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저- 정채봉
책명-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hwp
출- 샘터
독정-2019.7.18.
<두꺼비와 개구리>
두꺼비와 개구리가 논두렁을 가고 있었다
개구리 엉금엉금 가는 두꺼비를 향해 말했다
그렇게 느리게 기어서 언제 양지바른 언덕에 도착하니?
두꺼비가 숨을 가쁘게 쉬는 개구리를 향해 대꾸했다.
그렇게 빨리 가서 뭐할 거지?
“그냥 빨리빨리 가는 거야
가서 시간이 남아 누워 있으면 얼마나 좋아
두꺼비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렇게 천천히 가는 것도 좋아
이슬방울도 들여다보고 풀꽃하고도 대화하며
개구리는 답답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펄적펄쩍 뛰어가며 말했다
내 같은 빠름은 네 같은 느림과 동행이 될 수 없어 먼저 간다
개구리는 펄쩍펄쩍 뛰어서 금새 사라졌다
두꺼비는 천천히 천. 천. 히
하늘도 천천히 보고 파리도 천천히 잡아먹으며
돌 틈에 기대어 졸기도 하며 엉금엉금 기어갔다
두꺼비는 도랑을 건너다 말고 시체를 보았다
그것은 겨기에 치여 죽은 먼저 간 개구리였다
<사랑을 위하여>
사랑에도
암균이 있다
그것은 ‘의심’이다.
사랑에도
항암제가 있다
그것은 오직 ‘믿음‘
<닭의 착각>
암탉이 있었다
평범하게 모이를 찾아 먹으며 때가 되면 알을 낳는 닭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암탉은 건너편 오동나무에 척 내려와 앉는 너무도 멋진 황새를 보았다
암탉은 황새가 너무도 부러웠다.
“어떻게 그리 아름다룰 수가 있지”
“아름답바니, 별말씀, 나는 그냥 나다울 뿐이야.”
암탉은 끈질기게 물었다
“모이는 무얼 먹지, 그리고 운동은?”
“모이는 그냥 물고기나 우렁을 잡아 먹고 운동이라야 날기밖에 안하는데 뭘.”
암탉은 그날부터 황새처럼 되기 위해 물고기가 아니면 먹지 ㅇ낳았다
그리고 날기 운동에 모든 시간을 다 썼다
그러나 마르기만 하고 알도 낳지 못하는 날이 늘었다
어느 날 주인은 암탉을 붙들어 목을 비틀면서 말했다
“빌어먹을 것. 계란은 낳지 않고 주제에 날으려고나 하는 널 튀김이나 해 먹어야지.”
<사랑은>
소녀가 나무에게 물었다
사랑에 대해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들려다오
나무가 말했다
곷 피는 봄을 보았겠지?
그럼
잎 무성한 여름도 보았겠지?
그럼
잎 지는 가을도 보았겠지?
그럼
나목으로 기도하는 겨울도 보았겠지?
그럼
나무가 먼 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사랑에 대한 나의 대답도 끝났다
<낚싯밥>
악마네의 우두머리가 악마들의 사기를 고취싵키기 위해
인간 낚시 대회를 열었다
악마 중에서 내노라하는 악마들이 서로 다투어
인간 세상으로낚시질을 떠났다
저녁 때가 되자 낚시를 떠났던 악마들이 낚시 바구니를 들고서 돌아왔다
우두머니 악마가 각자의 수확량을 조사하였다
그런데
한 악마의 낚시 바구니에서
꺼내어도 꺼내어도 인간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지 않는가
우두머리 악마가 말했다
이번 낚시 대회의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네 차지다.
그런데 무슨 미끼를 썼길래
이렇게 많은 인간을 낚았느냐?
대상 수장자 악마왈
“포기라는 미끼를 썼습니다
‘너는 이미 늦었다’
‘너는 인젠 안된다’
‘너는 쓸 데가 우리 쪽밖에 업사’
이런 낚싯밥을 썼더니 이렇게 많이 딸려 왔구만요.“
<접시꽃 마을 내력>
그곳은 쓰레기 묘지였다
각종 오물에 깡통과 플라스틱까지 매몰된 그곳에
묻어 들어온 씨앗 한 낱이 있었다
씨앗은 그 험악한 땅속에서 악취를 마셔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는 죽기로 마음먹고 숨을 쉬자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를 싸고 있던 흙이 부드러워지면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내가 있으니 걱정 마라고 숨을 쉬려무나.”
씨앗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나 며칠을 두고 들려오는 소리는 계속 되었다.
“내가 있으니 걱정 말고 숨을 쉬려무나.”
씨앗은 마침내 물었다
당신은 누구예요?
”
이렇게 쓰레기 천지인데도 흑기운이 있어요?
“있고 말고.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 씨앗 곁에는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반드시 있단다.”
씨앗은 비로소 숨을 들이쉬었다
상큼한 흙내음이 머금어졌다
그것은 아득함 속에 기억되어 있는 엄마의 젖이었다.
그제야 씨앗은 부지런히 숨을 쉬기 시작했다
마침내 녹슨 깡통을 제치고 씨앗의 움이
땅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고운 햇살이 그를 껴안으며 속삭였다
“오, 이 험한 세상에 나와 준 새싹아,
네 이름이 이곳의 지명이 될 것이다.“
쓰레기 동산 안네 접시꽃이 피었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그러자 어디에서 오는지 나비들이 나풀폴폴
나폴폴폴 날아왔다
만흔 세월이 흐른 후
사람들은 그곳을 접시꽃마을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가장 무서운 감옥>
그는 캄캄한 감옥에 갇혀 있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벽이었다
문도 없었다
손바닥만한 창이라도 있을 법한데 창도 없었다
그는 소리소리 질렀디
주먹으로 벽을 쳐도 보고 발로 차도 보았다
아니 머리로 받아도 보았다
그러나 감옥는 꼼작도 하지 않았다
누구 하나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아아.”
그는 기진맥진하여 쓰러졌다
이때,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나오너라,”
그는 대답했다.
“어디로 나갑니까 사방이 벽인데요.”
“네가 둘러친 벽이면서 뭘 그러느냐.
벽을 허무는 것도 너만이 할 수 있다.“
나는 결코 이런 무서운 벽을 만든 적이 없습니다
도대체 이 감옥 이름이 무엇입니까?
“나라는 감옥이다. 지금 너는 ‘나’라는 감옥게 갇혀 있는 거야.”
어찌 이런 감옥이 생길 수 있습니까?
“너만 아는 너의 이기주의 때문이지.”
그는 갑자기 슬퍼졌다
그는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한참 울다가
눈을 떴다.
그러자 보라. 소리도 없이 무너져 버리고 없는 벽을!
그는 광명천지에 우뚝 앉아 있는 자기를 보았다
<한몸뿐인 조상>
이집트에서
한 피라미드 발굴 때
몇 천 년 썩기를거부한 밀알도
다른 주장품가 함께 몸을 드러냈다
이때
하늘을 날고 있던 참새가 보고
침을 뱉으며 말했다
“저만 아는 못된 인간 같은 밀알도 있구나 밭에 묻혀 썩었더라면 그동안에 몇 천 마가 밀알의 조상이 되었을 터인데 이제 제 한몸으로 저렇게 달랑 나타나다니...”
<만남>
갖방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 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닿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나믕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동화>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하였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는지요?”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소유의 마지막>
하늘 가게에서 매일 아침 맨 먼저 오는 사람에게 원하는 것을 거져 준다고 하였다
]
그러자 입에 거품을 물고 나타나는 사람이 있었다
어떤 때는 새치기를 하는가 하면, 울며 불며 읍소를 하면서까지 받아 가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금고를 가지고 갔다
그 가살미 비아그라 상자를 가지고 갔다
그 사람이 검은테 두른 상자를 가지고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음날 아침에는 보이지 않았다
저원이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그 게걸스런 소유자가 오지 않았습니다
어제 가져간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무엇이건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줄 게 뭐가 있겠느냐?
죽음 상자를 내밀었더니 그것도 넙죽 받아 가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