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노트 33 – 모든 행위는 옳게 가지 않으면 반대로 간다
< 수행 노트는 1996년도부터 미얀마에서 한국인 수행자들과 마하시 선원장과의 수행면담을 기록한 내용입니다. 참고는 수행자를 위한 묘원의 글입니다. >
질문 : 호흡을 알아차릴 때 일어남 꺼짐을 알아차린 뒤에 어느 순간에 호흡의 알아차림을 놓치게 됩니다.
답변 : 명상 중에 무엇이나 대상으로 삼아서 알아차려야 한다. 대상을 놓치는 시간이 길어지면 졸리는 순간이 생긴다. 그래서 호흡과 호흡 사이의 빈틈을 없애기 위해서 “일어남, 꺼짐”을 한 뒤에 “앉음, 닿음”을 하는 것이다.
< 참고 >
수행은 반드시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이때의 대상을 법이라고 합니다. 만약 알아차릴 대상이 없으면 수행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일어남, 꺼짐”을 한 뒤에 호흡과 호흡사이에 빈틈이 생길 때 “앉음, 닿음”을 해서 알아차림을 지속시키면 순간적으로 들어오는 망상과 졸음과 나태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수행을 하기 싫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때의 '일어남, 꺼짐'은 호흡의 움직임이고 '앉음'은 엉덩이가 바닥에 닿은 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닿음'은 발이 바닥에 닿은 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닿음을 할 때는 오른발 닿음과 왼발 닿음을 번갈아 가면서 합니다.
만약 호흡을 알아차릴 때 명칭을 붙이지 않고 하는 경우에는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호흡의 일어남, 꺼짐을 한 뒤에 짧게 호흡이 정지된 것을 아는 마음으로 채우면 됩니다. 호흡의 일어남과 꺼짐은 부풀었다가 수축하는 움직임이 분명해서 알아차리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꺼짐 뒤에 있는 정지된 상태에서는 움직임이 없어 순간적으로 알아차림을 놓칠 수 있습니다. 이때 움직임이 없고 정지된 것을 아는 마음으로 채우면 됩니다. 이것을 느낌으로 알아차릴 때는 “일어남, 꺼짐, 덤덤함”으로 하거나 또는 “일어남, 꺼짐, 움직임 없음”으로 알아차릴 수도 있습니다. 이때의 덤덤함은 움직임이 없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수행방법은 수행자의 근기를 돕기 위한 방편입니다. 수행에서 말하는 모든 방편은 먼저 알아차림을 하도록 하는 것이며 다음으로 알아차림을 지속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알아차림은 수행의 시작이고 알아차림의 지속은 집중입니다. 모든 수행방법은 오직 이 두 가지의 기준으로 시작하고 계속합니다. 마음이 고요해져 집중이 되었을 때 비로소 지혜가 성숙되기 때문에 어떤 수행자나 반드시 이 기준에 부합하는 수행을 해야 합니다.
2. 질문 : 좌선 중에 머리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 신경이 쓰입니다.
답변 : 머리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은 생각이 그렇게 있다고 여겨서 들리는 것이다. 머리의 소리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말고 호흡의 일어남 꺼짐을 알아차려라.
< 참고 >
몸에서 알아차릴 주 대상은 호흡입니다. 그러나 호흡 외에도 통증이나 가려움이나 여러 가지 알아차릴 대상이 많습니다. 몸에서 일어나는 경미한 느낌은 그냥 무시하고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두드러진 느낌이 일어날 때는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머리에서 소리가 날 때는 두려운 마음이 일어나거나 걱정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때 두려워하거나 걱정하는 순간 알아차림을 놓칩니다. 그러므로 먼저 소리로 인해서 반응한 현재의 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런 뒤에 소리를 그대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소리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 이내 사라질 수도 있고 사라지지 않으면 계속해서 알아차려야 합니다. 소리도 알아차릴 대상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리는 오래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적절하게 알아차린 뒤에 호흡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습니다.
좌선을 해서 집중이 되면 마음이 고요해지므로 여러 가지 현상을 더 자세하게 알게 됩니다. 그래서 주의의 가벼운 소리에도 크게 놀라거나 자기 몸에서 일어나는 작은 소리도 크게 느껴져 놀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현상이나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3. 질문 : 좌선을 하면서 호흡을 알아차리다 보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답변 : 알아차림을 놓치지 마라. 조금 알아차리고 많이 놀고, 조금 알아차리고 많이 놀고 하면 수행의 진전이 없다.
< 참고 >
수행은 대상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대상이 없으면 수행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알아차릴 대상을 놓친 때를 무기에 빠졌다고 합니다. 알아차릴 대상이 없으면 잠에 떨어지거나 망상을 하거나 수행이 하기 싫어집니다. 이때 마음이 노력을 하지 않고 느슨해진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현재의 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런 뒤에 호흡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알아차림이 지속되면 집중이 되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잠에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집중과 잠을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대상을 알아차릴 때 시작과 중간과 끝을 모두 밀밀하게 알아차려야 합니다.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상은 일어나고 사라지는 연속적 현상을 지속합니다. 그러므로 어느 대상이거나 일정한 리듬이 있습니다. 이 리듬의 시작과 중간과 끝을 계속 알아차리면 알아차림이 약해진 집중이 아니고 알아차림이 강해진 집중을 할 수 있습니다.
수행은 먼저 대상이 있어야 하고, 다음에 대상을 알아차려야 하고, 그리고 대상을 지속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집중이 되어 지혜가 납니다. 이것이 수행의 진전입니다. 알아차림과 집중과 지혜가 조화를 이룰 때를 수행의 진전이라고 합니다. 나무를 계속 비벼서 불을 내듯이 알아차림을 지속적으로 해야 지혜의 불이 납니다.
4. 질문 : 수행을 하다가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답변 : 모든 행위는 옳게 가지 않으면 반대로 간다. 올바로 가는 것은 반대로 가지 않기 위한 방법이다. 우리가 왜 좋은 일을 해야 하는가? 좋은 일을 하지 않으면 나쁜 일을 하게 된다. 유리병에 무엇인가를 채워 넣는 것이 우리의 일상사인데 좋은 것을 넣지 않으면 그 곳에 나쁜 것을 채워 넣게 되어있다.
< 참고 >
탐욕이 있을 때는 관용이 없고, 관용이 있을 때는 탐욕이 없습니다. 성냄이 있을 때는 자애가 없고, 자애가 있을 때는 성냄이 없습니다. 어리석음이 있을 때는 지혜가 없고, 지혜가 있을 때는 어리석음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선한 마음이 있을 때는 악한 마음이 없고, 악한 마음이 있을 때는 선한 마음이 없습니다. 마음은 한순간에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하나의 마음이 있을 때는 다른 마음이 없습니다.
선한 마음을 가질 때는 선한 마음을 가져서 이익이 있고, 이 순간에 악한 마음을 갖지 않아서 이익이 있습니다. 악한 마음을 가질 때는 악한 마음을 가져서 이익이 없고, 이 순간에 선한 마음을 갖지 않아서 이익이 없습니다. 이처럼 한순간의 마음 하나에 두 가지 이익이 있거나, 두 가지 손해가 있습니다. 이것이 수행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수행은 바르게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알아차리는 순간에는 마음이 청정해서 선한 상태가 됩니다. 수행을 해서 집중이 되면 지혜까지 계발되어 어리석지 않게 살 수 있습니다. 어리석지 않게 살면 괴롭지 않습니다. 이 길은 괴롭지 않으려면 누구나 가야하는 길입니다. 괴롭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의심은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다섯 가지 장애 중의 하나입니다. 의심은 알아차릴 대상이라서 법입니다. 의심할 때는 '지금 의심하고 있네' 하고 알아차려야 합니다. 또 의심하고 있는 마음을 알아차리면 더 좋습니다. 의심은 지혜가 나야 해소되기 때문에 없애려고 한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의심을 대하는 가장 바른 방법은 의심하는 것 자체를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수행을 할 때의 의심은 다른 경우에 하는 의심과 다릅니다. 수행을 할 때의 의심은 바른 가르침에 대한 의심이므로 반드시 알아차려서 바른 견해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수행자의 의심은 수행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대한 회의적 의심이므로 진리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때 의심하는 마음을 알아차리면 수행을 하기 싫은 나태한 마음이 사라집니다. 이것이 어리석음을 지혜로 바꾸는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