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과 마치고 퇴근하려는데 한의원 현관 셔터문이
지상 30cm까지 내려와서 고장이 났다.
그리하여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는다.
저녁 시간이라 철공소에서 수리하러 오지도 않을 것 같고
야간에 잠그지도 못하겠고 또 내일도 고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한의원 안으로 들어가며 환자들은 어떻게 진료할 것인가 등
여러 가지 걱정스런 생각이 났다.
그러다가 마음을 대조해 보니
이것도 하나의 경계일 뿐인데
마음 졸일 것 뭐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나머지는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받아들이면 되지 않겠나 하고 철공소에 전화해 보니
지금은 늦어서 안 되고 내일 아침에 한 번 가보겠다고 하면서
아마 고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리라고 한다.
어차피 다음날 아침까지는 다른 방도가 없으니
놓아 버리기로 했다.
① 설령 도둑이 들어오려 해도 열 수 없으니 안심이고
내일 일은 내일 닥쳐 상황을 봐 가며 거기에 맞게 대처하면 되리라.
그리하여 일체 잊어 버리고 있다가 오늘 아침 좌선하면서 그 생각이 떠올랐다.
아침에 정양이 서터문 30cm 밑으로 기어 들어가 뒷문을 열 수가 있어서
환자들을 후문으로 인도하여 진료할 수 있었다.
철공소에서 다녀갔는데 결국 새것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오전 10시가 넘어서 비로소 고장난 셔터문을 떼어낼 수가 있었고
오후 6시가 지나서 새 셔터문을 설치 완료했다.
경계로 알고 받아들이기로 작정하니
어제부터 오늘 해결될 때까지
아무런 걸림이 없는 가운데 일이 잘 진행된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마 상당히 끌려 다니며 애를 태웠으리라.
그 동안 조금이라도 정신세력이 확장되었기 때문에
이 정도라도 마음이 자유로울 수 있었으리라.
(대범, 선(禪)이라 함은 원래에 분별 주착이 없는 동주의 성품을 오득하여
마음의 자유를 얻게 하는 공부인 바...)
▶ 감정
① 이것마저 없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