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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범곡마을
토함산 둘레길
경주 하범곡마을은 토함산의 호랑이가 놀다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하범곡 또는 하범실로 불리고 있다. 하범실은 토함산 7부 능선에 위치한 첩첩산중의 산골마을이다. 마을에서 토함산 석굴암 입구까지 이어지는 산책로 같은 등산길은 약 3㎞ 거리의 편안한 임도로 열려 있어 방문객들이 많은 편이다.
하범곡마을은 10여 년째 농촌체험휴양마을로 국내는 물론 외국까지 알려져 외국인 체험객들의 발길도 꾸준히 이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고랭지 특성의 농작물들과 자체 생산한 농산물을 이용한 토속적인 체험행사가 인기다.
하범곡마을은 산골마을이 가진 신선하고 고전적인 향기와 함께 주변의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이 있어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지척에 있다. 문무왕릉과 이견대, 감은사지, 주상절리 등의 동해안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골굴사, 기림사와 같은 역사 깊은 고찰과 부문관광단지도 가깝다. 또 토함산을 넘어오는 추령재 근처 왕의 길과 백년찻집, 장항사지 오층석탑, 최근 한수원은 바로 마을 입구에 초현대식 건물로 들어서 접근성도 크게 좋아졌다.
지금도 해가 지면 금방 무서운 짐승이 나타날 것 같은 첩첩산중 하범실마을이 현대인들의 삶을 넉넉하게 하는 최고의 힐링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100년 된 뽕나무
◆하범실마을
하범실마을에는 24~25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 어디를 가나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하범실도 대부분 나이 많은 어른들이 마을주민이자 주인이다.
“저 할망구들은 의리도 없어요. 범이 옆에 떡허니 앉아 있는데 나를 혼자 내버려두고 즈그들끼리 도망가버렸어.”
아주 오래 전 이야기지만 요즘도 할머니 서넛만 모여 앉으면 심심찮게 듣게 되는 할머니의 토라진 푸념 내용이다. 하범실에 범이 살았었다는 이야기를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 사실로 인정하게 하는 전설 같은 체험담이 살아 있는 현실로 지금껏 전해지고 있다.
예로부터 호랑이가 자주 나타나 호실로 불리다가 후에는 범실로 불렸다. 또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바위가 호랑이가 누운 모양이어서 호곡, 범곡으로 불렸는데 현재 행정구역상 정확한 지명은 경주시 양북면 범곡리다. 범곡은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자연부락이 나뉘어 하범실이 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면서 10년째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체험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하번곡마을 둘레길
하범곡마을은 양북면 장항리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건물이 들어선 바로 뒷산에 위치해 있다. 한수원 앞에서 꼬불꼬불한 산길이지만 포장된 길로 3㎞ 정도만 올라가면 된다. 길이 좁아 마주 내려오는 차와 교행을 예측하면서 조심해 운전해야 된다. 갓길에 잠시 차를 대고 돌아보는 경치도 괜찮다. 문무대왕이 지키는 동해가 멀리 시야에 들어와 머리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마을에 들어서면 먼저 마을회관이 2층 건물로 단정하게 지어져 있고, 반듯하게 선이 그어진 주차장은 산골마을 답지 않게 깔끔하다.
곳곳에 약초가 재배되는 사유지이므로 약초의 무단채취를 금지한다는 푯말이 세워져 있어 약초들이 많이 나는 지역이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다. 동해의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위치해 있어 양지든 적당한 습기를 머금은 음지든 다양한 약초들이 자생하거나 재배가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범곡 마을 둘레길
◆토함산둘레길
세계문화유산 불국사, 석굴암으로 이어지는 하범곡마을 뒷동산 오르는 길이 토함산 둘레길이다. 세계 역사문화의 도시 경주시가지에서 불과 1시간 거리도 안 되는 마을이지만 첩첩산중에 있는 오지마을 깡촌이다. 그래서 더욱 신비스러운지도 모른다.
하범실에서 석굴암으로 오르는 둘레길은 두 갈레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경북산림환경연구소가 닦아놓은 3㎞ 거리의 임도다. 경사가 가파르게 솟아오르듯 하는 산길이어서 대부분 포장이 되어 있지만 일반 승용차로는 곤란하고, SUV라면 편하게 경치를 즐기며 드라이브 삼아 갈 수 있는 코스다. 아무래도 차량으로 10여분 만에 휙 지나쳐버리기에는 아까운 코스다. 곳곳에 산딸기와 하범실이 자랑하는 뽕나무의 선물인 오디를 따먹는 기쁨을 맛보려면 힘이 들지만 걷는 것도 좋다.
이 코스는 임야에 길을 내면서 산허리를 파낸 흙더미가 드러난 곳과 밭을 일구는 곳도 있다. 뱀이 많이 나온다는 뱀밭이 있고, 그 아래는 주막이 있었다는 주막터가 있다. 주막터에는 팔각정을 지어 쉼터가 되고 있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멀리 바다까지 훤하게 조망되는 곳이어서 산행하는 등산객들에게 꿀맛의 쉼터가 된다. 이 길이 옛날에는 과거길에 오른 과객이 지나던 길이자 경주 시가지로 들어가던 양북과 감포의 주민들이 넘나들던 길이다. 빠른 걸음이라면 왕복 2시간에도 다녀올 수 있는 길이다.
두 번째 걸어서 오르는 둘레길은 동산령을 넘는 길이다. 동산령은 신라시대 경주의 오악 중 동쪽의 산 동악 토함산에서 동해로 이어지는 고갯길을 말한다. 당시 고갯길이 동산령으로 하범실에서 석굴암으로 통하는 등산길인 것이다. 동산령은 불국동의 진티에서 시작해 참물내기를 넘어 하범실을 거쳐 동해 장향원들 요광원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요광원에서 신라로 들어서는 야인들에게 목적에 따라 들어오는 길을 차단던 국경의 경비를 맡던 곳이다. 신라의 동쪽 관문이었다. 왜구들이 신라로 쳐들어오는 길이 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다. 신작로가 생기기 전까지는 바닷가 사람들이 경주시내로 드나드는 주 통로였다.
마을 둘레길
마을에서 300여m만 벗어나도 한편에 경작지가 나오지만 비탈면에는 머루, 다래와 같은 오래 전에 봤었던 덩굴들도 쉽게 만나게 된다. 복분자라 부르는 산딸기도 지천이다. 여느 마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산뽕나무가 산재해 있어 등산하면서 오디를 맛보는 재미는 덤이다.
경사가 가파르게 이어지는 등산로이지만 넓게 닦여 있어 길을 잃어버릴 걱정은 없다. 최근에는 제초작업이 진행되지 않아 여름과 가을에는 뱀과 같은 독충을 조심해야 된다. 오디와 산딸기, 머루, 다래가 탐나기도 하지만 가급적이면 한여름부터 가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제초작업이 진행될 때까지 말이다. 하범실마을 힐링의 백미 중의 하나로 석굴암과 토함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강추하는 마을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고추장만들기 체험
고추장 담그기 체험
경주 하범실마을에서의 농촌체험은 유별나게 인기를 끈다. 고랭지의 기후를 느낄 수 있는 마을에서 재배되는 콩과 고추, 쌀, 오디, 뽕잎, 더덕, 야콘, 산나물 등 직접 생산한 농작물로 만드는 된장, 고추장, 장아찌류를 직접 만들고 시식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추장 만들기와 된장 만들기, 두부 만들기 체험은 사계절 어느 때든 예약만 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이 체험은 마을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수매해 진행되기 때문에 더욱 전통적인 맛을 느낄 수 있으면서 건강식으로 많은 주문이 이루어지고 있다.
동산령의 원시림 탐방체험은 지금은 제초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잘 진행되지 않고 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인기 프로그램으로 예약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계절별 농산물 수확 체험도 이색적이다. 고구마 캐기, 감자 캐기, 뽕잎과 오디따기, 산딸기 따기 체험은 마음도 즐겁지만 입도 덩달아 즐겁게 한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체험 삼매경에 빠진다.
더덕과 콩, 오디, 돌복숭아, 쑥, 홍초, 달맞이꽃, 솔잎, 매실 등은 장아찌 담그기와 엑기스류 음료 만들기 체험이 인기다. 자신이 수확한 열매와 채소 등으로 직접 장아찌를 담그고, 엑기스를 만들어 건강식을 만들어 먹는 재미는 농촌체험에 홀랑 빠지게 하고도 남는다. 이 때문에 울산과 부산 등지의 몇몇 주부들은 매년 단골로 체험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인기 체험종목으로 예약이 줄을 잇던 산양산삼체험은 시설노후로 중단됐다.
역사문화도시 경주 중심에서 1시간 안쪽 가까운 거리이지만 깊숙한 산골 냄새며 고향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묻어나는 곳이다. 하범실마을에서의 농촌체험행사에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어 전망이 밝다. 그러나 올해 포항 지진 여파로 외국인 단체 체험객 48팀 1천여 명의 예약이 취소돼 체험팀 관계자들이 울상이다.
◆하범실마을 황지운 위원장
땅콩 캐기 체험
하범실마을 농촌체험행사를 총괄하고 있는 황지운(여. 59) 위원장은 도시 주부였다. 울산에서 공기 좋은 하범실로 산나물을 사러 왔다가 경치에 반해 그만 이사를 와 살게 됐단다.
황 위원장이 마을로 이사와 농사를 짓고 마을주민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마을에 변화가 시작됐다. “이 좋은 환경에서 자란 농산물을 우리만 먹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과 마을주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체험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황 위원장은 “이제는 너무 힘이 들어 고생입니다”라며 웃었다.
황 위원장은 우선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마을주민들과 농사를 함께 짓고, 이웃마을의 다문화가족들을 초청해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행사를 하면서 우리나라 문화를 알리고 적응을 도왔다. 선덕로타리와 자매결연을 체결해 고정적인 연례행사로 다문화가족들의 체험행사를 진행하면서 전통문화 교육 등의 봉사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이웃이 된 한수원에도 마을 자원을 알려 한수원 직원들도 둘레길 등산을 즐기면서 하범실마을의 체험행사에 하나 둘 참여하고 있다.
하범실 황지운 위원장
황 위원장은 “하범실마을 체험행사를 주관하면서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콩을 전량 수매한다. 우리지역에서 생산된 콩으로 된장을 담그고, 메주를 만들고, 두부를 만드는 체험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단골이 된다”고 말했다. 또 “마을주민들도 고구마 캐기와 땅콩 캐기, 산딸기 따기 등의 체험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을 가운데 100년이 넘은 뽕나무는 전설처럼 우뚝 서있다. 이 뽕나무를 비롯한 마을 곳곳에 자생하는 뽕나무에서 채취한 오디를 발효시켜 만든 효소를 체험행사에 사용하는 것도 하범실의 자랑이다.
그녀는 또 둘레길 제초작업과 산양산삼체험실 등의 노후된 시설보수 등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사업을 건의하는 마을주민들의 의견을 행정기관에 제안했다. 이어 “우리 주민들은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지진여파로 예약을 취소하고 있는 여행사, 외국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당부했다.
도심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지만 전통마을의 순수함과 깨끗한 농촌마을의 체험을 제공하는 하범실은 경주가 자랑하는 힐링 명소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첫댓글 좋은 장소 소개 감사합니다.
꼭 가보고 싶어요.
같이 가실 분..요기로~~^^
범이 나왔다고 범실이라 한다더군요 친정동네에 범실댁이라고 범실에서 시집 온 동네아지매가 있었어요 제겐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마을입니다 ^^
하범실은 봄에 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산딸기, 오디가 마을안길 가로수처럼 주렁주렁....
토함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도 아주 좋아요
삼국유사 기행단에 번개를 쳐서라도 한번 가는 기회를 만들어보겠습니당.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