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과 한국교회
2023년 2월 6일 모두가 곤히 잠들어 있는 새벽 시간에 리히터 규모 7.8의 지진이 튀르키예 가지안테페(Gaziantepe) 서북쪽 37㎞, 지하 17.9㎞에서 발생했다. 오후 1시에는 카라만 마라쉬 북동쪽 59㎞지점에서 7.5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였고 여진만 80회가 넘었다. 리히터 규모 별 지진 강도는 0~9 이상까지 구분한다. 진도 0~1.9는 지진계에서만 감지가 되고 사람은 느끼지 못한다. 진도 6~6.9가 되어야 건물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진도 7~7.9는 지표면의 균열이 생기고 건물의 기초가 파괴된다. 돌담, 축대가 무너진다. 이번 지진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 강진이어서 피해가 컸으며, 지난 200년 동안 이 지역에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서 지진에 대한 준비가 전무한 상태여서 더욱 심각했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발생 3일 만인 9일 현재 17,134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고, 시리아 당국과 반군의 연합 구조대 ‘하얀 헬멧’이 발표한 시리아인 사망자 3,162명을 합하여 총 20,296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힌 사람만 20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하니 사망자는 앞으로 생각보다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10만 명이 넘을 가능성이 14%라고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재산상의 손실 규모도 엄청나다. 3일 동안 44억 달러(한화 5조 원)의 피해를 입었고, 이는 계속 늘어나 최소 1백 억 달러, 최대 1천 억 달러까지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은 아나톨리아와 아라비아 반도에 100㎞ 이상 균열을 야기한 근세기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되었다.
지진은 어떻게 발생할까? 지구의 지각은 서로 연결되었지만 사실은 판(板, plate)이라는 별개의 조각이다. 이 판은 종종 이동하지만 서로 닿는 다른 부분의 압력 때문에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때때로 이 판들 중 하나에 압력이 가해질 때 판들 사이에서 추력(推力)과 압력(壓力)이 생기면서 심각한 진동을 일으킨다. 이 압력은 에너지와 함께 지표면까지 영향을 끼친다. 이때 이 표면이 움직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지진이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은 아라비아 판이 북쪽으로 이동하여 아나톨리아 판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200년 전에 이곳에서 발생하고 처음인데 1822년 8월 13일에 진도 7.4의 지진으로 알레포에서만 7천 명이 사망하는 등 총 2만 명이 죽었다. 튀르키예는 지형적으로 총 3개의 판과 판 사이 경계에 놓여있다. 북쪽으로 밀고 올라가려는 아프리카 판, 아라비아 판, 남쪽으로 내려오는 아나톨리아 판(유라시아 판)이 서로 끼어 있는 상황이다. 이번 규모와 비슷한 진도 7 이상의 지진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1999년, 2011년, 2020년(2회), 2023년에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이는 앞으로도 튀르키예는 이런 재난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튀르키예는 1369년경의 투르키아를 서방세계에서 영어로 ‘Turkey’라고 부르던 나라다. 튀르키예 정부는 터키가 자국의 정확한 국명이 아니라고 해서 국호 변경을 유엔에 요청하여 2022년 6월 1일에 승인받고 국호를 튀르키예 공화국(Türkiye Cumhuriyeti)으로 확정하고 대내외적으로 공식화했다. 튀르크가 지명으로 쓰인 최초의 기록은 8세기경 중앙아시아 돌궐(突厥, 튀르크)의 오르혼 비문(Orkhon inscriptions)에 나온다. 이것은 튀르키예 동부에 있는 가지안테페의 오르혼 강에 있다. 이들은 돌궐을 민족국가로 여긴다. 대한민국과 튀르키예를 ‘형제의 국가’라고 칭하는데 이는 돌궐의 궐테긴(闕特勤) 비석에 고구려와 형제 동맹에 대한 기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튀르키예는 1950년 한국전쟁 때 14,936명을 파병하여 참전 16개 연합국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병력을 보내서 형제 국가로서의 우위를 나타냈다. 그런 형제국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강진 피해를 우리나라로서는 당연히 좌시할 수 없다. 세계 국가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해외긴급구조대(KDRT)를 꾸려 총 118명을 현지에 급파했다. 여러 명의 생명을 구출하는 등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또한 500만 달러 규모의 긴급구호물품도 보냈다. 20명밖에 보내지 않은 일본과 비교된다.
그러나 튀르키예는 믿음의 사람들에게도 잊으면 안 되는 땅이다. 성령 강림 후 복음이 이방으로 전파될 때 바로 이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사도 바울이 복음을 들고 갔던 성경의 수많은 지역 즉 안디옥, 에베소, 갈라디아, 골로새 등이 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땀과 눈물, 피를 쏟았던 소아시아 7개 교회가 있는 믿음의 땅이다. 복음을 유럽 대륙에 전파하기 위해서 문을 두드리던 복음의 관문이요 기독교 문화를 활짝 꽃을 피워 오늘의 복음 증거의 토대를 마련했다. 튀르키예는 구약성경, 복음서의 무대가 된 이스라엘과 함께 사도행전 이후의 무대가 되는 성지다. 예수님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스라엘과 초대교회 성도들의 성흔(聖痕)이 묻어있는 튀르키예는 모두 그리스도인이 회복해야 할 고토(故土)다. 그런 튀르키예가 엄청난 재난으로 인해 아파하고 있다. 아침 안개처럼 사라진 지난날의 기독교 문화의 회복을 꿈꾸며 기도했던 한국교회는 이번 지진으로 망가진 이 나라의 원상회복을 위해서 또 하나의 기도할 사명이 부여되어 그 무게가 더 무거워지고 있다. 마지막 날 주님 오실 때에 그 땅 튀르키예에도 복음의 깃발이 높이 펄럭일 수 있도록 고통당하는 튀르키예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아끼지 않아야 하리라. “황무하고 황폐한 토지를 흡족하게 하여 연한 풀이 돋아나게 하였느냐”(욥기 3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