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 오태석
지난 5월 25일 6시 24분, 누리호가 세 번째 임무를 위해 힘차게 날아 올랐습니다. 자체 우주 발사체 기술을 가진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서 위성 발사 서비스의 신뢰성을 확보하여 대한민국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활짝 여는 의미였습니다. 이에 더해 누리호는 지난 60여 년간의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성장과 발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결정체로 볼 수 있어 더욱 큰 의미를 갖습니다. 세계 최빈국에서 출발했던 대한민국이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우주발사체 누리호와 달 탐사선 다누리호를 만들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30년이 넘게 과학기술 행정을 담당해 온 저에게도 큰 감동이었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도 느꼈습니다.
이러한 과학기술 성과는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현장에 있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과거에 연구 현장에서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니어 과학기술 연구자분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아울러 국가 지도자를 비롯해 우리 국민께서 과학기술이 대한민국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인식에 따라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장기적 투자를 지지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세계 각국이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가 경제, 외교‧안보, 신산업 창출 등의 관점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12대 국가전략 기술을 작년 12월에 선정했습니다. 국가전략 기술 육성을 위해 임무 중심형 연구개발사업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시행하는 한편,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사업화, 인력양성 등 체계적인 지원책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편, 기술혁신의 속도, 기술 블록화 경향 등을 고려할 때 국제사회와 연대도 매우 중요한 상황으로, 전략적 국제협력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께서는 해외 순방 시마다 스위스 연방 공대, 미국의 NASA와 MIT 대학, 캐나다 토론토 대학 등 주요 과학기술 현장을 방문하고, 양자, 바이오,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의 발전방향에 대해 세계적 석학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습니다. 정상 간 회담에서도 과학기술 협력 방안이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미국, 유럽연합(EU) 등 기술 선진국과의 협력의 폭과 깊이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통해 한미 관계는 기존의 국방, 안보 중심에서 과학기술 동맹으로 격상되었습니다. 우주, 양자, 바이오, 디지털, 인공지능, 사이버 보안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고, 양국 국가안보실 간에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채널을 신설해 운영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어 5월 19일에 개최된 제11차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차세대 반도체, 핵융합, 인공지능, 바이오 등 폭넓은 분야에서 신규 공동연구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하였고, 사안별로 후속 조치를 구체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디지털 바이오 분야는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KAIST 등 국내 기관과 보스턴의 선도 연구기관인 하버드, MIT 간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매년 50명의 석‧박사급 연구자를 보스턴에 있는 대학과 연구기관으로 파견하는 내용입니다.
EU와 협력을 제도화하는 과정도 진행 중입니다.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이라는 대규모 장기 연구개발 프로그램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개별 연구자 중심의 프로젝트 단위로 공동연구에 참여해 왔지만, 앞으로 정부가 중심이 되어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국제협력 연구개발을 지원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더 많은 우리 연구자가 유럽 국가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 외에도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 영국, 인도 등과도 과학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피상적인 협력이 아닌 양자, 핵융합, 바이오, 우주 등 상호 관심 분야에서 심도 있는 구체적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공동연구, 인력교류 등 과학기술 국제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오랜 기간 축적되고 다져진 인적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그 범위를 넓혀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7월 4일부터 4일간 제1회 세계 한인 과학기술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립니다. 18개 재외 한인 과학기술자협회가 참여하는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 각국의 한인 과학자들과 세계 석학 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국제사회와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대한민국 과학기술을 또 한 번 혁신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과기정통부는 글로벌 과학기술 강국과 디지털 모범국가 실현을 정책 목표로 삼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중립 등 다수의 지혜가 필요한 현안 해결을 위해서 산업계, 학계, 연구계 등 연구현장과 보다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자 합니다. 오랜 경험과 혜안을 가지고 계시는 시니어 과학기술인 여러분들께서 많은 관심을 두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조언을 기대합니다.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1986)
영국 Sussex대학 기술경영학 석사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기획국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지원단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조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