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북한인권정책 톺아보기
정일영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지난 4월 14일 윤석열 정부의 첫 『통일백서』가 발간됐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통일정책 관련 공식 출간물이 모두 발간된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북한이해』와 『통일문제 이해』, 그리고 『통일교육 기본방향』을 발간한데 이어,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북한인권 분야의 약진이다.
이 글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에서 핵심 국정과제로 등장한 북한인권정책을 분석하고 그 한계와 발전방안을 제시하려 한다.
윤석열표 북한인권정책, 무엇이 담겨있나?
윤석열표 북한인권정책은 1)북한인권 문제의 국정과제 선정, 2)북한인권정책의 콘트롤타워 구축, 3)북한인권 실태조사와 국내외 전파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윤석열 정부는 대북·통일정책에서 북한인권을 핵심 과제로 선정하였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이라 할 수 있는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과 분단의 고통 해소”를 다섯 가지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인권 개선을 통한 주민의 자유증진과 삶의 질 향상은 ‘인류 보편의 가치’를 향한 발걸음”이라 지적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개선 활동과 협력을 강화하여 국제규범에 따른 보편적 가치를 실현”해 나갈 것을 강조하였다.
두 번째로, 윤석열 정부는 북한인권정책을 추진할 콘트롤타워로 북한인권재단을 조속히 출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회의 이사추천이 지연되며 출범하지 못한 북한인권재단을 출범시켜 북한인권정책의 콘트롤타워로 삼겠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인권재단 설립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의 취지를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통일부 장관 자문기구인 ‘북한인권증진위원회’를 신설하고 범정부 차원의 북한인권 협의기구인 ‘북한인권정책협의회’를 통해 북한인권 관련 정책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세 번째로, 정부는 지난 3월 30일 「북한인권법」에 따라 작성된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하고 북한인권의 실상을 국내외에 전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이 보고서는 지난 6년간 통일부 산하의 북한인권기록센터에서 진행한 북한인권 실태조사를 정리한 것으로,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조약’의 기준에 따라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분야의 인권 실태를 정리하고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과 국군포로와 납북자, 이산가족 등 특별 사안이 추가로 수록되어 있다.
관련하여 정부는 지난 4월 4일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5년 만에 참여하고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한미, 한일 간 협력을 강화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북한인권 실태조사에서 보완할 점들
필자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지지해 왔다. 관련하여 먼저 북한인권정책의 근간이 되는 북한인권 실태조사에서 보완이 필요한 점을 몇 가지 제안하려 한다.
앞서 언급한 정부의 <2023 북한인권보고서>는 우리 사회에 정착한 북한이탈주민의 증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보고서에도 수록된 바와 같이 인권 실태를 증언한 탈북자의 출신지역 편중, 탈북자 감소에 따른 현재 상황과의 괴리, 증언자 기억의 소실·약화 등에 따른 오류 가능성이 상존한다. 동 보고서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해당 조사내용을 “북한 전역의 인권 실태로 곧바로 확대하여 일반화하는 데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실태조사 내용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일반화의 문제’는 사라지고 만다. 관련하여 실태조사의 한계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인권보고서의 구성은 국제사회의 인권 규정에 따라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분야의 인권 실태를 정리하고 있으나 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일정하지 않다. 일부 내용은 보편적 인권의 기준으로 평가되었지만, 일부 내용은 북한의 제도나 주장을 근거로 평가된 부분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북한의 식량배급제도를 준거로 북한 주민의 식량권 실태를 평가하거나 건강권과 관련하여 북한이 주장하는 예방의학제도나 무상치료제도 등을 평가의 준거로 활용하는 등 기준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관련하여 북한인권 실태조사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객관적이고 일관된 평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추가적으로, 인권문제와 관련한 북한 당국의 변화를 면밀하게 추적하고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서도 북한인권 관련 제도의 변화나, 현장의 인권개선 실태들이 적지 않게 기술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추진한 북한인권 개선 노력의 결과인지 불분명하며 변화의 성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구체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는 북한인권과 관련 발표가 있을 때마다 ‘실질적 개선’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 되어가는 현재 시점에서 북한인권의 ‘실질적인 개선’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필자는 인권문제를 활용한 북한 ‘모욕주기’를 넘어 정부의 구체적인 행동을 제안하고 싶다.
첫 번째로, 시급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북한인권 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탈북자, 특히 탈북 여성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를 들 수 있다. 중국, 특히 동북3성 지역에는 북한 주민들이 적게는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탈북 여성들은 인신매매와 매매혼, 그리고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이들은 중국 당국에 의해 불법체류자로 규정되어 최악의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2023 북한인권보고서, 374-378)
이와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중국 당국과 동북3성의 지방정부에 탈북 여성에 대한 인권보호를 적극적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다. 탈북 여성들의 2세 또한 중국에서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 교육에도 편입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련하여 우리 정부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제3자를 통한 지원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두 번째로, 북한인권 문제 전반을 다루기보다는 ‘실질적 개선’이 필요한 핵심 과제를 선정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당국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특히, 성분에 따른 차별 폐지, 거주와 이동의 자유 보장, 직업선택의 자유 보장 등 명백한 인권침해 사안에 대해 제도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북한 당국의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이상의 인권문제들은 북한 주민 다수가 피해를 받는 사안이며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정책들이다. 우리 정부가 이 문제들에 대해 북한 주민을 대신해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북한 당국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면 북한 주민들의 인권관 또한 변화시킬 수 있다.
세 번째로, 필자는 북한인권 문제가 ‘정치화’되는 것이 올바른 북한인권정책을 수립하고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추구하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인권 문제는 남북관개 개선, 혹은 반(反)북한체제와 연동되며 인권 자체의 문제로 논의되기보다는 정치적 쟁점으로 소모되어 왔다. 북한인권 문제가 인권의 가치가 아닌 정치적 도구로 남용된 것이다.(북한인권, 보수의 외도와 진보의 침묵에 대하여, https://omn.kr/1z8ok)
이와 관련하여 인권이 그 자체의 가치로서 논의되고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북한인권 문제의 탈정치화가 필요하다. 필자는 통일부가 북한인권을 다루기보다는 법무부나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 문제를 관장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또한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통일부가 남북 간 교류협력과 북한인권을 함께 다루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주무 부서의 이관을 냉정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통일부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https://omn.kr/20nze)
북한인권 문제는 아마도 윤석열 정부가 가장 많이, 강력하게 ‘인권 수호’를 외치는 분야일 것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국민의, “강제동원 피해자”의 인권을 저버린 모습과는 사뭇 대조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피해는 분명 개선되어야 하며 우리 정부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만 “북한은 최악의 인권 국가다”만 외친다고 북한인권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우리 정부가 ‘인권’ 그 자체의 가치만으로 북한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행동하고 성과를 만들어내길 진심으로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