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
이사 최 천 숙
아침에 빛이 새어 들어와 커튼을 올리니 꽃향기가 올라왔다. 하트(heart) 모양으로 꽂힌 장미꽃이다.
눈이 녹아내린 땅 위에 파릇파릇한 잔디가 드문드문 보인다. 추운 날이지만 환기를 시키려고 유리문을 열었다. 숲을 통하여 맑고 찬 공기가 들어왔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느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해 신선한 공기를 마시려고 크게 숨쉬기를 하였다.
나뭇가지 사이로 아침 햇빛이 스며나왔다. 해가 떠있는 곳을 보면 8시 정도 된 듯하다. 정오가 되면 아파트 뒤로 넘어가 우리 집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깍깍” 까치 소리가 들려 주변을 둘러보며 나무 꼭대기 아래에 달린 까치집을 올려다보았다. 산 아래 양지바른 기슭에 있는 키 큰 나무 가지 사이에 둥근 모양의 집을 지어 두었다. 나뭇잎을 보면 상수리나무 같은데 나무 둥치보다 키가 크다. 겨울인데도 가지에 노란 갈색 잎이 조금 달려있다.
해가 더욱 빛을 발하여 오색찬란하게 퍼져 나가며 나뭇가지를 가렸다.
곧 눈(雪)물 먹은 가지에 움이 트고 땅 위에 파란 싹이 돋아날 것이다.
어제 지방에 살고있는 며느리가 보낸 꽃바구니가 배달되었다. 손잡이에 맨 리본 한쪽에는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축하드립니다.” 다른 한쪽에는 아들, 며느리, 손녀 이름이 쓰여 있었다.
군대 생활 하는 아들 며느리는 집안의 대소사에 거의 참석을 못한다. 지휘관을 할 때는 명절에는 더욱 자리를 지켜야 하고 항상 대기 중이라 조부모 제사도 부모 생신 때도 참석하지 못한다.
며느리가 결혼 후 미국에서 박사 학위 받아 오느라 결혼 10년 만에 첫 손녀를 보았다. 몸은 비록 오지 못하지만, 생일에는 꽃바구니를 제사나 명절에는 경주법주를 꼭 보냈다. 제사나 생일은 음력으로 하니 달력에 양력으로 미리 표시해 두었던지 한번도 빠짐없이 보냈다.
결혼기념일
아들이 올해 43세이니 결혼 43주년 기념일이다. 1월이었는데 따뜻한 겨울날이었다. 남편은 육군 중위이고, 나는 중학교 교사였다. 허니문(honnymoon) 때 아이가 생겼는지 그해 10월에 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이 아빠를 뒤이어 육사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임지를 옮겨 다니며 군대 생활을 하고 있다. 아들 며느리도 우리처럼 주말부부로 오가며 생활한다. 명절이다 제사다 생일이다 하며 집으로 오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해는 하면서도 마땅치 않다. 그래서 앞으로는 우리가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오기가 어려우니 우리가 가야지. 아들 며느리 공주 같은 손녀가 보고 싶다. 손녀가 레이스에 리본 달린 공주 옷을 좋아한다. 나 닮았나 보다.
아침은 제일 먼저 커피를 마신다. 어제 스타벅스에서 그중에 가장 비싼 원두커피를사왔다. 케냐, 콜롬비아보다 2천 원 더 비싼 이디오피아 커피를 사 왔다. 달콤한 슈크림 빵, 삶은 달걀과 고구마, 사과와 함께 차려 먹는다. 그리고 김남조의 시, 김순애 작곡인 “그대 있음에”를 조수미 노래로 들으며 아침을 먹었다.
음악이 흐르고, 커피를 마시며 은은하게 풍겨오는 장미꽃 향기에 취한다. 나는 이 시간을 즐기며 행복해 한다.
밖에 까치가 날아다니니 기쁜 소식이 전해 오려나?
남편이 현역에 있을 때도 직장과 아이들 교육 등으로 주말부부로 오고 갔건만 전역 후에도 각자 활동 반경이 달라 주말부부를 하고 있다.
오늘 금요일 오후에 케잌을 사들고 들어오겠지.
결혼기념일 케이크
잘록한 허리에 / 층층이 레이스를 드리웠다.
한 손은 심장 쪽 가슴 위에 / 한 손에는 장미꽃 세 송이
스칼렛 오하라 같다.
넓은 치마폭에 / 무엇이 숨어 있을까?
달콤한 맛 / 큰 덩어리 입에 물고 / 조심스레 녹여본다
보물찾기.
= 프 로 필=
월간 <수필문학> 등단
계간 <지구문학> 시부분 신인상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추천작가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시서화진흥위원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나라사랑문인협회 이사
저서; 수필집 <내가 행복할 때 그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