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말한 바와 같이 몽골인들과 한국인들은 몽고반점만이 아니라 가슴이 닮았다. 세월이 지날수록 닮았다는 생각은 확신이 커졌다. 그러나 다른 점들도 분명히 있다. 첫째는 한국인들보다 순수하고, 시기 질투심이 적다. 그들의 격언에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아프다”가 없다. 그네들은 땅이 워낙 넓어서 양들을 먹이고 살다가 좀 이웃들과 부대끼고 어렵다 싶으면 다른 초원으로 가면된다. 배아플 일이 없다. 우리나라의 14배의 넓은 땅덩어리에다가 인구수는 14배 적다.
그러나 패기나 성깔만은 한국인들과 매우 닮았다. 야외에 나가서 운동을 하면(그들은 우리 씨름과 비슷한 ‘부흐’라고 하는, 삿바가 없이 주로 손기술만을 사용하는 시합을 하는데) 서로가 절대지지 않으려 한다. 내가 볼 때는 사생결단이라도 할 듯이 한다. 74년도인가 몬트리올 올림픽 때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양정모를 이겼으나 벌점 때문에 은메달에 그친 ‘오이도프’는 세계 선수권 등에서 금메달을 수십개 딴 몽골 스포츠 영웅이다. 일본 스모계를 주름잡는 사람은 다름 아닌 몽골 사람이다. 비록 키가 작은 170 cm 단신의 ‘하쿠오우’라는 스모선수는 지금까지 32회 이상 우승을 한 대단한 스모의 영웅이다. 매년 7월 중순에는 ‘나담’이라는 국가적 축제를 하는데 그 때 말달리기 시합을 하는 것을 보면 엄청나다. 어린 아이들이 안장도 없이 말 위에서 곡예하듯 달리는 것이 장관이다.
그 지지 않으려는 기질이 한국인과 똑 닮았는데, 한국인들은 좁은 땅 덩어리에 서로 비비대고 살다보니, 성깔은 있지 해소할 길은 없지 하다보니 이렇게 시기 질투가 많은 민족성으로 변한게 아닌가 한다. 조선 시대부터 노론 소론 동인 서인, 사색당파에 오늘날의 영호남, 좌파 우파, 분열과 분쟁이 너무 극심하다. 내가 30년 함께 한 몽골 사람들은 대부분 교회 사람들이기 때문에 전체를 논하는 것은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心性은 보존(preservation)된 것이 사실이다. 우리들보다 순수함이 남아 있다는 것을 갈 때마다 느낀다. 그들은 어쨌든 리더를 잘 따른다. 큰 단체가 무슨 일을 함께 하는데 의견이 다소 상충되는 경우라도 큰 무리가 없다. 서로 조근조근 이야기 하고 해결하면 끝이다. 우리가 매번 방문하여 강가 초원(가쪼르라고 한다)으로 야외 소풍 모임을 가지면, 모든 사람들이 다 조화롭게 일을 분담하여 한다.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남자들은 남자들대로, 할 일을 분담해주는 사람이 없어도 어떤 거슬리는 말소리도 없이, 큰 소리도 전혀 없이 조화롭게 일들을 다 한다. 바라보는 우리의 눈이 호강을 하는 광경이다. 내가 100번 가까이 갔어도 교회 내에서 서로 다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서로 비판을 하는 경우가 다소 있더라도 그렇게 독한 말로 저주하듯이 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가령 부부의 큰 분쟁이 있어서 나와 상담을 하는 경우가 좀 있었는데, 좀 과장해서 1-20분이면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냥 환하게 웃으면서 다 끝났다고 하고 일어선다. 한국에서는 내 경험상 한 달 열흘 갈 일들이다. 내가 주관적일 수 있지만 그들의 心情이 한국인들보다 훨씬 깊다. 그렇게 순수하고 깊은 심정을 갖고 있으니 그들의 말하는 것을 듣다보면 청량음료를 마시는 것 같을 때가 많다. 사실 내가 무언가 영적으로 도움을 주러 가지만 도리어 내가 힐링을 받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우리들보다 말을 잘한다고 생각해왔다. 그곳의 목사들이나 장로들이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을 들으면 우리 한국의 교회 지도자들보다 훨씬 위트와 유머, 그리고 그 진심이 묻어나는 말을 잘한다. 이것은 사실이다. 한국의 정치가들처럼 터무니없는(outrageous) 말을 들어보기가 어렵다. 좀 심하게 말하면 망가진 사람들이 적다는 말이 되겠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이 나라의 사람들의 꼬여버린 心思(특히 극렬좌파)에 대하여 마음이 아프지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이점은 매우 안타깝고 불행하다.
7편의 글을 다 마무리하면서 나는 이런 귀하고 사랑스런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하도록 은혜를 베풀어주신 나의 하나님께 큰 감사와 경배를 드린다.
징기스칸 고향으로 알려진 힌티라는 도시에서
징기스칸의 어머니 상
징기스칸의 고향으로 알려진 초이발상, 또는 힌티라는 곳은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10시간 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