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은 마을에 산다.
(당감주공1단지)
정경아(조직가 7기)
‘오늘 저녁 기타연습 있습니다.’
당감주공 기타동아리 카톡방에 올린 글이다.
피아노도 배우고 있는 순덕님은, 남성회원들을 꽉 잡고 있어 노감독으로 통한다.
“오늘 기타 비 맞을까봐 불참입니다” 댓글을 단다.
간사한 이로 지정받은 정 간사는
“하하 우산 씌워서 오시면 됩니다~ 저는 8시까지 가겠습니다^^
그러자 노감독은
”나는 가고 싶은데 기타가 가기 싫다고 하네요. 쉴께요~~“
장르소설가로 카톡방 댓글에 최고봉인 연봉님은 특유의 입담을 날린다.
“으음…… 노 감독님이 요새 바람피나~ 연습량이 모자랄텐데……”
이사짐 센터 운영하는 오지라퍼 우리 정우씨는 디지털 피아노 사진을 올리며,
“기타 방에 필요할까요?”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8년차 부인을 간병하고 있는 이필씨는
늘지 않는 기타 실력에 불만을 표시하는 듯 “기타 그만, 피아노 할까?”
경비로 일하시는 필원님은 “오늘은 참석 못 하네요”
기타반 신입생 경호님은 “저두요~”
정간사 왈 “ 노여사님 안 오시면 경호님도 안 오시는 겁니까~”
경호님의 직속 선배 노순덕님은 “경호씨 그런건 안 따라해도 되는데요..”
못 오신다던 필원님이 제사준비 하느라 바쁘다며 잡채를 주고 가신다.
요리 실력이 뛰어난 70대 필원님은 경비로 일하면서도 쉬는 날에 뚝딱 뚝딱 요리를 만들어 이웃들을 부르신다.
담백한 육개장, 칼집 낸 가지조림, 전복죽, 직접 만든 쨈으로 만든 샌드위치,
콩가루에 우유와 생크림, 꿀을 만들어 주신 소스는 꼭 따라하고 싶은 레시피다.
40대~70대 12명 지역주민들이 당감주공 1단지 관리소에서 기타를 배운다.
수업은 주1회, 연습은 주2회 이상 한다.
연주가 아닌 기타만 만졌다는 정우님은 한때 당감동의 최민수로 불렸다고 한다.
연습 공간 인테리어 담당하며 “우리정우“로 불리기 시작했다.
코드가 안 잡혀서 기타 몇 개 깼다는 필원님은 연습벌레다.
로망스 치는 게 소원인데……
혼자서 연습하다 보니 박자가 안 맞는다 하시고
우수한 출석률을 자랑하는 이필님은 물병을 들고 다니며 손가락 벌리는 연습을 하고
왜 나만, 셔플주법이 안되냐며 하소연 한다.
18년 동안 막걸리 집을 운영했던 순덕님은 요양보호사로 손녀딸 돌보는 할머니로 주부로 18번 노래 2곡만 마스터하면 하산하겠다고 하신다.
이웃아파트에 사는 경호님은 아침마다 지나가면서 붙어있는 현수막을 보고 망설이다 왔다고... 막내였던 순덕님의 설득으로 직속후배가 됐다.
“선배보다 잘 하면 안됩니다”에 모두 배꼽을 잡았다.
경호님의 제안,“ 기타반 수강생 모집하는 현수막 달아주세요. 그래야 후배가 들어올거 아닙니까?”늦은 나이에 시작한 기타가 쉽게 잘 될리 없고, 연습의 길은 험난하다.
작년 9월부터 시작한 기타반, 더듬거리며 악보를 보고 고양이 자세(손 모양)를 지적 받으며 연습했다. 2월 마지막 수요일에 관객보다 출연진이 더 많은 소박한 음악회도 열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작은 음악회 개최해 보니 더 열심히 연습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5.18토요일에 부산진구청 강당에서 열리는 부산진구생활문화예술제에 준비연습이 한창이다.
마을에서 어울리며 배우고 나누다 보니 좋은 점이 참 많다.
수시로 모여서 하하호호, F코드가 잘 안 잡혀도, 칼립소가 잘 안 돼도 괜찮다.
연습할 공간이 있고, 후원하는 이웃들도 생기고, 동아리 회원으로 들어와서 선거관리위원도 하고 동대표도 나오고 19년된 임대아파트에 최초로 동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다.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살아오신 이웃들과 어울리는 일이 무척이나 즐겁다.
이웃들은 내가 필요한 물건과 내게 부족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고 필요할 때 마다 기꺼이 나눠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