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SMR 선박, 검증 없는 질주와 왜곡하는 언론 ㅡ이것은 정책이 아니라 방기다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PRCDN)
2026-05-06
2026년 4월 29일, 서울경제는 "원전·조선기술 결합 'SMR 선박' 띄운다"는 기사를 통해 정부 계획을 상세히 전달했다. 2035년 건조 착수, 민관합동 추진단 구성, AI 기반 가상 원자로 플랫폼. 그리고 "향후 5년이 골든타임"이라는 선언이다.
그러나 이 기사에는 결정적으로 빠진 것이 있다. 이 계획이 실패하거나 사고로 이어질 경우, 누가 검증했고 누가 책임지는지에 대한 단 하나의 질문이다.
이것은 단순한 누락이 아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검증 없는 정책 추진과, 질문을 포기하고 내용을 왜곡한 언론이 결합한 구조적 방기다.
질문을 제거한 보도, 감시를 포기한 언론
해당 기사는 정부 발표를 충실히 옮긴다. 기업 참여 현황, 정책 일정, 장관 발언까지 빠짐없이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핵심인 검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 기술은 실제로 검증되었는가
- 해상 운용의 안전성은 어떻게 확보되는가
- 사고 발생 시 책임 구조는 무엇인가
- 방사성 폐기물은 어디에서 처리되는가
- 해외 항만은 입항을 허용하는가
이 질문들은 전문적 영역이 아니다. 공공 정책이라면 당연히 따라붙어야 할 최소한의 검증 항목이다. 그럼에도 기사에는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기사가 소개한 용융염원자로(MSR)는 전 세계적으로 상업 운전 실적이 전무한 기술이다. 2020년까지 진정한 의미의 모듈형 SMR이 상업적으로 운용된 사례조차 없으며, MSR은 그중에서도 가장 실증 경험이 부족한 유형에 속한다. 기사는 "MSR이 구조를 단순화하고 소형화하기 쉬워 선박용 설계에 유리하다"고 전달했지만, 용융염·액체금속 냉각 등 신기술 기반 SMR 설계가 대부분 검증되지 않아 규제 당국과 투자자의 회의를 사고 있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없다.
'AI 가상 원자로 플랫폼으로 안전성을 사전 검증한다'는 구상도 무비판적으로 전달됐다. 그러나 디지털 시뮬레이션이 해상 환경의 변수를—파도에 의한 동적 하중, 염분 부식, 충돌 충격—온전히 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아직 없다.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들은 선박의 복잡한 설계 구조와 운항 역학이 핵 추진 시스템의 감시와 제어를 현저히 복잡하게 만든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정보 전달이 아니다. 정부권력의 서술을 그대로 확산시키는 행위다.
소형화는 안전의 동의어가 아니다
SMR 지지론자들의 핵심 논거는 출력이 작을수록 사고 위험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타당해 보이지만, 이는 단순화의 오류를 담고 있다.
미국의 '우려하는 과학자 연합(UCS)'의 원자력 안전 책임자 에드윈 리먼(Edwin Lyman) 박사는 이 논리의 허점을 정확히 지적한다. 대형 원전의 격납구조가 사고 시 방사성 물질의 90%를 차단한다면, 격납용기가 없거나 약화된 5분의 1 크기의 소형 원자로는 노심 내 물질 총량이 적더라도 오히려 더 많은 방사성 물질을 환경으로 방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형화가 곧 안전을 의미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피동 냉각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한다. 피동 안전 설계가 평상시에는 유효할 수 있어도, 대규모 지진·홍수·폭풍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는 설계 조건이 무너져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는, 해상 환경에서 더욱 현실적인 위협이 된다.
핵연료 효율 문제도 있다. 소형 원자로일수록 노심이 작아 중성자가 외부로 누설되는 비율이 높아진다. 이는 원자로 자체에 더 복잡한 손상을 가져오고, 처리와 처분이 더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방사성 폐기물을 만들어낸다. 해상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복잡한 형태로 나타난다.
방사성 폐기물의 역설: 더 많고, 더 복잡하고, 갈 곳이 없다
SMR이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은 폐기물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다.
2022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크랄(L. Krall)·맥팔레인(A. Macfarlane)·유잉(R. Ewing) 공동 연구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다.
스탠퍼드대,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미시간대의 연구진이 NuScale·Terrestrial Energy·Toshiba 세 가지 SMR 설계를 분석한 결과, SMR은 기존 대형 경수로보다 더 방대한 부피의, 그리고 화학적·물리적으로 더 복잡하게 반응하는 방사성 폐기물을 생산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맥팔레인은 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의장을 역임한 핵 정책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기도 하다.
리먼 박사는 여기에 더해 폐기물의 귀착 문제를 제기한다. SMR을 도입하는 기관이나 지역은 사용후핵연료를 장기간 현장에서 직접 보관해야 하는 사실상의 핵폐기물 처분 시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박에서 이 문제는 한층 복잡해진다. 항해를 마친 선박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처리 책임이 어느 국가에, 어느 항구에 귀속되는가에 대한 명확한 국제 기준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책임을 설계하지 않는 정부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구조다.
이번 논의를 주도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술 진흥 부처다. 반면 안전 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 구조는 우연이 아니다. 책임을 흐리는 방식이다.
추진은 진흥 부처가 맡고, 검증은 뒤로 밀리며, 사고 책임은 사후적으로 분산된다
여기에 9월 시행 예정인 'SMR 특별법'까지 더해진다. 이 법의 핵심은 인허가 절차의 간소화다.
미국에서도 동일한 구조적 문제가 지적된다. 리먼 박사는 NRC가 SMR 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안전 및 인력 기준을 반복적으로 완화해 왔으며, 이는 규제 기관이 피감독 산업에 포획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의 원안위가 같은 경로를 밟지 않는다는 보장은 지금 어디에도 없다.
보험 문제도 마찬가지다. 핵 추진 컨테이너선은 인구 밀집 항구를 빈번히 드나들고 통항 밀도가 높은 항로를 항해하는 만큼 충돌 위험이 상당하며, 사고 비용을 충당할 보험 인수를 위한 충분한 보험계리 데이터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국가가 최종 보험자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고, 그 비용은 납세자가 부담하게 된다.
이것은 정책이 아니다.
책임을 사전에 해체하는 방식이다.
국제 규범 없는 추진, 현실성 없는 청사진
핵 추진 상선에 관한 국제 규범은 여전히 미비하다. 이는 단순한 제도적 공백이 아니라, 실제 운항 가능성을 좌우하는 문제다. 국제 법학계의 연구는 현행 국제 규제 체계가 핵 추진 상선 사고 시 발생하는 해양 방사능 오염 위험을 다루기에 불충분하다는 점을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다.
어떤 국가든 자국 항만의 안전과 여론을 이유로 입항을 거부할 수 있다. 기술이 완성되더라도 선박이 운항할 수 없는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핵 추진 선박의 상용화는 항행 안전 위험, 해양 사고의 심각한 결과, 그리고 공공의 반대와 같은 사회적·정치적 위험에 의해 근본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이미 학술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현재 논의는 "개발"에 집중되어 있고, "운용 가능성"에 대한 검증은 사실상 뒤로 밀려 있다.
반복되는 패턴, 사라지는 책임
이 구조는 처음이 아니다.
- 정책은 '골든타임'이라는 명분으로 속도를 강요하고
- 언론은 이를 질문 없이 전달하며
- 규제는 뒤따라 정당화되고
-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분산된다
이 과정에서 일관되게 빠지는 것은 하나다.
"누가 책임지는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이 사라진 정책은 실패가 아니라 사고로 이어진다.
맺음말 ㅡ이것은 기술이 아니라 책임의 문제다
SMR 선박이 가능한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은 본질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이 기술을 검증했는가.
그 검증은 독립적인가.
방사성 폐기물은 어디로, 누구의 책임 아래 처리되는가.
사고가 발생하면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그 책임은 지금,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추진되는 정책은 실험에 가깝다. 그리고 그 실험의 비용은 공공이 부담하게 된다. 언론이 이 질문을 묻지 않는다면, 그 순간부터 정책의 실패는 예외가 아니라 예정된 결과가 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기술 개발이 아니다.
책임을 지우지 않은 채 위험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 참고:
에드윈 리먼(Edwin Lyman), UCS 원자력안전 책임자, 「Advanced is not always better」(2021)
Krall·Macfarlane·Ewing, 「Nuclear waste from small modular reactors」, PNAS(2022)
Wang·Zhang·Zhu, 「Using Nuclear Energy for Maritime Decarbonization」, IJERPH(2023)
이정윤(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의 다수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