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읍에 팥죽집이 생겼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성읍에 팥죽이라는 연관이 조금 어색하긴 해도 그게 뭐 어때서?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팥죽집 주인장님은 하동 화계장터에서 팥죽으로 꽤 유명한 분이시라는 첨언입니다. 이미 다녀간 사람들은 맛있다고 그러니 저도 안가볼 수가 없죠. 바람이 많이 불던 날 성읍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함께 가 보시죠.
짓거나 다시 정비한 지 얼마 안되는 듯한 돌흙집에 장작이 많이 쌓여있습니다. 옛날팥죽.. 도로가에 있다보니 찾기도 비교적 쉽구요.. 좌측에 보이는 고둥색의 네모진 입간판은 요즘 성읍의 가게마다 서 있습니다. 차라리 입간판을 만들지 못하도록 할 것이지, 저런 인공구조물로 풍경을 망치고 획일화시키는 건 대체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창의력도 부족하고 생각도 부족한 도정의 단면이기도 합니다.
안쪽으로는 이렇게 뜰도 있구요.. 잔디가 아닌 것이 아쉽긴 한데 따뜻한 날에는 저 나무탁자에 않아 먹는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이때에는 좀 추운날이긴 했어요.. 장작난로가 안을 훈훈하게 덥혀주고 있었습니다.
내부도 비교적 아늑하고 편안하게 꾸몄습니다.
대들보에는 저렇게 글귀도 붙여놓으셨구요.
참고하십시요..
우리는 연자죽과 칼국수팥죽을 주문했습니다.
반찬은 두가지입니다. 씻어나온 묵은지와 백년초로 색을 낸 초절임 야채
적당히 시큼하고 잘 익은 맛이 나서 참 좋았습니다.
초절임 야채는 손이 자주 갈 정도였다는.. 나중에 아내가 이 메뉴를 기억하였다가 집에서 만들어내기도 했답니다.
연자죽이 나왔네요. 연자는 여의 씨앗을 말하는데 이를 갈아서 죽을 냅니다. 색이 참 곱죠.
진하기가 상당합니다. 곱고 건더기도 없는데 맛은 어떨까요? 구수하면서도 단아하다고 표현해야할까요? 어떤 잡맛이나 다른 복잡함이 없이 단조로우면서도 깊은 맛을 냅니다. 뭐라 비교할 데가 없네요. 무얼무엇과 비슷하다고 이야기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텐데 말이죠..^^
칼국수 팥죽도 나왔습니다. 약간 묽어보이긴 하는데..
맛은 진한 팥죽의 맛 그대로입니다. 어떤 깊은 내공도 느껴지네요. 제 입맛엔 약간 묽고 단맛이 부족해서 옆에 미리 준비된 설탕 한스푼과 소금 약간을 넣고 먹었는데 팥죽에서 칼국수를 건져먹는 재미도 있지만 맛 역시 담백함과 적절한 단맛이 있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다 비워냈습니다. 화계에서 유명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가게를 옮기면 맛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설령 맛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제주에서는 이 정도면 정말 맛있는 팥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게다가 소문난 잔치집(?)인 성읍에서 이런 맛이 좋은 식당을 만난다는 것도 어쩌면 축복이지요..
종종 팥죽이 생각나거나 별미를 먹고 싶을때에는 이 집에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팥죽을 먹고, 성읍을 둘러보거나 조금 더 달려 둥구나무를 들르거나 표선의 해변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여정이 될 수가 있겠어요.^^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저 원래 팥을 안좋아하지만 저 진해보이는 연자죽은 정말 먹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