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물의 왕국을 찾아서(7)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 목요반 김호택
케냐(Kenya)는 아프리카 동부해안에 있는 나라로 북위 5도~남위 4.5도 사이에 있다. 적도가 중앙부근을 지나며 남동쪽은 인도양, 동쪽은 소말리아, 남쪽은 탄자니아 등과 접하고 있다. 케냐는 비옥한 고원이 넓게 펼쳐져있어 농업이 발달했으며, 키쿠유족, 루야족, 루오족, 통화족, 캄파이족 등 42개 부족이 살고 있다고 한다. 원주민인 아프리카인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고 하였다. 케냐에는 코끼리, 사자, 기린, 얼룩말 등 야생동물들이 많아 유명한 ‘마사이마라국립공원’이 있다. 또 각지에 야생동물 보호지구가 있는 나라다.
케냐 나이로비(Nairobi)에서 180여㎞ 떨어진 상공에서 케냐 나이로비 국제공항 도착 30여분 전이었다. 기장의 안내방송으로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Kilimanjaro 해발 5,890m)’의 만년설이 덮인 웅장한 자태를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행운을 얻어 한 컷 찰칵! 했다.
인구는 약 3,300만 명이고 면적은 58만여㎢로 한반도의 2.7배다. 나이로비의 해발1,680m를 비롯한 대부분이 해발1,000m 이상의 고원에 위치한 나라다. 언어는 스와힐리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면서 각종 부족어를 사용한단다. 탄자니아에서 케냐 나이로비로 들어오니 토요일 12시경으로 차량이 많이 막혔다. 도시계획이 잘 안되어 사거리와 교통 신호등을 보기 어려웠다. 번화가 중심을 제외한 비포장도로가 많아 흙먼지가 심하게 날렸다. 2차로 포장이 되어 있어도 파손된 곳이 많았다. 도로에 조랑말 우마차가 운행하고 있어 더욱 혼잡했다.
대부분이 중고차이며 더운 여름이지만 승용차, 버스, 트럭 등 차들이 문을 열어놓고 다녔다. 내가 탄 미니버스도 에어컨을 조금 오래 켜면 힘이 모자라 시동이 몇 번 꺼져 아예 문을 열었다. 에어컨을 켜고 문을 닫는 새 차는 많지 않으나 흙먼지가 뒤덮여 구분하기 힘들었다. 교통체증이 심하여 점심식당을 20~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 반이 넘게 걸려 도착했다. 식당으로 들어가는데 철문이 닫혀있었다. 경비원이 나와서 예약을 확인한 뒤 열어주었다. 이곳에 도착하니 교포가이드가 대기하고 있었다. 가이드는 출퇴근시간이면 교통체증이 극심하다고 하였다.
중식은 교포가 운영하는 일식으로 해물철판요리와 샐러드를 함께한 김치볶음밥을 먹으니 우리 맛이었다. 우선 번화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우후르’공원에 올랐다. 우뚝 선 수십 층의 원형 아프리카국제회의장이 있고 그 옆에 시계탑이 있는 국회의사당과 시청건물 등 빌딩숲을 이루고 있었다. 공원을 내려와 번화가 중심지로 들어가는데 극심한 정체현상을 보여 발길을 돌려 ‘카렌 블릭슨 기념관(Karen Blixen Museum)’으로 향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의 원작소설을 집필한 덴마크 여성작가인 카렌 블릭슨이 생전에 살았던 집이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커피농장을 경영하면서 병원을 세워 어려운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주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200여 명이 넘는 커피농장 인부 등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선사업을 많이 하다 망했다고 한다. 이 집을 처분하고 본국으로 돌아가 죽음을 맞이했다. 정부에서는 주민들의 뜻에 따라 이집을 매수하여 기념관을 건립하였다. 당시 본국에서 가져다 쓰던 침대, 욕조, 주방용품, 작품 활동에 사용하던 물건 등 생활하던 일체를 모아서 널따란 아름다운 정원과 함께 전시하여 ‘카렌 블릭슨’을 기렸다. 일부는 영화를 촬영할 때 만들었던 소품도 전시해놓았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니 해설사가 자세히 ‘카렌 블릭슨’의 발자취를 설명해주었다.
나는 시내에서 차량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숙소인 ‘사파리 파크(Safari Park)’는 깨끗하고 안락한 방과 레스토랑, 카지노, 야외수영장 등 레저시설이 모두 잘 갖추어져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것 같았다. 저녁식사를 밤 8시부터 야외식당에서 ‘야마초마식(악어, 타조, 멧돼지, 사슴 등의 바비큐)’으로 하고 무대에서 9시부터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사파리 캣츠 쇼’를 하여 아프리카의 마지막 밤을 즐겼다. 아침 일찍 새벽 4시에 일어나 도시락을 받아들고 새벽 5시에 숙소를 나섰다.
7시 반 나이로비 국제공항을 이륙하여 4시간의 비행 끝에 11시 반경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시내관광과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4시 45분 홍콩행 SA항공기에 탑승했다. 이륙하려는 순간 기장이 기체의 엔지고장을 발견하고 기수를 공항 항공기정비소로 향했다. 기장은 기내방송으로 기체의 이상을 말하고 얼마동안 기다려 달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건너 13시간 이상을 비행해야 하는 장거리 운항으로 걱정이 되었다. 2시간 이상을 기다려 겨우 기체가 움직여 활주로에 섰다.
다행히 이륙을 하고 하늘에서 기내식으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13시간 반의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홍콩국제공항에 착륙하여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러나 연결 편 항공기는 날아가 버렸다. SA항공사 직원이 사과를 하고 ‘바우처(식사권과 차권)’를 제공하며 비행기 티켓을 구할 수 없어 0시 30분발 인천행티켓을 주었다. 나는 검색대를 거쳐 홍콩국제공항 2층 면세점 안의 일식당에서 ‘수시’로 저녁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기다리다 0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아침 5시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아프리카는 결코 인간만 사는 곳이 아니고 인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곳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프리카는 야생동물들이 사람을 먹여 살린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도 없이 자연과 농부의 손길만으로 농작물을 키워 수확한다고 한다. 천연식품 그대로 양식(養殖)과 유기농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아프리카를 둘러보니 도시는 현대적인 감각이, 시골과 오지에서는 전통방식 그대로 때 묻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빨리빨리 하면 복이 달아난다고 매사에 느리게 하는 풍속이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프리카인들 대부분은 너무나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고 느꼈다. 아프리카를 떠나면서 나 자신을 한 번 더 되돌아보고 미래를 살아갈 거울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