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시학》 지난 계절에 읽은 좋은 시조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유목적 주체
이송희
... 전략
예전엔 말이야, 할배의 장광설에
아 또 시작이네 보릿고개 넘어가네
새벽종 그만 울려요
삽질 좀 작작 해요
BTS도 모르면서 모바일도 못하면서
집값은 왜 올려요? 일자리 하나 없이
결혼이 장난이냐고요?
강아지나 키울래요
청바지 찢는다고 겨울이 여름 되냐?
자리를 양보할 줄 아나, 국기를 달 줄 아나
뭐 라떼! 니들이 세상을 알아?
물색없이 사는 것들
- 김덕남, 「라떼는 말야」 전문(《시조21》, 2022, 여름호)
몇 년 전, 유행했던 단어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은 기성세대가 잘 썼던 '나 때는 말이야'라는 말을 풍자한 표현이다. 후배들과 자녀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이 그들에게는 '꼰대'들의 잔소리로 되돌아오곤 했다는 사례는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소위 MZ 세대라고 불리는 2030 세대와의 갈등은 직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공간에서 나타나고 있는 듯 하다.
'세대 갈등과 세대 통합'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 이동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말을 빌려보자. 기성세대가 '나'라는 개인 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적 인식을 중요시했던 현상을 'WE 제너레이션'이라고 한다면, MZ 세대 는 '나'라는 개인이 더 중요한 '1 제너레이션' 또는 'ME 제너레이션'이라 불린다고 한다. 또한 기성세대가 서열을 수용하는 '서열 세대'라고 한다면 MZ 세대는 수직적 서열에 불만을 갖는 '수평 세대'라는 것이다.
MZ 세대는 나이 혹은 직책 등으로 서열화되는 듯한 사회에 반감을 갖고 직장 등을 비롯한 조직 사회문화의 공동체적 활동 등에 참여하기보다 개인화된 시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기성세대가 산업화와 민주화, 금융위기 등을 경험하며 빈곤한 성장서사를 지나 취업과 결혼에 대한 불안 속에서 힘들게 일군 풍요로운 현재를 값지게 생각하는 세대라면 MZ 세대는 이미 풍요로운 유년기에서 인생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이미 컴퓨터 세대로서 디지털 혜택은 물론 경제적 풍요 속에서 다양한 기회를 누리며 자랐다.
기성세대는 '보릿고개 넘어가"며 "새벽종이 울리는 새마을 운동을 경험했지만, MZ 세대들은 그런 기성세대들에게 "BTS도 모르면서 모바일도 못하면 / 집값은 왜 올려요?" 라고 따져 묻는다. 또한 "일자리 하나 없는데 결혼이 웬말이냐며 강아지나 키울 것이라 대응한다.
세대 간의 갈등 속에 우리 사회 문제를 곱씹게 한다. 세대 차이의 원인은 다른 환경의 출발선과 경험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사이 여러 세대의 갈등이 있었으나 점점 더 세대 간의 폭이 넓어진 것은 4차 산업혁명의 급격한 변화라는 외부 요소도 존재하지만 무엇보다도 소통 부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는 이러한 세대의 문제점을 꼬집는 우리 시대 유의미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다. 세대 갈등의 원인을 파악해 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답변하는 우리 사회에 공동체 응집력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 보면, 항상 젊은이들은 비난의 대상이었다. 너희도 나이 먹으면 똑같이 말하게 된다는 식의 인식은 어느 세대나 있어 왔다. 아마도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었던 세대들이 갖는 일종의 보상 심리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적지 않을 것이다.
'꼰대'를 비난하는 너희들도 '꼰대'가 될 것이다. 세대 갈등에 놀아나지 말라는 이야기이며, 다 나이 먹고 영화에서 나온 이야기니 함부로 비난하지 말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이란 것이 있어서 그 시대에 맞는 가치를 따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정치인들이 이러한 세대 갈등을 이용하려 한다는 것에 있다. 시대마다 요구하는 인재상과 가치관이 다르고 시대마다 해결해야 할 시대의 과제가 다르다. 세대 간의 갈등은 비단 어느 한 세대만 의 문제가 아님을 보는 시다. "청바지 찢는다고 거울이 여름 되냐?"라거나 "자리를 양보할 줄도 모르고 "국기를 달 줄" 모르는 MZ 세대에 대한 비판보다는 소통의 시간을 갖는 것이 복잡하게 얽힌 사회 문제를 푸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하략.....
이송희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열린시학》 등에 글을 쓰며 평론 활동, 고산문학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등 수상, 아르코와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받음. 시집 『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외 4권, 평론집 『거울과 응시』 외 3권, 연구서 『현대시와 인지시학』 , 그 외 저서로 『눈물로 읽는 사서함』 등이 있음. 전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음.
- 《열린시학》 2022.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