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명가>
허술한 골목길에 숨어 있는 집이다. 일대는 차이나타운이라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식당과 가게가 넘치는 곳, 길 건너 11번 출구로 나가면 대림시장이 온통 중국 풍물 일색이다. 중국을 옮겨놓은 듯한 분위기, 샌프란시스코, 밴쿠버, 요코하마를 가도 만날 수 없는 화려하고 번성한 차이나 타운이다. 그곳을 잠시 벗어나면 동네 조붓한 골목에 보물처럼 한식집이 웅크리고 기대한 풍부한 한식 세계로 인도한다.
1. 식당대강
상호 : 진미명가
주소 : 서울 구로구 구로중앙로19나길 6 1층
전화 :
주요음식 : 한식
2. 먹은날 : 2025.1.15.점심
먹은음식 : 전복고등어무찜 25,000원
3. 맛보기
서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손맛집이다. 요즘 새로 생기는 식당들은 상당수가 소스 등 중요 식재료를 냉동상태로 공급받는 체인점들이다. 맛이 비슷비슷하고 또 모두 한결같이 자극적이어서 손맛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그런 식당은 다시 올 덧정이 안 생긴다. 그러다보니 선택의 폭은 나날이 줄어든다. 그런 체인점의 홍수 속에 굳건하게 서울 동네 골목에서 제 자리 제 맛을 지키고 있는 식당이다.
소담스러우면서도 정성스러운 상차림이다. 된장은 아마 집장인 듯하다. 배추쌈을 하니 그만이다. 전복도 배추에 싸보았다.
전복된장국. 조선시대에는 상상도 못할 호사스런 찬이다. 나랏님도 이런 찌개 못 받아 봤을 것이다. 양식을 하는 덕분에, 생활수준이 높아진 덕분에 이제 동네 식당에서도 그 흔한 된장찌개에 전복을 띄운다. 이제는 전복이 사치가 아닌 편한 일상식이 되었다. 제주에서 물질해서 서울에 진상해왔던 포자기들이 와서 보면 기절할 일이다. 자연산은 깊은 바다에 살아 해녀가 아닌 해남, 포자기들이 따야 했는데, 너무나도 힘들어 태반이 뭍으로 야반도주했다는 토악질의 대명사가 이 전복이었다.
이제 편안하게 된장찌개의 깊은 맛을 담당해주는 포근한 식재료가 되어 우리 곁에 내려와 앉았다. 다시마를 주로 먹으며 자라는 전복, 깨끗하고 쫄깃쫄깃 식감도 좋은 전복이 된장찌개에서도 빛을 발한다. 고마운 별식으로 깊은 맛을 감지하며 먹는다.
전복장. 그 귀한 전복이 밥상에 천지로 널렸다. 이래 먹고 저래 먹고. 이래저래 호사다. 짜지 않은 간장국물에 오롯이 담긴 전복, 여유가 생기니 조리법도 다양해진다. 전복된장찌개에 전복장, 해물의 왕이 갖가지 얼굴로 토속적 식당에 얼굴을 내민다. 서운하다면 간장국물이 좀 달다는 것. 이런 손맛집에서는 굳이 설탕 빌리지 않아도 제맛을 낼 텐데, 아쉬운 마음이다.
고등어찜. 입맛을 돋구는 고등어조림. 고등어 아래 무가 솜씨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 역시 약간 달다. 달지 않은 식재료 본연의 맛으로 체인점의 획일화와 승부를 벌여야 하는데 조금 걱정이 된다.
겉절이김치. 나무랄 데가 없다. 더 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 과식할까봐 참는다. 젓갈향도 강하지 않은데 맛이 제대로다. 동네맛집이 보여주는 음식의 진면목이 김치에 수렴되어 있다. 고마운 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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