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수능 필수 한국사의 출제 방향
나. 평가 내용
(1) 내용 영역 관련 출제 방향
학습 안내 자료에서 평가 내용과 관련하여 제시한 방향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① 한국사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추어 학교에서 학습한 지식 평가
② 한국사의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
③ 단원・시대별로 편중되지 않게 고르게 출제
④ 단원 통합적인 문항도 출제 가능
⑤ 교육과정상 중요한 내용은 이미 출제되었더라도 재출제 가능
⑥ EBS 교재와의 연계 : 종전과 동일한 연계 비율 유지
평가 내용과 관련하여 출제 방향을 좀 더 세부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추어 학교에서 학습한 지식을 평가한다는 점은
수능의 출제 범위를 제시한 것과 같다.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를 평가하는 수능 시험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추어 출제하겠다고 제시한 것은 당연하며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② 한국사의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한다는 점은 ①을 보완하는 내용이다.
수능 필수 한국사가 현행 시험과 비교하여 성격이 크게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차이를 설명하기
란 쉽지 않다. 역사 교사들은 교과서 내용이 너무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교과서 내용을 적정화하고 재구성해서 가르치도록 안내해도, 교사들은 수능에 세부 내용이 출제될
수 있어서 모든 내용을 가르쳐야 한다고 반론한다. 하지만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하겠
다는 방향을 제시하였으므로 학교 수업에서 지나치게 지엽적인 내용까지 꼼꼼히 다룰 필요는
없을 것이다.
③ 단원・시대별로 편중되지 않게 고르게 출제한다는 것은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6개
대단원으로 구분되었으므로 전체 문항 수를 큰 차이 없이 고루 배분하겠다는 의미이다. 단원과
함께 시대별이란 표현도 사용했는데 이는 단원과 다른 별도의 시대구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고등학생을 비롯한 일반인들이 단원이라는 용어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원・시대별이라고
한 것이다.
④ 단원 통합적인 문항도 출제 가능하다는 원칙의 의미는 한 문항이 포함하는 내용 범위가
대단원 내에서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 개 문항이 다루는 범위가 한 단원에 한정해서
출제된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한 원칙으로, 이는 현행 수능에도 적용되고 있다. 한국사
문항은 일정 주제나 시기별로 살펴볼 수도 있지만, 통시적으로 넓게 볼 수도 있어 필요한 원칙이다.
⑤ 교육과정상 중요한 내용은 이미 출제되었더라도 재출제 가능도 현행 수능에서
제시하고 있는 원칙이다. 한국사의 핵심 내용은 수능에서 꾸준히 다루어지며 문항으로 출제되었다.
기출문항을 엄격히 배제한다면 나중에는 핵심 내용보다 지엽적인 내용을 다룰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그러므로 수능 필수 한국사가 2017학년도 수능 이후에도 계속해서 중요한 내용은 반복해서
출제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밝혀야 학생들이 이번에 출제되었기 때문에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지 않을 것이다.
⑥ EBS 교재와의 연계는 현행을 유지한다. 이미 2017학년도 수능에서도 EBS 연계를
현행과 같이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한국사도 연계하여 출제될 것이다.
다. 문항 형식과 수준
(1) 지문 없는 문항 출제
학습 안내 자료에서 두드러진 문항 유형은 지문(자료) 없는 문항이었다. 수능이 탐구력을 측정
한다고 할 때 탐구의 대상이 되는 자료가 필수로 여겨졌다. 하지만 한국사의 기본 지식을 측정하
고자 한다면 형식적으로 지문을 제시하기 보다는 지문 없이 간단히 제시하는 문항 형식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지문 없는 문항은 ‘문두-답지’로 구성되며 주로 지식을 묻는다. 이러한 형식의 문항은 정치 기
구, 제도, 인물 등에 대하여 기본적인 지식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지문 없는 문항이
암기 중심 교육을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염려도 있다. 반면에 탐구를 위해서도 기본 지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한국사 시험이 사회탐구에서 분리되고 필수가 되었다고 해도 수능에 속하
기 때문에 지문 없는 문항을 과다하게 출제할 필요는 없다. 필수 한국사 출제와 관련된 경험과 데
이터를 축적하면서 조정할 문제이지만, 모든 문항을 지문 없는 문항으로 출제하는 것은 아니며 기
본적인 문항 유형을 유지하면서 일정 비율 이내에서 새로운 문항이 출제될 예정이다.
지문 없는 문항이 출제되면 읽어야 할 정보량이 적고, 문항 길이가 짧으며 지식의 재생이나 풀
이 과정이 간단하기 때문에 풀이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읽어야 할 정보량이
많고 풀이 과정이 다소 복잡한 문항을 해결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다시 한 번 자신이 작
성한 답지를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실수를 줄일 수도 있다. 즉, 전체 문항을 검토
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적절하게 시간을 배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현행 형식을 유지하면서 평이하게 출제
지문 없는 문항을 제외하면 나머지 문항은 현행 수능처럼 지문 있는 문항이 된다. 문항 형식은
정답형, 부정형, 최선답형 등으로 출제할 수 있다. 정답을 2개 이상 고르도록 하는 합답형 형식은
제작하기에 따라서 어려울 수도 있고 쉬울 수도 있다. 합답형도 내용과 상황에 따라서 출제할 수
있다.
지문에서 사료와 글 자료, 사진 자료, 그림(삽화), 도표와 그래프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는 것
도 학교의 다양한 수업을 유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다만 평이한 출제를 원칙으로
하므로, 지문에 담긴 정보량, 표현 방식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정보를 감추기보다
는 드러내는 방향으로, 용어나 문장 등의 표현을 어렵게 하기보다는 쉽게 하는 방향으로 출제한다
는 의미이다.
(3) 평이한 문항의 제작 방향
몇 가지 차원에서 평이한 문항 출제의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문항에서 다루는 내용이 교과서의 핵심 내용이라면 평이한 방향의 출제가 될 수 있다.
학생이 갖고 있는 선지식의 양은 문제를 해결할 때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선지식 없이
풀이가 가능할 경우 역사 문항이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선지식을 지나치게 세부적이고 까
다롭게 요구한다면 문항이 어렵고 암기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개략적이고 맥락적인 지
식수준으로 문항 풀이가 가능하다면 평이한 방향의 출제가 된다. 정보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지식
을 머릿속에 넣고 다니기보다는 필요한 지식을 IT도구를 통해 찾고 활용하는 디지털 지식이나 정
보를 읽는 능력이 강조되고 있으므로 제시된 정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도 점차 고려
해 볼 필요가 있다.
수능 문항에서 새로운 사료를 제시하면 학생들은 학습한 선지식을 적용하여 제시된 상황이 무
엇인지를 추론하는 사고력을 동원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탐구형 문항은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그
런데 학생 수준에 맞고 문항 제작에도 적합한 사료는 많지 않다. 그렇다고 언어 능력을 측정하는
문항처럼 텍스트를 문항에 맞추어 가공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중요한 사료는 모든 학생이 학습
할 필요가 있는데 계속 새로운 사료만 찾으면 중요한 사료를 심도 있게 학습할 기회는 줄어든다.
따라서 학교에서 학습한 익숙하면서도 대표적인 사료를 수능에서 제시한다면 평이한 방향의 출제
가 되면서 학교에서 중요한 사료를 탐구하는 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학생들은 수능 문항의 자료를 읽을 때 문장을 맥락적으로 읽기보다는 핵심 단어를 찾고 그 단어
를 중심으로 문항을 푸는 요령에 익숙해 있다. 사료를 분석하고 지시하는 조건에 맞는 정답을 찾
을 것을 요구한 출제 의도와 달리 문제 풀이 요령을 키운 것이다. 이런 학생들을 변별하려면 핵심
어의 표현을 달리하거나 긴 문장 속에 잘 감추는 것이 출제 방법이었다. 반대로 핵심어를 학생들
이 알고 있는 표현 그대로 제시하거나 여러 개의 핵심어를 제시하는 등 문제 풀이의 단서를 제시
한다면 평이한 방향의 출제가 될 것이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용어를 이해하지 못해서 국어 사전식 해설을 하면 수업 시간이 다 지나간
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현재 사용하지 않고 쉽게 접하지 않는 용어를 학생들이 잘 기억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그러므로 답지를 진술할 때 학생들에게 익숙한 교과서
표현 중심의 용어와 문장을 사용한다면 평이한 방향의 출제가 될 것이다.
수능 문항은 5지 선다형이다. 그렇지만 5개 답지를 모두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
깝다. 학생들도 오답지 몇 개를 제거하고 나머지 두 개 정도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정답과
경합하는 오답지는 매력도가 높다고 말한다. 또한 학생들은 오답지가 지문과 긴밀하게 (특히 언어
적으로) 연결될수록 오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답지를 진술할 때 오답지의 매력도를
낮추거나 지문과의 긴밀성 대신 차별성을 높이면 평이한 방향의 출제가 된다. 가령 답지의 시간
간격을 좁히기보다는 동떨어진 시기의 오답지를 사용한다면 정답 확정을 크게 고민하지 않을 문
항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