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종로문학상 심사평
문학상의 계절이다. 문학상은 시인들이 그동안 얼마만큼의 정열을 투자해서 작품을 창작하였느냐하는 그 열정과 창의성에 대한 조그마한 보답이지만 한편으로는 작품 창작의 치열성과 문단활동에 성심성의로 더욱 노력해 달라는 함의(含意)가 내포되어 있다.
올해 제4회 종로문학상 시부문 수상자로 이제우, 이문자, 조주현 세 분을 선정하게 되었다. 대체로 이 세 분은 시창작의 열정뿐만 아니라, 종로문인협회에서의 이사와 운영위원 등으로 남다른 참여활동에도 높이 찬사를 보낸다.
먼저 이제우 시인은 「매화」 등 4편은 외적 사물을 관망하면서 투영하는 이미지가 그냥 시각적인 측면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관념인 내적인 사유의 폭이 넓게 형상화하는 특징이 있는데 ‘매화’나 ‘벙어리매미’, ‘낙숫물’, 그리고 ‘금와보살‘ 등의 시각적인 소재에서 ‘봄 오는 발자국 소리’, ‘천지를 진동하는 매미소리’, ‘새벽잠을 흔드는 천둥소리’ 등과 같이 청각적, 또는 ‘매향에 취해’ 라는 후각과 ‘온뭄이 시리고 한기가 들었다’는 촉각적인 이미지까지 융합하는 다양한 정서가 발현되어 작품의 미감(美感)이 흡인력을 갖는다.
다음 이문자 시인도 「키 높이 구두」 등 4편은 대체로 우리 시인들이 선호하는 외적 사물의 응시(凝視)에서 동화하는 이미지를 창출하는 시법을 원용하고 있는데 ‘키 높이 구두’나 ‘연리지’, ‘문’, ‘머리칼’ 등의 제재가 우리의 상상력을 재생하는 이미지로 그의 내면에 잠재한 정서나 사유의 범주가 다감한 발성법으로 시적 어조를 조율하는 특성이 호감을 갖는다. ‘은밀한 키 높이는 나를 높이고 상대를 낮추는 행위’, ‘미래에 대한 꿈이 많은 사람은 더 / 견고한 문을 통과해야한다’ 등의 지적인 어조는 작품의 지향점으로 흡인하는 마력을 갖게 하는 충분한 공감을 확산하게 된다.
조주현 시인의 「주문진 밤바다」 등 4편은 그 제재 자체에서 그의 사유를 형상화하고 있다. 먼저 그는 ‘주무진 밤바다’와 ‘계절의 끝자락’이라는 시간성에서 탐색하는 시법이 바로 그가 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현실적인 생활 범주에서 우리 인생의 행로 혹은 삶의 단편에서 화해를 구현하려는 메시지가 돋보인다. ‘아 저토록 지칠 줄 모르는 힘의 바다’, ‘향기 고운 국화 향 / 한옥 문풍지 틈으로 / 빗소리 어울려 찾아들고’ 라는 화자의 내면에 침잠해 있는 진정한 어조를 듣게 한다. 동시에 ‘어머니’나 ‘임종2’, ‘사랑’에서도 이 시간성의 무쌍(無雙)한 변화를 감지하는 언어들이 우리의 정감을 흡인하고 있다.
시는 아름답기만 해서도 안 되고 독자들의 영혼까지도 뜻대로 흔들어야 한다는 저 유명한 호라티우스의 시론을 상기하면서 세 분의 수상을 축하한다.
심사위원 김송배(글)
* 한국문인협회 전 부이사장(혹시 이니셜을 넣게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