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농사 다 끝낸 빈 들녘에 서리 내리면 어김없이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가을 끝 날에 문안드립니다.
배추도 저장하고, 평상에 줄 매어 시래기도 널고, 무도 잘 싸서 저장했습니다.
해마다 시래기를 널고 나면 보기에 좋은지 식구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멋있다...” “부자네...” “좋다...” “맛있겠다..,”
산골살림의 정서가 우리 식구들에게도 스며들었나봅니다.
보기에 좋았더라... 하신 주님의 마음이 스쳐가는 깊은 가을입니다.
함께 산지 4달 된 11살 하은이가 뜬금없이 물어 봅니다.
“성탄절에 어른들도 선물 받아요?”
어린이는 받을 것 같은데 함께 사는 언니들도 받는지가 궁금한 얼굴입니다.
마주앉아 있던 무뚝뚝한 매자씨가 끼어들며 쿨하게 대답했지요. “받어...”
매자씨의 무표정한 말에 웃을까 울을까를 고민하는 하은이가 너무 웃겼습니다.
함께 오래 살아야 알아지는 것들이니 거저 되는 것은 없나봅니다.
지적장애이며 조현병이 있는 연희씨는 30대입니다.
연희씨가 “할 말이 있는데요...”를 하면 우리 모두 긴장하지요.
현실과 상상과 드라마와 다른 사람 얘기까지 섞인 말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말 통하는 식구들이 들어주지만 모두 지쳐서 연희씨를 보면 도망가기 일쑤지요.
끝이 없는 연희씨의 이야기와 요구사항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입니다.
연희씨도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날이 오겠죠?...
영숙씨는 지적장애가 있습니다.
모두의 사랑을 혼자 받고 싶어 해서 우리도 힘들지만 본인도 매우 힘들지요.
12살 어진이를 식구들이 예뻐하고 사랑해 주는 것에 화가 나서 울기도 합니다.
연희씨와 영숙씨는 본질은 같은 마음인데 둘이 서로 싫어하고 말을 안하지요.
인간의 죄성을 그대로 보이는 모습이 어쩌면 착하고 순수한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카페동산 소식입니다.
십시일반이란 뜻을 격하게 공감하며 아이들을 만난지 6년이 되었습니다.
스스럼없이 와서 밥 갖고 가는 모습이 때론 짠해서 울컥하기도 합니다.
보호받을 나이인데 스스로 밥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기도가 나오지요.
참 많은 아이들을 먹이고 돕기도 하고, 들어주고 알려주고... 그러면서 아이들이 교회에 나가고 세례도 받고...
그냥 모든 것이 은혜입니다.
십시일반의 사랑과 도움으로 많은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 11월 24일 나눔의 동산에서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