자 겸 CEO는 “3년 안에 스마트폰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샤오미의 강점은 압도적 가성비입니다. 삼성폰과 비슷한 스펙이라면 가격이 훨씬 낮지요. 혹은 가격은 더 낮은데 스펙은 더 좋은 식입니다. 브랜드·완성도 면에서 아직 삼성이 낫다고 할 수 있지만, ‘가성비는 샤오미’라는 등식이 이미 세계 소비자들에게 각인돼 있습니다.
또하나 놀라운 것은 샤오미의 성장세에 기복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2019년부터 분기별 점유율을 보면, 애플의 경우 위쪽에서 머물긴 하지만 기복이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정체돼 있고 최근으로 올수록 조금씩 낮아집니다. 반면 샤오미는 2019년 초 6~7%이던 점유율이 끊임없이 올라가는 모습입니다. 결국 올 2분기 기준으로는 애플(14.1%)을 제치고 삼성전자(18.8%)에 이어 세계시장 점유율 2위(16.9%)를 차지하기에 이르렀지요.
세번째, 구글의 펀치는 당장은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삼성에 큰 위협이 될 있습니다. 최초의 독자개발 스마트폰 반도체(텐서)를 탑재한 자사의 신형 스마트폰 ‘픽셀6’와 ‘픽셀6 프로’를 올 가을 내놓는다고 밝혔는데요. 구글이 칩을 자체 개발함에 따라, 애플처럼 OS·플랫폼·칩·최종제품을 모두 장악하게 된 것이죠. 그동안 구글은 자체 스마트폰에 미국 퀄컴의 칩을 썼습니다.
이는 안드로이드 OS의 공급자인 구글이 애플처럼 하드·소프트를 통합한 자체 생태계로 소비자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이게 충격적인 것은 애플은 iOS 운영체제 기반의 별개의 스마트폰 생태계이지만, 구글이 내놓는 신형폰은 삼성이 함께 속한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하이엔드급을 노리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갤럭시 영역을 치고 들어오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죠.
미래를 속단하긴 어렵고 상황을 단순해석하는게 위험할 수도 있지만요. 삼성으로선 당장 트리플펀치를 맞은 상황에서, 이번 출시 행사를 그들의 진가를 보여줄 기회로 삼아야 했을 겁니다.
571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삼성 유튜브 계정을 통해 어제(11일) 밤 11시부터 한 시간 남짓의 행사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시청자수가 피크 시점에도 20만명을 넘지 못하는 게 좀 아쉬웠습니다. 다른 경로로도 볼 수는 있었지만 삼성 공식계정으로 보는 시청자수가 많았을텐데 말입니다. 물론 나중에 녹화된 것을 본 사람도 많았겠지만, 삼성 스마트폰의 명운을 걸고 나온 신제품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생각에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삼성전자의 신형 폴더플폰인 '갤럭시Z 플립3'. /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 구글과 워치 OS 통합 이후 내놓은 첫 제품 ‘갤럭시 워치4’, 갤럭시 제품군과의 연동성 강화해 매력 크게 높여
그럼 행사 내용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발표된 제품은 총 4개였는데요. 신형 스마트워치인 ‘갤럭시 워치4’, 가로로 화면을 접는 ‘갤럭시Z 폴드3’, 세로로 접는 ‘갤럭시Z 플립3’, 신형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2’의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먼저 갤럭시 워치4입니다. 이 제품이 특히 중요한 것은 지난 5월 18일 구글이 자사 개발자 이벤트에서 구글의 스마트워치 OS인 ‘웨어(Wear) OS’와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 OS인 ‘타이젠(Tizen)’이 통합된다고 발표한 이후 처음 나온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치는 최근 애플워치 점유율이 계속 올라가는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보여집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1분기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점유율 33.5%로 압도적 1위였습니다. 전년 동기보다 3.2% 포인트 증가. 같은 기간 2위 화웨이(8.4%), 3위 삼성전자(8%)를 큰 폭으로 따돌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나온 갤럭시 워치4는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점유율 상승을 위한 전략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속단하긴 어렵지만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갤럭시 제품과의 연동성이 좋아졌기 때문에, 갤럭시 제품을 많이 쓰는 분이라면 사볼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삼성 스마트워치의 세계시장 점유율 상승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갤럭시 워치4에는 ‘Samsung BioActive’ 센서가 처음 탑재됐습니다. 광학심박센서(PPG), 전자심박센서(ECG), 생체전기임피던스센서(BIA) 등 세 기능이 하나의 칩으로 통합됐다고 합니다. 새로운 알고리즘을 도입해 골격근의 기초대사량, 체수분량, 체지방률 등의 정보를 계측하고 체중관리와 근육증강, 대사향상 등 피트니스 목표를 상세하게 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측정 방법도 이전보다 간편해졌습니다.
구글과 OS가 통합됨에 따라, 삼성페이·빅스비 등 삼성앱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구글 어시턴트나 타사 앱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UI 면에서는 갤럭시 스마트폰에도 사용되고 있는 ‘One UI’를 채용, 스마트폰과의 심리스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최신 갤럭시 스마트폰, 갤럭시 버즈, 갤럭시 탭을 사용하고 있는 경우, 각각 자동적으로 접속을 바꾸는 ‘Auto Switch’ 기능을 탑재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예를 들면 갤럭시 스마트폰과 갤럭시 버즈를 접속하고 있는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두고 갤럭시 워치4와 갤럭시 버즈만 갖고 조깅을 나간 경우, 갤럭시 버즈와의 접속 기기가 자동으로 갤럭시 워치4로 바뀌고, 갤럭시워치4에 저장한 음악을 들려주는 등의 매끄러운 사용자 체험이 가능합니다.
갤럭시 워치4는 케이스 구경 40mm, 44mm의 조합이 준비되며 블랙, 실버, 그린(44mm만), 핑크 골드(44mm만)의 4가지 색상이 제공됩니다. 가격은 249.99달러부터입니다. 한편 Galaxy Watch4 클래식 모델은 케이스 구경 42 mm, 46 mm이며, 컬러는 블랙, 실버 두 가지입니다. 가격은 349.99달러부터입니다.
갤럭시 워치4의 가격은 블루투스는 44㎜ 모델이 29만9000원, 40㎜ 모델이 26만9000원입니다. LTE 는 44㎜ 모델이 33만원, 40㎜ 모델이 29만9200원입니다.
갤럭시 워치4 클래식은 블루투스 46㎜ 모델이 39만9000원, 42㎜ 모델이 36만9000원이고요. LTE는 46㎜ 모델이 42만9000원, 42㎜ 모델이 39만9300원입니다. 전체적으로는 26만~42만원대로, 전작 갤럭시 워치3 시리즈가 42만~52만원대였던 것에 비해 가격이 꽤 낮아졌습니다.
▲ 갤럭시Z 폴드3, 갤럭시Z 플립3, 갤럭시 워치4의 '톰 브라운 에디션'. /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다음은 갤럭시의 접는 스마트폰 신제품 2개입니다. 스마트폰을 펼쳤을 때의 화면 사이즈가 7.6인치와 6.7인치인 2 개 모델로, 현행 모델보다 각각 10%, 28% 가격을 내렸습니다. 삼성이 폴더블을 내놓은지 2년이 지났는데요. 값을 낮춰 보급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미국 판매가격은 각각 1799.99달러와 999.99달러부터입니다.
가로로 접는 방식의 Z폴드3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기능을 겸비했습니다. PC처럼 여러 앱을 동시 기동할 수 있도록 처리 능력을 높였습니다. 또 Z 폴드3는 삼성의 폴더블 스마트폰으로는 처음으로 S펜을 지원합니다. 메인 화면 카메라는 디스플레이 아래에 탑재해, 카메라 홀이 눈에 잘 띄지 않도록 했습니다. 폴더블 모델로는 처음으로 IPX8 방수 기능도 탑재했습니다. 본체 최대 두께는 닫힌 상태가 16mm, 열린 상태가 6.4mm이고요. 중량은 271g으로 갤럭시Z 폴드2보다 11g 가벼워지고 두께도 얇아졌습니다. 국내에서는 5G 모델로 출시되며 가격은 256GB 내장 메모리 모델이 199만8700원, 512GB 내장 메모리가 209만7700원입니다.
세로로 컴팩트하게 접을 수 있는 갤럭시Z 플립3는 본체 이외의 커버 화면이 이전 모델의 4배인 1.9인치형으로 커졌습니다. 본체를 닫은 채로 메일을 스크롤해 읽을 수 있는 등 사용법도 다양해졌습니다. 메인 화면의 크기는 전 모델과 같은 6.7인치 형입니다. 256GB 내장 메모리 모델로만 출시되는 갤럭시Z 플립3의 가격은 125만4000원입니다. 전작(165만원)보다 40만원 가량 싸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 버즈2입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과 2웨이(트위터·우퍼) 스피커로 성능은 유지하면서, 국내가 14만9000원으로 전작 갤럭시 버즈 프로(23만9800원)보다 9만원 가량 낮아졌습니다.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작고 가벼운 디자인으로, 오래 사용하기에 좋다고 합니다.
▲ 삼성전자의 신형 스마트워치인 '갤럭시 워치4'. /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 애플이 내놓지 않은 폴더블에서 삼성만의 프리미엄 굳히기... 주력인 갤럭시 S시리즈의 경쟁력 회복이 더 시급할 수도
마지막으로 총평입니다. 이번 갤럭시 신제품 출시행사는 삼성전자가 하이엔드급에선 애플(장기적으로는 구글 포함), 가성비폰에선 샤오미에 공략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펼쳐진 매우 중요한 자리였습니다.
일단 ‘갤럭시 워치4’는 꽤 매력적이라 점유율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형 갤럭시 제품군을 많이 갖고 있다면 구입 이유가 충분해 보입니다. 갤럭시 버즈2는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넣고도 가격을 낮추고 사이즈를 줄여 착용감을 높였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워치4, 갤버즈2 모두 판매신장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행사의 핵심인 Z시리즈 2종에 관한 것입니다. 삼성은 11일 행사에서 “2020년 220만대였던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이 2025년에는 1억 1720만대로 증가할 것”이라고 조사 데이터를 인용해 주장했습니다. 삼성의 혁신기술을 집약한 Z시리즈를 통해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겠다는 의도일텐데요. Z시리즈가 삼성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한층 높여주길 바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고 전략적으로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애플에 크게 밀리는 상황에서, 애플이 아직 내놓지 않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의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 주장대로 2025년에 폴더블 스마트폰의 세계 시장이 1억1720만대가 된다 해도, 스마트폰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10분의 1도 안되는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어느정도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폴더블에서도 무섭게 치고 올라올 것이고, 가격은 삼성 제품보다 낮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폴더블이 프리미엄폰의 대세가 될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도 없지 않습니다. 젊은층에선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애플 선호도가 계속되고 있고, 중장년층에선 폴더블 같은 눈에 띄는 변화보다 기능의 신뢰성을 높이는 등의 눈에 안보이는 변화를 우선시할 수도 있습니다. 발열로 성능이 제한된다든지, 동작의 끊김이 발생한다든지 하는 일을 겪지 않는 완성도 높은 제품을 선호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삼성은 갤럭시 S21 시리즈에서 발열과 그에 따른 기능제한, 동작 끊김 현상 등이 보고되면서, 그동안 갤럭시 시리즈로 쌓아왔던 프리미엄폰 이미지가 일부 손상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폴더블을 통해 업계 혁신을 선도해 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존의 주력인 갤럭시 S시리즈의 경쟁력 회복, 즉 어떤 상황에서도 믿고 쓸 수 있고, UX·핵심성능에서 더 큰 만족을 주는 것이 급선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애플은 자사 고유의 OS·제품 통합 경쟁력을 통해 국내 젊은층 뿐 아니라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팬을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구글까지 독자개발칩을 탑재하고 세계최강의 AI 기술력을 활용한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샤오미만 무서운게 아닙니다. 최근 ‘리얼미(realme)’라는 중국 신생업체까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리얼미는 업계 최단기간인 37개월만에 누적 출하대수 1억대를 돌파했습니다. 특히 삼성이 볼륨 유지를 위해 지켜야 하는 인도 시장에서 올해 2분기 점유율 4위(14%)에 오르는 등 무서운 상승세입니다.
▲ 삼성전자의 신형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 버즈2'. /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 샤오미 뿐 아니라 중국 신흥업체들도 위협적... 대만 미디어텍과의 협업 강화로 ‘대중화권 스마트폰 경쟁력’ 한층 높아져
중국 신흥업체의 약진을 가능케 하는 뒷 배경에는 대만 최고의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회사) 미디어텍이 있습니다. 스마트폰·태블릿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에선 그동안 미국 퀄컴이 확고한 점유율 1위였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미디어텍이 1위에 올라섰고, 올해 1분기(1~3월) 세계시장 점유율도 35%의 미디어텍이 29%인 퀄컴을 누르고 1위 자리를 굳히고 있습니다. 아직은 퀄컴이 고성능·고가, 미디어텍이 중저가 볼륨 위주이지만, 스마트폰이 5G 로 바뀌면서 5G기술에 발빠르게 대응한 미디어텍의 점유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디어텍은 AP만 제공하는게 아니라, 스마트폰 설계·제조 전반에 관한 노하우를 고객사에 세트로 제공해주는 것으로 유명하죠. 그렇기 때문에 리얼미 같은 중국 신생업체도 놀라운 속도로 판매를 늘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작년까지는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로 대만·중국의 반도체 공조가 무너지는듯 했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올해 1~5월 대만의 대(對)중국 수출은 전례 없이 성장,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습니다. 대만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2%에 달했습니다.
중국으로의 수출 내역을 보면 반도체가 50%에 달했습니다. 대만의 대(對)미국 수출은 대중국 수출의 3분의 1 에 그쳤습니다. 미국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중국을 기존 공급망에서 내치고 양안 관계의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지만, 미국 의도대로 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의 ‘화웨이 죽이기’가 단기적으로 화웨이를 어렵게 만드는데는 성공했지만, 그것이 중국의 스마트폰 부상을 막는데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겁니다. 오히려 값싸고 성능 좋은 AP를 대만 미디어텍이 설계하고, 이를 대만 TSMC가 제조한 뒤 중국 스마트폰업체에 제공하는 ‘대중화권 스마트폰 경쟁력’이 앞으로 한층 더 강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11일의 갤럭시 신제품 행사는 1시간 넘게 진행되는 동안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만큼 흥미로웠습니다. 제품뿐 아니라 스토리 구성도 훌륭하더군요. 아시아권 업체 가운데 이 정도의 제품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업체는 아직 삼성이 유일할 것 같습니다. Z시리즈 2종의 혁신도 놀라웠고, 신형 스마트워치와 무선이어폰, 특히 구글OS와 통합돼 삼성 모바일 제품군과의 연결 체험을 극대화한 갤럭시워치4가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날 행사가 모두에 언급한 ‘트리플 펀치’를 한 방에 반격할 만큼 강력했는지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번 행사엔 없었지만, 삼성 프리미엄폰의 주력인 갤럭시 S시리즈의 획기적인 경쟁력 향상, 그리고 소프트·하드 통합 제품력에서 더 높은 완성도와 만족스러운 사용자 체험을 주는게 절실히 필요해 보입니다.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