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이볼로 볼로콥터, 유인 시험 비행 성공
20초만에 준비 끝, 20m 높이로 시속 24km
도시 인구가 늘어날수록 도시 교통량도 늘어난다. 이는 교통 정체를 심화시킨다. 갈 길은 바쁜데 정체가 심한
도로에서 꼼짝없이 갇혀 있자니 울화통이 터진다. 이럴 때 도로를 벗어나 하늘을 날아서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있다면? 하지만 하늘을 나는 일이 그리 쉬운가? 그때그때 헬기를 불러서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대안으로 떠올라 20여년 전부터 개발 작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시제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화면 보고 조이스틱으로 조종
좀 더 간편한 건 없을까?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드론을 아예 미래의 도시 교통수단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공중카메라 촬영이나 의약품, 상품 배달에 그치지 않고, 사람을 배달(?)할 수
있을 만큼 드론의 성능을 높여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이른바 드론택시다.
엉뚱한 발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조금씩 결실을 보고 있다. 최근 독일 이볼로(E-volo)가 드론에 사람을
태운 채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볼로콥터’(Volocopter)라는 이름의 이 드론은 지난 2013년 무인 비행에
성공한 이후 그동안 100차례 이상의 시험 비행을 거쳤다. 첫 유인비행에 성공한 볼로콥터 첫 제품
‘VC200’에는 9개의 배터리, 18개의 전기모터. 18개의 회전날개가 달려 있다. 무게는 450㎏이다.
하중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가볍고 단단한 탄소섬유를 소재로 썼다.
드론은 소형 무인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의 드론에는 기껏해야 카메라나 소형 수하물 정도를 탑재할 수
있을 뿐이다. 덩치 큰 사람이 탑승하는데 왜 드론이라고 할까? 비행과 조종 방식이 드론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두 개의 프로펠러로 움직이는 헬리콥터와 달리, 볼로콥터는 드론과 마찬가지로 몇 개의
소형 회전날개들로 비행한다.
조종도 드론과 마찬가지로 조이스틱으로 한다. 따라서 헬리콥터처럼 장시간에 걸친 별도의 조종 훈련을 받을
필요가 없다. 조종석 앞 내비게이션 화면에 목적지로 향하는 하늘길이 표시되면, 이 길을 따라 조이스틱을 움직여
주기만 하면 된다. 사람이 탑승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드론에 비해 덩치가 훨씬 큰 점이 다를 뿐이다.
2인승 시속 100㎞ 고도 1981m 목표…2년 안 출시
첫 탑승자 겸 조종사로 나선 사람은 이볼로의 대표 알렉산더 조셀이었다. 그는 고도 20미터 안팎 높이에서
시속 24킬로미터 속도로 첫 유인비행을 마쳤다. 그는 비행을 마친 뒤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완전 죽여주는 비행이었다. 탑승한 뒤 사전체크를 했다. 아마 20초 정도 걸린 것 같다. 그것으로 비행 준비는
끝났다. 난 그냥 레버를 위로 밀었을 뿐이다. 볼로콥터가 단번에 위로 치솟아 올랐다. 조이스틱에서 손을 떼고
아래를 내려다봤다. 지상 20~25미터 위에 떠 있는 게 아닌가. 우리가 해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개발 목표인 2인승, 시속 100㎞, 고도 1981m에 도달하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하지만 일단 한 고비는
넘어섰다. 사람을 태우고 비행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속도와 고도, 부양력을 조금씩 더 높여나가면 목표
달성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볼로콥터 같은 드론을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어디서든 이착륙이 가능하다.
일반 비행기처럼 활주로가 딸린 공항이 필요 없다. 날개가 많아서 일부가 고장 나도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소형 날개들의 회전 방향을 서로 달리해주면 방향도 쉽게 조정할 수 있다.
이볼로는 2년 안에 볼로콥터를 출시해 항공택시 시대의 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버스, 택시와
지하철이 중심인 현재의 도심 교통수단에 하늘길을 운행하는 항공 드론택시가 더해지면 도심 교통망이 3차원
입체구조를 갖추는 셈이다.
중국 기업도 시제품 전시…유럽연합도 개발 나서
중국의 드론 전문업체 이항(Ehang)도 지난 1월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쇼 CES에서 1인승 드론
‘이항 184’를 선보였다. 184는 각각 1인승, 8개의 프로펠러, 4개의 축을 뜻한다. 이항 184엔 조이스틱도 없다.
의자와 작은 태블릿 스크린만 있을 뿐이다. 스크린을 터치해 목적지만 선택하면 된다. 그러면 GPS를 활용해
자동으로 경로 비행을 한다. 동체 높이는 1.5미터, 무게는 200킬로그램이다. 탑승자 몸무게는 최대 100킬로
그램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시속 100킬로미터의 속도로 최대 23분간 비행할 수 있다. 다만 이항쪽은 실제
비행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아 드론의 성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CES 행사장에서도
전시관 실내에 시제품을 선보이고 비행 동영상만 공개했을 뿐이다.
유럽연합이 개발중인 마이콥터 상상도. .mycopter.eu/
앞서 유럽연합은 지난해 봄까지 4년에 걸쳐 ‘개인용 항공기(PAV·Personal Aerial Vehicle)’의 하나로
마이콥터(myCopter)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관련 기초기술 연구를 지원한 바 있다. 마이콥터의 개발 콘셉트는
‘지상관제 시스템의 통제 없이 완전 또는 부분 자율비행으로 낮은 고도에서 도시의 집과 직장을 오가는 출퇴근용
교통수단’이다. 가속화하는 세계적인 도시화 물결이 교통량 증가와 교통 정체에 대응할 새로운 개인 교통수단을
갈구하고 있다. 드론택시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