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보라색이 '아줌마색'일 수밖에 없는 이유...
노인네들은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을 유난히 좋아한다. 자식들이 옷을 사드릴라 치면 딴에는 괜찮은 색을 골라드렸는데 자꾸 새빨갛거나 새파란 것만 찾으신다. 과연 늙은이의 주책일까? 아니면 촌스러우신 것일까?
그게 아니라는 얘기다. 노안이 와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 시력이 약화돼서 눈이 침침해지다보니 그 샛노랗고 새빨간 원색에 옛날에 아름다웠던 색으로 보이는 것일 수 있다(일종의 착시 내지는 색바램 현상?). 그렇다면 자녀들은노부모님의 그런 촌스런(?) 색감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나? "그건 촌스러우니 제가 선택해드리는 색을 고르는 게 어떻겠느냐"고 강권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부모님이 원하시는 색을 골라 드리는 게 좋을까?
디자인은 자기만족이 아니다. 자기만족이 아니라는 뜻을 물론 입는 사람도 보는 사람의 눈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배려의 차원일 뿐이고 디자이너나 의상 코디로서는 고객 자신이 입을 옷을 스스로 원하는 것을 골라 입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게 고객만족 원칙에 부합되는 것이다. 디자인을 디자이너의 눈높이에 맞추는 게 아니듯 부모님의 옷을 자기 시력에 맞추면 안된다. 나이들면 색감도 변한다는 개방적 사고를 갖고 고객만족의 원칙을 부모님 시력 맞추기에도 적용해야 한다.
이왕에 색 마케팅 얘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 나이들면 색감도 변한다는 얘기에 관련된 다른 경우를 보라색과 노란색을 통해 생각해보자. 색채심리학적으로 노란 색은 망상, 정신분열, 광기, 간질 등의 병과 관련된다고들 하며, 그래서 노란색을 계속적으로 선택할 경우 정신분열증 환자로 간주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반해 미친 사람들이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속설이 있다. 아주 근거없는 말은 아니지만 근거가 비교적 많은 노란색과는 달리 보라색에는 억울한 누명이 아닐 수 없다. 보라색은 슬픔과 우울의 느낌이 없진 않지만, 숭고함, 위엄의 충만함과 함께 신비스러운 느낌을 주며, 명상적인 사고를 나타내며 고조된 정신적 갈망과 감수성을 의미한다.
보라색은 정신을 자극하는 빨강과 안정감을 주는 파랑의 중간색으로, 심리학적으로는 열정을 변화시킴과 동시에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기 때문에 중년 여성들이 유독 선호한다고 한다. 여자들이 나이가 들면 유난히 보라색을 밝힌다. 보라색을 즐겨입고 보라색 소품들을 아낀다. 골프장에서도 중년의 여성 골퍼들의 의상을 보면 대다수가 보라색의 골프복을 입은 것이 많이 눈에 띈다. 잘은 모르지만 보라색을 아줌마 색이라고도 부르는 이유가 그런 것은 아닐까?
보라색은 잘 고르면 우아하고 섹시한 맛을 풍기지만 잘못하면 천박하고 촌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색깔 중에 가장 고르기 힘든 색이라는데, 그래서 여자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라색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노란색과 보라색은 복잡한 심성을 나타내는 면과 지극한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이중성을 갖고 있고, 그래서 미학적으로는 노란색과 보라색이 정서불안을 의미하는 경우도 있다고들 한다. 물론 노란색에 대한 편견이 보라색보다 더 강하고 또 결정적인 증거도 많은 반면, 노란색에는 보라색만큼의 極美의 맛도 없다 보니 하나는 어린이 색, 하나는 아줌마색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세상풍상을 다 겪은 아줌마만이 그 진정한 맛을 알 수 있는 색이 보라색이라면, 그저 어린이여서 부담없이(망상, 정신분열, 광기, 간질 등의 병과의 관련성에 대한 의심없이?) 좋아할 수 있는 색이 노란색은 아닐까? 그나마 색깔과 연령의 상관성을 따질 때 노란색은 어린이 색, 보라색은 중년여성의 색이라니 다행이다. 우리 엄마는 아직 보라색을 좋아하는 것 보면 할머니는 아닌가 보다. 촌스런 보라색이지만 그래도 '새'짜 드는 원색은 아니니...ㅋㅋㅋ
그렇게 색에 대한 심리분석을 하다 보니 생각나는 동요가 있다.
이슬비 내리는 이른 아침에
우산 셋이 나란히 걸어갑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
좁다란 학교길에 우산 세개가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갑니다....
초딩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 가사에서 왜 하필 노란우산이나 보라색 우산이 아닌 찢어진 우산이 나왔을까, 그 동요작가의 정신상태는 보라색보다 노란색에 가깝고, 그보다는 더 찢어진 우산에 가까운 심리상태는 아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러고 보면 나도 '노란 우산'이나 '보라 우산'을 써야 하나 보다.
첫댓글 음,,,동요에도 빈부의 격차가 존재하는건가요 노란 우비에 노란 장화를 신은 아이의 산뜻함과 대조적으로 찢어진 을 누가 볼까봐 으로 얼굴을 비스듬히 가린채 뒤에서 소심한 발걸음을 옮기는 차라리 찢어진 이 아니라 뒤집어진 이었으면 재미라도 있었을텐데...
전..색 마케팅이라고 하니까..현대카드의 마케팅이..생각나네요^^;; 카드의 색깔과 알파벳으로..카드를 나타낸..^^;;
난 노란색 갖고 있는데 ^^ 오~ 선정씨 나랑 접근방식 자체가 다르네요..난 댓글 장난치듯 썼는데...너무 고급스러운 이미지 이신데요??^^ 수고해요~
애들은 노란 우산이 어울리죠.. 역시. 찢어진 우산 나는 많이 써봤는데, 그것도 찢어진 비닐 우산, 지금은 있지도 않지만...
서선정씨, 현대카드의 색마케팅 좋은 예네요. 난 사실 색마케팅이라는 제목 달면서 에로틱한 생각을 했었는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