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특별한 고생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연홍에게는 정치 신인으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남편 종찬과 사랑스러운 딸 민진이 있다. 남편의 선거를 보름 앞둔 어느 날 딸 민진이 사라졌다. 실종신고를 했지만 경찰들은 단순 가출로 치부하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눈치였다. 남편 종찬도 딸의 실종 보다 선거 전략을 짜는데 관심을 둔다. 지지부진한 수사에 분노한 연홍은 직접 딸을 찾는다. 연홍은 딸을 흉내 내 메일 아이디와 비번을 알아내고 5만 건이 넘는 이메일을 뒤진다. 이 와중에도 남편 종찬은 딸의 실종을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시키려 노력한다.
제일 먼저 용의 선상에 오른 사람은 선거 상대편인 노재순 후보다. 연홍은 노후보가 불던 휘파람이 딸이 즐겨 부르던 노래였단 사실을 알아낸다. 그 과정에서 노재순이 종찬의 집에 도청한 사실을 밝혀내지만 용의 선상에서 제외된다.
민진의 이메일에서 2년 전 시험문제지를 발견한다. 누군가 딸에게 보낸 시험지였다. 연홍은 민진이 성적이 올라가 기뻐했던 날을 기억한다. 연홍은 시험지를 보낸 사람이 민진이 1학년때 담임이던 손소라를 의심한다. 시험지를 왜 줬냐는 물음에 담임은 민진이 이뻐서 줬다고 말한다.
어느 날 야산에서 처참하게 죽은 민진의 시체가 발견된다. 연홍은 넋이 나갔다. 이때 경찰에서는 미옥의 신발에서 민진의 혈흔이 발견되었다고 미옥을 잡아들인다. 종찬의 운전기사 딸인 미옥은 범인이 아니라고 하지만 여러 정황들은 미옥을 지목한다. 미옥은 민진에게 유일한 친구였다. 또 민진이 사라지던 날 마지막으로 본 유일한 아이였다. 사건이 있던 날 피범벅이 된 미옥을 본 목격자가 있었다. 미옥을 거짓말탐지기를 태웠다. 하지만 거짓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미옥을 용의 선상에서 제외하지만 연홍은 계속 의심한다.
연홍은 무당까지 찾아가며 딸을 애타게 찾는다. 한편 미옥은 피 묻고 깨진 휴대폰의 잠금 패턴을 풀어낸다. 민진이 시체로 발견되자 여론은 종찬 쪽으로 돌아선다. 연홍은 계속해서 범인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손소라로부터 받은 딸의 공연 영상에서 환호하는 학생을 발견하고 찾아간다. 친구들로부터 미옥이 교복을 바꿔 입은 것을 알고 다시 미옥을 의심한다. 이들로부터 민진과 미옥의 비밀 아지트를 알아낸다. 연홍은 ‘와일드 로즈 힐’ 가사에서 사건을 추리해간다. 아지트에서 돈다발과 버려진 차를 발견한다. 아지트에서 미옥을 만나 추궁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미옥은 자신의 아버지를 통해 종찬과 민진의 담임선생이 불륜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몰래 카메라가 든 방향제를 담임선생에게 선물한다. 민진은 아버지인 종찬과 손소라 선생의 불륜 영상을 미끼로 손소라를 협박해 시험지와 돈을 받아 내려고 했다. 그러나 민진은 1억원을 받기로 한 날 뺑소니를 위장해서 죽임을 당한다. 민진의 죽음을 목격한 미옥이 민진을 죽인 사람을 차로 들이 받아 죽인다. 그 자리에서 살인자의 휴대폰을 가지고 온다. 미옥이 잠금 패턴을 풀어낸 휴대폰이 살인자의 휴대폰이었다. 휴대폰에서 ‘갑’이라는 공범을 발견한다. 미옥은 공범이 담임선생이라고 확신한다. 미옥은 민진이 자기 때문에 죽었다고 자책한다.
연홍은 딸의 복수를 위해 준비를 한다. 손소라를 시켜 ‘갑’을 민진이 죽었던 장소로 나오게 한다. 선거 개표일에 연홍은 ‘갑’을 만난다. ‘갑’은 종찬이었다. 손소라는 자신이 협박 당하는 사실을 종찬에게 알렸지만 누구로부터 협박 당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종찬은 자신의 딸로부터 협박을 당하는 사실을 모르고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걱정해 살인 청부를 한 것이었다.
선거에서 종찬이 이겼다. 연홍은 평생 고통 속에 살라고 하며 종찬을 죽이지 않는다. 또 종찬의 불륜 동영상을 상대편 후보에게 전송한다. 연홍은 미옥을 통해 민진을 만난다. 민진은 멍청한 엄마를 지키고 싶어했다.
느낀점
연홍이 속해 있는 가정은 남이 보기에 완벽한 가정이다. 연홍은 그 가정을 유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연홍의 영화 초반 모습은 그냥 우리 일상에서 자주 보이는 평범한 가정주부다. 남편의 선거 승리를 위해 진심으로 선거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연홍도 ‘남편의 성공은 나의 성공’이라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딸이 실종된 후 그녀는 변해간다. 그저 평범한 주부에서 강인한 전사로 변해간다. 5만 건이 넘는 딸의 메일을 집요하게 뒤져 단서를 발견하고, 딸의 수사 기록을 가져오라고 자해까지 하며 선거본부장을 협박하는 모습에서 더 이상 나약한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딸에 비춰진 연홍은 그저 지켜줘야 되는 멍청한 엄마였다. 그런 멍청한 엄마는 딸의 죽음 앞에서 남의 눈을 의식해 불쌍해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장례식장에서 검은 상복이 아닌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연홍이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는 장면에서 살인자에 대한 복수 같은 강렬한 눈빛이 보였다. 자식을 죽인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연홍은 따뜻하고 자애로운 어머니 모습에서 자식을 지켜 내지 못해 분노하고 살인자를 찾아내려는 강인한 어머니로 변해간다. 이런 연홍의 모습에서 새로운 모성애를 발견했다.
한편으로 영화를 통해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봤다. 우리는 보통 가족은 아버지가 지키고 그래야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종찬은 딸의 죽음까지 자신의 선거 승리를 위해 이용한다. 또한 협박자가 딸인 사실을 몰랐다고 하나 자신의 치부를 묻기 위해 살인 청부까지 하는 종찬의 모습에서 ‘(아무것도 아닌)진정한 아버지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아쉬웠던 점은 민진의 담임인 손소라가 법적으로 처벌되지 않은 점이다. 그녀가 사회적으로는 매장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그녀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본다. 손소라는 종찬에게 민진이 협박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만약 종찬이 협박범이 자기 딸인 줄 알았다면 살인 청부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손소라도 둘 다 벌 받기를 원했다. 그렇다면 민진의 죽음에 분명 책임이 있다.
이 영화는 개봉되었을 때 보지 못하고 이번에 처음 봤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 영화 내내 필름 카메라의 느낌, 특히 민진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눈 위를 기어가는 개미 장면은 ‘헤어질 결심’에서 그대로 따온 것 같았다. 찾아보니 박찬욱 감독이 이 영화 각본에 참여했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 영화도 그렇듯이 이 영화도 많은 복선을 깔고 있고 초반부터 많은 사람들을 용의선상에 올려놓아 자칫 줄거리를 놓치면 영화를 보고 나도 중간 중간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도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고 한다. 나도 세 번을 봤다. 계속 볼 때마다 여러 가지가 새로운 것이 보였고, 생각해볼 이야기가 많다고 생각됐다. 좋은 영화다.
첫댓글 줄거리를 이렇게 세밀하고 정확하게 정리하기 어려운 영화였던 것 같은데 수고해 주신 덕분에 놓친 부분까지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자신의 치부를 묻기 위해 살인 청부까지 하는 종찬의 모습에서 ‘(아무것도 아닌)진정한 아버지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이 문장이 참 중요하게 읽히네요. 결국 대부분의 영화는 로드 무비의 성격을 갖는 것 같아요. '무엇이나 된 듯' 거들먹거리던 인물이 사건과 고통을 겪으면서 '아무 것도 아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대면하며 새로운 길 앞에 서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니까요. 관객을 그 여정에 어떻게, 얼마나 긴밀하게 동행하게 하느냐, 이게 플롯과 서사의 관건이겠죠. 영화를 세 번이나 보고 정리해 주신 덕분에 보지 못했던 것까지 보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