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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기정 심리교육 디오라마 원문보기 글쓴이: 문기정
오싱의 홀로서기
며칠 전(1월 12일)의 일이다. 학교로 달리는 차 중에서 친구 K 교장의 전화를 받았다. “자네, 어딘가?” “학교 가는 중이네.” “혹, ‘오싱’을 아는가?” “오싱?, 23년 전 일본 NHK BS드라마 말인가?” “그랬던가!” “오싱, 전6권이 있어서, 자네가 보았으면 싶어서.” “고맙네, 다시 그 드라마를 살필 겸 빌려주게나.” 그 날 밤 책을 받아들고 밤새 제1권을 독파했다. 친구가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몇 대목에서 나 역시 눈물이 났다. 어린 오싱의 거짓 없고 부지런한 성품으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홀로서기 해 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했기 때문이다.
오싱은 1901년 야마가다 현의 빈촌에서 태어났다. 산비탈을 일궈 만든 밭 500 평에 아홉 식구가 매달려 사는 가난한 농가였다. 오싱은 가난이 몸에 배어 그게 고통스런 생활이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러던 오싱이 가난의 서러움을 처음 안 것은 일곱 살 되는 해의 봄이었다. 그 해 오싱은 남의 집 더부살이를 하면서 주인 댁 아이를 돌보는 신세가 되었다.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어깨 너머로 글자와 셈하기를 배웠다. 갖은 수모를 견디다 못한 오싱은 여덟 살이 되자 다시 미곡상을 하는 부유한 가정에 더부살이를 하게 된다.
오싱이 가가야에서 맞는 아침이 거듭되는 어느 날, 김이 오르는 가마솥의 아궁이에 열심히 불을 지피고 있었다. 오싱은 자기가 스스로 이것저것 일을 찾아 열심히 했다. 어린 마음에도 그러는 것이 일하는 사람의 도리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솥 안의 밥이 끓어오르자 오싱은 솜씨 있게 아궁이의 불을 줄여 뜸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여덟 살 난 아이의 솜씨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능숙했다. 이를 지켜보던 큰 마님(할머니)은, “매일 아침 네가 밥을 짓고 있는 거냐? 누가 시킨 거냐?” “야아뇨,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겁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어요.” “나이도 어린 게 잠이 많을 텐데 일찍 일어났구나.” 어느 날 오싱이 우물 가에서 토란을 닦고 있을 때 안채에서 마님이 나왔다. “오싱, 아기가 잠든 동안은 너도 좀 쉬어라. 너는 애기만 봐주면 되는 거니까.” “이까짓 일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릴 적부터 일을 해 왔기 때문에 몸을 쓰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날할 일을 대충 끝마친 오싱이 아기를 업고 서성거리고 있을 때, 마당 구석진 곳에 제법 평평한 돌이 눈에 띄었다. 오싱은 거기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한 편, 동갑나기 주인 댁 딸 가요는 학교 가는 일에 싫증이 나서 떼를 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싱은 도둑 누명을 쓰게 된다. “오싱, 기웃거리면 안돼!” “네, 나도 청소하겠어요.” “안채의 일은 우리가 하는 거야. 공연히 끼어들지 마라.” “어휴, 보지도 못한 것들뿐이네.” 훌륭한 가구가 놓여 있는 커다란 방을 살며시 들여다 본 오싱은 어느 방에 이르자 반짝 눈을 빛냈다. 책장에는 그림책이 놓여 있는 걸로 보아 동갑내기 주인의 딸 가요의 방이 틀림없었다. 오싱은 자석에라도 끌린 듯 얼떨결에 가요의 방으로 들어섰다. 오싱은 그림책 한 권을 꺼내어 펼쳐보았다. “세상에, 이런 책도 있구나!” 오싱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다. 그때, 아기에게 젖을 다 준 주인마님이 오싱을 불렀다. ‘잠깐만 빌려줘!’ 잠시 머뭇거리다가 책을 품속에 넣고 방을 나와 아이를 업었다. 잠시 후 방을 나온 오싱은 아기를 업은 채 뒷마당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때, 학교에서 돌아온 가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안에 들어온 가요는 습관처럼 방안을 들러보다가 “엄마, 내 책이 없어. 요전에 아빠가 도꾜에 가서 사다준 책이 없어졌어.” “그럴 리가 있니?” “오싱이야, 오싱이 훔쳤어.” “가요야.” 가요가 오싱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부엌으로 뛰어 들었을 때 당황한 표정을 짓는 오싱과 눈길이 마주쳤다. 그런 가요에게 오싱은 공손히 책을 내밀었다. “용서하세요. 곧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는 것이” “변명할 생각 하지 마!” “훔친 게 아니에요. 빌려 보려던 것뿐이에요.” “오싱, 큰 마님이 오라신다.” ‘난 집으로 쫒겨나는 것이지요?’ “이리 들어와라.” 큰 마님의 말에 오싱은 멈칫멈칫 들어와 시선을 떨어뜨린 채 방 한구석에 가서 앉았다. “너 글을 읽을 줄 아느냐?” “저, 글을 읽을 수 있어요. 그런 책쯤은 읽을 수 있어요.” “가요, 그 책을 오싱에게 줘 봐라.” “읽어봐라!” 오싱은 영문을 몰라 큰 마님의 얼굴과 책을 번갈아 보다가, 드디어 결심한 듯 책을 펼쳤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고 조금도 막힘없이 줄줄 책을 읽어 내려갔다. “오싱, 이제 됐다.” 오싱은 읽기를 멈추고 살그머니 책을 내려놓았다. “잘 알았다. 네가 한 말이 거짓이 아니구나.” “할머니!” “너 책이 그렇게 좋으냐?” 오싱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가요, 네 책 오싱에게 빌려 줘라. 넌 제대로 읽지도 못한 주제에 꽂아 두기만 하면 뭘 하니. 가요, 내가 말하는 게, 분하고 약이 오른다면 오싱에게 지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해라. 허락 없이 네 책을 읽으려 한 일을 가지고 사람을 도둑으로 몰려는 심보로는 우리 집 후계자가 되기 어렵다.” 갑자기 쌓였던 긴장이 풀리면서 오싱은 울음을 터뜨렸다. 거실을 뛰쳐나가 방으로 돌아온 가요는 아직도 풀어지지 않아 잔뜩 부어오른 얼굴로 책상 앞에 앉았다. “아빠보고 할머니한테 다시는 그러시지 말라고 말할 테니, 가요야, 너무 언짢아하지 마라.” “엄마! 나 공부할 테니까 저리 가요.” 가요는 야무지게 소리쳤다. “나, 오싱한테 지지 않아.” 가요의 돌변한 태도에 엄마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었지만 한 편으로는 대견함을 느꼈다. 이를 계기로, 오싱은 더부살이 하는 중에 가요아가씨를 극진히 섬기고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다.
이어지는 이야기. 오싱의 영특함에 감동한 큰 마님(할머니)은 가요와 오싱을 나란히 불러들여 붓글씨며, 수판이며 요리, 다도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기본 교양을 가르친다. 오싱은 비록 학교 교육은 받아보지 못했으나, 할머니의 가르침을 발판으로 모진 난관과 가난을 딛고 자수성가하게 된다.
오싱, 심리적 회복탄력성이 높은 홀로서기의 전형이다.
(2015.1.15.)
<오싱 줄거리> 오싱은 지독하게 가난한 소작농의 딸이어서 일곱 살의 나이에 다른 집 아기를 돌봐주고, 새벽에 일어나 집 청소를 하고 더부살이집의 일손들의 밥까지 다 차려가며 빠르게 철이 들어 상당히 어른스러웠다. 일도 열심히 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열정도 커 더부살이하면서 몰래 학교 창너머에서 히라가나를 배우기도 했다. 두 번째 더부살이 집 쌀 도매상 가가야의 큰 마님은 오싱과 손녀딸에게 꽃꽂이, 다도, 글쓰기 등을 가르쳤다. 이러한 배경으로 오싱은 비록 소작농의 딸이었지만 신분이 높은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다. 오싱은 어릴 적부터 고된 일을 스스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잘 해나가는 억척스러운 여자였는데 시집살이만큼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고돼서 집을 떠나게 된다. 남편과는 떨어져 살았지만 열심히 돈을 벌어 집을 마련한다면 언젠가는 함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생선팔이를 하였는데. 생선을 팔며 다시 남편과 함께 살게 되었다. 그 때, 일본에 전쟁이 일어났다. 전쟁으로 오싱의 남편이 공장을 맡게 되며 오싱의 일가는 돈을 많이 벌게 되었으나, 아들을 잃게 되고, 남편마저도 자결을 한다. 오싱은 그러한 남편을 원망하지 않고 남은 식구들과 다시 밑바닥으로 내려와 일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죽은 아들의 전우가 같이 살아 돌아오지 못해 죄송하다며 자신이 번 돈으로 오싱에게 땅을 주는데, 여기에서 계속 생선 장사로 이름을 널리 알리다가 둘째 아들이 결혼을 할 여자의 집안과 함께 합작해 오싱의 중년 나이에 새로운 사업인 슈퍼마켓을 도입하게 되었다. 이렇게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고 앞만 보고 살다가, 자식의 비윤리적 행동, 비정함에 실망감을 느끼며 아들 인생에 큰 전환점을 주게 된다. 오싱이 여행을 마쳐갈 쯤 아들이 이끌어나가던 대형마켓은 주변상인들의 합작인 더 큰 대형마트 때문에 실적에 큰 타격을 입는다. 오싱은 아들이 당면한 이 문제를 도울 수 있었지만, 그들 스스로 돈만 바라보았던 점을 깨우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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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드라마 속의 오싱 개인적인 캐릭터와 그녀의 삶은 보편성을 지니기도 하면서 동시에
일본 국영텔레비전 NHK의 방영드라마로서 방영 당시의 일본 사람들이 지나치게 향유하는
문명 의존적 생활 행태를 고발하는 드라마인 듯합니다. 교육의 힘 그리고 교육의 질적 향상은
시공의 차원을 초월해 우리 전체 인간의 의무이자 인간으로서의 특권입니다. 인문학 특히 문학, 역사, 철학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겠지요. 문교수님의 드라마 작품에 대한 교육심리적 접근에 공감입니다.(티모르 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