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리
조산초 6년 김현서
감나무를 지나간다.
바닥에 대여섯 개 감이 터져
달콤 시크름한 냄새가 풍겨왔다
내 몸을 천천히 360도 돌려
주변을 둘러본다.
농사를 다 거둔 밭에는
잡풀과 말라서 푸석푸석한 흙만 남았다.
동네 할머니들은 이쪽 집 저쪽 집
모여 서로서로 아들은 잘 있는지
영감은 잘 계시는지 묻고 대답해준다.
어디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
한 마리가 짖으면 두 마리가 짖고
그렇게 온 동네 개들이 우는 느낌이 들었다. (10.29)
알탕
조산초 6년 김수홍
맛있는 저녁을 먹는다
세상 모든 음식보다 맛있는 알탕
우리 할머니가 해주신 알탕
알은 오독오독 씹히고 고기는 부드럽고
국물은 빨갛고 뜨끈뜨근
거기에 밥까지 먹으면
거기에 국물도 먹으면
엄청 매콤하고
거기에 콩나물도 먹으면 그야말로 왕왕 꿀조합
따뜻한 알탕엔 밥 한 공기가 뚝딱
둘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르는 일
하느님도 맛있다고
그 생선을 만든 포세이돈한테 절을 하신다.
알탕 맛있는 알탕
나는 배가 부른 채로 푹신한 이불에서 꿀잠을 잔다.
드르렁 쿨. (10.30)
동그라미
조산초 6년 최민성
“선생님, 저 검사요....”
책을 펴서 내밀며
“여기.....”
떨린다.
겁이 끈질기게 난다.
숙제는 해왔는데 다 틀리면 어떡하나.
내 머릿속은 온통 숙제 다 맞혔나 생각뿐.
숙제를 검사하고 있는 선생님 손만 본다.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선생님 손이 미소로 가득했다.
동그라미 동그라미 동그라미
내 얼굴도 웃음이 가득했다. (10.29)
미안
조산초 6년 최민성
털이 누룽지 같은 개
마당에 누웠다가 눈을 뜬다
”안녕.”
달려오며
웍웍 헝헝
형 놀아줘 놀아줘 하며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냥 간다
펄쩍퍽쩍 뛰며
내 뒤에서 짖지만
끝까지 짖지만
나는 그냥 간다. (10.23)
성교육
조산초 6년 김택유
보건시간에 성교육을 한다.
“어떤 무엇이 있는데…….”
우리 반 아이들 입 주변이 슬쩍
올라간다.
쿨한척하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9.24)
9번 버스
조산초 6년 김택유
학원 마치고 집에 갈 때
나는 9번 버스를 탄다
다이소 앞 정류장에 서서
다리를 떨면서 기다린다.
길 건너편에는 고양이 한 마리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뒤진다.
할머니들이 마른 고추포대를 발밑에 두고
버스를 기다린다.
하늘은 어두워 오는데
버스는 언제 오나 기다린다
고개를 왼쪽으로
고양이처럼 살며시 돌리니깐
파란색 몸통에
9번이라는 숫자가 눈에 띈다
이제 집에 가서 놀 수 있다. (9.3)
아침에 첫 상대
조산초 6년 김현서
나는
우리 반에 첫 번째로 오는 편이다.
첫 번째로 들어와서
내 손으로 에어컨을 키고
편안하게 여가시간을 보낸다.
나의 첫 상대는 고요함.
바닥에 살포시 앉아있는 먼지
창밖으로 들어오는 햇빛
하지만 내 여유를 앗아가는 소리
“쿵쿵쿵쿵.”
애들이 온다.
‘사실이 아니야.’생각하고 눈을 감았다가
눈을 뜨자 애들이 왔다.
나한테 가까이 와서
지 얘기만 “떠들떠들”
지가 물었으면서
지가 답을 알아내고.
애들의 첫 상대는 나다. (8.28)
카페 게시글
아이들 시
조산초 6학년
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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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3
19.10.31 22:2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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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탁샘, 고마워요!^^
아이들 표현이 어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