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봉초교 → 용봉산 → 악귀봉 → 가루실고개 → 수암산 → 목바리 → 수덕고개 → 덕숭산 → 수덕사” 14km, 6시간 30분 코스를 탐방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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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산[龍鳳山]
높이: 381m
위치: 충남 홍성군 홍북면
홍성에 위치한 용봉산은 높이는 낮지만, 주변 전경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수석처 같다. 미륵불이 있는 미륵암을 지나 능선에 오르면 5형제 바위, 공룡 바위, 칼바위 등 즐비한 기암들이 조화를 이루고 바위 군을 지나 20여 분 내려가면 마애석불이 있는 용봉사가 있다. 가을철 단풍도 볼만하다.
용봉산은 바위산답게 기암괴석이 기기묘묘한 형상을 빚어 여느 명산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홍성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이 용봉산을 내세울 만큼 이 고장 사람들은 큰 자랑으로 여기고 있는 산이다.
용봉산을 낀 홍성 일대는 충절의 고향이라는 얘기답게 만해 한용운 선사, 백야 김좌진 장군, 최영 장군, 사육신의 한 분인 성삼문 등의 생가와 9백의 총 등 위인들의 삶의 흔적과 백제 부흥의 마지막 보루였던 임존성 등 역사유적지가 도처에 남아있다.
용봉산의 좌우 중턱에는 고려 시대의 고찰 용봉사와 마애석불, 미륵석불이 있다. 옛 문헌에는 영봉사라고 기록되어 있는 용봉사는 지금은 대웅전과 요사채 등 2동밖에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고려 시대에는 절 크기가 아흔아홉 간에 불도를 닦는 승려 수가 천여 명에 이를 만큼 큰 절이었다고 한다.
용봉산은 산세가 수려해 등산길로도 그만이다. 용봉초등학교 뒤편을 따라서 올라 상하리 미륵불을 구경하고 크고 작은 봉우리를 휘휘 돌아 정상에 오른 뒤 용봉사 쪽으로 내려오면 두 시간쯤 걸리는데 산 아래 펼쳐지는 경관이 일품이다. – 한국의 산하
강원도, 경기도 지역의 산을 훑고 이제는 남쪽으로 발을 돌려 충청도의 산을 가기로 했다. 물론 강원도, 경기도의 산도 많이 남아 있지만, 가능하면 계절에 맞는 산행을 위해 뒤로 미뤘다. 그렇다고 충청도의 산을 전혀 안 올라본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1차로 서울에서 2시간 거리인 홍성의 명산 용봉산, 덕숭산 종주에 도전한다.
용산에서 7시 27분에 출발하는 장항선을 타고 홍성에서 내려 버스로 들머리로 이동할 것이다. 그런데 등산객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주민이 많아서인지 이미 오래전에 매진이라 입석을 타는 방법밖에는 없다. 입석은 예매가 아니라 현장 구매인 만큼 7시 10분까지 용산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이 차가 수원을 통과하는 시각이 7시 59분으로 수원에서 합류하는 친구는 이 시각에 맞추면 된다.
떠나기 하루 전날 기차 시간을 재확인하기 위해 코레일톡에 들어가니 좌석이 남아 있어 재빨리 예매했다. 그리고 친구에게 빨리 예매하라고 연락하려는 순간 다시 매진이었다. 아마도 남은 좌석이 아니라 누군가 예매했다 취소한 좌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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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산행을 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전날 몇 시에 집에 들어갔는지 기억도 없는 중에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나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미리 싸둔 배낭을 메고 용산역으로 향했다. 동행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용산역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명신이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아무래도 둘의 오붓한 산행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전날 예약을 해서 명신만 입석 표를 사서 기차에 탔다. 내가 재빨리 자유석(? 구 식당칸)으로 가 자리를 잡고 명신을 불렀다. 대부분 기차가 식당칸 또는 카페칸을 자유석으로 변경해 운영하기 때문에 재빨리 타서 자리를 잡으면 좌석못지 않게 편하게 갈 수 있다.
2시간 후인 9시 31분에 홍성에 도착해 버스를 타기 위해 홍성의료원 앞으로 갔다. 정류장에 붙어 있는 버스 시간표에는 수덕사행 버스가 10시에 있는 것으로 되어 있고, 카카오 맵에도 900번 버스를 타면 된다고 나와 정각에 도착한 버스 기사에게 성산회관(용봉초)를 가는지 물어봤다. 목적지를 꼭 물어보라는 산행기가 있었다. 그쪽 방면으로 가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버스를 기다려봐야 의미가 없을 거 같아 택시를 타고 용봉초로 갔다. 혹시 이 코스로 갈 생각이 있는 사람은 골치 아프게 버스 따지지 말고 처음부터 홍성역에서 바로 택시 타기를 권함. 요금이 9,000원이 안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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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초에 도착하니 산악회 일행으로 보이는 등산객 20여 명이 산행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을 따라 우리도 산행을 시작했다. 그 시각이 10시 21분이다. 길은 계곡옆으로 잘 다듬어진 포장도로였는데 가물어 물이 전혀 없었다. 들머리 용봉초에서 300여 미터 올라가니 '한국의 산하'에선 '미륵암'으로 소개하는 '용도사'가 나타났다. 용도사는 미륵불로 유명한 곳이다. 미륵불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의외의 모습에 놀랐다. 바위를 투박하게 조각한 미륵입상이었다. 용도사도 물이 없었고 약수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고 나와 있었다. 산의 규모로 봐서 거대한 계곡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탁족 할만한 물도 찾기 어려울 거 같았다.
소개와 같이 산은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있는 악산이라 비록 300여 미터에 불과한 산이지만 오르는 재미는 좋았다. 11시 6분에 첫 봉우리인 투석봉에 도착했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한 시각이 11시 15분이다. 각 봉우리 사이의 거리가 200~300m 정도에 불과했다. 그리고 바위 봉우리에는 데크로 우회로를 만들어 두어 산행하기 좋았지만, 재미는 반감되었다. 물론 데크를 무시하고 바위를 기어올랐지만! 다양한 형태의 바위에는 비슷한 형상의 사물 이름을 붙여 놓았다. 용, 물개, 할매, 병풍, 오형제 등등.
노적봉, 장군바위, 악귀봉을 지나 마애불을 보기 위해 배낭을 쉼터에 벗어두고 200여 미터 아래에 있는 옛 절터를 향했다. 그런데 가면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마애불이 있을 만한 바위가 보이지 않아 의아했는데, 넓은 공터 한쪽에 서 있는 마애불을 보고 놀랐다. 미륵불도 그렇고 이 동네 부처가 다 내가 생각한 것과는 아주 달랐다. 지도에서 본 석조보살입상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건너편의 덕숭산을 보면서 내가 저기를 올라야 할 이유가 뭔지 고민을 많이 했다. 특징이라곤 아무것도 없이 다만 수덕사가 있어 도립공원의 대접을 받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덕숭산보다 그 뒤에 보이는 산줄기에 더 관심이 갔다.
덕숭산으로 향하면 수암산 정상을 지나면 있다는 석조보살입상을 볼 수가 없었다. 물론 그걸 보고 덕숭산으로 갈 수도 있지만, 날이 더워 많이 지친 상태라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수암산의 석조보살입상을 택할지 덕숭산을 택할지는 점심을 먹으면서 결정하기로 했다. 길을 재촉해 드디어 가루실고개 정상에 도착했다. 점심 먹을 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 고개 정상에서 덕숭산 쪽으로 200여 미터 내려가다, 다시 정상로 올라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덕숭산을 갈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100대 명산 중 99위라는 이유 외에는…. 그보다는 오히려 용봉산과 연결된 수암산과 석조보살입상이 더 궁금했다. 덕숭산을 가야 한다면 다음에 주변 산과 연계해 가기로 하고, 다시 가루실고개 정상에 올라왔다. 그리고 수암산 방향으로 가다 쉼터를 발견하고 점심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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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지만 라면 세 개를 끓여 먹으며 술도 한잔했다. 그 시각이 1시 4분이다. 그리고 각자 자리 하나씩 잡고 누워 낮잠을 즐겼다. 그리고 기상한 시각이 2시 22분이니 한 시간 가까이 잔 거 같다. 잠깐 눈을 붙인 거 같은데 한 시간이나 지나다니.... 수암산에 도착한 시각이 2시 41분이다.
수암산도 용봉산과 같이 기암괴석이 많고 각각에 이름을 붙여 두었다. 그 중에 오형제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에 얽힌 전설을 소개한 글이 가관이었다. '내포타임즈'라는 지역 신문은 일제 강점기에 전설을 왜곡한 것을 그대로 받아 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기사 보기]
수암산 정상을 향하는 곳에 풍차를 만들어 놓았다. 왜 저걸 저기에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저게 찻집이면 좋겠다고 명신이 한마디 했다. 날이 너무 더워 가져간 물을 마셔도 갈증이 사라지지 않고 시원한 맥주나 아이스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수암산 정상에 도착하니 정자가 있어 신발과 양말을 벗고 정자에 누워 발의 피로를 풀었다. 상황상 탁족 하기는 틀린 것 같아.
휴식을 마치고 수암산성을 지나자 세심천과 석조보살로 나뉘는 갈림길 이정표가 나타났다. 당연히 우리는 석조보살 방향으로 내려갔다.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거로 추정되는 석조보살입상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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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내려가니 온천 호텔이 나타났다. 산행이 끝난 것이다. 그 시각이 4시 33분이다.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시간표를 보니 45분에 차가 있고 다음 차는 한 시간이 더 기다려야 했다. 해서 명신을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게 하고 바로 편의점으로 달려가 맥주를 사 왔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원하지 않아 홍성에서 갈증을 풀기로 했다. 버스가 도착해 기사에게 목적지를 물어보니 안 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해서 그냥 버스를 보내고 택시를 탔다. 그게 실수였다. 그냥 그 버스를 타고 거기를 탈출해 시내로 나갔어야 했는데….
택시를 타고 가며 기사에게 홍성터미널 근방 맛집을 소개해달라고 했더니, 딱히 잘하는 집이 없고 국밥집이나 콩나물국밥집이 괜찮다고 알려주었다. 홍성터미널이라고 롯데마트 앞에 내려줬는데, 터미널이 보이지 않아 마트 뒤쪽에 있나 해서 가보니 없었다. 당황해서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 건물이 터미널이라고. 택시 기사가 정확히 내려준 것이다. 서울행 표를 사서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 국밥집으로 가 수육을 시키고 시원한 소주와 맥주를 주문했다. 그랬더니 냉동고에서 꽁꽁 언 소주를 꺼내 주었다. 명신은 맥주를 나는 슬러시 같은 소주를 마셨다. 보드카를 이렇게 마셔야 하는데….
버스 시간에 맞춰 계산하고 나와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와중에 해프닝도 있었지만, 9시 30분경 집에 도착했다.
애초 계획과는 달리 "용봉초교 → 용도사 → 투석봉 → 용봉산 → 노적봉 → 장군바위 → 악귀봉 → 마애불 → 전망대 → 가루실고개 정상 → 수암산 → 석조보살입상 → 온천호텔"의 8.4km, 6시간 12분의 아기자기하게 재밌는 산행이었다.
첫댓글 사진 좋다. 특히 역광이었던 마애불! 사진 잘 나왔네~ 너무 쿨내 나게 썼어. 나랑 단 둘이 간 산행인데 좀 달달하게 써야지 바보야 ㅎㅎ 근데 우리 다음엔 사막에 가도 될거 같지 않아? ^^
ㅋㅋㅋ.... 어제 완전 사막이었지
덕숭산 안간거 잘했다 원래 용븡산에서 수암산까지 가는게 맞어.
그래 수암산 쪽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