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흥국사로 1... (남원을 지나며)
신라 미추왕 때 아도화상에 의하여 우리나라에 전래된 불교... 국가가 위기에 놓일 때마다 종교가 사회기강을 바로 잡고 더 나아가 의병활동으로 위기를 극복하였다. 몽고의 침입이나 임진왜란 때도 그 역할이 중대하였다. ‘국가의 멸망은 대개 도덕의 퇴폐와 종교의 경멸에서 온다.’는 어느 선각자의 말씀처럼 고려 중기 무신정권의 등장으로 사회기강이 혼란해졌다. 이때 나라의 부흥과 백성의 안위를 기원하기 위해 창건한 사찰이 흥국사(興國寺)다. ‘나라가 흥(興)하면 이 절도 흥하고 이 절이 흥하면 나라도 흥할 것이다.’라는 뜻이다.
변방의 국찰(國刹)로, 나라의 안정과 융성을 기원했던 기도처로, 불법 그 자체보다는 호국을 우선으로 한 흥국사는 지눌선사가 창건하였다. 이 사찰은 경관이 좋은 여수시 중흥동 영취산(靈鷲山)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靈鷲山은 이름처럼 신령스러운 독수리가 살고 있는 산이 아니라 석가모니께서 마지막으로 설법하였던 인도의 영취산과 산의 모습이 같다하여 유래하였다. 이 靈鷲山에는 3-40년생 진달래가 산 중턱에서 정상까지 뒤덮여 국내 최고의 진달래꽃군락지다. 이 흥국사를 3월 27일 한화 투어 산악회를 통하여 여행을 떠났다.
대전을 떠난 여행길... 호남고속도로를 따라 가다가 익산분기점에서 여수로... 전주에서 광양까지는 터널이 34개로 이 터널 중에서는 남원과 구례 사이의 천마터널... 길이 4km로 호남권 최장 길이의 터널이다.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1km마다 무지갯빛 조명을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터널 내 디자인조명 설치에 나서게 된 것은 단조로운 주행환경을 개선하여 운전자의 주의력을 환기시키기 위함이다. 노르웨이에서 처음 개발하였는데 운전자의 약 70%가 터널을 운행할 때 벽면이 단조롭거나 같은 조명이면 지루하게 느껴진단다.
한편 남원의 사매터널... 그 아래에는 이곳 출신의 최명희가 17년 동안 집필한 ‘혼불’을 주제로 한 문학관이 있다. 우리 역사에 있어서 가장 암울하고 불행했던 시기인 1930년대를 주제로 한 이 소설은 국권을 잃고 일제의 탄압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우리 풍속의 보고(寶庫)이자 모국어의 보고’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전통문화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소설이란다. 남원시는 작가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주변의 소설 배경이 되는 최씨 종가, 청호저수지, 달맞이 공원, 구서도역 등과 연계하여 문학마을로 조성하였다. 그녀는 나이 50인 지천명(知天命)에 유명을 달리하였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여수 흥국사로 2... (구례를 지나며)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지천명(知天命)... 논어(論語)에서 나온 말로 이는 우주만물을 지배하는 하늘의 명령이나 원리, 또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가리키는 유교(儒敎)적 정치사상을 말한다. 나이 15에는 학문에 뜻을 둔다는 지우학(志于學)이요, 30에는 뜻이 확고하게 선다는 이립(而立)이란다. 40에는 다른 사람에게 유혹되지 않는 불혹(不惑)의 나이요, 60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는 이순(耳順)의 나이란다. 70에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 종심소욕 불유거(從心所欲 不踰矩)나이란다.
요즘 100세 인생의 노래가 유행이란다. 어느 카페에서 나온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50세가 넘으면 퇴직을 준비하는 나이라는데 그 나이에는 일을 그만 두고 놀기에는 너무 아쉬운 나이란다. 60세는 미국 나이로는 아직 50대라고 우기는 나이란다. 65세는 전철이나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면 극구 사양하는 나이란다. 70세는 상을 받아도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될 나이란다. 77세면 편지를 두 번 읽어야 이해가 되는 나이란다. 80세는 누가 옆에 있어도 방귀를 뀔 수 있는 나이란다. 85세면 뛴다고 생각하는데 걷고 있는 나이란다.
88세면 감기가 들어도, 배탈이 나도 이게 마지막인가 생각하는 나이란다. 90세는 주민등록증 번호를 잊어버리는 나이란다. 95세면 한국말도 통역이 필요한 나이란다. 97는 혼자 밥을 먹어도 신기한 나이란다. 99세는 집에 있으나 산에 있으나 마찬가지인 나이란다. 100세면 귀신한테 시비를 거는 나이란다. 이제 여행길은 천마터널을 지나니 구례군 산동(山洞)마을이다. 지리산 밑의 골짜기이므로 ‘산골’이라 부른데서 유래하였다. 이곳에 산수유가 지천에 피고 있는데 매년 3월 하순에 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곳 산수유가 전래된 유래는?
약 1,000년 전 중국 산동성(山東省)에 사는 처녀가 구례군 산동면(山洞面)으로 시집올 때 처음 가져다 심었다고 전해오고 있다. 이곳의 시목(始木)이라 여겨지는 나무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그래서 구례는 산수유가 특산품으로 재배되고, 약재로 처방하기 시작하였단다.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라는 광고 문구... 광고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 ’허위광고‘라 고소하였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단다. 이유는 특정 질병이나 약효를 언급하지 않고 식품으로 좋은 점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선전하였기 때문이란다. 동순천IC로 나간다.
여수 흥국사로 3... (흥국사에서)
서순천IC로 나가면서 국도 17번 길로... 여수로 진입하면서 화물트럭과 레미콘 들이 쉴 새 없이 질주한다. 여천공업단지로 공업단지 특유의 모습이다. 일 년 내내 꺼지지 않는 불빛... 또한 공단에서 나오는 연기... 분명 공해일 것이다. 이 심각한 공해에 시달리는 여수의 허파라 할 수 있는 곳이 靈鷲山이다. 봄마다 상춘객을 설레게 하는 곳! 축구장 140개의 너비를 자랑하는 이곳은 무학산, 화왕산과 더불어 전국 3대 진달래 군락지다. 금년에도 4월1일부터 3일간 축제가 열리는데 영취산 자락은 분홍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착각한다.
일부는 산행을 하고 일부는 흥국사로 향했다. 주차장 근처에 저수지... 야자수가 있으니 이국적(異國的)인 느낌이다. 이곳에서 싸가지고 온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였다. 흥국사로 갔는데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꼭 받아야 하는지... 이곳에 걸려있는 ‘구 한국전력 토지를 봉은사에 반납하라’는 플랜카드... 봉은사 측에서는 ‘정부가 상공부 청사를 이전한다며 봉은사 토지 10만평을 헐값에 수용하고, 이를 환지 정리해 막대한 정치자금을 형성하였다.’며 뒤늦게 매매계약의 무효를 주장하였다. 하지만 벌써 계약이 이루어진지 40여년... 봉은사 측에서는 지금껏 묵시적 (默示的)으로 인정한 것이 이제 와서 반환이 될는지...
한편 흥국사는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 유일의 수군(水軍) 승병(僧兵)이 있던 곳이다. 문화재로는 17C에 건축된 대웅전... 석가삼존불을 모시고 있는데 현재 보수중이다. 대웅전 축대의 여기저기에 거북과 용, 그리고 꽃게 모양을 곁들여 있는데 이를 '반야용선(般若龍船)'이란다. 이는 고통의 연속인 중생을 고통이 없는 세계로 건너게 해주는 도구가 배이며, 이 배는 용이 지키고 있기 때문에 바로 龍船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웅전 앞뜰에 있는 석등(石燈)도 역시 거북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 대웅전 안의 후불탱화도 문화재다.
그 밖에 승려의 무덤인 부도(浮屠), 관음보살을 모신 원통전, 임진왜란 때 의승 수군(義僧 水軍)의 주둔지이자 훈련소였던 유물전시관, 부채꼴 모양의 화강석 86개를 맞추어 틀어 올린 홍교(虹橋)와 그 앞에 서 있는 목장승,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 장면으로 나누어 그린 탱화를 모셨던 팔상전(八相殿), 그 외 기단(基壇)과 석등(石燈), 노사나불괘불탱, 목조석가여래삼존상, 강희 4년명 동종, 삼장보살도, 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 수월관음도, 십육나한도, 제석도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흥국사 관람을 마치고 시간이 남아 이순신대교로...
여수 흥국사로 4... (이순신대교에서)
여수시 묘도(猫島)와 광양시 금호동 사이를 연결하는 이순신대교(李舜臣大橋)... 총길이 2260m의 현수교(懸垂橋)로 2013년 개통되었다. 懸垂橋란 주탑(主塔)과 주탑 사이를 케이블로 연결하고 쇠줄을 늘어뜨려 다리 상판을 매다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현수교는 남해대교, 영종대교, 광안대교, 소록대교 등이 있는데 외국의 기술과 장비 및 기술진에 의존해서 만들어졌단다. 순수 우리 기술진으로 개통된 것은 처음이란다. 현수교의 설계에서부터 시공 및 유지보수까지 모든 분야를 자국 기술로 소화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 미국, 중국, 일본, 영국, 덴마크 등 6개국에 불과하단다.
주탑(主塔)의 높이는 270m로 콘크리트 主塔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또한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인 주경간장(主徑間長)은 1,545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이는 이순신 장군의 탄신년인 1545년을 상징하였다. 원래는 광양대교로 가칭(假稱)하였으나 이곳에서 혁혁한 전사(戰史)를 남긴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개칭하였다. 또한 선박 운항 폭은 최장 1,130m로 21만t 급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2대가 동시에 통항할 수 있다. 또한 지진규모 6.5, 진도 8단계의 강진(强震)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광양에서 여수로 가는 길... 순천을 거치지 않아 80분에서 10분으로 단축되었다. LG석유화학, GS칼택스 등 정유, 비료, 석유화학 계열 270여개 업체가 입주한 여수 국가산업단지를 지나는 이 길은 낮에는 고속도로처럼 차량이 빠르게 질주한다. 이곳의 야경(夜景)은 여수 10경의 하나로 여수 산업단지에서 내뿜는 형형색색의 불빛이 낭만과 황홀(恍惚)함을 더해준다. 인기그룹 버스커버스커가 노래를 부를 만큼 바다를 끼고 도는 해안선 길을 달리면서 우선 묘도 대교(描島大橋)를 지난다. 이 교량 역시 이순신 대교의 축소판이다.
이순신대교에서 흥국사로 돌아와 하산(下山)하고 내려온 일행과 합류하면서 뒤풀이가 시작되었다. 차량에 타고 왔던 일부 회원은 출발점으로 잘못 갔고 또 한명은 소재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오늘 일요일... 산악대장은 끝까지 인원파악을 하여야 하는데 아쉬운 마음이다. 지난해 포항에서 등산했던 한 회원이 4시간 만에 도착하여 소방서에 실종 신고한 생각이 난다. 산행에서 사고는 본인 책임이라 하지만 산악대장은 뒤풀이하기 전에 확인이 안 된 회원에게 현재 소재 파악을 확인하여야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마친다. 고맙습니다.
흥국사 주차장의 저수지와 아래는 흥국사 전각들
니순신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