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본대반열반경(南本大般涅槃經) 제 26귄
송대(宋代) 사문(沙門) 혜엄(慧嚴) 등이
니원경(泥洹經)에 의거하여 덧붙임
출처:동국역경원
23. 사자후보살품(師子吼菩薩品) ② - 2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눈의 광명이 실제로 저기 이르는 것이 아니니, 왜냐 하면 먼 데와 가까운 데를 일시에 다 보는 까닭이며 중간에 있는 물건을 보지 못하는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눈의 광명이 저기 이르므로 본다면 모든 중생이 모두 불을 볼 적에 어찌하여 타지 않느냐? 사람이 멀리 있는 흰 물건을 볼 적에 따오기인지 깃발인지 사람인지 나무인지 의심하지 아니하리라. 광명이 이르러 간다면 어떻게 수정 속에 있는 물건이나, 물 속에 있는 고기와 돌을 보게 되느냐? 만일 이르지 않고서 본다면 어찌하여 수정 속의 물건을 보면서, 담 바깥 물건은 보지 못하느냐? 그러므로 눈의 광명이 저기 이르므로 길게 본다는 말이 옳지 아니하니라. 선남자여, 그대의 말과 같이 젖에 타락이 있다면, 젖을 파는 사람이 어째서 젖 값만 받고 타락 값은 받지 않으며, 피마[?馬]를 파는 사람이 말 값만 받고 망아지 값은 달라 하지 않느냐.
선남자여, 세상 사람이 아들이 없는 까닭으로 아내를 맞았는데, 아내가 만일 아기를 배면 처녀라 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이 여자에게 아기를 낳을 성품[兒性]이 있었기에 맞았다면 이치가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만일 아기를 낳을 성품이 있다면 손자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손자를 낳는다면, 이는 곧 형제이니, 왜냐 하면 한배에서 나온 까닭이니라.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여자에게 아기의 성품이 없다 하느니라. 만일 젖 속에 타락의 성품이 있다면 어찌하여 한꺼번에 다섯 가지 맛이 보이지 아니하는가. 만일 나무의 씨 속에 니구타의 다섯 길 되는 성질이 있다면 어찌하여 한꺼번에 움과 줄기와 가지와 잎과 꽃과 과실의 다른 모양을 보지 못하는가. 선남자여, 잎과 꽃과 과실의 다른 모양을 보지 못하는가. 선남자여, 젖빛이 때를 따라 다르고, 맛도 다르고 결과도 다르며, 내지 제호도 그러하거늘, 어찌하여 젖에 타락의 성품이 있다 하겠느냐.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내일 생소를 먹을 터인데, 오늘 벌써 냄새를 걱정하는 것과 같나니, 젖 속에 결정코 타락의 성품이 있다는 것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마치 사람이 붓과 종이와 먹으로써 글자를 이루거니와, 이 종이에는 본래 글자가 없었느니라. 본래는 없었으므로 연을 반연하여 글자를 이루는 것이니 만일 본래부터 있었다면 어찌하여 여러 가지 연을 반연하겠느냐. 마치 푸르고 누른 것이 화합하여 초록빛을 이루는 것 같아서 이 두 가지 빛에는 본래 초록빛 성품이 없는 것이니, 만일 본래 있었다면 어찌하여 화합하여서야 이루겠는가. 선남자여, 마치 중생들이 먹음을 인하여 목숨을 얻거니와 음식 속에는 실로 목숨이 없나니, 만일 본래 있었다면 먹기 전에는 음식이 목숨일 것이니라. 선남자여, 온갖 법들이 본래 성품이 없는 것이니, 그런 뜻으로 내가 이런 게송을 말하였느니라.
본래는 없으나 지금은 있으며
본래는 있으나 지금은 없으니
이 세상 앞세상 지나간 세상에
있다는 모든 법 옳은 곳 없나니.
선남자여, 온갖 법이 인연으로 생기고 인연으로 없어지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중생들 속에 불성이 있다면, 모든 중생은 지금의 나와 같이 부처의 몸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니라. 중생의 불성은 깨지지 않고 부서지지 않고 끄달리지 않고 붙잡히지 않고 얽매이지 않고 속박되지 아니하여 중생 가운데 허공이 있는 것과 같으니라. 모든 중생에게 다 허공이 있건만, 장애되지 아니하므로 제각기 허공 있음을 보지 못하거니와, 만일 중생에게 허공이 없다면, 가고 오고 다니고 서고 앉고 누움이 없을 것이며, 나지도 못하고 자라지도 못할 것이니라. 이런 뜻으로 나의 경 가운데 말하기를, 모든 중생에게 허공계가 있다 하였으니 허공계를 이름하여 허공이라 한다. 중생의 불성도 이와 같아 10주 보살이라야 그것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으니, 마치 금강주(金剛珠)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중생의 불성은 부처님의 경계요, 성문·연각으로는 알 바가 아니니라. 모든 중생들은 불성을 보지 못하는 까닭에 항상 번뇌에 얽매여서 생사에 헤매는 것이며, 불성을 보는 연고로 모든 번뇌가 속박하지 못하여 생사에서 해탈하여 대열반을 얻느니라."
사자후보살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중생에게 불성의 성질이 있는 것이, 마치 젖 속에 타락의 성품이 있는 것과 같나이다. 만일 젖에 타락의 성품이 없다면, 어찌하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두 가지 인이 있으니 하나는 정인이요 하나는 연인인데, 연인이라 함은 효모와 따뜻함이니, 허공은 성품이 없으므로 연인이 없다' 하셨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젖 속에 결정코 타락의 성품이 있다면, 어찌하여 연인(緣因)을 필요로 하겠는가."
사자후보살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성품이 있는 연고로 연인을 구하나니, 왜냐 하면 분명하게 보려 함입니다. 연인은 곧 아는 인이오니, 세존이시여, 마치 어둠 속에 먼저 물건이 있었기에 물건을 보려고 등불로 비치는 것과 같습니다. 만일 본래 없었으면 무엇을 등불로 비치오리까. 마치 진흙 속에 병이 있으므로, 사람과 물과 물레와 노끈과 작대기 따위로 아는 인을 삼는 것이며, 니구타의 씨가 땅과 물과 거름을 추구하여, 아는 인을 짓는 것과 같나니, 젖 속에 있는 효모와 따뜻함도 이와 같아서, 아는 인을 짓나이다. 그러므로 비록 먼저부터 성품이 있어도 아는 인을 빌려서야 보게 되나니, 젖 속에 먼저 타락의 성품이 있는 줄을 아나이다."
"선남자여, 만일 젖 속에 타락의 성품이 있다면, 이것이 곧 아는 인일 것이요, 만일 아는 인이라면 어찌하여 다시 알려 하겠는가. 선남자여, 만일 이 아는 인의 성품이 아는 것이라면, 항상 스스로 알아야 할 것이요, 만일 스스로 알지 못한다면, 어떻게 다른 것을 알겠는가. 만일 말하기를 아는 인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스스로 아는 것이요, 하나는 다른 것을 아는 것이라 하면 그 뜻이 옳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아는 인은 한 법인데 어떻게 둘이 있겠는가. 만일 둘이 있다면 젖도 마땅히 둘일 것이며, 만일 젖 속에 두 가지 모양이 없다면, 어찌하여 아는 인에만 둘이 있다 하겠는가."
사자후보살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나까지 모두 여덟 사람이다' 하는 것과 같이, 아는 인도 그와 같아서 스스로도 알고 다른 이도 아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아는 인이 만일 그렇다면 아는 인이 아니니, 왜냐 하면 세는 이는 제 몸[自色]과 다른 몸을 셀 수 있으므로, 여덟 사람이라 말하거니와, 이 몸의 성품은 스스로 아는 상[了相]이 없으며, 아는 상이 없으므로 지혜의 성품을 의지하여야 저와 다른 것을 셀 수 있나니, 그러므로 아는 인은 스스로도 알지 못하고, 다른 것도 알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여, 모든 중생의 불성 있는 이가 무슨 까닭으로 한량없는 공덕을 닦는가. 만일 닦는 것이 아는 인이라 한다면, 이미 타락이 없어짐[壞]과 같으니라. 만일 인 가운데 결정코 과가 있다면, 계율과 선정과 지혜가 증장하지 않아야 할 것인데, 내가 보기에는 세상 사람들이 본래는 계율과 선정과 지혜가 없다가 스승에게서 받고 나서는 점점 증장하니, 만일 스승의 가르치는 것이 아는 인이라 한다면 스승이 가르칠 때에는 받는 사람에게 계율과 선정과 지혜가 있지 않았을 것이니라. 만일 이것이 아는 인이라면 아는 것이 있지 않았을 터이니, 어떻게 계율과 선정과 지혜를 알아서 증장케 하겠는가."
사자후보살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아는 인이 없다면, 어떻게 젖이 있는 것이 타락이 있다고 이름하오리까?"
"선남자여, 세상에서 물음을 대답하는 데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차츰차츰 대답함[轉]이니, 앞에서 말함과 같이 무슨 인연으로 금하는 계율을 받아 지니는가. 뉘우치지 아니하기 위함이니라. 내지 대반열반을 얻기 위함이니라 하는 따위요, 둘은 잠자코[默然] 대답함이니, 범지가 나에게 와서 묻기를, 내가 항상합니까 하기에, 내가 잠자코 있음과 같은 것이요, 셋은 반문하는[疑] 대답이니, 이 경에서 말한 것처럼 '만일 아는 인이 둘이 있다면, 젖 속에는 어찌하여 두 가지가 있지 않은가' 하는 등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지금 차츰차츰 대답하는 것이다. 세상 사람이 젖이 있으면 타락이 있다고 하는 것은, 결정코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젖이 있는 것을 타락이 있다고 말할 수는 있느니라. 불성도 그와 같아서, 중생이 있으면 불성이 있는 것이니, 마땅히 볼 수 있는 연고니라."
사자후보살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이치가 그렇지 않나이다. 과거는 이미 없어졌고, 미래는 오지 아니하였사온데, 어떻게 있다 하오리까. 만일 마땅히 있으리라 하여서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렇지 않나이다. 마치 세상 사람이 현재에 아들이 없으면, 아들이 없노라 말하는 것이온데,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없는 것을 어떻게 모든 중생이 다 불성이 있다고 말하오리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지나간 것을 있다고 함은, 가령 귤을 심어서 싹이 나고 씨가 없어졌으나, 싹도 달고 풋과일 맛도 달다가, 익고 나면 이에 시어지느니라. 선남자여, 이 신맛이 씨나 싹이나 풋과일 때에는 없었다가 익을 때의 빛과 모양을 따라서 생기는 것이니, 이 신맛은 본래는 없던 것이 지금 있는 것이다. 본래는 없던 것이 지금에 있지만 근본을 인하지 않은 것이 아니니라. 이와 같이 본래의 씨가 비록 지나갔으나 있었다고 이름할 것이니, 이런 이치로 지나간 것을 있었다고 이름하니라. 또 어찌하여 미래를 있다고 하는가. 어떤 사람이 참깨를 심을 적에, 누가 묻기를 무엇하려고 심는가 하면, 기름이 있기에 심노라 하는 것 같나니, 실로 기름이 있는 것 아니지만 참깨가 여문 뒤에 깨를 받아서 찌고 누르면 기름이 생길 터이므로, 이 사람의 말이 허망하지 아니하니라. 이런 뜻으로 미래를 있다고 하느니라.
또 어찌하여 과거를 있다고 하는가.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외딴 데서 임금을 욕하였더니, 여러 해 뒤에 임금이 듣고 불러 묻기를 '어찌하여 나를 욕하였느냐' 하기에, 대답하기를 '대왕이여, 저는 욕하지 않았나이다. 왜냐 하면 욕한 일은 이미 없어진 까닭입니다' 하였다.
임금은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욕을 한 너와 내가 모두 있는데, 어찌하여 없어졌다 하느냐?' 이리하여 목숨을 잃었느니라. 선남자여, 이 둘이 실로 없지만 결과는 없지 아니하였으니, 이것을 말하여 지나간 것이 있다 하느니라. 또 어찌하여 미래를 있다 하느냐. 어떤 사람이 옹기장이에게 가서 병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옹기장이는 있다고 대답하였다. 옹기장이에게 실상은 병이 없었지만 진흙이 있으므로 병이 있다고 한 것이니, 이 사람의 말이 허망하지 아니하니라. 젖 속에 타락이 있다는 것이나,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는 것도 이와 같으니라. 불성을 보고자 하면 마땅히 시절과 인연을 관찰할 것이니, 그래서 내가 말하기를 모든 중생에게 모두 불성이 있다고 하는 것이 허망하지 아니하니라."
사자후보살이 아뢰었다.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없다면 어떻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나이까. 정인이 있는 까닭입니다. 무엇이 정인인가 하오면, 불성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니구타 씨에 니구타나무가 없다면 어찌하여 니구타 성씨라 하고, 가타라(?陀羅) 씨라 이름하지 않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구담 씨를 아지야(阿?耶) 성씨라 일컫지 못하고, 아지야도 구담이라고 일컬을 수 없는 것처럼, 니구타 씨도 그와 같아서 가타라 씨라 일컫지 못하고, 가타라 씨도 니구타 씨라고 일컬을 수 없나이다. 마치 세존이 구담 성씨를 버릴 수 없듯이, 중생의 불성도 그와 같사오니, 이런 뜻으로 중생에게 모든 불성이 있는 줄을 알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일 씨 속에 니구타가 있다고 말하면, 그 뜻이 그렇지 아니하니, 만일에 있다면 어찌하여 보이지 않는가. 선남자여, 세간의 물건들은 인연이 있어서 보이지 않나니, 무엇을 인연이라 하는가. 멀어서 보이지 않는 것은 허공을 나는 새의 발자국이요, 가까워서 보이지 않음은 사람의 속눈썹이요, 망그러져서 보지 않음은 눈이 먼 이요, 생각이 어지러워서 보지 못함은 마음이 전일하지 못한 이와 같고, 작아서 보지 못함은 가는 티끌이요, 가리워서 보지 못함은 구름에 덮인 별이요, 많아서 보지 못함은 볏단 속의 삼씨와 같고, 비슷하여서 보지 못함은 콩더미에 있는 콩과 같거니와, 니구타나무는 이러한 여덟 가지와는 같지 않거늘, 만일 있다면 어찌하여 보이지 않는가. 만일 작아서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면, 그 뜻이 그렇지 아니하니, 왜냐 하면 나무의 모양이 큰[?] 까닭이니라. 만일 성품이 가늘다면 어떻게 자라겠는가. 만일 가리워서 보이지 않는다면, 항상 보이지 않아야 할 것이며, 본디는 큰 모양이 없었는데, 지금에 큰 것을 본다 하면 이 큰 것이 본디는 보이는 성품이 없음을 알 것이며, 본디는 보이는 성품이 없었는데 지금에 볼 수 있다면 이 보는 것도 본디는 성품이 없는 줄을 알 것이니라. 씨도 그와 같아서 본디는 나무가 없던 것이 지금에 있다고 한들,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사자후보살이 아뢰었다.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두 가지 인이 있으니, 하나는 정인이요 다른 하나는 아는 인[了因]이라 하겠나이다. 니구타의 씨가 땅과 물과 거름으로 아는 인을 삼는 연고로, 작던 것이 커진다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일 본래 있었다면, 어찌 아는 인을 요구하겠는가. 만일 본디 성품이 없다면, 아는 인이 무엇을 알겠는가. 만일 니구타에 본래 큰 모양이 없건만 아는 인을 인하여 큰 모양을 내었다 하면, 어찌하여 가타라나무는 내지 않는가. 둘이 다 없던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만일 작아서 보지 못한다면 큰 것은 볼 수 있으리라. 마치 한 티끌은 보지 못하더라도, 여러 티끌이 화합하면 볼 수 있을 것이니, 그와 같이 씨 가운데 큰 모양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 하면 이 속에 이미 싹과 줄기와 꽃과 과실이 있고, 낱낱 과실마다 한량없는 씨가 있고, 낱낱 씨 속에 한량없는 나무가 있을 것이니, 그러므로 크다고 하느니라. 이러한 큰 것이 있으므로 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만일 니구타 씨에 니구타의 성품이 있어서 나무를 자라게 한다고 하면, 이 씨가 불에 타는 것을 볼 적에는, 이러한 타는 성품도 본래 있었다고 할 것이며, 만일 본래 있다면 나무는 자라지 못할 것이니라. 만일 온갖 법이 본래 나고 없어짐이 있다면 어찌하여 먼저 났다가 나중에 없어지고, 한꺼번에 나고 없어지지 않는가. 이런 뜻으로 성품이 없는 줄을 알 것이니라."
사자후보살이 또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니구타 씨에 본래 나무의 성품이 없는데 나무를 내었다면, 이 씨에서 어찌하여 기름은 나오지 않나이까? 둘이 마찬가지로 없는 까닭입니다."
"선남자여, 이 씨 속에서 기름도 낼 수 있나니, 본래는 성품이 없었으나 인연으로 하여서 있느니라."
사자후보살이 아뢰었다.
"어찌하여 참깨 기름이라고 이름하지 않나이까?"
"선남자여, 참깨가 아닌 연고니라. 선남자여, 불의 인연으로는 불을 내고, 물의 인연으로는 물을 내는 것이어서, 모두 인연을 따르지만 상대되는 것이 함께 있지는 못하는 것이니라. 니구타의 씨와 참깨 기름도 그와 같아서, 모두 인연을 따르지만 제각기 서로 내지는 못하나니, 니구타 씨의 성품은 냉(冷)을 다스리고, 참깨 기름의 성품은 풍(風)을 다스리느니라. 선남자여, 마치 사탕수수[甘蔗]의 인연으로 석밀(石蜜)과 흑설탕이 생기나니, 비록 한 가지 인연이지만 빛과 모양이 제각기 달라서, 석밀은 열(熱)을 다스리고 흑설탕은 냉을 다스리느니라."
사자후보살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젖 속에 타락의 성품이 없고 참깨에 기름의 성품이 없고, 니구타 씨에 나무의 성품이 없고, 진흙에 병의 성품이 없고,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없다면, 부처님께서 먼저 말씀하신 바 모든 중생에게 모두 불성이 있으므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라고 한 것은, 이치가 그렇지 않겠나이다. 왜냐 하면 사람과 하늘이 성품이 없기 때문입니다. 성품이 없기 때문에 사람이 하늘도 되고 하늘이 사람도 되거니와, 이는 업의 인연으로 되는 것이요, 성품으로 되는 것이 아니겠사오며 보살마하살도 업의 인연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것이겠나이다. 만일 중생들에게 불성이 있다면 무슨 인연으로 일천제(一闡提)들은 선근을 끊어 버리고 지옥에 떨어지나이까? 만일 보리심이 불성이라면 일천제들이 끊지 못하여야 할 것이요, 만일 끊을 수 있다면 어떻게 불성이 항상하다고 말하겠나이까. 만일 항상함이 아니라면 불성이라 하지 못할 것이요, 만일 중생들에게 불성이 있다면, 어찌하여 처음으로 보리심을 낸다고 하오며, 어찌하여 비발치(毗跋致)·아비발치(阿毗跋致)라 하겠나이까? 비발치라 하면 이 사람에게는 불성이 없는 줄을 알 것이니이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로 나아가며, 대자대비로 나고 늙고 죽음과 번뇌의 걱정을 보았고, 대반열반에는 나고 늙고 죽음과 번뇌의 걱정이 없음을 보았으며, 삼보와 업과 과보를 믿고, 계율을 받아 지니는 따위의 법을 불성이라 하리니, 만일 이런 법을 여의고 불성이 있다면, 무슨 필요로 이런 법으로써 인연을 삼았겠나이까?
세존이시여, 마치 젖은 인연을 의지하지 않고도, 반드시 타락을 이루려니와, 생소(生?)는 그렇지 아니하여 모름지기 인연을 의지하여야 하나니, 사람의 공력과 물병과 혼합시키는 것과 노끈입니다. 중생도 그러하여 불성이 있다면, 인연을 여의고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만일 결정코 있을진댄 수행하는 사람이 어찌하여 3악도의 고통과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보고, 퇴타하는 마음을 내나이까? 그리고 6바라밀을 닦지 않고도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니, 마치 젖이 인연이 아니고도 타락을 이루는 것 같으리이다. 그러나 6바라밀을 인하지 아니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는 것이 아니오니, 이런 뜻으로 중생들에게 불성이 없음을 알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먼저 말씀하시기를 승보가 항상하다 하였사온데, 만일 항상하다면 무상이 아닐 것이며, 무상이 아니라면 어떻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이까? 승보가 항상하다면, 어찌하여 온갖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고 말씀하나이까? 세존이시여, 만일 중생들이 본래부터 보리심이 없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도 없었다가 뒤에 있다 하오면, 중생들의 불성도 그와 같아서, 본래는 없다가 뒤에 있을 것이오니, 이런 이치로 온갖 중생이 마땅히 불성이 없으리라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오래전부터 불성의 이치를 알았지만 중생들을 위하여서 짐짓 이렇게 물음이리라. 모든 중생이 진실로 불성이 있건만 그대가 말하기를 중생에게 만일 불성이 있다면, 처음 보리심을 내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 있을 수 없다 하거니와, 선남자여, 마음은 불성이 아니니라. 왜냐 하면 마음은 무상한 것이고 불성은 항상한 까닭이니라. 그대의 말이 어찌하여 마음이 퇴타하는가 하지만, 실로는 퇴타하는 마음이 없나니 마음이 퇴타한다면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려니와, 더디게 얻게 되므로 퇴타한다고 이름하는 것이니라. 이 보리심은 실로 불성이 아니니, 왜냐 하면 일천제들이 선근을 끊고 지옥에 떨어지는 연고니라. 만일 보리심이 불성이라 하면 일천제들을 일천제라고 이름할 수 없으며, 보리심도 무상하다고 이름할 수 없느니라. 그러므로 보리심이 결정코 불성이 아닌 것을 알지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말하기를 중생에게 만일 불성이 있다면, 인연을 의지할 필요가 없는 것이, 젖이 타락되는 것과 같다고 함은, 이치가 옳지 아니하니라. 왜냐 하면 만일 다섯 가지 인연이 생소를 이룬다 하면, 불성도 그와 같은 줄을 알기 때문이니라. 마치 여러 가지 돌에 금도 있고 은도 있고 구리[銅]도 있고 철도 있는데, 모두 4대로 되었으며, 이름도 같고 실상도 같으나 내는 것은 각각 같지 아니하며, 반드시 중생의 복덕과 용광로와 사람의 공력 따위의 여러 가지 인연을 의지한 뒤에야 나오는 것과 같으니라. 그러므로 본래 금의 성품이 없음을 알 것이니라. 중생의 불성도 부처라 이름하지 아니하고, 여러 가지 공덕과 인연이 화합하여 불성을 본 뒤에야 부처를 얻게 되느니라.
그대가 말하기를, 중생에게 다 불성이 있다면 어찌하여 보지 못하는가 함은, 이치가 그렇지 않느니라. 왜냐 하면 모든 인연이 화합하지 못한 연고니라. 선남자여, 이런 뜻으로 내가 두 가지 인을 말하였으니, 정인(正因)과 연인(緣因)이니라. 정인은 불성이요 연인은 보리심을 내는 것이니, 이 두 가지 인연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것이, 마치 돌에서 금이 나는 것과 같으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말하기를 승보가 항상하다면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없으리라 하거니와, 선남자여, 승가라 함은 화합(和合)이란 말이요, 화합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세간의 화합이요 하나는 제일의의 화합이니라. 세간의 화합은 성문승이라 하고, 제일의의 화합은 보살승이라 하나니, 세간승은 무상하고 불성은 항상하며 불성이 항상한 것처럼 제일의의 승도 그러하니라. 또 승가가 있으니 법 화합을 말하는 것이다. 법 화합은 12부경을 말함이니, 12부경이 항상한 것이므로, 내가 말하기를 법승도 항상하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승가는 화합이라 이름하고, 화합은 12인연이라 하나니, 12인연 가운데도 불성이 있으며, 12인연은 항상한 것이요 불성도 그러하므로, 내가 말하기를 승가에게 불성이 있다 하느니라. 또 승가란 것은 부처님의 화합이니,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승가에게 불성이 있다 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의 말이 중생에게 만일 불성이 있다면, 어찌하여 퇴타하는 이가 있고 퇴타하지 않는 이가 있는가 하나니, 자세히 들으라. 내가 그대를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열세 가지 법이 있으면 퇴타하느니라. 무엇을 열세 가지라 하는가. 하나는 마음에 믿지 않음이요, 둘은 마음을 짓지 않음이요, 셋은 의심하는 마음이요, 넷은 몸과 재물을 아낌이요, 다섯은 열반에 대하여 두려움을 내어서 어떻게 중생으로 하여금 영원히 멸하게 하겠는가 함이요, 여섯은 마음에 견디지 못함이요, 일곱은 마음이 조복되지 못함이요, 여덟은 수심함이요, 아홉은 즐거워하지 않음이요, 열은 방일함이요, 열하나는 제몸을 가벼이 여김이요, 열둘은 스스로 번뇌를 보고 깨뜨릴 수 없다 함이요, 열셋은 보리에 나아가는 법을 좋아하지 아니함이니라. 선남자여, 이것을 열세 가지 법이라 하나니, 보살로 하여금 보리에서 퇴타하게 하느니라.
또 여섯 가지 법이 있어서 보리심을 파괴하나니, 무엇이 여섯인가. 하나는 법을 아낌이요, 둘은 모든 중생에게 선하지 않은 마음을 일으킴이요, 셋은 나쁜 동무를 친근함이요, 넷은 부지런히 정진하지 아니함이요, 다섯은 스스로 교만함이요, 여섯은 세상 사업을 경영함이니라. 이러한 여섯 가지 법이 보리심을 파괴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부처님 세존은 인간 천상의 스승이며, 중생 중에 가장 높아서 비길 이 없으며, 성문이나 벽지불보다 훌륭하며, 법에 대한 눈이 밝아서 걸림없이 법을 보며, 큰 고통 바다에서 중생들을 제도한다'는 말을 듣고는 곧 서원을 내되,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나도 마땅히 얻으리라 하고, 이런 인연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기도 하고, 혹은 다른 이의 가르침을 듣고 보리심을 내기도 하였으나, 혹은 보살이 아승기겁 동안에 고행을 닦은 뒤에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는 말을 듣고는 생각하기를, '나는 이런 고행을 감당할 수 없으니 어떻게 얻으리요' 하고 퇴타하는 마음을 내느니라.
선남자여, 또 다섯 가지 법이 있어서 보리심을 퇴타케 하나니, 무엇이 다섯인가. 하나는 외도에 출가하기를 좋아함이요, 둘은 대자대비의 마음을 닦지 않음이요, 셋은 법사의 허물 보기를 좋아함이요, 넷은 항상 생사에 있기를 좋아함이요, 다섯은 12부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쓰고 해설하기를 좋아하지 않음이니, 이것을 이름하여 다섯 가지 법으로 보리심을 퇴타케 한다 하느니라. 또 두 가지 법으로 보리심을 퇴타케 하나니. 무엇이 두 가지인가. 하나는 5욕락을 탐함이요, 둘은 3보를 공경하거나 존중하지 않음이니라.
이런 인연으로 보리심이 퇴타하느니라.
어떤 것을 퇴타하지 않는 마음이라 하는가. 어떤 사람이 '부처님께서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하는 속에서 중생을 제도하며, 스승에게 묻지 않고도 자연히 닦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다는 말을 듣고는, 만일 보리의 도를 얻을 수 있다면, 나도 닦아서 반드시 얻으리라 하여 이 인연으로 보리심을 내고, 짓는 공덕이 많거나 적거나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면서, 서원을 세우되 내가 항상 부처님과 부처님의 제자를 친근하며, 항상 깊은 법을 듣고 다섯 가지 근[五情]이 구족하며, 설사 괴롭고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이 마음을 잃지 말아지이다 하며, 또 원하기를 부처님과 부처님의 제자들이 나에게 항상 환희한 마음을 내되, 다섯 가지 선근을 갖추어지니이다 하며, 만일 중생들이 나의 몸을 찍으며 나의 수족과 머리와 눈과 사지를 베더라도 이런 사람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 스스로 기뻐하며, 이런 사람들이 나를 위하여 보리심이 증장케 하나니, 만일 이런 일이 없으면, 내가 무슨 인연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수 있으리요 하느니라.
또 원을 세우되, 나는 근(根)이 없거나 근이 둘이거나 여인의 몸을 받지 말며, 남에게 얽매이지 말며 악한 주인을 만나지 말며 악한 임금에게 소속되지 말며 나쁜 나라에 나지 않게 하여지이다. 만일 좋은 몸을 얻으면 문벌이 훌륭하고 재물이 많더라도 교만을 내지 않게 하며, 내가 항상 12부경을 듣고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쓰고 해설하며, 만일 중생을 위하여 연설하면 듣는 이가 공경하고 믿고 의심이 없으며, 나에게 대하여 나쁜 마음을 내지 않게 하여지이다. 차라리 조금 듣고 뜻을 많이 이해할지언정, 많이 듣고 뜻을 알지 못함을 원치 아니하며 마음의 스승이 되기를 원하고 마음을 스승함을 원치 아니하며,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업이 악한 일과 어울리지 아니하며, 모든 중생에게 안락함을 베풀고, 몸의 계행과 마음의 지혜가 산과 같아서 동하지 아니하며, 위없는 바른 법을 받아 지니기 위하여서는 몸과 목숨과 재물을 아끼지 아니하며 부정한 물건은 복업으로 여기지 아니하며, 정당한 생업[正命]으로 살아가고 삿된 마음이 없어지이다.
은혜를 받은 때에는 작은 은혜라도 크게 갚기를 생각하며, 세상에 있는 사업과 기술을 잘 알고, 중생들의 각 지방 말을 잘 알아서 12부경을 읽고 외우고 쓰면서 게으른 마음을 내지 아니하며, 만일 중생들이 듣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면 방편으로 인도하여 듣기를 좋아하게 하며, 말이 항상 부드러워서 나쁜 말을 하지 아니하며, 화합하지 못하는 대중은 화합하게 하고,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이가 있으면 근심과 두려움을 여의게 하며, 흉년 드는 세상에는 풍족하게 하고, 병이 도는 세상에선 용한 의원이 되어 병에 쓰는 약이나 재물을 마음대로 하여, 앓는 이로 하여금 쾌차하게 하며, 도병겁(刀兵劫)이 생길 적에는 큰 세력이 있어서 상하고 해하려는 것을 끊어 버리고 남는 일이 없게 하며, 중생들의 가지가지 공포를 덜어 줄 것이니, 이른바 죽는 공포, 가두고 얽어매고 때리는 일, 수재, 화재, 법률을 범하고 난리가 생기는 일, 빈궁하고 파계하는 일, 나쁜 소문, 나쁜 갈래, 이런 따위의 공포를 모두 끊을 것이니라.
부모와 스승과 어른에게는 항상 공경하는 마음을 내고 원수들에게는 자비한 마음을 가지며, 항상 여섯 가지 생각함[六念]과 공삼매문(空三昧門)과 12인연과 생멸하는 관[生滅等觀]과 숨을 내쉬고[出息] 들이쉬는 것[入息]과 하늘의 행과 범행과 성행(聖行)과 금강삼매와 수릉엄정을 닦으며, 삼보가 없는 데서는 스스로 고요한 마음을 얻게 하며, 설사 몸과 마음으로 큰 고통을 받을 때라도 위없는 보리심을 잃지 말게 하며, 성문이나 벽지불의 마음으로 만족한 줄을 알지 못하게 하며, 삼보가 없는 곳에서는 삿된 소견을 파할지언정 그의 도를 익히지 아니하며, 법에 자재함을 얻고 마음에 자재함을 얻으며, 함이 있는 법에는 분명하게 허물을 보고 나로 하여금 2승의 도과를 무서워하기를 목숨을 아끼는 이가 몸 버리기를 무서워하듯 하며, 중생을 위하여 세 나쁜 갈래에 있기를 좋아하기를 중생들이 도리천에 나기를 좋아하듯 하며, 낱낱 사람들을 위하여 한량없는 겁 동안에 지옥의 고통을 받으면서도 마음에 뉘우치지 않게 하며, 다른 이가 이익 얻음을 보고도 질투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항상 기뻐하기를 자기가 낙을 얻은 듯이 할지니라.
삼보를 만나거든 외복과 음식과 와구와 가옥과 의약과 등과 꽃과 향과 풍악과 깃발과 일산과 7보로 공양할 것이며, 부처님의 계율을 받거든 견고하게 보호하고 범할 생각을 내지 말며, 보살들이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한다는 말을 듣거든, 환희한 마음으로 후회함을 내지 말며, 지나간 세상의 숙명(宿命)을 알고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은 업을 짓지 말며, 과보를 받기 위하여 인연을 모으지 말고, 현재의 낙에 탐착함을 내지 말지니라.
선남자여, 만일 이러한 서원을 내는 이가 있으면 보살이라 이름할 것이니, 보리심을 퇴타하지 아니할 것이며, 시주라고도 이름할 것이니, 여래를 뵈옵고 불성을 분명히 알 것이며, 중생들을 조복하여 생사에서 해탈케 하며, 위없는 바른 법을 보호하여 가지고, 6바라밀을 구족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이런 뜻으로 퇴타하지 않는 마음을 불성이라 이름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퇴타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비유하여 말하면 어떤 두 사람이 이런 말을 들었다. '다른 지방에 7보로 된 산이 있고, 산에 맑은 샘이 있는데, 물맛이 매우 좋고, 그 산에 가는 사람은 빈궁을 영원히 면하고 그 물을 먹으면 만년을 살 수 있거니와, 길이 멀고 험하여서 가기가 어렵다.' 그리하여 그 두 사람이 함께 길을 떠나는데, 한 사람은 가지가지 행구를 준비하였고, 다른 한 사람은 빈손으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함께 앞으로 향하여 가다가 길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보물을 많이 가지고 오는데 7보가 구족하였다. 두 사람은 앞으로 가서 물었다. '여보시오. 그 지방에 참으로 7보 산이 있더이까?' 그 사람은 이렇게 대답한다. '참으로 있고 거짓말이 아니며 나는 보물을 많이 얻어 가졌고, 그 물도 먹었소만, 길이 험하고 도적이 많고 자갈밭 가시밭뿐이요, 물도 풀도 없어서 가는 사람은 천명 만명이나 도착한 사람은 대단히 적소.'
이 사실을 듣고 한 사람은 후회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길이 그렇게 멀고 고생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가는 사람은 많으나 도착한 사람은 몇 사람 안 된다 하니, 난들 어떻게 갈 수 있겠는가. 지금 나의 살림은 그런 대로 살아갈 수 있는데, 거기를 가다가는 혹시 죽을지도 모른다. 몸을 보전하지 못하면 장수가 무슨 소용인가' 하였고, 다른 한 사람은 '다른 이도 도착한 사람이 있으니, 나도 갈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가기만 하면 소원이 만족하여 보물도 많이 얻고 장수하는 물도 마실 것이요, 만일 이르지 못하면 죽기로 한정하리라.' 이 때에 두 사람이 하나는 후회하여 돌아서고, 한 사람은 앞으로 가서 그 산에 당도하였다. 그래서 보물을 많이 얻었고 물도 마음껏 먹었으며, 많은 보배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서 부모를 봉양하고 친척들까지 이바지하였다. 후회하면서 먼저 돌아왔던 사람이 이 일을 보고는 마음에 열이 나서, 저 사람이 갔다 왔는데, 난들 어찌 그냥 있으리요 하고, 곧 행장을 차려서 길을 떠났다.
7보 산은 대반열반에 비유하고, 맛나는 물을 불성에 비유하고, 두 사람은 초발심한 두 보살에 비유하고, 험악한 길은 생사에 비유하고, 길에서 만난 사람은 부처님 세존에 비유하고, 도적이 있는 것은 네 마군에 비유하고, 자갈밭 가시밭은 번뇌에 비유하고 물도 풀도 없다는 것은 보리의 도를 익히지 않는 데 비유하고, 한 사람이 돌아선 것은 퇴타한 보살에 비유하고 곧장 간 사람은 퇴타하지 않는 보살에 비유한 것이니라.
선남자여, 중생의 불성이 항상 있어 변하지 않는 것이 저 험한 길과 같거든, 어떤 사람이 후회하고 돌아왔다고 하여서, 도가 무상하다고 말할 수 없나니, 불성도 그러하니라. 선남자여, 보리의 길에 마침내 퇴타하는 이가 없나니, 선남자여, 그 때에 후회하고 돌아왔던 사람도 저번에 같이 가던 사람이 보배를 얻어 가지고 와서 형제가 자재하게 부모를 봉양하고 친척들을 도와주면서 안락하게 사는 것을 보고는 마음에 열이 나서 즉시 행장을 차려 가지고 다시 떠나서, 몸도 돌아보지 않고 모든 곤란을 참아가면서 마침내 7보 산에 이르렀으니 퇴타하였던 보살도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모든 중생이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니, 이런 뜻으로 나의 경에 말하기를 온갖 중생이나 내지 5역죄나 4중금을 범한 이와 일천제들도 모두 불성이 있다고 하였느니라."
사자후보살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살이 퇴전하는 이와 퇴전하지 않는 이가 있나이까?"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여래의 32상을 얻는 업의 인연을 닦아 익히는 이는 퇴전하지 않는다 이름하며, 보살마하살이라 이름하며, 불퇴전이라 이름하며, 모든 중생들을 불쌍히 여긴다 이름하며, 모든 성문·연각보다 훌륭하다 이름하며, 아비발치라 이름하니라. 선남자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계행을 가지어 흔들리지 아니하며 보시하는 마음을 옮기지 아니하며, 진실한 말에 머물기를 수미산같이 하면, 이러한 업의 인연으로 발바닥이 상자 바닥처럼 평평한 모양[?底相]을 얻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부모에게나 화상(和上)에게나 어른에게나 내지 축생에게까지 법다운 재물로 공양하거나 공급하면, 이러한 업의 인연으로 발바닥에 천 개의 바퀴살 무늬[千輻輪相]가 있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생명을 죽이지 아니하고 훔치지 아니하고 부모와 스승에게 항상 환희한 마음을 내면, 이러한 업의 인연으로 세 가지 잘 생긴 몸매[相好]를 얻느니라. 하나는 손가락이 가늘고 길며, 둘은 발꿈치가 길며, 셋은 몸이 방정하고 곧나니, 이 세 가지 모양은 같은 업의 인연이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4섭법[攝法]으로 중생을 이끌어들이면, 이러한 업의 인연으로 손가락 발가락 사이에 흰 거위와 같은 비단결 같은 막이 있게 되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부모나 스승의 병들었을 적에 손수 씻고 붙들고 안마하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손과 발이 보드랍게 되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계율을 가지고 법을 듣고 보시하기를 만족함이 없이 하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관절이나 복사뼈가 통통하고 원만하며, 몸의 털이 위로 쏠리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전심으로 법을 듣고 바른 교법을 연설하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장딴지가 사슴의 다리 같으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모든 중생에게 해치려는 마음을 내지 않고, 음식에는 만족함을 알며, 보시하기를 항상 좋아하고 병든 이를 보살피고 약을 주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몸이 원만하기가 니구타나무와 같고, 손이 무릎을 지나고, 정수리에 육계가 있으며, 정상을 볼 수 없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두려워하는 이를 보면 구호하여 주고, 헐벗은 이를 보고는 옷을 주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남근이 몸안에 숨어 있는 모양[陰藏相]을 얻게 되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지혜 있는 이를 친근하고 어리석은 이를 멀리하며, 묻는 일에 대답하기 좋아하고 다니는 길을 깨끗이 쓸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살결이 보드랍고 몸의 털이 오른쪽으로 쏠리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항상 의복·음식·와구·의약·향·꽃·등불 따위로 남에게 보시하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몸이 금빛 같고 늘 광명이 빛나게 되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보시할 적에, 보배로운 것들을 아낌없이 버리되 복밭인가 아닌가를 보지 아니하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일곱 군데가 원만한 모양[七處滿相]을 얻게 되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보시할 적에 마음에 의심을 내지 아니하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부드러운 음성을 얻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법답게 재물을 구하여 보시하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뼈마디가 원만하고 사자의 웃통 같고 팔과 팔꿈치가 원만하고 가늘게 되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간하는 말과 욕설하는 말과 성내는 마음을 멀리 여의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40개의 이가 희고 깨끗하고 가지런하고 조밀하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모든 중생에게 대자비를 닦으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두 송곳니가 희고 크게 되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항상 원하기를 와서 달라는 이에게 달라는 대로 주리라 하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사자와 같은 빰을 얻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중생들이 달라는 대로 음식을 주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맛 가운데 좋은 맛을 얻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스스로 열 가지 선한 일을 행하고 남에게까지 교화하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넓고 긴 혀를 얻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다른 이의 단점을 들추어내지 않고, 정법을 비방하지 아니하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범(梵) 음성을 얻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원수나 미운 이를 보고 기쁜 마음을 내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속눈썹이 검붉게 되느니라. 만일 보살마하살이 다른 이의 덕을 숨기지 않고, 잘한 일을 드날리면, 이런 업의 인연으로 양미간의 백호상을 얻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이렇게 32상을 얻을 업의 인연을 닦으면 보리심이 퇴전하지 않게 되느니라.
선남자여, 온갖 중생들을 헤아릴 수 없으며, 부처님의 경계와 업의 과보와 불성을 헤아릴 수 없느니라. 왜냐 하면 이 네 가지 법은 모두 항상한 것이며, 항상한 연고로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니라. 온갖 중생은 번뇌가 덮이었으므로 항상하다 이름하며, 항상한 번뇌를 끊으므로 무상하다 하느니라. 만일 온갖 중생이 항상하다면, 어찌하여 8성도를 닦아서 모든 괴로움을 끊겠는가. 모든 괴로움이 만일 끊어지면 무상하다 이름하고, 받는 낙은 항상하다 하나니,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모든 중생들이 번뇌가 덮이어서 불성을 보지 못하고 보지 못하는 연고로 열반을 보지 못한다'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