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도보 대행군 기행록(5)
5. 팽성 객사와 둔포, 음봉 거쳐 현충사에 이르다(평택역 – 아산 현충사 30km)
8월 11일(화), 종일 흐린 가운데 많은 비가 내린다. 아침 6시 20분에 숙소 옆의 식당에서 미역국백반을 들고 평택역에 도착하니 7시가 가깝다. 7시 정각, 당일참가자 1명을 포함하여 총 15명이 평택역을 출발하여 아산 현충사로 향하였다. 역 앞으로 뻗은 직진도로를 지나 10분 거리의 큰 하천을 가로지르는 동문교를 통과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산방향으로 질주하는 차량들을 조심조심 피하여 팽성 방향으로 접어드니 무성하게 자란 들판의 벼이삭이 고개를 내민다. 큰비가 내려도 들판은 평온하고 초록이 무성하네.
평택의 동문교를 건너는 일행들
한 시간여 걸어서 도착한 곳은 팽성 객사, 백의종군 길의 충무공이 객사 부근의 이내은손 집에서 하루 밤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객사 앞에 비치된 스탬프를 각기 소지한 수첩에 날인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니 팽성119안전센터 앞의 신호에 멈춰 섰다. 8년 전 일본인들과 남한 일주할 때 평택역 출발 때부터 폭우가 쏟아져 쉴 곳을 찾지 못하다가 이곳 119센터에서 잠시 휴식하였던 추억이 서린 곳, 그때 일행들에게 따뜻한 커피를 대접하던 친절이 생각난다. 문득 떠오른 상념, 삶은 이처럼 강렬한 이미지로 축적된 점의 연결이 아닐까.
빗줄기가 점점 굵어져 걷기가 힘들다. 마침 길 옆 어느 마트의 휴식공간이 눈에 띠어 잠시 큰 비를 피하는 동안 빗줄기가 잦아든다. 친절한 마트주인, 잠시 쉬는 것은 좋지만 마트 출입구는 막지 마세요. 아무렴, 그러지요!
차량들이 빈번하게 왕복하는 도로를 따라 10여분 더 걸으니 아산시 접경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일행을 반긴다. 환영에 나선 이는 아산의 백의종군보존회 박승운 회장과 유지상 둔포면장 등, 아산은 수해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이라 면장은 잠시 환담을 나눈 후 서둘러 자리를 뜬다. 근처 고가도로 밑의 비를 피할 공간에서 환영인사들이 가져온 간식을 들며 휴식, 곧 이어 물이 흥건히 고인 도로를 따라 걷기에 나선다. 갓길 없는 도로, 이어지는 차량을 피해 질펀한 물길 걷기가 쉬운 일 아니다. 들판과 마을 길 한 시간여 걸어 이른 곳은 산전리 마을회관, 회관 앞 정자에서 잠시 쉬는 사이 큰 비가 가는 비로 바뀐다.
아산시계에서 환영하는 인사들과 함께
잠시 후 4차선 큰 도로, 아산까지 이어지는 충무로다. 충무로 따라 한참 지나니 둔포면에서 음봉면으로 행정구역이 바뀐다. 큰 고개를 넘어 음봉면소재지에 도착하니 12시 40분, 예약한 식당의 점심메뉴는 갈비탕이다. 13시 반에 오후 걷기, 면소제지에서 10분 거리에 이충무공 묘소가 있다. 묘소는 2019년 9월부터 3년간 보수공사 중이라 출입제한, 관리사무소 측에 양해를 구하여 입구에 설치된 스탬프를 날인하고 묘소를 향하여 묵념한 후 면소재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현충사까지는 8km 남짓, 산길로 이어지는 약간 힘든 코스다. 잠시 빗줄기가 굵어졌다 그치는 사이 크고 작은 두 고개를 넘어 한충사에 도착하니 오후 4시 반, 불순한 일기 속에 30여km를 열심히 걸었다.
현충사 입구에서 일행을 반기는 유력인사, 김재일 현충사관리소장과 아산문화재단 유선종 대표이사, 박승운 백의종군 보존회장이 백의종군길 걷기로 현충사를 찾은 것을 환영하며 따뜻한 커피를 대접(주문 배달)한다.
김재일 관리소장의 인사, ‘백의종군길 걸으며 장군의 나라사랑 정신과 누구나 맞닥뜨리는 인고의 교훈을 되새기기 바란다. 현충사는 이순신 정신의 산실이다.’
박승운 백의종군길 보존회장의 당부, ‘충무공은 전쟁의 승리자가 아니라 자신에 충실한 인간승리의 표상이다. 백의종군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는 없다.’
충무공의 휘호 필사즉생 필생즉사를 새긴 비석 앞에서 기념촬영
온양온천역 근처의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6시가 가깝다. 인근의 갈치전문점에서 맛있는 저녁식사로 4일째 일정을 잘 마무리하였다. 열심히 걷고 교훈을 새기며 심신을 연단한 뜻깊은 여정을 잘 소화한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물심양면으로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않은 이웃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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