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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공지보기▶ 서울 꽃 나들이, 응봉산 개나리 축제 현장 스케치샛노란 개나리 산 동심의 세계로 ▲ 개나리로 뒤덮힌 샛노란 응봉산4월의 첫째 주말엔 여기저기서 다양한 꽃축제가 있었다.남쪽엔 유명한 진해 군항제도 있지만 멀어서 포기하고, 경기도 이천과 양평에 있었던 산수유 축제를 갈까 하다 날이 흐려서 접어 뒀다. 이렇게 또 꽃을 보기 위해 1년을 기다려야 하는건가. 아쉬운 마음에 꿀꿀하게 하늘을 쳐다보는데, 그때 번뜩 떠오른 것이 바로 응봉산의 개나리. 응봉산 아래만 특별히 해가 반짝 나오지는 않겠지만, 서울사는 사람에겐 가까우니 부담 없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우울하게 뒤덮인 하늘 대신 개나리가 노오란 햇살을 사진 속에 담아 주겠지. 날이 흐린데도 중앙선 응봉역에 내리니 축제장을 향하는 인파로 가득했다. 조금 찌푸려졌던 마음도 사람들의 북적거림에 덩달아 살짝 설레고.산으로 가는 입구까지 역에서 십분쯤 걸어야 하는데, 이미 길목에 개나리와 벚꽃이 가득해서 축제 분위기가 난다. 산에는 아직 올라가지도 않았는데, 공원에도 길목에도 온통 개나리 천지다. 길목 길목마다 멈춰 서서 사진 찍느라 바쁜 사람들. 응봉산은 사실 산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작은 언덕에 가까운데, 중간에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운동 기구도 설치되어 있어,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휴식을 책임지는 공원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중간중간에 멈춰 사진을 찍느라 해발 81m밖에 안되는 낮은 산에를 무려 40분을 걸려 올라갔다.행사가 있는 팔각정에 도착했는데, 날이 흐려서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어 깜짝 놀랐다. 봄은 사람들의 게으름을 걷어가는 마력을 갖고 있는 걸까 예전엔 봄이 오면 더 나른하고, 만사가 귀찮았던 거 같은데...행사 프로그램 중에 어린이 백일장과 사생대회가 끼어 있어서 군데군데 엎드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과 그들을 코치하는 부모님들로 북적였다. 아이가 쓰는건지 엄마가 쓰는 건지 모르게 마구 불러주는 분도 계셨고, 그림을 못 그리거나 맞춤법을 틀린다고 구박받는 아이들도 있었다. 흠... 이런 날은 그냥 좀 풀어주지, 거 이 즐거운 날 아이들 인상을 구겨 놓을 것은 또 뭐람. 살짝 안타까운 풍경이 끼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하고, 가족적인 분위기가 났다. 사실 개나리가 없었더라면 응봉동은 딱히 예쁜 동네라고 할 수는 없다. 뭔가 삭막하고, 공장도 있고, 대부분의 산에는 꼭대기까지 집들이 들어차 있었으며, 공사까지 겹쳐 전반적으로 황량한 느낌이었는데, 이 샛노란 개나리가 가득 피어줌으로써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그 황량함을 모두 커버하는 것을 넘어서 활기를 가득 불어 넣어 주는 것이다. 이거구나. 샛노란 개나리의 매력이. 축제장에 음악 공연과 먹거리가 빠질 수 있나. 막걸리와 파전 그리고 떡볶이를 지역 단체에서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는데, 파전은 금세 동이 난 듯. 그래서 떡볶이를 한 접시 시켜 먹었다. 개나리와 떡볶이. 정말 학창시절 분위기 제대로 나네.어릴 적에 봄이면 으레 학교 주변에 개나리가 폈고, 병아리를 팔았으며, 겨울을 밀어낸 햇살 아래 아이들은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학교 앞 떡볶이를 먹곤 했다. ▲ 당신과 함께라면 어디든지 꽃길 ▲ 노오란 빛 세상 산을 느긋 느긋 돌아보았건만, 워낙 작은 산이라 내려왔는데도 아직 일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중랑천을 따라 걷다 서울숲에도 들러보기로 했다. 중랑천에 도착했더니 철새가 무지 많이 있었다. 각종 오리들이 물 위에 가득했고, 왜가리도 우아하게 놀고 있더라. 딱히 물이 깨끗해 보이진 않는데, 철새들은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러다 놀라운 풍경을 발견했다. 응봉산을 되돌아보니 이런 멋들어진 풍경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온통 노란 빛으로 가득한 산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응봉산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산 위에서가 아니라 중랑천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산속에 파묻혀 있을 때도 좋지만, 이산의 신비로움은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때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어쩜 이 산엔 이렇게 개나리가 많을까. 뭔가 흔해서 딱히 사랑받는 꽃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산을 뒤덮고 있으니 그 역시 장관이구나. 산 전체에 가득 핀 개나리 덕분에 우리는 노오란 봄을 품고 행복하게 4월을 시작했다.개나리는 오래 남아있는 꽃이니 축제 때가 아니더라도 이 개나리 산을 한번 찾아보시길 바란다. 흐린 날도 하루 종일 해를 본 듯 기분이 밝아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