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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FinTech)
[[저자] 한석주는 네이버 경영지원실 팀장이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학교 미디어디자인연구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서 IT, 유통 분야의 신사업 전략, 글로벌 전략 등에 대한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현재 네이버에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스마트머니: 전자화폐의 진화』(2014), 『큐레이션의 시대』(2012), 『공개와 연대, 위키리크스와 페이스북의 정치학』(2011), 『전자책의 충격』(2010), 『디지털 사이니지 혁명』(2010)이 있으며, 『빅데이터의 충격』(2013)을 감수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금융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과 비금융권 기업들이 금융 시장에 진입하며 은행을 해체하고 대체해 가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핀테크의 핵심은 기술을 통해 기존의 금융 기관이 제공하지 못했던 부분을 채워 주고, 편의성 증대, 비용 절감, 리스크 분산, 기대 수익 증가 등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데 있다. 특히 고객들이 쌓은 데이터를 분석해 틈새를 찾아내고 새로운 시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핀테크의 의미와 지급 결제, 대출, 자산관리, 가상 화폐 등 다양한 분야별 성공 사례와 시사점, 오프라인 기업의 대응, 그리고 각국의 핀테크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해 살펴본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금융과 정보통신(IT)기술의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와 산업의 변화를 아우르는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모바일, SNS,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
21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IT 기술을 통해 금융서비스 이용 방식의 편리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핀테크 서비스로는 금융기관이 아닌 IT 기업에서 제공하는
미국의 페이팔, 중국의 알리페이 등의 지급결제서비스가 대표적인데요,
간편송금·결제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토스, 삼성페이 등이 포함됩니다.
이외에도 휴대폰을 통해 은행의 주요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바일뱅킹,
금융회사 없이도 개인 간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지원하는 P2P금융 서비스, 크라우드펀딩, 이렇게 새로운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보안문제를 해결하는 분야까지 광범위합니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정보, 신용도 등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파악하여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까지 금융의 영역이 확대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편리한 핀테크이지만 개인정보 관리 소홀 및 유출로 인한 사생활 침해, 보안사고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안전한 이용에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금융과 IT의 융합이 필요한 핀테크가 더욱 혁신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금융과 IT 산업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형성된 규제가 먼저 혁신되어야 합니다.
핀테크 - 들어가는 말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금융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과 비금융권 기업들이 금융 시장에 진입하며 은행을 해체하고 대체해 가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핀테크의 핵심은 기술을 통해 기존의 금융 기관이 제공하지 못했던 부분을 채워 주고, 편의성 증대, 비용 절감, 리스크 분산, 기대 수익 증가 등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데 있다. 특히 고객들이 쌓은 데이터를 분석해 틈새를 찾아내고 새로운 시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핀테크의 의미와 지급 결제, 대출, 자산관리, 가상 화폐 등 다양한 분야별 성공 사례와 시사점, 오프라인 기업의 대응, 그리고 각국의 핀테크 산업 육성 정책에 대해 살펴본다.
금융의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머지않아 종이통장이 사라진다고 한다. 100년 넘게 금융 시스템과 개인을 연결해 주던 통장은 2017년부터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실체는 사라지고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모바일 앱의 아이콘으로만 존재하게 된 플로피 디스크나 LP판과 같은 운명을 걷게 되는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계좌를 신설할 때 받은 종이통장을 책상 서랍 안에 넣어 놓고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ATM 앞에서 통장정리를 하는 사람조차 보기 힘들 정도다.
그 대신, 하루에 7000만 건 이상, 37조 원 이상의 거래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모바일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스마트폰의 보급에 따라 모바일 뱅킹의 비중은 앞으로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없어지는 것은 통장만이 아니다. 요즘은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신용카드 한 장이면 온-오프라인을 망라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크게 불편함이 없다.
심지어 현금을 대체한 플라스틱 신용카드도 머지않아 소멸될 가능성이 있다. 근거리에서 주파수를 이용해 정보를 교환하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등의 방식으로 신용카드를 모바일 디바이스에 심어 놓기도 하고, 바코드나 QR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으로 모바일 앱을 실행시켜 결제를 하기도 한다. 본인 인증도 서명이나 비밀번호 입력 대신에 지문, 안면, 음성과 같은 생체 정보로 대신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비트코인과 같이 중앙은행에서 구축한 화폐 체계를 대체하는 가상 화폐까지 등장했다. 이제는 실체가 존재하지 않고 이용자들의 PC 사이를 오가며 조합되며 가치를 생성하는 화폐가 실생활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변화의 방향은 일정하다. 물리적으로 실재했던 금융 수단과 정보가 신체성을 잃고 클라우드 위로 올라가서 가상 세계에 편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무한하게 확장되며 모일수록 가치를 더해 가는 흔적을 쌓아 간다.
‘월급이 통장을 스쳐 간다’는 말도 있지만, 정말로 우리의 금융 정보와 기록은 스마트폰이나 PC 화면 위에 점멸하는 숫자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창출되는 새로운 가치
클라우드 위로 올라간 금융 데이터는 금융이란 개념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가계를 예로 들어 보자. 예전에는 월급봉투를 받으면 공과금과 관리비를 내고 생활비를 제외한 돈을 저축하거나 투자를 했다. 주로 현금으로 나간 지출 내역은 영수증을 모아 가계부를 써서 정리했고, 통장 내역을 보며 매달 저축한 금액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대략적인 수입과 지출을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었다.
이제는 이 모든 작업을 한 가지 서비스로 관리할 수 있다. 민트닷컴(Mint.com)과 같은 개인 자산 관리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은행 계좌의 입출금 관리, 신용카드 사용 내역 등과 연결되어 개인의 소비와 지출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다. 지출 항목을 카테고리별로 구분해 이용자의 소비 패턴과 추이를 분석해 주고, 전체 이용자의 평균과도 비교할 수 있다. 신용카드 대금 결제나 대출금 상환 등을 잊지 않게 알려 주는 것은 기본이다. 나아가 미래의 가계 운영에 대해 빈틈없이 조언까지 해 준다. 소비나 지출뿐 아니라 세무, 투자, 대출 등의 금융 정보를 분석하고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데이터를 수집해 보기 쉽게 시각화하고,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는 제안을 한다는 개념이 익숙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주제와 맞닿아 있다. 바로 빅데이터다.
핀테크(Fintech)란 말에 테크놀로지(Technology)가 들어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기술을 통해 기존의 금융기관이나 서비스가 제공하지 못했던 부분을 채워 주고, 편의성 증대, 비용 절감, 리스크 분산, 기대 수익 증가 등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유 자금이 있다면 웰스프론트(Wealthfront)와 같은 자산 운용 회사에 자금을 맡기면 된다. 온라인상에서 투자 목적, 연령, 소득 등 조건을 입력하면 맞춤형 포트폴리오가 제공된다. 0.25% 내외의 훨씬 저렴한 수수료와 낮은 투자 금액으로 금융 회사의 PB(Private Banking) 서비스와 비슷한 관리를 받을 수 있다.
고도화된 기술과 데이터가 없으면 상상도 못할 서비스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어펌(Affirm)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때 신용카드 대신에 자신의 신용으로 할부 구매를 할 수 있다. 이름, 이메일, 휴대폰 번호, 사회보장번호(SSN) 4자리 등을 넣으면 공개된 데이터를 이용해 몇 초 만에 신용도 조사를 마친 뒤 적정 할부 수수료를 알려 준다.
해체되고 플랫폼화하는 은행
이렇게 편리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주는 서비스들이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면 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기관들은 어떻게 될까?
IT,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이미 많은 거대 기관이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미래학자 니코 멜레(Nicco Mele)는 『거대 권력의 종말(The End of Big)』에서 이러한 변화가 기존의 정부, 기업, 군대, 엔터테인먼트, 언론, 교육 등 다방면의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분석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의 ‘급진적 연결성(radical connectivity)’이란 개념을 제시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끊임없이 전 세계 어디로든 보낼 수 있는 능력이 전통적인 거대 기관을 급격히 뒤흔들고 기존 체제를 벗어난 신흥 세력에 힘을 실어 준다고 한다.
‘급진적 연결성’은 금융 분야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곳은 증권사다. 고객들이 점점 영업점을 통하지 않고 HTS(Home Trading System)나 MTS(Mobile Trading System) 등을 통해 직접 주식을 거래하게 되면서 주요 수익원이었던 거래 수수료가 급감한 것이다. 그 결과, 2013년부터 2년 사이에 약 15%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지점 수도 대폭 축소되고 있다.
은행도 저성장, 저금리 기조와 맞물려서 점포나 임직원들의 구조 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핵심 수익원인 예대마진(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차이)은 점차 줄어드는데 새로운 성장 동력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아직 금융권에 그 모습을 일부만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이제까지의 변화가 은행을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한 ‘은행 안의 혁신’이었다면, 앞으로는 은행이 제공하지 못한 가치를 제공하며 은행을 대체할 수 있는 ‘은행 밖의 혁신’에 이용자들이 반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은행은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필수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곳이었다. 증권사나 보험사에서 일부 역할을 인정받은 것을 제외하고는 제도권 내에서 유일하게 예금, 대출, 송금 등의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는 공인 기관이었던 것이다.
한편, 고객 입장에서 ‘은행은 날씨가 맑을 때 우산을 빌려줬다가 비가 오면 우산 뺏어간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제도권 금융기관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고객들은 일반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저축이나 투자를 하고,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대출을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은행은 회수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고객에게 대출을 해 주고 상황이 여의치 않은 고객들은 대출을 거절하거나 회수를 하려 한다. 은행이 가진 돈의 대부분은 은행의 자기자본이 아니라 다른 고객이 맡긴 예금이기 때문에 대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고객과 금융기관 간에 근본적으로 니즈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고객들에게 갚을 수도 없는 돈을 빌려 주는 것은 더 큰 문제가 되어 돌아온다. 일례로 국내에서는 2003년에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발급으로 400만 명 이상의 신용 불량자를 낳은 이른바 ‘카드대란’이 벌어졌다. 2008년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 위기도 신용 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서 비롯되었다. 카드값을 낼 수 없는 사람에게 카드를 쓸 수 있게 해 주고,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집 살 돈을 빌려주고, 이를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은행의 역할은 여유 자금을 가진 자금 공급자와 부족한 자금을 빌리려는 자금 수요자를 연결해 주는 데 있다. 주된 수익원인 순이자마진(NIM)도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에서 나온다.
은행은 자금 공급자와 자금 수요자의 니즈를 연결해 주고 중간에 마진을 얻는 대신, 채무 불이행에 대한 리스크를 부담한다. 하지만 리스크를 정량화하고 시스템화하는 구조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으며, 적지 않은 자금 수요자들이 여기서 소외된다. 최대한 많은 자금 수요자의 요구에 응하면서, 최소한의 채무 불이행이 발생토록 하는 것이 은행의 영원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보험사, 신용카드사 등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넘기 위해 이제까지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져 왔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라민은행(Grameen Bank)이다. 방글라데시 치타공대학교의 경제학과 교수였던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가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던 빈민들을 돕기 위해 1983년에 설립한 그라민은행은 소액을 담보 없이 대출해 주는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 credit)의 효시라 할 수 있다.
그라민은행은 150달러 미만의 돈을 담보와 신용보증 없이 하위 25%의 사람들에게 대출해 주는 정책을 내세웠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대출을 받은 저소득층의 약 98%가 대출을 상환했으며, 600만 명의 대출자 중 58%가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2006년 기준으로 그라민은행은 2185개의 지점과 1만8000여 명의 직원을 보유한 기관으로 성장했다. 또한 전 세계 40개국에서 유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으며, 세계은행에서도 지원을 하게 되었다. 그라민은행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금융 시스템은 금융 거래에 대한 니즈를 가진 고객들을 연결해 주는 데 한계를 지니며,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은 생각보다 많이 있다.
기존의 금융시장이 놓친 틈새를 찾아내고 새로운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가장 유효한 수단은 바로 기술과 데이터다. 기존의 신용 평가 기준 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구축되었지만,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분석하는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은 보수적인 금융기관의 신용 평가 기준을 대체할 새로운 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온덱 캐피탈(OnDeck Capital)은 자체적인 평가지수인 온덱 스코어를 개발해 대출을 신청한 기업들에 10분 안에 이자를 결정해 대출을 진행한다. 온덱 스코어에는 은행거래 내역, 세금 납무 내역, 현금 유동성 등은 물론이고 SNS에 올라온 댓글까지 분석 대상이 된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람이 대출을 요청하면 대표적인 맛집 리뷰 사이트인 옐프(Yelp)에 올라온 평판까지 분석을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은행이라는 거대 기관이 품고 있던 기능들의 상당수는 분산되거나 대체되고 있다. 기술의 진보로 은행이 주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플레이어들이 등장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지만, 스마트폰의 보급 덕분에 고객들과 직접 소통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스마트폰에 어플리케이션이 설치되기만 하면, 수백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은행이건, 실리콘밸리의 신생 스타트업이건 동등한 위치에서 이용자의 선택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이용자가 브랜드를 인지하고 스마트폰에 설치하는 과정이 쉽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소셜 미디어나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서비스 자체의 경쟁력이 있다면 과거에 비해 훨씬 쉽고 빠르게 인지도를 얻을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제까지의 경쟁이 제대로 무장을 하고 진영을 갖춘 정규군끼리의 전투였다면, 이제는 어디서 나타나 어디를 타격할지 예상하기 힘든 보이지 않는 불특정 다수의 비정규군과 싸우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은행들은 기존의 수익 모델을 지키려는 수성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성문을 열고 낯선 이들을 받아들여 자신의 영역 속에서 그들을 키우고 또 한편으로는 숙식을 제공하거나 무기를 판매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만약에 자금 공급자와 자금 수요자의 대부분이 은행 예금보다 더 높은 기대 수익을 제공하며, 한편으로 은행 대출보다 저렴한 이자와 빠른 심사를 제공하는 P2P 대출 업체를 이용하게 된다면 은행은 어떻게 될까. 마찬가지로 해외 송금을 할 때 훨씬 저렴하고 빠르고 간편한 송금 서비스 업체를 이용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은행은 어떻게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일까.
은행들은 실제로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 조심스럽게 자사의 금융 시스템을 핀테크 기업들에 개방하고 이에 대한 이용료를 받는 모델 또한 검토하고 있다. 독점적 라이선스에 기반을 둔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던 은행이 개방된 금융 플랫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핀테크란 무엇인가
이렇게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며, 한편으로 거대한 산업이기도 한 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15년 중반의 시점에서 ‘핀테크’는 IT, 금융업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 봐도 최고의 관심 속에 떠오르는 키워드 중 하나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서비스들과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무서운 확장이 연일 언론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회자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핀테크 육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대통령의 대국민담화(2015. 8. 6)에서도 핀테크는 물론 크라우드 펀딩, 인터넷 전문 은행과 같은 구체적인 분야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그렇지만 매년 명멸하는 IT 분야의 수많은 트렌드와 유행어가 그렇듯이 핀테크에 대해서도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핀테크란 말이 사후에 생긴 개념이고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명확한 정의나 범위를 규정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핀테크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대표적으로 어떤 형태의 서비스가 있고 어떤 시사점을 지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열 가지 주제로 핀테크의 전반적인 모습을 살펴볼 것이다.
1장과 2장에서는 핀테크의 전반적인 특징에 대해 다루었다. 1장 ‘핀테크의 정의와 분류’에서는 광범위하게 쓰이는 핀테크의 개념을 정리했다. 핀테크가 기존의 금융 기술과 어떤 차이를 가지는지 살펴보았고, 기능과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분류했다. 2장 ‘핀테크 성장의 배경’에서는 핀테크가 갑자기 떠오른 유행어가 아니라 모바일 혁명과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흐름이라는 점을 설명하고자 했다.
3장부터 5장까지는 핀테크의 주요 분야들이 금융 혁신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분석하고 실제 성공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했다. 3장 ‘지급 결제 서비스’에서는 핀테크의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로 일컬어지는 모바일 결제가 왜 중요한지를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접점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했다. 4장 ‘대출과 자산관리 서비스’에서는 이 분야가 왜 핀테크의 미래를 선도할 분야인지에 대해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5장 ‘가상 화폐’에서는 비트코인의 사례를 중심으로 가상 화폐가 어떻게 금융 시스템의 원리를 바꾸는 혁명을 가져오는지 분석했다.
6장부터 8장까지는 스타트업들이 혁신을 일으키는 핀테크 산업에서 기존의 온-오프라인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전략을 펼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6장 ‘IT · 인터넷 기업의 핀테크 전략’에서는 왜 인터넷 기업들이 모바일 결제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드는지를 분석했다. 7장 ‘유통 · 서비스 기업의 대응’에서는 온라인 기업들의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공세 속에 오프라인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대응하는지 살펴보았다. 8장 ‘인터넷 전문 은행 등장과 은행의 대응’에서는 은행의 영역을 해체시키려는 스타트업과 비은행권 기업의 혁신적 서비스들과 이에 대응하는 기존 은행의 모습을 그렸다.
9장과 10장에서는 핀테크 육성을 위해 노력하는 각국 정부의 모습과 함께 한국의 상황을 정리했다. 9장 ‘각국 정부의 핀테크 관련 정책’에서는 특히 미국과 영국 같은 핀테크 선진국들의 육성 정책과 규제 체계에 대해 설명했다. 10장 ‘한국의 핀테크 현황’에서는 핀테크 발전을 가로막는 금융 규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아직 시작점에 서 있는 핀테크
이 책에서는 핀테크의 전반적인 모습을 다루고자 했지만, 아직 핀테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핀테크란 말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더욱더 기술이 없는 금융은 성립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자 편지가 처음 생겼을 때는 종이 편지와 구별하기 위해 이메일(e-mail)이란 말을 주로 썼지만, 종이 편지가 거의 사라진 지금은 굳이 전자(electronic)를 붙이지 않고 메일(mail)이란 말이 일반화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금융(finance)이란 개념에 당연히 기술(technology)이 들어가면 더 이상 핀테크란 말을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IT 업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것처럼 핀테크가 유행어에 지나지 않고 실체보다 과장된 버블이라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얄궂게도 핀테크란 말이 생기기도 전에 페이팔(Paypal)을 공동 창업해 성공시킨 피터 틸(Peter Thiel)과 같은 선구자조차 핀테크 열풍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다. 그는 유행어를 조심해야 한다며 핀테크란 단어가 너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으며, 서로 다른 것들이 하나의 범주로 묶이면서 실제보다 과장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뉴욕, 런던 등에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른바 ‘핀테크 스타트업’ 중에 옥석이 가려지지 않고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이유로 실체보다 높은 평가를 받는 곳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또한 새로운 기술과 패러다임이 정착하기 위해 겪는 과정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금융과 IT의 결합은 순간적인 유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를 거듭해 갈 것이다.
피터 틸도 금융과 IT가 모두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 상품을 다루며 0과 1로 이뤄진 디지털 세계에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연관성이 높고 혁신의 여지가 많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은 핀테크란 말이 붙고 안 붙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새로운 혁신을 통해 기존의 금융기관들이 제공해 주지 못한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인가가 핵심인 것이다. 이미 세계 곳곳의 스타트업과 금융기관은 물론 글로벌 인터넷 업체, 제조 업체, 서비스, 유통 업체들도 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거대한 혁신의 소용돌이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1. 핀테크의 정의와 분류
핀테크는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로 예금, 대출, 자산 관리, 결제, 송금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IT, 모바일 기술과 결합된 새로운 유형의 금융 서비스를 뜻한다. 금융기관에서도 IT를 활용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편의성을 추구해 왔지만, 핀테크 서비스들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핀테크란 무엇인가
핀테크(FinTech)란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스(Finance)’와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가 하나로 합쳐진 단어다.
예금, 대출, 자산 관리, 결제, 송금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IT, 모바일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으며, 넓은 의미에서 이러한 흐름에 해당하는 모든 서비스를 핀테크 서비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관련된 소프트웨어나 솔루션,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과 의사 결정, 위험관리, 포트폴리오 재구성, 성과 관리, 시스템 통합 등 금융 시스템의 개선을 위한 기술도 핀테크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금융 서비스는 언제나 기술과 함께 발전해왔으며, 가장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채용해 왔다. 신용카드, ATM,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 등은 당시에는 혁신적으로 이용자들의 금융 환경을 개선시켰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보면,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핀테크는 과거의 금융 기술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핀테크란 용어를 IT 업계에서 매년 새롭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유행어라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핀테크의 선구자이자 대표 주자인 온라인 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이 처음 성공을 거둘 때 핀테크란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페이팔과 같은 기업들이 등장하며 이들을 통칭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핀테크란 용어가 등장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핀테크라 부르는 서비스들이 기존의 금융 기술과 차별되는 지점은 분명 존재한다.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 HTS 등은 모두 IT에 기반을 둔 성공적인 혁신이었지만, 기존의 금융기관에서 수행하던 업무를 ‘자동화’한 것에 가깝다.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하던 업무를 자신의 디바이스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 핵심 변화인 것이다.
그에 비해 핀테크 서비스들은 은행과 다른 방식으로 은행이 주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혁신의 주체 또한 금융기관에 한정되지 않으며, 오히려 비금융 회사들이 기존의 금융 영역의 변화를 위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경우도 많다.
기존 금융 기술이 금융기관의 내부 혁신에 가깝다면, 핀테크는 기술 기업에 의한 외부로부터의 혁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 서비스(banking)가 금융기관(bank)에서 분리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핀테크의 다양한 분야
핀테크의 정의와 마찬가지로 핀테크란 개념이 포괄할 수 있는 범위 또한 기준에 따라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는 기존 금융기관들의 인터넷 · 기술 기반 서비스들도 핀테크라 부르고 있다. 좁은 의미로는 금융기관이 수행하던 기능을 대체하는 혁신 서비스를 일컫기도 한다. 또한, 대표적인 성공 분야이자 어느 정도 정착해 인지도를 얻은 페이팔 등의 결제 서비스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한다. 특히 인터넷 뱅킹이나 쇼핑 시에 액티브X나 공인인증서 등으로 큰 불편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는 핀테크란 말이 간편 결제를 뜻할 때가 많다.
각국의 기관에서도 핀테크 서비스를 기능과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
기능에 따른 분류
IT 조사, 분석 업체인 벤처스캐너(Venture Scanner)에서는 매년 핀테크 기업들을 조사해 분류하고 있다. 2015년에는 1072개 기업을 조사해 12개 영역으로 나누었다. 이는 크게 네 가지 분야로 분류할 수 있다.
• 결제 및 송금: 지급 결제(payments), 송금(remittances)
• 대출 및 자금 조달: 대출(lending), 자본 조달(equity financing),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소비자 금융(consumer banking)
• 자산 관리: 개인 자산 관리(personal finance), 개인 투자(retail investments), 기관 투자(institutional investments)
• 금융 플랫폼: 비즈니스 도구(business tools), 금융 조사(financial research), 금융 인프라(banking infrastructure)
비즈니스 모델에 따른 분류
핀테크 기업들이 어떻게 수익을 얻는지에 따라서도 분류가 가능하다. 다음은 영국 무역투자청(UK Trade & Investment)에서 분류한 체계다.
• 지급 결제(payments): 간편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수료 부과
• 데이터 분석(data and analytics): 개인 또는 기업 고객과 관련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며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 금융 소프트웨어 시장(financial software market): 기존 방식보다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금융 업무 및 서비스 관련 소프트웨어 제공
• 플랫폼(platforms):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거래 기반 제공
2. 핀테크 성장의 배경
핀테크의 발전에는 IT의 발달,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금융계의 과욕과 도덕적 해이에 따른 불신과 금융기관들의 안정 지향적인 기조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추구하게 만들었다. 우수 인재들의 IT업계 선호, 핀테크 투자 붐 등은 핀테크의 성장에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IT · 모바일 기술의 발달과 보급
금융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해 왔으며, 핀테크 서비스 또한 전적으로 IT의 발달에 따라 성장하고 있다. 특히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상징되는 모바일 기술의 발달과 보급은 핀테크의 커다란 변곡점이 되었다.
금융은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 즉시성이 필요한 서비스다. 오프라인 지점을 방문하거나 PC 앞에서 인증을 하다가 원하는 시점에 거래를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지만, 모바일 시대에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앱 마켓은 금융 경쟁의 질서를 바꾸었다. 애플의 앱 스토어나 구글의 구글 플레이 등을 통해 간단한 언어 지원만으로 전 세계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송금이나 결제와 같은 국가 간 거래가 중요한 서비스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모바일 화면에서는 글로벌 금융사와 신생 스타트업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하기 때문에, 한 번 앱이 설치되기만 하면 서비스 경쟁력을 중심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수많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에서는 거래 내역뿐 아니라 체류 시간, 위치 정보, 거래 실패 지점, 즐겨 쓰는 다른 앱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동시에 내부 데이터뿐 아니라 외부 데이터와 연동도 점차 활발해져 더욱 정밀한 분석이 가능해지고 있다.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 위기는 일부 기업의 파산으로 끝나지 않고 금융 시스템과 금융 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극소수 전문가 외엔 구조를 파악하기 힘든 복잡한 금융 공학의 산물이 실물 경제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었다. 대형 금융기관들의 과욕과 도덕적 해이, 그리고 정부의 부실한 감시 체계가 속속 드러났으며,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급속히 번져 나갔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금융기관이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곳이라고 인식하지 않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금융 위기 이전에 비해 금융에 대한 지식이 많아졌고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에, 브랜드보다는 편리하고 더 많은 기대 수익을 제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익을 중시하게 되었다.
동시에 금융 위기 이후,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기조로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등 제도권 금융의 문턱이 높아지기도 했다. 특히 신용 등급이 높지 않은 개인이나 중소 상공인의 경우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상당히 제한되기도 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기존의 금융기관에 대한 대안을 추구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새로운 기술과 낯선 기업들을 받아들이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다. 신뢰를 잃은 것은 금융기관만이 아니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양적 완화가 광범위하게 실시되었다.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하는 것으로, 통화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통화 가치는 하락하게 된다.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양적 완화를 실시하며 통화 전쟁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중앙은행이나 통화 가치에 대한 신뢰가 상당 부분 무너져 버렸다. 시장의 흐름과 맞지 않더라도 정책적 목적을 위해 인위적으로 통화의 가치를 조절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제 상황이 불안한 국가에서는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가 더욱 낮을 수밖에 없다. 특히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거나 구제금융을 받게 된 국가에서는 자국 화폐가 불안정 자산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앙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가치를 지니는 화폐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기술에 기반을 둔 가상 화폐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그리스 금융 위기 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한 대안으로 대표적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이 주목받기도 했다.
우수 인재들의 이동
금융 위기 이후, 우수 인재들 또한 월스트리트를 떠나 실리콘밸리로 향하고 있다. 과거에는 투자은행이 최고의 연봉과 지위를 자랑하는 직장이었지만, 이제는 사업 실적도 예전만 못하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급여나 성과급 등 근무 여건이 악화된 것이 커다란 요인이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연봉은 아직 월스트리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스타트업 투자 열풍으로 성공할 경우 스톡옵션이나 성과금 등으로 많은 금전적 보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금융 위기 이후,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우수 인재들이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으로 향하게 된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는 딱딱한 분위기의 사무실에서 극단적으로 긴 노동시간과 긴장감을 견디는 직업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졸업생 중에 투자은행이나 증권사에 취업한 비율은 2007년 13%였지만, 2014년에는 5%로 떨어졌다. 특히 성적이 상위 5%에 드는 ‘베이커 스칼러(Baker Scholar)’ 중에 투자은행에 관심을 보인 사람은 단 1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반면에, 2014년 졸업생의 17%가 IT 업계에 뛰어들었다. 이는 2007년 7%에 비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또한 ‘베이커 스칼러’ 출신 6명을 포함해 졸업생 16%가 스타트업을 일으켰다.
핀테크 투자 붐
핀테크의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투자다.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에 대한 투자는 급증하고 있으며, 향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IT 컨설팅 회사인 액센추어(Accenture)에 의하면 글로벌 핀테크 투자 규모는 2008년에 약 10억 달러에서 2013년에 약 4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져서 2014년에는 전년도의 3배인 약 120억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지역별로는 실리콘밸리와 뉴욕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이 전체 투자의 75%를 차지했다. 그렇지만 성장세에서는 유럽이 미국을 앞서가고 있다. 유럽의 핀테크 투자는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영국과 아일랜드 외에도 북유럽, 네덜란드, 독일 등의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벤처캐피털들도 적극적으로 핀테크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상위 12개 벤처캐피털들이 진행한 핀테크 기업 투자 건수는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61% 증가했다.
적극적 투자를 바탕으로 성장한 렌딩클럽(Lending Club)과 온덱(OnDeck) 같은 대표적인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성공 사례는 핀테크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고 새로운 인력과 투자를 끌어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3. 지급 결제 서비스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신용카드를 대체, 보완할 새로운 지급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며 금융기관뿐 아니라 다양한 업계의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페이팔, 알리페이는 이미 미국과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스퀘어, 스트라이프와 같이 중소 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결제 플랫폼 서비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결제 서비스의 중요성
지급 결제 분야는 핀테크 서비스 중에서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으며 가장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분야다.
IT 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의 규모는 2011년 1059억 달러에서 2013년 2354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2017년에는 7210억 달러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급 결제는 현금 결제가 전부였던 1950년대까지는 은행의 영역이었다. 그렇지만 신용카드의 등장으로 현금 사용의 불편함은 상당 부분 사라졌고, 신용거래라는 새로운 금융 상품의 영역이 등장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 인터넷의 보급으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며 온라인상에서 신용카드, 인터넷 뱅킹의 필요성이 증가했다. 2000년대에는 금융 IC칩이나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USIM 칩을 이용하거나 휴대전화 번호를 통해 소액 결제를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모바일 결제가 시도되었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지급 결제 서비스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핀테크 서비스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이 시점이다. 우선,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와 연동되어 온라인상에서 간편하게 결제가 이뤄질 수 있게 하는 온라인, 모바일 결제의 목적은 완성이 되었다.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금융기관과 독립적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결제가 이뤄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페이팔(Paypal)과 알리페이(AliPay)로 대표되는 핀테크 서비스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는 여기서 나온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과 달리 알리페이가 큰 호응을 얻은 중국은 물론,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도 신용카드 발급과 사용에는 적지 않은 불편이 존재했다. 핀테크 서비스들은 온라인상에서 크지 않은 금액을 결제할 때도 많은 이용자들이 부딪혔던 문턱을 해소해 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결제 서비스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자사의 다른 서비스와 연결시킬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까지 금융기관들이 독점하고 있던 이 영역에 제조사, 통신사, 유통사, 인터넷서비스업체 등이 적극적으로 진출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결제 서비스가 향후 더욱 중요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O2O(Online to Offline) 때문이다. 오프라인의 소비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결제가 이뤄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서 지역 맛집의 할인 이용권을 사고, 현장에 가서 이용권 번호만 보여 주면 식사를 할 수 있다. 택시 서비스 우버(Uber)의 경우,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호출하고 목적지를 지정하는 것은 물론, 결제까지 사전에 등록한 신용카드를 통해 진행한다. 택시를 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착하면 그냥 내려도 되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선물을 할 때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때도 굳이 신용카드나 현금을 꺼내지 않아도 될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결제 서비스는 이러한 변화의 가운데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이팔과 알리페이
페이팔(Paypal)은 대표적인 지급 결제 서비스 회사로 1998년에 피터 틸(Peter Thiel) 등이 공동 창업했다. 2002년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eBay)에 15억 달러(약 1조8000억 원)에 매각되었다가, 2015년 다시 독립해 7월 기준으로 약 495억 달러(약 59조4000억 원)의 시가 총액을 기록해 미국 IT 기업 중 6위로 평가받고 있다. 1억690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ITG인베스트먼트리서치에 의하면 2014년 11월 기준으로 미국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78%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페이팔은 이메일 주소 하나로 전 세계 203개 국가의 전자상거래 업체와 26개 통화로 거래를 할 수 있게 해 준다.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를 페이팔 계정에 연결하거나 선불로 일정 금액을 충전해 놓은 뒤 온라인 몰에서 ‘페이팔로 결제하기’ 버튼을 누르고, 이메일과 비밀번호로 인증을 하면 결제가 이뤄진다.
결제를 할 때마다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번거롭지 않고 개인 정보가 노출되지 않으며, 수수료는 대부분 판매자가 부담하기 때문에 무료인 경우가 많다. 환전이나 송금도 페이팔 계좌끼리 간편하게 가능하며, 환전 수수료도 은행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어 소액 송금에 유리하다.
보안에도 신경을 써서, 강력한 FDS(Fraud Detection System, 사기 방지 시스템)를 구축하고 있다. FDS는 평소 이용자의 구매 패턴을 기록하고 분석해 패턴과 동떨어진 구매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추가 인증을 받게 하는 시스템이다.
알리페이는 2004년에 출시된 지급 결제 서비스로 2014년 기준으로 8억2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중국 온라인 결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2009년에 페이팔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결제 서비스로 등극하기도 했다.
알리페이의 기본 기능은 페이팔과 유사하지만, 신용카드 보급률이 떨어지고 전자상거래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중국의 특성상, 소비자가 입금한 구입 대금을 보관했다가 배송이 완료된 후에 판매자에게 입금해 주는 에스크로(escrow) 서비스가 발달했다. 온라인 시장을 석권한 이후에는 오프라인 시장 공략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택시, 영화관, 쇼핑몰 등과 연계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면세점, 편의점 등과 제휴해 중국인 관광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오프라인 매장에 고객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며 알리페이의 인프라 설치를 유도하고 있다. 알리페이 결제를 연동할 경우 매장을 찾아온 고객에 대한 통계자료 분석 및 구매 성향, 구매 습관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용자들에게는 다양한 이벤트와 쿠폰 등을 통해 알리페이 결제가 이득이 된다는 점을 강조해 오프라인에서 결제 수단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주요 결제 플랫폼 서비스: 스퀘어, 스트라이프
지급 결제 시장은 이용자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간편하고 안전하게 결제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B2C 시장이 중심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중소 상공인들의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B2B 시장도 작지 않다.
결제 시스템은 중소 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영역이다. 우선은 고가의 POS(Point of Sale, 점포판매시스템) 단말기를 구입해야 판매와 결제 관리를 할 수 있다.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서는 카드사들과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내야 하며 VAN(Value Added Network) 등에 부가 비용도 지출된다. 최근에는 매장 안에서 계산대까지 가지 않고 고객이 있는 자리에서 계산하는 모바일 결제도 늘고 있다.
스퀘어는 이러한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어 주는 서비스다.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 스퀘어 앱을 설치하고 무료로 제공되는 정사각형 모양의 리더기를 이어폰 잭에 꽂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수수료도 카드사에 비해 저렴하다. 2012년에는 얼굴 대조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페이 위드 스퀘어(Pay with Square)’를 내놓는 등 간편한 결제 인터페이스도 제공하고 있다.
스퀘어는 결제 서비스를 넘어 복합 판매 플랫폼이 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실시간 판매 및 재고 상황, 결제 내역 등을 알려 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며, 나아가 회계, 세무 등의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스퀘어가 오프라인 결제 플랫폼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면, 온라인에서는 스트라이프(Stripe)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이팔 등 다른 결제 서비스 업체들도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지만, 스트라이프는 간결하고 개발자 친화적인 서비스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트라이프는 다양한 환경에서 개발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결제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제공해, 웹사이트에 코드 몇 줄만 적으면 간단하게 온라인 쇼핑몰에 결제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해 준다. 전 세계 139개 통화는 물론, 비트코인, 알리페이, 애플페이까지 다양한 결제 수단을 지원하고 있으며, 비자,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글로벌 확장에 더욱 유리한 지점을 확보했다.
4. 대출과 자산 관리 서비스
데이터 분석 기술의 발달과 함께 기존의 금융 서비스보다 높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제공하는 핀테크 서비스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렌딩클럽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직접 연결해 낮은 대출금리와 높은 투자 수익을 제공한다. 웰스프론트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수의 고객에게 저렴한 수수료와 낮은 투자 금액으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핀테크의 진정한 목적지
현재까지 핀테크라 불리는 영역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낸 분야는 지급 결제지만, 기술의 발달과 함께 핀테크의 미래를 선도할 분야는 대출과 자산 관리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이 분야는 은행과 증권사와 같은 기존 금융기관들의 영역이었지만, 이들이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던 틈새를 스타트업들이 공략하며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기관에서는 신용 등급을 중심으로 고객을 평가하고 대출 가능 여부와 금액을 산정하고 있다. 문제는 신용 등급이란 기준과 실제 대출 상환 능력 간의 차이가 큰 고객 집단이 존재하며, 이 중에 대출 서비스가 절실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신용 등급이 높지 않은 사람 중에 실제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을 고르기가 쉽지가 않다. 물론 기준을 낮춰 많은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 주면 수익성이 증가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채무 불이행에 대한 리스크도 높아진다. 이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으면 대출이 필요한 사람도 만족스럽고 은행도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어 서로가 좋을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핀테크 기업들은 데이터란 무기를 가지고 이 틈에 끼어들어 은행을 대체해 가고 있다. 신용 등급을 구성하는 기준 외에 지역 상권의 분위기, 고객들의 평판 등 수치화하기 쉽지 않지만 해당 비즈니스의 전망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은 많이 있고 이들은 모두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에는 대출이 필요한 자금 수요자가 있는 반면, 여유 자금을 불리고 싶은 자금 공급자도 있다. 이들은 예금을 맡기거나 전문 투자자들에게 자산 관리를 맡긴다. 문제는 예금 금리는 너무 낮고, 자산 관리는 투자 과정이 복잡하고 불투명하며 수수료가 비싸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체계적인 관리를 받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금액을 맡겨야 하기 때문에 소규모 여유 자금을 관리받기는 쉽지 않다.
핀테크 기업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기관에 비해 수수료가 싸다. 둘째는 이용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고객을 유치하고 자금을 관리하는 한계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이는 규모의 경제로 이어져 또다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셋째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리스크 요인을 낮추는 것이다.
물론 이 중에서 가장 어려우면서 핵심 경쟁력이 되는 것은 셋째 항목이다. 금융 데이터 분석은 핀테크의 핵심 차별화 포인트다.
시장조사 업체인 CB인사이츠(CB Insights)의 조사에 의하면 2008년 핀테크 투자의 70%가 지급 결제 영역에서 이뤄졌지만 2013년에는 28%로 줄었다. 대신에 2008년에 10%와 16%를 차지했던 금융 소프트웨어와 금융 데이터 분석이 각각 29%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대출 서비스: 렌딩클럽
렌딩클럽(Lending Club)은 2007년 설립된 미국의 P2P(Peer to Peer, 개인끼리 수평적으로 연결된 방식) 대출 업체다. P2P 대출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켜 주는 방식이다. 저렴한 수수료만 지불하는 구조기 때문에 자금 수요자는 저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자금 공급자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렌딩클럽은 세계 최대 규모의 P2P 대출 업체로 2014년 12월에 상장, 2015년 6월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60억 달러(약 7조2000억 원)를 돌파했다. 대출 금액도 2013년에 6억800만 달러(약 8376억 원)에서 2014년에 14억1500만 달러(약 1조6980억 원)로 1년 새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대출 및 투자는 온라인상에서 간단하게 이뤄진다. 대출자가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렌딩클럽은 대출 가능자를 심사하고 독자적인 방식으로 신용 등급을 매겨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놓는다. 투자자들은 25달러 단위로 대출자들에게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다. 대출금리는 신용 등급에 따라 연 6~10% 수준으로, 채무 불이행에 대한 리스크를 감안해도 은행 금리보다 높은 편이다. 렌딩클럽은 중간에서 대출금의 1~3%를 수수료로 받는다.
렌딩클럽은 개인 대출을 넘어 자산 운용, 대출 채권, 기업 대출의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투자 자문 회사인 LC어드바이저(LC Advisor)를 설립하고 사모펀드 등을 대상으로 자산 운용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대출 자산을 유동화해 판매하기도 했다. 또한 중소 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대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금융 시장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투자자들의 80% 이상이 기관 투자자일 정도다. 세계적인 신용등급평가사인 무디스(Moody’s)가 P2P 대출의 유동화 증권에 투자 적격 등급을 부여했으며,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등 투자은행들은 유동화 중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요 자산 관리 서비스: 웰스프론트
이제까지 자산 관리는 재무상담사의 영역이었지만, 차츰 로봇이 이들을 대체하고 있다. 수입, 투자 목적, 위험 회피 성향 등을 넣으면 로봇이 최적의 투자를 선택해 주는 로보 어드바이저스(Robo-Advisors)가 자산 관리의 새로운 흐름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 조사 기관 마이프라이빗뱅킹(MyPrivateBanking)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약 200억 달러의 자금이 로보 어드바이저스 서비스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2020년에 45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분야의 대표 업체는 웰스프론트(Wealth Front)다. 웰스프론트는 금융기관에 비해 저렴한 수수료와 낮은 투자 금액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웰스프론트의 최소 투자 기준은 5000달러며, 1만 달러 이상의 자산에 대해서 0.2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에서 재무상담사들의 조언은 상당 수준의 자산을 맡긴 ‘VIP 고객’ 위주로 이뤄진다. 금융 상품에 붙는 수수료 외에도 추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도 적지 않다. 또한, 투자 포트폴리오의 구성이나 변경이 체계적이지 못해 불신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존에는 거래 수수료나 상담사가 관리할 수 있는 고객 수의 한계 때문에 소수의 자산가 위주로 자산 관리가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이제는 인터넷 뱅킹을 통해 저렴한 수수료로 다량의 이체가 가능해졌으며, ETF와 같이 지수를 추종해 운용 비용이 적게 드는 상품도 등장했다. 또한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따라 시장의 흐름에 맞춰 안정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역량이 증가하고 있다.
합리적이고 수익률에 민감하며,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며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생긴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서비스에 호응하고 있다. 웰스프론트 고객 중 약 90%는 50세 이하며, 약 60%는 35세 이하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앞으로 로보 어드바이저스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 주는 중요한 지표다.
5. 가상 화폐
비트코인은 분산 네트워크형 가상 화폐로 중앙 집중형 금융 시스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용자끼리 직접 연결되어 거래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송금이나 소액 결제에 유용하다. 화폐 가치가 불안할 때는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지급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해킹, 도덕적 해이, 불법 거래 이용 등 문제점을 보이기도 하지만, 효용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활발한 투자와 기술 진보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 시스템의 혁명, 비트코인
핀테크의 대표적 분야인 지급 결제나 대출, 자산 관리 서비스로 금융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화폐는 금융 시스템의 원리를 바꾸는 혁명을 가져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비트코인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핀테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2009년에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 최초의 P2P(Peer to Peer) 네트워크 기반의 전자 금융거래 시스템이자 새로운 화폐다. 기존의 화폐 체계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이상적인 화폐를 구현하려는 동기에서 출발했다.
기본적으로 모든 통화는 발행 주체를 지니며 화폐로 통용되기 위한 가치와 지급을 보장받는다. 예를 들어 각국의 화폐는 중앙은행에서 발행해 운영하고 있다. 포인트나 상품권, 사이버 머니의 경우에도 발행 및 운영 주체인 기업이 존재하며, 일반적으로 이들의 서비스 내에서만 통용된다. 발행 기관이라는 중심부가 존재하며 이용자들은 이들이 구축한 지급 결제 인프라를 통해 수직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은 중앙 집중적인 통제를 배제한 화폐 시스템이다. 분권화된 구조를 위해 비트코인은 서버 · 클라이언트 방식 대신 이용자들끼리 수평적으로 상호 연결되는 P2P 구조로 설계되었다. 비트코인의 발행 및 거래 내역은 중앙 서버가 아니라 이용자들의 컴퓨터가 구성하는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발행 과정에서부터 중앙 기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많은 시간과 컴퓨터의 프로세싱 능력을 요하는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면 새로운 비트코인이 생성되어 가질 수 있는데, 이를 마이닝(mining)이라고 한다.
향후 100년간 발행되는 비트코인의 숫자는 전체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으며, 4년마다 통화 공급량이 줄어들어 2140년에 통화량 증가가 멈추게 되어 있다. 이는 임의로 통화량 조절을 하지 못한 장치로 비트코인의 중요한 특징이기도 하다.
화폐의 발행과 이용자들의 거래 내역이 전체 네트워크로 공개되어 모니터링되며, 거래 기록 또한 전체 네트워크 상에서 승인이 이뤄진다. 새로 발생하는 모든 기록의 묶음을 블록(block)이라 하는데 이를 생성할 수 있는 자격은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푼 사람(miner)에게 주어진다. 즉, 마이닝을 통해 비트코인을 얻는다는 것은 새로운 거래 기록을 정리해 블록을 형성한 대가라고도 할 수 있다.
블록(block)들이 연결(chain)되면 이제까지의 모든 거래 기록이 되는데 이를 블록체인(blockchain)이라 한다. 블록체인은 ‘공공 거래 장부(public ledg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똑같은 거래 장부를 복사해 각자 가져가고 새로 생긴 거래 내역도 직접 장부에 적어 넣기 때문이다.
모든 비트코인 이용자는 정기적으로 거래 장부를 검사하며 잘못 적히거나 누락된 장부가 있으면 다른 사람이 가진 올바른 장부를 복사해 온다. 여기서 올바른 장부란 전체 비트코인 이용자 가운데 과반수가 갖고 있는 데이터와 일치하는 장부를 뜻한다.
비트코인이 주는 새로운 가치
비트코인은 신용카드 회사와 같은 제3자를 배제하고 구매자와 판매가가 직접 결제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거래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누구나 쉽게 계정을 생성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해외 송금이나 소액 결제와 같은 거래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은행을 통한 해외 송금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전 세계 70%의 사람들이 통장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용에 제한이 있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한다. 소액 결제는 은행 계좌 이체나 신용카드의 수수료 구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되어 꺼려지는 경우가 많다. 비트코인은 이러한 거래에서 기존의 지급 수단이 주지 못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경제 상황이 불안한 지역에서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의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앙은행이나 국가가 보장해 주는 신용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재정 위기를 겪은 그리스나 스페인, 키프로스 등에서는 뱅크런(bank run, 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일어났으며, 양적 완화를 실시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도 화폐 가치가 시장의 가치와 상관없이 요동쳤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처음부터 통화량이 정해져 있고 단일 운영 주체에 의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화폐 가치가 불안할 때는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지급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구제금융을 받으며 예금에 과세를 단행한 키프로스에서는 자금이 대거 비트코인으로 몰렸으며, 그리스나 아르헨티나 등의 지역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아이슬란드에서는 경제 위기로 외환 거래가 금지되자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상 화폐인 ‘오로라코인(Auroracoin)’이 개발되어 배포되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문제점
비트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 집중형이 아니라 분산 네트워크형이라는 데 있고, 해킹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컴퓨터를 동시에 공격해야 하기 때문에 보안 측면에서도 커다란 안정성을 지닌다. 그렇지만 개인들이 지닌 비트코인을 관리하는 전자지갑이 거래소에 접속하는 방식은 해킹 위험에 취약하며, 실제로 다수의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도난당하기도 했다.
내부 운영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Mt. Gox)에서 전체 거래량의 5%에 해당되는 65만 비트코인(당시 시세로 약 1200억 원)이 부당 인출되어 폐쇄되었다. 처음에는 해킹에 의한 피해인 줄 알았으나, 대부분은 회사 시스템의 잔액 데이터 조작에 의해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비트코인을 투자 수단이 아니라 대안 화폐로 이용하려고 할 때 가장 불안한 부분은 가격변동성이다. 비트코인이 처음 거래된 2010년 4월에 1비트코인의 가치는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14센트였지만, 2011년 5월에 27달러까지 상승했다.
2013년에는 유로존 위기와 미국, 중국 정부의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 평가 등이 기폭제가 되어 투기와 버블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폭등해 11월에 1200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비트코인 시세는 마운트곡스의 파산과 중국 인민은행의 거래 금지 이후 폭락을 거쳐 2015년 기준으로 200~300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비트코인의 익명성을 악용한 마약, 무기 등의 불법 거래나 돈세탁, 탈세 등이 발생할 여지가 높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현행법상 불법성을 띠는 거래만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자격을 갖춘 회사에 면허를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독일은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인정하고 거래와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국제 공조도 이뤄지고 있는데,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가상 화폐가 테러 조직의 송금 등에 사용되지 않도록 공동으로 규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가상 화폐의 가능성
비트코인은 새로운 가치를 지니지만 동시에 문제점과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은 아직 초창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해서 다양한 실험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문제점을 보완하며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비트코인이라는 화폐의 성공과 별개로, 블록체인을 통한 분산 시스템 기술은 효용성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미국 장외 주식거래소인 나스닥(NASDAQ)은 비상장 회사의 주식거래에 블록체인 기술을 시범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인 오버스톡(Overstock)은 2500만 달러의 회사채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Barclays) 등 거대 금융기관들도 자사 시스템 및 서비스의 혁신을 위해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산탄데르(Santander)은행 소속 연구 기관인 이노벤처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은행이 절약할 수 있는 인프라 비용이 2022년까지 150억~2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6. IT · 인터넷 기업의 핀테크 전략
제조사, 통신사, 인터넷 서비스 업체 등 IT 분야에서 영향력을 지닌 회사들은 모바일 결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가치 사슬을 확장할 수 있고 결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 메신저와 같은 인터넷 플랫폼에는 결제 서비스가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분야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은 모바일 결제에 기반을 두고 본격적으로 금융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모바일 결제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
신용카드는 수십 년간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주도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지만 온라인에서는 편의성이나 보안성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고 이를 보완하며 페이팔(Paypal)과 같은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주도권이 모바일로 넘어가며 더 이상 온-오프라인의 경계는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 매장에서는 계산대에 가서 마그네틱을 긁지 않아도, 자리에 앉아 앱을 통해 등록해 둔 카드나 계좌로 결제를 하고 받아가기만 해도 된다. 계산대 앞에 가더라도 스마트폰에 내장된 NFC로 터치를 하거나 앱으로 바코드나 QR코드를 불러와 인식시켜도 된다.
이러한 변화는 이제까지 신용카드사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결제 시장에 모바일과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진입할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했다. 애플이나 삼성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는 자사의 제품에 하드웨어적으로 결제 기능을 넣고 있다. 통신사들은 USIM 칩에 금융 기능을 넣거나 전자지갑 안에 결제 정보를 넣고 NFC나 바코드 등으로 간편하게 결제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제조사나 통신사가 다른 경쟁사에 비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는 ‘선탑재(pre-install)’다. 비슷하거나 더 좋은 퀄리티의 서비스가 존재하더라도 앱 마켓에서 찾아 다운로드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반면, 제조사나 통신사의 서비스는 구입을 할 때 자동으로 설치가 되어 있기 때문에, 매끄럽게 이용할 수 있다.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지닌 영향력을 다른 분야로 확장시키려는 것은 모바일 결제에 뛰어든 대부분 업체의 공통점이다. 제조사나 통신사 외에도 검색, 메신저,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른 핀테크 분야에 비해 플랫폼 영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제휴와 마케팅 역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스타트업보다는 대형 기업 위주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사업적으로 결제 기능은 서비스의 가치 사슬(value chain)을 늘리거나 이용자 경험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타사의 결제 플랫폼에서 자사의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수수료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지만, 향후 모바일 결제가 활성화되면 의미 있는 규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모바일 쇼핑은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살펴본 후, 모바일을 통해 온라인으로 싸게 구입하는 쇼루밍(showrooming)도 일반화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 접점에 있는 결제 서비스를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고객의 취향과 선택의 결과물인 결제 정보는 빅데이터 분석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 마케팅이나 신사업 개발에 활용될 수도 있으며,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플랫폼 수익화의 핵심 고리
특정 분야의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진 회사들이 모바일 결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각 사가 지닌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결제 서비스의 위치도 달라진다.
삼성과 같이 하드웨어 판매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거두는 제조사에서 결제 서비스는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의 편의성을 증대하거나 제품의 매력을 높이기 위한 보조적인 위치를 지닌다.
반면, 구글의 경우에 결제 영역은 보조 서비스가 아니라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구글은 검색이나 안드로이드 OS를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주나 개발사로부터 검색 광고비나 앱 판매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플랫폼 모델로 운영된다.
구글 입장에서 결제 영역은 기존의 플랫폼 모델과 유사한 형태로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OS와 서비스를 제공하며, 판매자들에게 결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수익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사에 비해 빠른 시기인 2011년부터 전자지갑 서비스인 구글월렛(Google Wallet)을 시작했고 2015년에는 안드로이드페이를 발표했다.
모바일 메신저의 경우, 결제 영역에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구글의 검색 광고와 같은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KakaoTalk), 라인(Line), 위챗(WeChat) 등의 모바일 메신저들의 주된 수익 모델은 가입자들의 소셜 그래프를 이용한 게임 플랫폼 수수료지만, 성장성에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역량을 집중시키는 분야가 바로 O2O(Online to Offline)다. 이용자들이 평소에 친숙하게 사용하는 메신저를 통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시스템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오프라인 서비스를 연결시켜 주는 모델이다. 택시 호출, 음식 배달, 공연 티켓 구매 등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O2O 서비스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은 중국이다. 핵심 소비층인 20~30대가 모바일에 익숙하고 오프라인 서비스가 비효율적이라 불편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의 인터넷 그룹인 텐센트, 알리바바 등은 경쟁적으로 모바일을 통해 O2O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이미 중국에서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이용하고 음식을 배달시키는 일은 일상이 되었다.
중국의 치열한 모바일 경쟁을 보여 주는 상징적 사건은 ‘홍바오 전쟁’이다. 중국인들은 설 연휴인 춘절(春节)에 붉은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 주는데 이를 홍바오(紅包)라고 한다. 2014년 텐센트는 텐페이를 이용해 홍바오를 주는 서비스를 내놓아 2000만 건이 넘는 송금이 이뤄졌다.
2015년에는 설 전날에만 전년보다 50배 증가한 10억100만 건의 홍바오가 오고 갔다. 새로 경쟁에 뛰어든 알리바바가 가입자들에게 6억 위안(약 1090억 원)을 세뱃돈으로 지급했으며, 텐센트는 65억 위안(약 1조1830억 원)을 뿌렸다. 위챗에 있는 ‘흔들기’ 기능으로 홍바오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텐페이에 가입해야 한다. 춘절 기간 동안 110억 번의 ‘흔들기’가 기록되었고, 카드 2억 개가 텐페이에 등록되었다.
금융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인터넷 기업
중국의 인터넷 기업들은 모바일 결제를 넘어 본격적으로 금융에 진입을 하고 있다. 알리페이나 텐페이는 궁극적으로는 모회사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추진하는 금융 사업의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에서 축적된 거래량, 재구매율, 만족도 등의 데이터를 통해 대출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알리페이에 충전된 금액을 MMF에 맡기는 투자 서비스 위어바오(余额宝)도 높은 수익률로 큰 인기를 얻었다. 또한, 합작 기업의 형태로 보험(중안 온라인 보험), 은행(마이뱅크)까지 진출해 금융 그룹으로 진화하고 있다.
텐센트도 알리바바와 유사한 구조로 금융업에 뛰어들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위챗이 중심이 되어, 결제 서비스인 텐페이, MMF인 리차이퉁(理財通) 등을 내놓고 있으며, 인터넷 은행인 위뱅크(WeBank)까지 설립했다.
구글은 모바일 결제 외에 직접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공격적으로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CB인사이트에 의하면, 2010년에서 2015년까지 핀테크 기업들에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은 구글벤처스다. 구글벤처스는 구글의 검색 방식을 주식 종목 선택에 도입한 켄쇼(Kensho), 크라우드 펀딩 기업 푸들(Puddle), 가상 화폐 업체 리플랩스(Ripple Labs) 등 25곳의 기업에 투자하는 핀테크 업계의 큰손이다.
7. 유통 · 서비스 기업의 대응
오프라인 기반의 기업들은 예전부터 수수료 절감, 고객 충성도 확보 등을 위해 포인트, 선불카드, 신용카드 등 결제 분야로 진출을 해 왔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고 온라인 기업들의 오프라인 진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 서비스 기업들도 이에 대응해 옴니채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통 업체의 금융업 진출
유통업과 금융업은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구매와 결제가 이뤄지는 곳은 유통업체들의 매장이기 때문이다. 금융업 진출은 유통 업체의 오랜 소망이었으며 결제 수단의 발달과 함께 차근차근 진행되어 왔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유통 업계에서 신용카드 회사 등에 지불하는 결제 수수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며, 선불카드나 포인트와 같은 결제 수단은 고객들을 자사 채널에 묶어 둘 수 있는 유효한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자사 결제 수단을 가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룹사 내에서 통용 가능한 가상 화폐를 구축해 왔고 신용카드사와 제휴를 하거나 아니면 계열사로 직접 설립하기도 했다.
모바일 결제와 인터넷 전문 은행 등 IT의 발달에 따른 변화는 유통 업체들에도 큰 영향을 주었으며, 오랜 소망이 실현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IT를 활용한 유통 업체의 금융 진출이 가장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곳은 일본이다. 일본은 선불식 충전카드와 포인트 카드가 발달했는데,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부터 모바일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휴대전화를 통한 결제나 적립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졌다. 덕분에 유통 업체들의 모바일 결제도 이른 시기부터 정착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2000년부터 인터넷 전문 은행 등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 도입되어 비금융기관이 은행의 20% 이상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일본의 양대 유통그룹인 세븐앤아이홀딩스(Seven & I Holdings)와 이온(AEON)이 은행을 신설했고 전자상거래 업체 라쿠텐(Rakuten)은 인터넷 전문 은행을 개설했다.
이들 기업은 그룹 내 포인트, 신용카드, 은행 계좌를 연동해 고객들을 자사의 경제권에 머물게 하고 있다. 나아가 확보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 서비스, 금융 상품 판매 등을 대상으로 한 대출 서비스, 금융 상품 판매 등을 제공하는 등 본격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전국에 1만6000개의 점포를 가진 이온은 2006년부터 이온은행을 만들어, 점포 내에 지점을 설치하고 있다. 지점은 쇼핑몰과 동일하게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을 하고 예금 금리는 시중 은행보다 높게 책정된다. ATM 수수료는 이온은행 고객에겐 무료며 인터넷으로 대부분의 업무가 가능하다.
세븐앤아이홀딩스는 1만7052개의 점포를 지닌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을 가지고 있는데 편의점 안에 자회사 세븐은행의 ATM을 설치하고 있다. 2001년에 설립된 세븐은행은 점포를 갖고 있지 않으며 매출의 95%를 ATM 수수료에서 창출하고 있다. 자사 고객에게는 무료지만 타행 고객들에겐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으로 세븐은행의 영업 이익은 세븐앤아이홀딩스 전체 이익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이온의 경우, 같은 해 금융 사업이 쇼핑몰이나 슈퍼마켓 등 본업을 뛰어넘어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둔 부문이었으며, 다른 사업의 부진 속에서 그룹 전체 이익의 절반을 차지했다.
서비스 기업의 핀테크 활용
서비스 기업들도 규모는 다를 수 있지만 고객 접점에 있으며 수수료 비용에 민감하고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유통 업체들과 비슷한 상황에 있다. 고객 접점에서 모바일을 중심으로 결제 서비스를 확보하고 싶어 하는 부분도 비슷하다.
서비스 기업 중에 모바일 결제를 장악해 경제권을 구축한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선불카드인 스타벅스 카드를 플라스틱 카드와 모바일 앱으로 지원하는데 이미 스타벅스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이 스타벅스 카드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스타벅스 카드는 단순한 선불카드가 아니라 리워드 포인트를 쌓고 쿠폰이나 특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다. 또한 모바일 앱에서는 매장에서 줄을 서지 않고 온라인으로 주문해 매장에서 음료를 받을 수 있는 ‘사이렌 오더(Siren Order)’가 가능하다. 사이렌 오더에는 자주 마시는 음료나 샷 조합을 저장해 놓을 수 있어 계산대에서 번거롭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스타벅스 카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선불카드다. 2014년에는 4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주간 800만 건 이상의 주문이 모바일로 이뤄진다.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Forbes)≫는 조사회사 앱피니언(Appinios)과 함께 모바일 결제 부문의 영향력을 분석했는데, 놀랍게도 스타벅스가 4위를 차지했다. 1위는 애플, 2위는 페이팔이었으며, 스타벅스는 마스터카드, 이베이, 구글 등 주요 금융사, 인터넷 기업들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옴니채널 경쟁
유통 업체나 서비스 기업에서 모바일 결제 등의 금융 사업은 새로운 수익원이나 가치사슬의 확장이란 측면이 강하지만, 온라인 채널에 대한 방어적인 의미도 지닌다.
모바일을 매개로 인터넷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영향력을 확산시키고 있으며, 특히 유통업은 전자상거래 업체뿐 아니라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이 관심을 지니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14년 4월에 진행된 구글의 조사에 의하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80% 이상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보며 쇼핑을 한다고 한다. 이들은 구매를 하기 전에 온라인으로 가격 비교를 하고 합리적이라 생각할 때에만 구입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프라인에서는 물건을 보고 구입은 온라인으로 하는 ‘쇼루밍(showrooming)’이 이뤄지게 된다. 아마존은 자사 앱이나 스마트폰 안에 바코드 인식 기능을 넣어 오프라인에서 본 상품을 손쉽게 아마존에서 비교할 수 있게도 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에게 이러한 흐름은 기회지만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 업체들에서는 큰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 매장은 임대료, 인건비, 인테리어비 등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유통 업체들은 반대로 오프라인의 영향력을 온라인으로 확산시키고,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합하려는 옴니채널(Omni Channel)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체험과 직접 수령이 가능하다는 오프라인 매장만의 장점을 극대화해, 온라인 매장에서 정보를 습득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리버스 쇼루밍(reverse showrooming)’을 유도하는 것이다.
옴니채널 경쟁에서 자사의 경제권을 구축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모바일 결제의 중요성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8. 인터넷 전문 은행 등장과 은행의 대응
그동안 금융업을 독점했던 은행을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모바일로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수수료 없이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비은행권 기업들도 인터넷 전문 은행에 진입해 본업과 시너지를 추구하며 차별화된 수익 모델을 제시한다. 기존의 은행들도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거나 직접 육성하는 등 디지털 혁신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은행을 대체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빌 게이츠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모바일 은행의 필요성에 대해 “금융 서비스(banking)는 필요하지만 은행(bank)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은행 시스템의 한계와 변화된 은행의 위상을 동시에 드러내는 말이다.
그동안 정부의 허가 아래 거대한 조직과 복잡한 시스템으로 금융업을 독점했던 은행을 대체하기 위한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고객들에게 더욱 편리하고 저렴하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모벤(Moven)은 금융 전문가이자 『뱅크 3.0』 등의 저자로 유명한 브렛 킹(Brett King)이 설립한 미국의 핀테크 기업이다. 모벤은 계좌 계설, 직불카드 발급, 이체 및 송금 등 일반 은행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지점이 아니라 스마트폰 앱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전역에서 제휴 ATM 네트워크에서 수수료 없이 입출금을 할 수 있고 예금에 대해서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의해 25만 달러까지 보호를 받는다.
모벤은 은행에 비해 편리할 뿐 아니라 은행이 주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예금이나 수수료가 필요한 미국에서 무료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한다. 계좌 번호를 몰라도 페이스북 계정이나 이메일, 휴대전화 번호로 송금이 가능하며, 계좌 잔액과 신용카드 이용 금액 등을 분석해 과다한 지출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경고를 하는 등 관리를 해 준다.
심플(Simple) 또한 모벤과 비슷한 형태의 핀테크 스타트업으로 2009년 미국에서 설립되었다. 지점이 없이 온라인으로 모든 서비스가 제공되며 계좌 개설이나 유지를 위한 수수료, 이체 수수료, ATM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고객 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파트너 은행인 뱅콥(Bancorp)과 나누며 수익을 창출한다.
심플은 지출 관리를 위해 사진이나 PDF 등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해시태그(hashtag)를 이용해 거래 내역을 검색할 수 있게 했다. 개인화된 예산 및 지출 관리를 통해 과거의 카테고리별 소비 행태를 분석하고 미래의 예산 목표까지 만들어 준다.
2009년에 독일에서 설립된 인터넷 은행인 피도르은행(Fidor Bank)은 소셜 미디어를 통한 혁신적 실험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피도르’는 신뢰를 의미하는 라틴어 ‘fides’에서 따온 말이며, 회사의 모토는 ‘친구와 뱅킹(Banking with friends)’이다. 고객 소통을 통한 신뢰를 중시한다는 의미다.
피도르은행은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들의 적극적인 커뮤니티 참여를 유도한다.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에 따라 이자율이 증가하는 상품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친구에게 페이스북 페이지를 추천하거나 아이디어를 제시할 경우 소정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한다.
인터넷 전문 은행으로 향하는 비은행권 기업
미국, 일본, 유럽 등 각국의 정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금융 산업의 경쟁 활성화와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해 인터넷 전문 은행을 도입해 왔다. 인터넷 전문 은행은 소수의 영업점 또는 영업점 없이 은행 업무의 대부분을 인터넷 및 ATM 등의 전자 매체를 통해 영위하는 은행으로, 점포 운영비 등 고정비 절감으로 기존 은행보다 높은 예금 금리와 낮은 대출 금리를 제공하고 고객 증가에 따른 한계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
초창기에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 예대마진 위주의 사업 모델 등으로 고객 확보에 실패한 곳이 많았다. 자산 운용 경험 부족으로 고금리 유지가 어려웠고, 고객들도 작은 금리 차이로 낯선 회사에 자금을 이동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는 인터넷 뱅킹 이용률 증가와 차별화 전략으로 규모와 수익성이 모두 향상되어 선도적인 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성공한 인터넷 전문 은행은 대부분 비은행 금융기관과 비금융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0대 인터넷 전문 은행의 대부분은 증권사, 보험회사, 자동차 회사가 설립한 곳이며, 일본도 증권사, 통신회사, 인터넷 회사, 유통 업체들이 설립한 곳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모회사와 시너지 모델 구축을 통해 기존 은행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미국의 찰스슈왑뱅크(Charles Schwab Bank), 이트레이드뱅크(E*Trade Bank), 일본의 스미신SBI넷은행(SBI Sumishin Net Bank), 다이와넥스트은행(Daiwa Next Bank)은 증권사 기반의 은행이다. 이들은 유가증권, 채권 투자를 통한 고금리 상품을 제공하고, 은행을 통해 증권사 상품을 교차 판매하고 고객에 맞는 제안을 해 주며 인터넷 전문 은행에서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지엠(GM)이 세운 앨리뱅크(Ally Bank)는 자동차 딜러나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자동차 할부 상품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일본의 통신회사 KDDI가 미쓰비시도쿄UFJ은행과 함께 세운 지분은행(Jibun Bank)은 휴대전화만으로 계좌 계설, 이체, 대출 등이 가능하다. 또한, KDDI고객들에게 각종 수수료 무료, 프리미엄 차지(선불카드에 충전 시 5% 증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은행들의 대응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비은행권 기업들이 은행의 고유 업무로 진출하면서 기존 은행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5년 3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5년 내 금융 기업의 연간 순익이 약 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머니볼』의 저자로 유명한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는 “금융 회사들은 스스로는 느끼지 못하지만 이미 사형을 기다리는 상태”라고까지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기존 은행들도 디지털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여 인터넷,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통해 점점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변하고 있다. 원격으로 전문가의 자문을 제공하거나 거래 내역이나 고객 프로필 등을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상품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는 고객들이 지점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지 새로운 가치를 더한 혁신이라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여전히 서비스의 중심은 오프라인 지점에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액센추어가 은행의 기술 부문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70% 이상이 은행이 디지털 혁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보다 적극적인 방식은 핀테크 기업에 투자를 하거나 인큐베이팅을 하는 방식이다. 바클레이즈(Barclays), 씨티(Citi), HSBC, 산탄데르(Santander), UBS 등 대형 금융그룹들은 이미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스페인의 BBVA(Banco Bilbao Vizcaya Argentaria)는 2009년에 미국의 핀테크 스타트업 심플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BBVA벤처스를 통해 금융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만들 수 있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그룹 내부에도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디지털 뱅킹 사업 부문을 신설했다. 프란시스코 곤살레스(Francisco Gonzalez) 회장은 “BBVA 은행은 미래에 소프트웨어 기업이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9. 각국 정부의 핀테크 관련 정책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금융 허브인 런던과 뉴욕의 역량과 기술력을 결합시키기 위해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동시에 각국의 금융 감독 기관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출현과 소비자 피해 예방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있다. 핀테크가 활성화된 국가에서는 대부분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감독을 중시한다.
핀테크 산업 육성 정책
핀테크의 중요성이 증가하며 세계 각국 정부들도 자국의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금융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독일, 아일랜드,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유럽 국가들과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도 핀테크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영국은 정부가 가장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펴는 곳으로 금융 허브의 이점을 기술 기업 육성과 결합해 런던을 몇 년 만에 세계 핀테크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금융업무행위감독기구(FCA, Financial Conduct Authority)는 다른 부처와 협력과 교류를 통해 규제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에 열린 자세를 가진다는 입장을 ‘프로젝트 이노베이트(Project Innovate)’를 통해 발표했고, 이를 위해 핀테크 지원 전담 조직인 ‘이노베이션 허브(Innovation Hub)’를 설치했다.
또한 영국 정부는 2014년 8월에 핀테크 종합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가상 화폐 개발 지원, 인프라 구축, 기술 정책 연구, 해외 투자 유치 및 수출 지원, 중소기업 지원책과 연동되어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대출 서비스 활성화가 포함되었다.
테크시티(Tech City)는 영국 스타트업의 상징이다. 캐머런(David Cameron) 총리가 2010년에 런던 동부의 테크시티를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허브로 만들 것을 선언한 후, 세금 감면, 금융거래세 철폐, 기술 개발 비용 지원 등의 육성 정책이 실행되었다. 테크시티에서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50개의 핵심 창업기업을 매년 선정해 투자 유치, 사업 확장, 인수 합병, 상장 등에 대해 정부가 집중 지원하는 ‘퓨처 피프티(Future Fifty)’ 프로그램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동시에 영국 정부는 런던의 금융 중심지인 커네리 워프(Canary Wharf)에 핀테크 클러스터인 레벨39(Level 39)를 별도로 조성하여 테크시티의 기술력과 기존 금융 산업의 역량을 융합하고자 했다. 레벨 39는 창업기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인근에 있는 대형 금융그룹과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술 도시 실리콘밸리와 금융 도시 뉴욕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핀테크를 육성하고 있다. 특히 뉴욕시는 런던처럼 금융 허브의 이점과 기술력을 결합시켜 핀테크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액은 실리콘밸리의 절반 수준이지만 2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핀테크의 특성상, 복잡한 규제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금융기관과 연결되려면 다른 분야보다 안정적인 자금력이 필요한데, 디지털 혁신에 관심이 많은 뉴욕의 금융 기업들이 적합한 파트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시는 혁신 부문 투자를 목적으로 1996년에 설립된 뉴욕시 파트너십 펀드를 통해 액센추어와 함께 2010년에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을 개설했다. 랩에는 미국 15개 주요 금융기관, 벤처캐피털, 중앙 및 지방 정부 기관이 참여하며, 공모를 통해 선정된 7~8개 핀테크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노베이션 랩은 과정을 졸업한 24개 기업이 1억6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등 성공적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뉴욕 외에 런던, 홍콩, 더블린 등에 비슷한 모델의 이노베이션 랩이 설립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국영은행 중심의 비효율적 금융 시스템의 개혁을 위해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의 은행들은 여전히 문턱이 높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자금난 완화, 자금 순환 확대를 도모하려는 의도도 있다. 중국 정부는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금융 시범 사업 권한을 부여했으며, 텐센트가 주도한 위뱅크와 알리바바가 주도한 마이뱅크가 정식으로 민영은행 허가를 받았다. 2014년 2월부터 톈진(天津), 선전(深圳), 광저우(廣州), 상하이(上海), 베이징(北京) 등의 지방 정부들이 차례로 핀테크 육성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핀테크 관련 규제 정책
핀테크 기업들이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자 각국의 금융 감독 기관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출현과 소비자 피해 예방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해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있다.
핀테크 규제의 핵심은 편의성과 보안성의 균형이다. 보안성을 너무 강조했을 경우에는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주는 서비스가 탄생하기 힘들다. 반면에 이용자 편의성을 증가시키려고 금융 서비스의 기본 원칙인 보안성을 경시하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며, 특히 금융 분야는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피해가 발생한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핀테크가 활성화된 국가에서는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용자 편의를 위해 금융 거래 시에는 절차를 완화하는 대신, 사후에 부정, 사기 거래를 찾아내고 문제를 걸러내는 것이다.
또한, 일률적인 규제 수준을 강요하지 않고 거래 규모나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규제 강도를 차별적으로 집행하는 선별적, 선택적 규제를 택하고 있다. 대신 사고를 저지른 기업에 대해서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과하여 자율적으로 규제에 따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도 사전 규제보다 사후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관련 규정이 미비한 새로운 산업 분야는 태동기에는 완벽하게 관리하려 하지 않고 관망하지만, 산업이 성장한 후에는 관리 감독을 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핀테크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인민은행이 아닌 금융 서비스를 통한 온라인 결제나 송금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으며, P2P 대출이나 크라우드 펀딩 등에 대해서도 규제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핀테크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요소 중 하나는 엄격하지만 예측 가능한 금융 규제다. 비용 편익 분석을 바탕으로 비합리적 규제를 최소화하고 있고, 비조치 의견서(No Action Letter)와 같은 면책 제도가 있어 규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있다.
비용 편익 분석 제도는 규제의 비용이 사회적인 편익보다 크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규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의회는 2012년에 크라우드 펀딩을 허용하는 법률, 이른바 JOBS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을 통과시켰지만, 일반인의 투자는 당분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일반 투자자들의 손실을 우려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용 편익 분석상 기업들에 큰 이득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조치 의견서는 금융기관이 특정 사업의 합법 여부를 감독 기관에 질의하고 답변을 받는 구조로, 허용을 받게 되면 추후 감독 기관이 징계를 하지 못한다. 핀테크와 같은 혁신적인 사업은 영역이나 방식이 기존 규제로 포괄하지 못해 합법과 위법의 경계인 회색 지대(grey zone)에 놓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조치 의견서를 통하면 일종의 규제 가이드라인을 받을 수 있게 된다.
10. 한국의 핀테크 현황
한국의 핀테크 산업은 이제까지 복잡한 금융 규제 때문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공인인증서 등의 해묵은 규제들이 폐지되고 있으며, 핀테크 관련 분야에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지급 결제 분야는 온-오프라인의 주요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인터넷 전문 은행은 설립을 앞두고 걸림돌이었던 규제가 완화되고 있으며 비금융기업과 금융기관 간 연계가 이뤄지고 있다.
태동기에 있는 한국의 핀테크 산업
미국이나 영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핀테크 산업이 성장기에 접어들었지만, 한국의 핀테크 산업은 아직 태동기에 불과하다. 시장조사 기관인 IDC가 발표한 2014년 글로벌 100대 핀테크 기업 중에 국내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금융 분야의 과도한 규제가 가장 먼저 꼽힌다. 핀테크 선진국들의 규제가 대부분 금지 사항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해도 되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인 데 비해, 한국은 허용된 영역의 사업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다. 일단 사업을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에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법에 근거가 있어야 승인이 되는 사전 규제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이 이를 해결하고 사업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
이 중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보안성 심의였다. 국내 모든 금융 결제 시스템은 금융감독원의 보안성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받으려면 최소 10억 원의 자본금이 필요한 전자금융업자로 등록을 해야 했고 심사 기간도 6개월 이상 소요되었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1월에 보안성 심의를 폐지하고 민간의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2014년 3월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일명 ‘천송이 코트 발언’을 통해 공인인증서 등 결제의 불편을 지적했는데, 이는 정부가 규제 개선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되었다.
금융감독원은 2015년 3월에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규정을 폐지하여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보안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결제 시 액티브X를 폐지했고 보안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 없는 간편 결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의무 사용이 폐지된 것이지 사용을 금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기관이나 기업들은 도입 비용이나 기술의 부재로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를 사용하고 있다. 아마존(Amazon)이나 페이팔과 같이 원클릭으로 결제가 가능한 환경으로 가는 길은 멀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의 금융업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성장률이 계속 떨어져서 경제성장률보다 낮아질 정도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핀테크를 통한 새로운 혁신에 거는 기대가 더욱 크다.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결제 지급 분야
글로벌 시장에서 핀테크의 흐름은 지급 결제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출이나 자산 관리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등으로 온라인 결제에 큰 불편을 겪는 한국에서는 아직도 핀테크는 간편 결제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결제 지급 서비스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폐쇄적인 보안 정책으로 고객의 불만이 높은 대표적인 분야였다. 하지만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 폐지되고 카드 정보를 저장해 결제를 대행해 주는 전자결제대행업(PG, Payment Gateway)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며 금융 업계뿐 아니라 인터넷, 유통, 통신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게 되었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네이버(‘네이버페이’), 다음카카오(‘카카오페이’), SK플래닛(‘시럽페이’)을 비롯해 오픈마켓, 소셜 커머스의 주요 기업들이 대부분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게임 회사로 출발한 NHN엔터테인먼트도 ‘페이코’를 출시했다.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 업체들도 간편 결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는 ‘SSG페이’를, 롯데는 ‘엘페이’를 출시해 그룹사 위주로 경제권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간편 결제 서비스들은 기능적으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자사와 제휴처의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사용처에 차별성을 지닌다. 유통 업체나 전자상거래 업체는 자사 유통 채널의 의존도가 높은 반면, 인터넷 플랫폼 업체들은 제휴처의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성을 높여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그렇지만 상호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각기 다른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금융 정보를 입력해 두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부분은 시장이 성숙해 간편 결제끼리의 통합이나 제휴가 활발해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간편 결제의 또 하나 문제는 여전히 온라인 결제가 중심이라 오프라인에서 사용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삼성의 경우, 하드웨어 차원에서 오프라인에서의 사용성이 높은 ‘삼성 페이’를 제공해 다른 결제 서비스들과 차별화에 성공했다. 삼성 페이는 마그네틱 보안전송(MST)과 NFC 기술을 동시에 적용해서 일반 카드 리더기나 NFC 리더기 양쪽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설립을 목전에 둔 인터넷 전문 은행
미국, 일본 등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 전문 은행이 설립되었지만, 한국에서는 2002년, 2008년에 추진이 되었다가 법적인 제약 및 사회적 인식 부족 등으로 무산되었다.
그러나 2015년 1월에 이뤄진 대통령의 핀테크 육성 필요 발언 이후 인터넷 전문 은행을 둘러싼 분위기는 급변했다. 금융위원회 산하에 인터넷 전문 은행 TF가 구성되었고 연내에 예비 인가를 주기로 결정했다.
인터넷 전문 은행이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금융 규제의 변경이 필요하다. 우선, 산업자본(비금융사업자)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4%까지로 제한하는 ‘금산 분리’가 쟁점이 되고 있다. 이 제도는 은행이 대기업 또는 개인 대주주의 개인 금고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법안이지만, 한편으로 산업자본에 의한 금융 혁신을 막기도 했다.
이 제도는 실질적으로 비금융권 기업의 인터넷 전문 은행 설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에 특별법을 통해 완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2015년 6월 금융위원회는 인터넷 전문 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50%로 대폭 완화하는 안을 발표했다.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 출자 제한 기업집단 61사는 여기서 제외된다. 금산 분리는 인터넷 전문 은행 활성화보다 재벌기업의 금융 산업 진출이라는 민감한 이슈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실명제 개선도 민감한 이슈다. 2008년 인터넷 전문 은행 추진이 무산된 중요한 원인이 금융실명제 때문이기도 했다. 현행법상 금융거래를 위해선 면대면으로 본인 확인을 해야 하지만, 인터넷 전문 은행은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 모든 업무가 진행되므로 대면 확인이 힘들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안면, 지문 인식이나 ‘인증숏’ 등을 통한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최소 자본금 요건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행법상 은행을 설립하려면 시중은행은 1000억 원, 지방은행은 250억 원의 최소 자본금이 필요하다.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한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최소 자본금을 500억 원으로 낮추자는 안을 제시했다.
2015년 현재, 금년 안으로 예정된 예비 인가를 받기 위해 인터넷 기업들과 금융사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다음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 국민은행 등이 주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터파크뱅크 컨소시엄은 SK텔레콤과 NH투자증권과 기업은행, NHN엔터테인먼트, 웰컴저축은행, 옐로금융그룹, GS홈쇼핑이 연합했다.
많은 기업들이 인터넷 전문 은행에 경쟁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위험성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도 설립 초기에는 고금리 상품으로 가격 경쟁을 하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사업을 철수했다. 한국은 인터넷, 모바일 뱅킹이 다른 국가들보다 발달했고 수수료도 무료인 경우가 많아, 기존 은행과 경쟁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참여 기업의 본업과 연결된 차별화된 모델을 제시하는 곳만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의 핀테크 현황 (핀테크, 2015. 11. 1., 커뮤니케이션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